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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웨딩마치! 김혜영 김성태 러브스토리

글 오진영 사진 조영철 기자, 황마담 웨딩&베이비 제공

입력 2009.12.21 18:13:00

11월 마지막 토요일 웨딩마치를 울리는 가수 김혜영과 배우 김성태를 결혼식 일주일 앞두고 만났다. 올봄 막을 올린 악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무대에서 만나 사랑을 키웠고 곧 태어날 새 생명을 기다리고 있다는 기쁜 소식까지,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를 전격 공개한다.
아이와 함께 웨딩마치!  김혜영 김성태 러브스토리


귀순배우 1호이자 가수인 김혜영(36)과 배우 김성태(37)가 백년가약을 맺는다. 11월28일 결혼식을 올리는 두 사람을 일주일 전 그들의 데이트 장소였다는 서울 대학로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처음 만난 게 불과 몇 달 전인데 아주 오래 전인 것 같아요.”
두 사람의 첫 인연은 지난 5월에 막을 올린 악극 ‘2009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에 함께 출연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작품은 해마다 악극으로 전국순회공연을 열어온 한극연극배우협회가 제작한 공연으로, 내년 2월까지 계속된다. 김혜영은 대선배인 탤런트 이순재의 권유로 여주인공 홍도 역을 맡아 출연하게 됐다고 한다. 김성태는 처음에는 홍도의 오빠인 철수 역을 맡기로 했지만 그의 연기를 눈여겨본 연출자 유승봉씨가 홍도의 남편인 영우 역을 맡겼다.
“3월 말에 전 출연진이 결정됐어요. 함께 하게 된 선배님들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는데 김성태 선배께서는 특히 쌀쌀하게 인사를 받으시기에 아, 좀 어려운 사람이구나, 생각했어요(웃음).”
주인공인 두 사람은 함께 연습하는 시간이 길었지만 눈길이 부딪치면 서로 어색해 고개를 돌리곤 했다. 그러다 서먹한 사이가 갑자기 좁혀지는 기회가 왔다.
“혜영씨는 술을 못 마셔서 연습 후 뒤풀이에 거의 안 오곤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연습 끝나고 맥주 마시러 가는데 같이 가겠다고 따라나서더라고요. 아무래도 저한테 관심이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했어요(웃음).”
“그게 아니고 술자리에 안 따라 가니까 나만 못 어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날 맥주집에 같이 갔어요. 자리가 끝나고 집에 왔는데 제 휴대전화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전화를 걸어서 잘 들어갔느냐고 묻더라고요.”
이날 마신 맥주에 사랑의 묘약이 들었는지 그날 이후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강렬하게 끌렸다. 이들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주인공들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며 자꾸 둘만 따로 연습 시간을 가졌다. 때는 마침 온 천지에 꽃망울이 터지는 찬란한 봄이었다.
“악극 중에 진달래꽃, 벚꽃이 만발한 곳에서 영우가 홍도에게 청혼하는 장면도 있었어요. 근처 학교 빈 연습실을 빌려 둘이서 대사를 맞춰보고 연습이 끝난 후에는 꽃구경이나 갈까요, 하면서 성북동 성곽길을 한 바퀴 돌고 삼선교에 가서 자장면 사 먹고 그러다가 연습시간에 늦어서 혼나기도 했죠.”

친딸처럼 대해주는 예비시부모 만난 후 결혼 결심
김혜영은 결혼 3년 만인 2005년 이혼했다. 연예인의 이혼은 온 세상이 알게 마련이고 김성태도 물론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혜영씨를 처음 봤을 때, ‘저이는 참 외롭고 힘든 사람이구나’라고 느꼈어요. 얼굴은 웃고 있어도 가슴 밑바닥에는 아픔이 있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김혜영도 상대의 진심을 믿고 마음을 여는 것이 쉽지 않았다.
“연출자 선생님 친구분이 개업한 와인바에 여럿이 갔다 나오는 길에 성태씨에게 ‘내가 내일 당진에 행사가 있어 가는데 같이 갈래요?’ 물었더니 안 간대요. 저로서는 이 사람이 정말 나에게 관심이 있는지 확인해본 거였는데 아, 역시 아니구나, 생각했죠.”
옆에서 김성태는 “새벽 일찍 나서야 하는 지방 여행을 가자고 전날 밤에 말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며 웃었다.

