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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 K’ 우승자 서인국 가수 꿈에 날개를 달다

글 임윤정 기자 사진 지호영 기자 || ■ 장소협찬 카페 별(02-548-7779)

입력 2009.11.25 09:31:00

서인국은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평범한 가수 지망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이의 관심 속에서 가수로 데뷔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얻었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기에 꿈을 거머쥔 서인국의 특별한 여정.
‘슈퍼스타 K’ 우승자 서인국 가수 꿈에 날개를 달다

Mnet 스타발굴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 우승으로 환희와 열정이 교차하는 여정에 마침표를 찍은 서인국(22). 그 벅찬 감동이 채 가시지 않은 그를 만났다. ‘스마일 보이’란 애칭답게 특유의 반달 눈웃음을 지은 채 90도로 인사하는 그에게서 신인의 풋풋함이 전해졌다. 첫 질문을 던지려는데 “사탕 드실래요?”라며 선수를 쳤다. 내민 손바닥 위에 사탕 두서너 알을 조심스레 떨어뜨렸다. 뇌물(?)의 달콤함 때문이었을까. “역시 우승자다워!”란 감탄을 사탕과 함께 우물거리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비교적 차분하게, 그러나 열정적으로 지난 10개월간의 일들을 들려줬다. 경상도 사투리 특유의 억양이 실감을 더했다.
“우승하고 싶다는 욕심은 있었지만 생각은 전혀 못했어요. 기쁘기도 하고, 프로그램이 끝나서 서운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던 것 같아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1등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우승을 하다니, 정말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에요.”

72만여 명 중 최후의 1인으로 뽑혀
평범한 가수 지망생을 연예인 못잖은 스타로 만들어낸 ‘슈퍼스타 K’. 지난 7월 첫 전파를 탄 이래 케이블 채널 역대 최고 시청률인 8.7%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노력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이 시청자의 공감을 샀던 것. 총 72만여 명의 지원자 가운데 우승을 차지한 서인국. 그는 본선 중반까지 조문근 길학미 등 개성 있는 다른 후보들에 가려 눈에 띄지 않는 참가자였다. 서인국 스스로도 톱10에 들어 생방송 무대에 오르면서 내내 불안한 느낌이었다. 늘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고음처리 부분에서 얼마나 잘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매번 더 열심히 매달렸다. 그는 트레이닝을 통해 한 옥타브 정도 음역을 높였을 정도로 지독한 노력파다. 심사위원들의 지적을 하나하나 새겨두었다가 이를 고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회를 거듭하면서 문제점이 조금씩 극복되고 있음을 스스로도 느꼈다. 이런 노력이 빛을 발했는지 최종 3인에 들 때쯤 시청자 ARS 투표가 그에게 몰리기 시작했다. 호감 가는 외모 역시 시청자의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원래 잘 웃어요. 고등학교 때 갑자기 같은 반 친구가 제가 좋다는 거예요. 아니, 친구로서요(웃음). 왜냐고 하니까 자기 말에 잘 웃어줘서 그렇다고요. 저희 집안 자체가 웃음이 많은 집이에요. 눈물도 많지만요. 그래서 재밌어요. 주위에서 싹싹하다, 능글맞다… 가끔 느끼하다는 말도 들어요(웃음).”
‘슈퍼스타 K’가 끝났다는, 그리고 거기서 우승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서인국. 그는 대중매체를 통해 또 하나의 삶을 얻었다. ‘일반인 서인국’에서 ‘가수 서인국’으로 가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는 알까?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는 사실을.
10명의 본선 진출자들은 경쟁자이기 이전에 같은 꿈을 꾸며 서로의 성장을 도운 동지였다. 매주 탈락자가 결정되고 떠나는 그들을 볼 때마다 심장 한쪽을 잃은 듯 가슴이 아렸다. 특히 최종 결선에 함께 올랐던 조문근과는 친형제처럼 가까운 사이다. 우승자가 가려진 순간 형은 동생에게 먼저 다가와 따뜻하게 안아주며 축하해줬다. 그래서인지 그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합숙소 생활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 편의 시트콤 같았어요. 낯선 사람들과 함께 생활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다들 성격이 좋아서 트러블 없이 잘 지냈어요. 밤늦도록 웃고 떠들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죠. 더욱이 음악이라는 하나의 공감대로 뭉쳤기 때문에 잼 형식(즉흥 연주)으로 각자의 경험담을 노래로 이야기하곤 했어요. 라이벌 의식같은 건 전혀 없었어요.”
매주 주어지는 제작진의 미션뿐 아니라 가창 트레이닝, 피부관리, 다이어트, 체력관리 등 빼곡히 짜인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숨 돌릴 틈조차 없었다. 그 가운데 가장 힘들었던 건 다이어트다. 이 악물고 매달린 끝에 그는 7~8kg을 감량했다.
“어느 순간 요령이 생기더라고요. 식사 자리를 계속 피하면 더 고통스러워요. 그래서 코앞에 음식을 갖다 대고 냄새만 맡았어요. 3분 정도 지나니까 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예요. 본선 무대가 시작되고 나선 바빠서 운동을 잘 못했어요. 멋있게 보이려면 더 빼야 하는데…(웃음).”

