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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Interview

두 개의 조국 가슴에 품은 파이터 추성훈

글 임윤정 기자 | 사진 문형일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9.09.23 11:33:00

추성훈은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풀어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재일교포 4세로 매 순간 도전과 선택이 교차하는 치열한 삶을 살아온 추성훈의 인생 스토리와 만난다.
두 개의 조국 가슴에 품은 파이터 추성훈


남성적인 매력이 넘치는 외모와는 달리 부드러운 미소를 지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추성훈(34·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 최근 종합격투기 대회의 메이저리그라 할 수 있는 미국 UFC 데뷔전에서 자신보다 10cm 큰 앨런 벨처와 타격전을 벌여 판정승을 따냈다. 데뷔전을 당당히 승리로 이끌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구릿빛 피부의 다부진 체구에 푸근한 미소를 머금은 채 비록 서툰 한국어 실력이지만, 진심을 담아 차근히 인터뷰를 이어갔다.
“첫 경기여서 부족한 점이 많았어요. 실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번 경기를 치르면서 눈 부위 광대뼈를 다쳐서 다음 경기가 언제 잡힐지 몰라요. 빨리 나아 다시 몸을 만들 생각이에요. 저도 기다리겠지만 팬 여러분도 기다려주면 고맙겠습니다.”
‘추성훈’ 혹은 ‘아키야마’. 2개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 UFC 대회에 나갈 때마다 유도복에 태극기와 일장기를 붙일 생각이다.
“나는 첫 경기에도 유도복을 입을 것이고, 물론 한국과 일본 국기를 내 어깨 양옆에 달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또 묻겠지. 그렇게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그러면 나는 답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까.” - ‘두 개의 혼’ 중
과거 한국과 일본,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이었지만 이제는 두 나라 모두에서 열렬히 환영받는 존재가 됐다. 2개의 영혼을 가졌기에 파이터의 심장도 더 뜨겁게 끓어오른다.
두 개의 조국 가슴에 품은 파이터 추성훈

치열한 도전 거듭해온 인생
추성훈은 최근 자서전 ‘두 개의 혼’을 펴냈다. 인생을 살면서 겪었던 좌절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 그리고 새로운 목표를 향한 도전 등 그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그는 유도선수이던 아버지를 따라 3세 때부터 유도를 시작했다. 세이후고등학교, 긴키대학교 유도부를 거쳐 98년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한국으로 건너왔다. 하지만 한국 유도계의 학벌주의 장벽을 끝내 넘지 못하고 좌절을 맛본다. 결국 20년 넘게 지켜온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일본 국가대표가 됐다. 2002년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있던 부산 경기장.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결승에 진출한 그의 상대는 다름 아닌 대한민국 선수였다. 결국 상대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그의 유도복에는 더 이상 태극 마크가 새겨져 있지 않았다. ‘조국을 메쳤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시상대에 올라선 그의 시선은 한국과 일본 국기, 그 어디에도 머물지 못한 채 허공을 향해 있었고, 눈시울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2004년 이종격투기 선수로 인생에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던졌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후회없는 선택이 되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러던 중 사쿠라바와의 경기에서 보습제를 바르는 부정행위로 인해 승리한 게임이 무효가 되고 출전정지, 대전료 전액 몰수라는 처벌을 받았다. 사람들의 야유와 비난은 끝이 없었다.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 죄책감으로 지옥과 같은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그러한 좌절과 시련이 그의 근육과 마음을 더욱 단단하게 했다. 지난 2007년 K-1 서울대회에서 데니스 강과 맞붙어 예상을 뒤엎고 1라운드 4분 45초 만에 KO승을 이끌어냈다. 경기가 끝난 후 마이크를 잡은 그는 “우리 대한민국 최고”라고 외치며 국내 팬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재기의 의지를 불태웠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유도 금메달리스트, 2006년 K-1 히어로즈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을 거쳐 UFC에 진출해 첫 승을 거둔 추성훈. 그의 도전을 향한 열망은 식을 줄 모른다.
“우리가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면, 그것은 아직 시도하지 않은 일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시도하고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미완의 꿈에 대한 변명이나 아쉬움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이다.” - ‘두 개의 혼’ 중
두 개의 조국 가슴에 품은 파이터 추성훈

일본에서 모델로 활동중인 추성훈의 아내 야노 시호.


아내 야노 시호는 내조의 여왕?

누구에게나 인생에 있어 가장 힘이 되는 존재가 있다. 추성훈에겐 아내가 그런 존재다. 친구 소개로 만난 일본 모델 야노 시호와 2년간 교제 끝에 지난 3월 결혼했다.
최근 그는 하와이로 날아가 추성훈의 전지훈련 일정을 함께 소화해 ‘내조의 여왕’의 면모를 보여줬다. 이후 남편과 함께 귀국한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UFC에 출전한 남편의 경기를 본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자신의 꿈을 향해 열심히 싸우는 모습에 저도 자극을 받았습니다. 저도 매일 더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열정이 생겼습니다.”
격투기 외에도 방송활동과 광고를 통해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추성훈. “사실 겁도 많은 편이고, 그렇게 터프하지 못하며 사람들과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너무나도 평범한 서른넷의 남자”라는 그의 고백처럼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린아이 같은 순박한 모습이 매력이다. 그렇다면 추성훈 자신이 생각하는 매력은 뭘까.
“저는 원래 일부러 꾸미는 걸 싫어해요. 그냥 자연스러운 모습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저도 잘 모르겠는데… 어디가 좋아요?”라며 되물어 폭소를 자아냈다.
그러나 일부에선 연예와 광고 활동과 관련해 너무 상업적으로 흐른다는 비난 여론이 있는 것도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 그는 확고한 어조로 자신의 입장을 표명했다.
“스포츠 선수는 여러 도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격투기 선수니까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봐요. 만약 거기에 대해 비판한다면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해요.”
도전을 즐길 줄 아는 남자다운 남자, 추성훈. 그가 꿈꾸지 못할 무모한 도전이란 없다.

여성동아 2009년 9월 5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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