아이와 함께 웨딩마치!  김혜영 김성태 러브스토리


눈치 보며 밀고 당기기를 끝내는 데는 술의 힘만큼 좋은 게 없었다. 어느날 밤, 술을 잔뜩 마신 김성태가 감자탕 그릇을 사이에 두고 앉아 ‘나랑 사귀자’는 말을 드디어 꺼냈다. 김혜영이 대답을 하기까지 잠 못 이루는 몇 밤이 흘렀다. 김혜영의 아침 생방송 출연이 잡혀 있는 전날 밤이었다.
“비 오는 밤이었는데 울면서 전화를 걸어 ‘자기는 너무 부족한 여자’라는 거예요. 이제 나한테 오겠다는 거구나, 생각했지요. 전화 끊고 나서 한잠도 못 자고 날이 새도록 이 사람 미니홈피에 들어가서 노래를 듣다가 아침방송에 나온 모습을 봤죠.”
무거운 마음으로 방송국을 향한 김혜영에게 생방송이 시작되기 직전 김성태의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씩씩하게 방송 잘하라고 격려하는 문자를 보는 순간 답답했던 심정은 간데없이 사라지고 날아오를 것 같았다.
“방송하는 동안 자꾸 웃음이 나왔어요. 방송 끝나고 이금희 언니가 무슨 좋은 일 있냐고 물어볼 정도로요. 이제 나를 지켜주고 나에게 힘을 주는 사람이 생긴 것 같아 저절로 웃음이 나더라고요.”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그날부터 지금까지 ‘딱 하루’만 빼고 매일 매일 만났다고 한다. 대학로 근처와 성북동의 이 술집, 저 카페를 전전하다 인천에 사는 김혜영의 집까지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날이 계속되다 보니 차츰 주위 사람들이 둘 사이를 눈치 챘다.
전북 군산 예비시집에 인사드리러 갔을 때 김혜영은 걱정을 많이 했지만 김성태의 부모는 따뜻하게 두 사람을 맞아주었다고 한다.
“성태씨 아버님께서 마치 저를 오랜만에 다니러 온 친딸처럼 대해주셨어요. 어머님께서는 ‘우리 성태가 혼자서 외롭고 고생이 많았는데 네가 나타나 서로 의지하게 됐으니 정말 고맙다’고 말씀해주셨고요. 부모님을 뵙고 나니 ‘빨리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성태가 “그건 나도 마찬가지”라고 거들었다.
“저도 혜영씨 부모님을 뵙고 나서 결혼에 대해 확신이 생겼어요. 세 딸에게 자유로운 인생을 주기 위해 목숨을 걸고 압록강을 건너오신 분들이잖아요. 이렇게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부모님 밑에서 큰 사람이라면 우리가 결혼해서 앞으로 힘든 일이 혹시 있더라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둘이 함께라면 맨손이라도 두렵지 않아

김혜영은 지난 98년 부모, 두 여동생과 함께 남한으로 귀순했다. 북한의 유명 여배우가 귀순한 경우는 처음이었기에 큰 화제가 됐고 그에게는 ‘제1호 귀순배우’라는 타이틀이 늘 따라다녔다. 북한을 탈출할 당시 그는 평양연극영화대 4학년 재학 중이었고 평양국립연극단원이었다. ‘돌아온 초소장’ ‘참된 주인들’ ‘여의사’ 등의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하며 평양의 영화·연극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첫째 딸에게 부모는 탈북 계획을 알리지 않았었다고 한다.
“겨울방학 때였는데 부모님이 국경 근처 친척집에 며칠 갔다 오자고 해서 따라나섰어요. 중국에 고모가 사시는데 여기까지 온 김에 고모 만나러 간다고 하시기에 그런 줄로만 알았지요. 부모님이 경비소 사람과 이야기 좀 하신다고 우리더러 먼저 건너가라고 해서 얼어붙은 압록강 위를 막 뛰어 가면서 비로소, 이거 좀 이상하다는 낌새를 챘어요.”
남한에 들어오는 길을 뚫기까지 중국에서 1년 8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중간에 교통사고도 생기고 베트남까지 경유하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마침내 서울에 도착했을 때는 다섯 식구 수중에 달랑 돈 1천 달러가 남아 있었다. 한국 정부에서 주는 지원금에 의지해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무슨 일이라도 해서 돈을 벌어야 했는데 다행히도 방송에서 김혜영을 불러주는 일이 점점 많아졌다.
“처음에는 TV에 얼굴이 나가는 게 무섭고 불안했어요. 중국에 있는 동안 늘 도망갈 준비를 하고 지냈는데 한국에 와서도 그 습관이 한참을 가더라고요. 그래도 많은 분이 저를 좋아해주시고 일을 시켜주셔서 정말 감사하죠.”