‘슈퍼스타 K’ 우승자 서인국 가수 꿈에 날개를 달다

서인국은 꾸준히 실력을 쌓아서 ‘노래 잘하는 가수’로 불리고 싶다.


어린 시절 가수 김정민 보며 꿈 키워
울산에서 나고 자란 서인국은 어린 시절 TV에 나온 가수 김정민을 보고 가수의 꿈을 키웠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온 그는 대학에서 방송연예를 전공하며 본격적으로 가수에 도전했다. 이수영 옥주현 등 스타를 발굴한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뽐내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적도 있다. JYP 등 연예기획사 오디션에도 수차례 지원했다. 하지만 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사촌형이 ‘슈퍼스타 K’에 한번 나가보라고 했다. 당시 오디션에 여러 차례 떨어져서 의기소침해 있던 터라 망설여졌다. 하지만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후회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재능을 처음 알아본 사람은 예선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길이다.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리쌍의 앨범 피처링에 참여시키고 싶다”는 찬사와 함께 다음 무대로 올라갈 수 있는 티켓을 손에 쥐어줬다. 길과는 본선 무대에서 다시 만나기도 했다.
“계속 저를 빤히 쳐다보시더라고요. 제가 ‘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세요?’라며 인사드리니까 ‘너 내가 뽑았지?’ 그러시는 거예요. 그리곤 열심히 하라고 안아주셨어요.”
오디션 과정에서 이효리 이승철 윤종신 등 심사위원들의 쓴소리는 그를 자극했고, 단소리는 용기를 줬다. 특히 이효리는 속으로 욕하면서 긴장을 푸는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전수해줬다. 효과가 있었다. 욕을 하면 흥분되다가 진정되는데, 그러면서 긴장도 함께 달아나는 것 같다. 이효리는 그의 이상형이기도 하다. 언제나 무대 위에서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이효리처럼 프로페셔널한 사람이 좋기 때문이다.
“제가 원래 눈이 안 좋아서 안경을 써요.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는 이효리씨와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가사를 잊어버릴 정도로 긴장할 것 같았죠. 그래서 안경을 벗었어요. 제가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냥 웃으시더라고요. 윤종신씨는 ‘애 끼 있어’ 그러고(웃음). 근데 이효리씨는 톱10 중 한 명인 (김)태진이가 이상형이래요. 훈남 스타일을 좋아하신데요. 뭐 괜찮습니다. 이상형이기 전에 우상이니까요(웃음).”
여자친구를 사귄 경험은 많지 않아도 ‘조금~’은 있다며 수줍게 웃는 서인국. 그는 본선 무대에서 자신이 직접 작사한 노래 ‘Young love’를 선보였는데, 한 살 연상 누나를 사랑했던 경험이 녹아들어 있다. 그런 절절한 감정이 묻어나서였을까. ‘Young love’는 지금까지 불렀던 노래 중 가장 만족스러웠다. 심사위원들 역시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다”라는 평을 내렸다. 그 이후로 그의 지지도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혼신을 다했던 마지막 무대. 많은 이가 가슴을 졸이는 가운데 그의 이름이 최종우승자로 호명됐다. 다시 오지 않을 그 순간, 의외로 덤덤한 모습을 보였던 서인국. 하지만 ‘수고했다’는 부모의 말에 결국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그 짧은 한마디엔 수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폐지를 수집하고, 용접 일로 전국을 다니며 지금껏 자식을 위해 헌신해온 부모의 사랑에 보답이라도 하듯 “낳아주시고 이끌어주시고 자랑스럽게 생각해주시는 부모님께 감사하다. 1억원 상금으로 어머니께 김치찌개 가게를 차려드리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더 이상 힘든 일을 안 하시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아직 제 능력이 거기까진 안 되잖아요. 지금 하시는 일보다는 수월한 일을 마련해드리고 싶었어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데, 저희 어머니가 김치찌개를 정말 잘 끓이신답니다(웃음). 그래서 전부터 김치찌개 가게를 차려드리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돈은 없지만 사랑으로 풍족했던 가정
