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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남자의 매력

‘폭풍간지’김승우 연기와 인생을 말하다

글 하경헌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스포츠칸 KBS 제공

입력 2009.12.21 18:41:00

올해로 배우생활 20년째. 김승우가 이제 두 아이의 아빠로, 영화계의 고참으로 새로운 연기 지평을 열고 있다.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보이는 서늘한 카리스마가 그 시작이다.
‘폭풍간지’김승우  연기와 인생을 말하다

‘아이리스’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북한공작원으로 출연 중인 김승우.



아내 김남주(38)가 ‘내조의 여왕’으로 한차례 인기를 휩쓸고 지나간 지 얼마되지 않아 남편 김승우(40)가 드라마 ‘아이리스’로 안방극장을 찾았다. 결혼 후 만사가 술술 풀리는 듯한 김승우·김남주 부부를 보면 천생연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남주는 얼마전 한 행사에서 “‘폭풍간지’ 김승우씨 사랑해요”라며 공개적으로 사랑 표현을 했다. 오랜만에 방송에 컴백한 남편을 향한 응원메시지이기도 하다.
김승우는 ‘아이리스’에서 북한군 호위대의 리더 박철영을 맡았다. 영화 ‘쉬리’에서 모티브를 딴 ‘아이리스’는 2년 전 기획단계에서는 ‘쉬리2’라는 이름으로 회자됐다. 박철영은 영화에서 최민식이 맡았던 ‘박무영’과 비슷한 인물이었다. 김승우는 박철영 특유의 서늘함에 매료돼 출연을 결정했다.
“이후 캐스팅도 바뀌고 시나리오나 대본도 대폭 수정됐어요. 캐스팅도 저와 진사우 역의 정준호씨를 제외하고는 계속 바뀌었죠. 많은 배우가 오갔지만 작품에 대한 신뢰는 바뀌지 않았어요. 대본을 보고는‘야… 이런 그림은, 정말 찍을 수만 있다면 대한민국 드라마사에 한 획을 긋겠구나’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2년을 기다린 끝에 본격적으로 제작이 시작되고 고된 액션 수업이 이어졌다. 영화 ‘천군’ 등을 통해 사격을 익힌 김승우는 액션에는 한결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 인텔리’로 설정된 캐릭터를 어떻게 만드느냐였다. 그는 실제 북에서 내려온 사람을 만나 말투를 연구하고 그들의 삶에 대해 들었다.

‘폭풍간지’김승우  연기와 인생을 말하다


외양을 만드는 데도 고민은 이어졌다. 김승우는 “엘리트 요원이니 점퍼보다는 정장을 입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덕분에 박철영은 김승우를 만나 훨씬 풍성해졌다. ‘작전개시’ ‘꼼짝 마’ 등의 대사가 ‘움직여’ ‘거기 서’ 등으로 바뀌었다. 정장을 택한 안목은 스스로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표현인 ‘미친 존재감’ ‘폭풍간지’라는 반응으로 돌아왔다.
“처음에는 ‘미친 존재감’이라고 하니 ‘미쳤다’는 말이 들어가서 안 좋은 표현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말을 들어보니 그만큼 좋다는 표현이라고 하더군요. 박철영은 정말 투철한 국가관을 가진 인물이에요. 미술과 음악에는 조예가 깊은 편이지만 사랑도 모르고 인생도 모르죠. 오직 감정이 있다면 같은 호위대 요원 김선화(김소연)에 대한 연민인 것 같아요. 물론 저도 여배우와의 로맨스가 있으면 했죠. 하지만 이미 드라마에는 이병헌-김태희-정준호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에 김태희-이병헌-김소연으로 이어지는 삼각관계가 있어요. 저까지 그 안에 끼어들면 드라마가 어떻게 됐을까요.”
스태프와 배우들이 모여서 진행한 첫 시사회. 스태프는 김승우가 건조한 표정으로 명령을 내릴 때마다 웃음을 참지 못했다. 카메라가 돌기 전까지는 지극히 인간적이던 김승우가 화면 속에서는 180도 달라지니 이 간극을 견디지 못했던 것이다. 이렇게 인간 김승우는 북한 호위대 장교 박철영으로 서서히 젖어 들어갔다.

“이병헌은 진짜 배우, 김태희는 더 보여줄 게 많은 연기자”
인터뷰란 원래 ‘기 싸움’의 일종이기도 해서 배우든 기자든 기선을 제압하는 사람이 인터뷰를 주도해간다. ‘공세적인 인터뷰를 펼치겠다’는 당초 생각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누그러졌다. 어느 정도 긴장이 풀리자 그는 담배를 빼어물며 세간의 화제가 된 해외로케이션에 대해 설명했다.
“헝가리 촬영 때는 한 달 내내 단조로운 일정을 소화했어요. 촬영장-숙소-촬영장-숙소가 전부였죠. 게다가 해외촬영으로 많은 제작비가 쓰이는 드라마인 탓에 해외촬영 일정이 굉장히 빡빡했어요. 하루에 잠을 2~3시간만 자면서 촬영에 매달렸죠. 게다가 너무 춥고, 좋아하는 술은 먹지도 못하고…. 고난의 연속이었어요.”



‘폭풍간지’김승우  연기와 인생을 말하다

지난해 8월 권상우·손태영 커플의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한 김승우·김남주 부부.