아이와 함께 웨딩마치!  김혜영 김성태 러브스토리


전주시립극단출신인 김성태는 99년 상경, 극단 연우무대에서 활동했다. 2002년부터 영화·드라마와 인연을 맺어 ‘피아노 치는 대통령’ ‘마을금고 연쇄습격사건’ ‘강적’ ‘여고괴담4’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애자’ ‘그들이 사는 세상’‘과거를 묻지 마세요’ 등에 조연으로 출연했다. 대한민국에서 배우로 산다는 것은 가난하고 힘들고 고달픈 일이다. 대리운전, 연기수업 선생에 목욕탕에서 전표 끊는 일까지 별의별 아르바이트를 섭렵하며 무대를 지켜오는 동안 그는 ‘결혼은 어느 정도 자리 잡은 후에 해야겠고, 그러자면 나이 40은 돼야 하겠다’고 생각해왔다고 한다.
“저는 귀순이라는 큰 사건을 겪기는 했지만 배우로서는 별 어려움이 없었어요. 성태씨가 눈물겹게 어려운 배우의 삶을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사람과 함께라면 아무것도 없는 맨손으로 시작해도 무엇인가 이룰 수 있을 거라는 신뢰가 생겼습니다.”

마음의 빈자리 채워준 소중한 이름, 가족
결혼식을 앞둔 두 사람에게는 가족을 제외하고 아직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기쁜 소식이 있다고 했다. 김혜영이 임신 10주를 조금 넘겼다는 것. 두 사람 다 젊지 않은 나이라 기쁨이 더욱 크다고 한다. 임신을 처음 확인한 것은 최근 넷째를 낳은 개그우먼 김지선이 출산할 당시 병원을 찾았을 때였다고 한다. 김지선과는 ‘개그콘서트’의 ‘꽃봉오리 예술단’을 함께 하면서 친해졌다.
“병원에 가기 전에 지선 언니에게 전화로 ‘몸이 약간 이상하다. 검사받아봐야겠다’는 말을 슬쩍 꺼냈어요. 갔더니 진료 예약해놨다면서 온 김에 보고 가라는 겁니다.”
진료실에 함께 들어간 김지선은 다산의 여왕답게 초음파 화면이 뜨자마자, “임신 맞다. 태아 크기 보니까 4주 됐다”면서 축하해줬다고 한다.
“아버지께서 제가 이혼을 겪고 혼자 힘들어하는 걸 볼 때도 한 번도 눈물을 보인 적이 없었는데 아기를 가졌다는 소식을 전해드리니 처음으로 눈물을 보이셨어요. 두 아이의 엄마인 여동생은 ‘임신했을 때는 무엇을 조심해야 하고 어떻게 먹어야 한다’는 얘기를 해주느라 하루에도 수십번 전화를 해요.”
이런 것이 바로 가족의 사랑임을 가슴 뜨겁게 느꼈다는 김혜영은 새 생명의 탄생과 함께 이루게 된 새 가족의 소중함으로 더욱 행복하다고 한다.
“임신 초기에는 많이 불안했어요. 신경이 예민해져서 싸움도 많이 했죠. 7주 됐을 때 병원에 가서 아기 심장 소리를 들었는데 정말 가슴 벅차오르며 어떤 책임감이 느껴졌어요. 앞으론 아이를 위해서라도 맘을 편히 가지려고 해요.”
두 사람은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다녀와 서울 성북동에 신혼살림을 차릴 계획이다. 아이가 생겼기 때문에 일단 모든 장래 계획은 태어날 아이를 중심으로 짜야 한다. 평생 배우로만 살아온 김성태는 이제 처자식의 생계를 책임질 가장으로서 부모님들께 성실한 생활인의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혜영이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늘 무대에서 공연하는 연예인으로 살아왔잖아요. 평범한 아내이자 엄마로서 사는 경험을 통해 더욱 성숙한 배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내와 자식을 위해 잠시 연기를 중단할지도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꼭 배우 김성태로 돌아오고 싶다는 그에게는 또다른 소망이 하나 있다. 6집까지 낸 가수 김혜영이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앨범을 내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 예비남편을 김혜영이 따뜻한 눈길로 바라본다.
“인기가 많았을 때나 지금이나 저는 늘 무대에 서고 카메라 앞에 있을 때는 행복해도 그게 끝나고 혼자 집에 돌아오면 외로움이 밀려와 울곤 했어요. 연예계 일 때문에 바쁠 때도 뭔가 채워지지 않는 공허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항상 있었는데 이제 그런 마음이 다 사라졌어요. 있어야 할 것이 다 있고 채워져야 할 것이 다 채워졌다는 든든한 안정감을 준 사람입니다.”
꼭 있어야 하고 채워져야 하고 없으면 공허하고 불안한 것, 가족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여성동아 2009년 12월 5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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