그는 자신의 어려운 가정환경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동정심을 얻으려는 전략으로 비칠까봐 더욱 그랬다. 그는 단 한 번도 부모를 원망하거나 부끄럽게 여긴 적이 없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지만, 사랑만큼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처음 가수 하겠다고 했을 때 반대를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아들의 선택을 전적으로 믿고 지지해준다. 그런 부모 밑에서 일찍 철이 들었다.
그에게 부모는 엄하고도 인자하다. 아버지와는 등산이나 낚시를 자주 간다. 가끔 술잔을 기울이면서 부자간에 진솔한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어머니와는 자주 함께 장을 보러 다니는데, 마치 친구처럼 살갑다. 미용실에 다니는 세 살 터울 동생과의 사이도 각별하다. 어릴 적에는 사소한 걸로 많이 다퉜지만 지금은 서로 걱정하고 격려해준다. 돈이 없어도 더없이 풍족한 가족이다. 아버지 주위에서 소 한 마리 잡아서 한턱내라고 지금 난리가 아니다. 그에 앞서 가족과 함께 외식하고 싶은 게 그의 소박한 바람이다.
서인국은 꿈에 한 발짝 다가섰다. 어쩌면 지금부터가 시작인지도 모른다. 조만간 그는 마지막 무대에서 선보인 노래 ‘부른다’를 통해 가수로 데뷔한다. 연말에는 Mnet MKMF 무대에도 오를 예정이다. 앨범 발매와 뮤직비디오 촬영 등 준비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승의 기쁨을 여유롭게 즐길 만도 한데, 스스로를 끊임없이 재촉하는 예비 가수 서인국. 현재 여러 기획사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체계화된 음악교육을 해줄 수 있는 곳을 선택하고 싶다.
그는 자만해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우승 역시 혼자 일궈냈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를 무대에 세우기 위해 고생한 스태프, 격려와 채찍질을 아끼지 않던 심사위원들, 지지를 보내준 시청자들, 걱정해준 부모, 응원해준 친구들…. 이들 모두가 함께했기에 지금의 서인국이 존재할 수 있었다.
그에겐 두 가지 좌우명이 있다. 하나는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후회하자’다. 숱한 오디션 탈락으로 인해 ‘슈퍼스타 K’ 도전을 망설이던 그에게 용기를 북돋워준 말이다. 다른 하나는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다. 가수의 길을 걸어가는 내내 그 말을 지도로 삼을 생각이다.
영국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해 휴대전화 외판원에서 세계를 누비는 가수가 된 폴 포츠의 모습을 우리는 서인국을 통해 똑같이 보았다. 꿈에 더 가까이 다가서려 노력하는 그의 모습이 용기와 희망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서인국은 첫인사와 마찬가지로 눈웃음을 지은 채 90도로 끝인사를 건넸다. 신인의 그런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그를 ‘슈퍼스타 K’로 만든 게 아닐까 싶다. 때로는 닳고 닳은 능란함보다 꾸밈이 없는 수수함이 마음에 더 와 닿기 때문이다.

여성동아 2009년 11월 5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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