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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로 인한 주부 스트레스 상황별 대처법

탈탈 털어버리세요~

글 이설 기자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 ■ 도움말 하지현(건국대 신경정신과 교수) 홍진표(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 안동현(한양대 신경정신과 교수)

입력 2009.02.12 15:31:00

스트레스는 불편하거나 힘든 상황에서 증폭된다. 경제불황으로 모두가 힘든 요즘이 딱 그렇다. 가족 구성원이 저마다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가정불화도 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다.
경제위기로 인한 주부 스트레스 상황별 대처법


크든 작든 우리는 누구나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간다. 스트레스의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불안과 걱정이다. 세계는 지금 변화의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 걱정과 불안은 모두 불확실한 미래 또는 현재와 관련이 있다. 지난해 말부터 불어닥친 경제불황은 사회와 가정과 개인을 걱정과 불안의 망망대해로 내몰았다. 이에 따라 갈등과 스트레스를 겪는 가정도 늘어났다. 가족 간 스트레스는 특히 위험하다. 마지막 보금자리인 가정까지 위태로워지면 스트레스가 절망감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상황별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지혜를 갖추면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1 재테크로 인한 스트레스

나: “우리 부부 연봉의 반이 날아갔어요.”
옆집 엄마: “나도 주식이 반토막 났어….”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된 이번 경제 한파의 타격은 크다. 펀드와 주식 등 재테크 광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한숨만 가득하다. 내 집 마련을 꿈꾸며 차곡차곡 돈을 모아온 중산층은 “인생 헛살았다”는 심리적 우울까지 겪고 있다. 살림을 꾸리는 주부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우리나라 인구 70%는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분류한다. 그래서 경제위기를 겪을 때면 저소득층이 될지 모른다는 강한 불안감에 휩싸인다. 재테크 실패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하지현 건국대 신경정신과 교수는 “모두가 함께 힘들다는 긍정적인 사고로 기분을 컨트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동안의 노력이 한꺼번에 무너졌다고 생각하면 허탈함이 밀려와요. 재테크에서 즐거움을 찾던 사람은 더 그렇죠. 하지만 이번 위기는 혼자 겪는 게 아니에요.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어요. 예컨대 언론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돌아온 가장 힘든 상황이라고 말해요.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그때도 2,3년 만에 제자리를 찾았으니 지금의 어려움도 지나가지 않겠어요? 스트레스는 주관적인 거예요. ‘내가 돈을 잘못 굴렸다’ ‘타이밍을 놓쳤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기보다 경제지식으로 재테크 방식을 점검하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2 지출 조정에 따른 스트레스



부인: “아이들 학원은 보내야지.”
남편: “공부는 집에서 하면 되지. 학원 간다고 성적이 오르나.”


소비는 미덕이지만 분수에 맞지 않는 소비는 악덕이다. 여유자금이 줄었는데 평소 소비패턴을 고수할 수는 없다. 미래를 생각한다면 독하게 지출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지출을 줄이는 데도 노하우가 있다. 무작정 쓰는 돈을 줄이기보다 규칙을 정하면 효율적인 돈관리가 가능하다. 기본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플랭클린 다이어리로 유명한 벤자민 플랭클린은 “시간관리에도 돈을 쓰는 것에도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며 ‘지출우선순위의 창’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아이디어의 내용은 이렇다. 지출항목을 꼭 필요하고 중요한 것, 필요하지만 없어도 되는 것, 생활의 질을 높여주는 것, 없어도 되는 것 4가지로 구분한다. 이를 다시 중요도에 따라 1년 안에 지출해야 하는 것과 1년 이후에 지출해야 하는 것으로 나눈다. 이 두 기준을 가로 세로 항목으로 두고 표를 만들면 1~8순위로 지출항목이 분류된다. 예컨대 항상 필요하고 1년 이내에 지출되는 교통비와 교육비는 1순위에, 불필요한 연체료는 8순위에 속하는 것이다. ‘지출우선순위의 창’을 부엌이나 거실 등에 붙여두고 마음을 다잡으면 과소비를 막는 동시에 지출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이 과정이 항상 순조로운 건 아니다. 우선순위에 대한 가족 구성원의 생각이 같다면 문제가 없을 터. 하지만 처지와 소비패턴이 다른 구성원들의 우선순위는 제각각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부부간 의견충돌이 많다.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최근 지출의 우선순위에 대한 생각이 달라 갈등을 겪는 부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에는 주부가 살림을 관리하지만, 긴축재정을 하는 상황에서는 남편도 목소리를 내게 되죠. 그런데 일반적으로 지출 우선순위에 대한 부부의 생각 차가 큽니다. 의견 차가 가장 큰 부분은 교육이에요. 남편은 어려우니 턱없이 비싼 사교육비부터 줄이자고 하지만 부인은 반대로 교육비만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죠. 또 남편은 술값 등 사교활동비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부인에게는 그 돈이 제일 아까운 겁니다.”
이런 갈등을 막기 위해서는 평소 지출에 대한 원칙을 정해두는 게 좋다. 미리 원칙을 정하지 못했다면 갈등상황이 왔을 때라도 서로의 생각을 나눠야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양쪽 의견을 조화롭게 반영하는 것. 일방의 의견만 반영한 원칙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며 부부간 감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원칙에서 벗어나는 내용의 지출을 해야 할 때는 사전에 동의를 구해야 뒤탈이 없다.

경제위기로 인한 주부 스트레스 상황별 대처법

3 자녀로 인한 스트레스

상담자: “아이들을 학원에 못 보내는 게 마음에 걸려 밤에 잠이 안 와요.”
상담원: “사교육을 대체할 다른 방법을 찾아보세요.”