난생 처음 간 헝가리는 즐거움보다는 힘겨움으로 기억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지는 단연 일본 아키타. 아는 곳이 많아 지인들을 여기저기 안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승우는 아키타에 대해서도 “정말 술 마실 곳이 없더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아이리스’에 출연하는 배우들 이야기로 화제가 옮아갔다. 백산 역의 김영철을 제외하고 가장 맏형 역을 맡은 김승우는 동료 배우들에 대한 평가도 명쾌했다.
“태희는 ‘다음 작품이 더 기대되는 배우’예요. 지금까지도 많은 작품을 했지만 여전히 큰 가능성을 가진 배우 같아요. 병헌이요? 진짜 배우죠. 눈빛부터가 달라요.”
정준호에 대해 묻자 “좋은 사람”이란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바쁜 사람은 처음 봤다. 언젠가는 꼭 정치할 것 같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다른 배우들에게 있어 “촬영장의 활력소가 되는 선배”다. 김승우가 힘을 주는 현장과 그렇지 않은 현장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이렇게 좋은 팀워크를 자랑하지만 김승우가 ‘아이리스’의 설정에 대해 전적으로 만족했던 것은 아니다. 특히 북한 호위부대가 헝가리에서 김현준(이병헌)을 쫓을 때 수백발의 사격을 하고 놓치는 장면에서는 “이게 무슨 정예요원이냐”며 이의도 제기했고 이병헌과의 격투장면에서는 “차라리 찍지 말자”고 말하기도 했다.
“현준이 총상을 입고 달아나는 장면에서 저와 맞닥뜨려요. 당연히 부상이 없는 제가 이기죠. 그런데 그렇게 찍어야 한다는 거예요. 나온 화면은 좋았지만 당시에는 이해가 안 되기도 했어요.”
그는 줄거리 사이의 간극이 크고 전개가 빠르다는 ‘아이리스’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 대해 “영화적인 전개기법을 안방극장에 옮기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는 70점짜리 아빠, 남주는 120점짜리 엄마”

‘폭풍간지’김승우  연기와 인생을 말하다


인터뷰가 중반으로 치닫자 그는 갑자기 눈을 빛내며 “보여줄 게 있다”고 말했다. 다짜고짜 휴대전화를 집어든 그는 집에 전화를 했다. 하지만 김승우가 금지옥엽 아끼는 딸 라희는 “공부하느라 바쁘다”며 통화를 거부해 아빠를 잠시 머쓱하게 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렇게 아이들이 예쁜데 제가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냐”며 은은한 미소를 띄운다. 촬영장에 있을 때도 짬이 나면 집으로 전화를 걸어 아이들 안부를 묻는 일은 빠질 수 없는 일상이 됐다.
김승우는 “나는 다시 태어나도 남주와 결혼할 수밖에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05년 결혼, 네 살 배기 딸 라희와 두 살 배기 아들 찬희를 두고 있다.
“드라마 ‘내조의 여왕’은 바로 남주에게 딱 맞는 드라마죠. 정말 아이들한테 훌륭한 엄마예요. 그렇다고 해서 제게 소홀한 것도 아니고요. 이번 드라마 ‘아이리스’를 결정하면서 출연 장면이 많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고민한 적이 있었어요. 그 고민을 아내에게 말했더니 단번에 ‘그래도 해보라’고 용기를 줬어요. 게다가 제가 세상물정에 밝지 못한데 그 부분을 훌륭히 메워주기도 하죠. 저희 부부는 시간이 나면 집 근처 술집이나 식당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데 어느 날 제가 신용카드를 잃어버리고 안절부절 못하자 ‘오빠, 그거 신고하면 돼’하고 상황을 말끔히 정리해줬어요(웃음).”
김승우는 잉꼬부부로 소문난 비결과 육아에 관한 생각도 공개했다.
“일단 거짓말은 절대 하면 안 돼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숨김없이 다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에게는 크게 욕심을 안 가져요. 저희가 연예계 일을 하다 보니 아이는 평범한 일을 했으면 하는 생각도 있어요. 학교 선생님도 괜찮을 것 같고, 회사원도 좋을 것 같은데요. 대기업 사원이면 더 좋으려나? 욕심이 과한가요? 하하하.”
김승우는 ‘아빠로서 점수를 매겨달라’는 질문에 “65점에서 70점 사이”라고 대답한다. 먼저 아이들과 함께할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탓이다. 하지만 김남주의 ‘엄마 점수’에 있어서는 후했다. “120점이 넘는다”는 주장이다.
“라희 엄마는 항상 아이가 자기 전에 책을 읽어줘요. 덕분에 아이들이 책과 가까워지게 됐죠. 저도 그 점을 본받으려고 하고, 아이들과의 약속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지키려고 애써요.”
김승우는 벌써 차기작 영화 ‘포화 속으로’에서 전쟁장면을 연기하기 위해 몸만들기에 한창이다. 그는 장동건 정우성 황정민 지진희 등 미남배우들이 즐비한 야구단 ‘플레이보이즈’의 구단주로도 활약하고 있다.
연기도 사람이 하는 이상 그 퀄리티는 연기를 담는 그릇이 얼마나 훌륭하냐에 달려 있다. 김승우는 데뷔 후 배우생활 20년 동안 훌륭한 그릇을 만들어왔고, 이제는 작품을 위해 기꺼이 작은 역도 마다하지 않는 경지에 이르렀다. 작은 부분을 보지 않고 큰 부분을 보는 안목은 후배들의 존경도 이끌어낸다. 그리고 그 성실함은 생활에도 이어져, 이제 그에게는 연기파 배우라는 이름 외에 모범 가장이라는 수식어도 어색하지 않다.

여성동아 2009년 12월 5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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