지출을 줄이면서 사교육을 포기하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 국·영·수 등 주요 과목은 해결하더라도 예체능 과목까지 하려면 예산이 빠듯하다. 사정이 아무리 어려워도 자녀에겐 뭐든 해주고 싶은 게 엄마 마음. 지금껏 해오던 교육을 못 시킨다고 생각하면 엄마의 가슴은 찢어진다. 하지만 일단 그만둘 것을 결정했다면 미안한 마음은 접어두는 편이 현명하다. 미안함은 스트레스로 바뀌어 은연중 자녀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또 공교육 테두리 안의 학습법을 찾는 대안도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와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저소득층 대상 교육 복지프로그램도 많다. 안동현 한양대 신경정신과 교수는 “10대들의 스트레스 원인 중 1위가 공부고 그 다음이 가족문제”라며 “미성숙한 아이들은 가족이 처한 위기에 더 민감하다”고 말했다.
“사업이 잘 안 풀린다고 고민하는 아버지, 가계부를 적으며 찡그리는 어머니를 보며 자녀들은 스트레스를 느껴요. 부모가 다른 걱정 때문에 자신에게 소홀하다는 섭섭함을 느끼기도 하고요. 어려울수록 자녀의 심리변화를 면밀히 관찰해야 합니다. 철이 든 아이는 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용돈을 버는 등 긍정적인 방법으로 상황을 헤쳐나가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는 탈선하거나 우울증을 겪을 위험이 있거든요.”
사고가 미숙하고 감성적인 아이들은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막연한 불안감을 느낀다. 전문가들은 바뀐 경제상황을 자녀에게 정확하게 공개하라고 조언한다. 변화를 숨기거나 분위기만으로 추측하게 만들면 오해만 키운다는 것이다. 경제상황이 나빠지면 부모는 자녀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힘들더라도 떳떳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같은 상황이라도 부모가 위축되면 자녀도 위축되고, 부모가 당당하면 자녀도 당당하다.
경제 사정의 악화는 좋은 일은 아니지만 잘못된 일도 아니다. 부모는 형편이 어려워지면 자녀에게 내심 미안해하면서도 표현은 못한다. 상황에 대한 설명도 없다. 특히 평소 대화가 부족한 가정은 위기가 닥치면 관계가 더 경직된다. 문제는 항상 소통의 부재에서 출발한다. 홍진표 교수는 “경제위기를 가족 간 유대를 되살리고 자녀가 성숙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든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합니다. 어려울 때 자녀와 생각을 나누면 상처를 어루만지는 것은 물론 부모와 자녀가 동반성장할 수도 있어요. 먼저 절약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면 절제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어요. 상황이 좋아진 뒤 하고 싶은 일을 정하도록 하면 계획성을 기를 수 있고요. 하지만 가정이 겪는 변화를 설명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해요. 비관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희망 섞인 메시지를 전하는 게 좋아요. ‘지금은 힘들지만 앞으로 좋아질 것이다. 세상에는 돈 이외에도 중요한 가치가 많다. 꼭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얘기해도 좋다’는 식으로요.”

4 남편 실직에서 오는 스트레스

남편: “회사 그만둬야 할 것 같아.”
부인: “수고 많았어요. 이제부터 같이 벌면 되죠.”


여러 위기 중에 가장의 실직으로 인한 파급이 가장 크다.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가장이 직장을 잃으면 가족 구성원 모두가 불안해진다. 하지만 누구보다 괴로운 사람은 본인. 가족을 돌보지 못한다는 죄책감과 약한 모습을 보였다는 체면 상실로 인해 굉장한 심리적 압박을 느낀다. 부인은 실직한 남편에게 위로보다 공감과 지지를 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로의 제스처는 의도와 달리 자존심에 상처를 입힐 수 있다. 온 가족이 공개적으로 어려움을 나누는 것도 좋다. 구성원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가장의 실직을 알리고 제2인생을 위한 의견을 교환하는 등 허심탄회한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자녀가 고등학교를 마쳤다면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도 한 방법. 실직의 충격은 가족과의 유대로 극복할 수 있다. 이 밖에 주부 본인의 스트레스를 잘 다스리는 것도 중요하다. 홍진표 교수는 “마사지·손톱관리 등 자기관리로 위안을 받던 주부들은 경제 사정으로 그것을 못하게 되면 우울해한다. 하지만 두 달 정도 금단현상을 극복하고 독서·운동 등 다른 것에 몰두하면 근원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점심때 친구들과 모여 반주를 하거나 고스톱·채팅 등 중독성이 우려되는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서는 절대 안 된다.

5 부모와의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시어머니: “너네 앞으로 어떻게 살지 생각은 하고 있니?”
며느리: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최근 부모 자식 간 살림을 합치는 가정이 늘고 있다. 가장이 실직해 부모 집으로 들어오거나 부모를 따로 모시기 힘들어 살림을 합치는 것이다. 입원비나 요양시설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 집으로 모시는 경우도 있다. 홍진표 교수는 “떨어져 살다가 두 가정이 함께 살게 되면서 예상치 않은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 공간에 두 식구가 모여 살면 반드시 갈등이 생기게 돼 있어요. 구성원의 모든 조합에서 갈등이 생기지만 특히 며느리와 시어머니, 아들과 부모 간 갈등이 많아요. 갈 곳 없는 자녀 가족을 들였는데 며느리가 생각보다 시부모 내외에게 맞춰주지 않아 섭섭하고, 다 큰 아들이 재기하지 못하는 것도 보기 힘든 거지요. 이럴 때는 서로 사생활을 존중하는 게 기본이에요. 또 직장을 잃은 자녀들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요. 며느리도 힘들지만 작은 돈벌이라도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겠죠.”

여성동아 2009년 2월 5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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