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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학 마치고 귀국, ‘뉴스타임’진행 맡은 정세진 아나운서

글·최숙영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KBS 제공

입력 2008.12.19 11:55:00

‘마흔 살에는 어떻게 살까’라는 고민을 안고 5년 동안 진행하던 KBS ‘9시 뉴스’를 떠나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정세진 아나운서. 그가 방송 사상 첫 여성 더블 앵커 체제로 화제를 모으는‘뉴스타임’ 진행자로 돌아왔다. 그는 어떤 해답을 얻었을까.
미국 유학 마치고 귀국, ‘뉴스타임’진행 맡은 정세진 아나운서

지난 11월 중순 정세진 KBS 아나운서(35)가 순백의 드레스 차림으로 방송광고에 등장, 눈길을 끌었다. 국내 방송 사상 첫 여성 더블 앵커 체제로 진행되는 KBS 2TV 저녁 8시 뉴스 ‘뉴스타임’을 맡아 이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1년 반 만의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그의 복귀는 이렇듯 파격으로 시선을 모았다.
방송 시작을 며칠 앞두고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만난 정 아나운서는 9시 뉴스를 진행할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짧았던 머리는 어깨에 찰랑찰랑하게 닿을 만큼 길어 있었고 의상도 평소 입던 정장이 아닌, 여성스러운 빨간색 재킷 차림이었다.
“여성 앵커 체제를 도입한 이유는 똑같은 뉴스 아이템이라도 전달방식을 달리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예전과 달리 TV를 보지 않고서도 뉴스를 얻을 수 있고 개인에 따라서 기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기도 하잖아요. 그렇다면 시청자들이 쉽고 편안하게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거죠.”
정세진 아나운서는 99년부터 2년간 주말 9시 뉴스를 진행한 데 이어 5년 동안 평일 9시 뉴스 앵커로 활약했다. 이후 2007년 1월 미국으로 건너가 1년 6개월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했다. KBS는 겨울 프로그램 개편을 앞두고 앵커 오디션을 실시했는데 그는 ‘뉴스타임’ 오디션에 응시했다고 한다.
“그동안 9시 뉴스에서 물러난 여성 앵커들은 대부분 그만뒀기 때문에 저 같은 경우가 드물어 오디션을 볼 때 조금 민망했어요. 정정당당하게 경쟁해서 안 되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일을 하게 됐죠. 9시 뉴스가 아닌 ‘뉴스타임’을 선택한 이유는 인터뷰 등 현장에 뛰어들거나 자유롭게 멘트를 하는 등 기존 뉴스에서보다 앵커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에요. 9시 뉴스에서 신중한 모습을 보여드렸다면 이번에는 사석에서 만나는 듯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어요. 뉴스의 팩트는 정확하게 전달해야겠지만 편안함을 주기 위해 의상은 셔츠나 블라우스 등을 입고 메이크업도 좀 더 화사한 톤으로 바꿀 생각이에요.”
그와 함께 진행을 맡은 이윤희 기자는 7년간 취재현장을 누볐으며 지금껏 앵커 오디션에 4차례 고배를 들이켜다 이번에 앵커로 발탁됐다.
“이윤희 기자와 저는 걸어온 길이 다르지만 함께 뉴스를 진행하면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기자의 예리함과 아나운서의 편안함이 어우러져 개성 있고 차별화된 뉴스를 만들고 싶어요.”

‘뉴스타임’이 빨리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깊이 찾는 안내판 됐으면 하는 바람
이어 정세진 아나운서는 “미국 유학시절 두 명의 여성 앵커가 진행하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낯설긴 했지만 곧 익숙해졌다. 남성 앵커 두 명이 진행하는 뉴스가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NBC·ABC·CBS 뉴스를 직접 보고 처음엔 촌스럽게 느껴져 실망했어요. 그런데 보면 볼수록 뉴스를 이끌어가는 앵커의 힘이 느껴지더군요. 특히 총기살인사건 같은 큰 사건이 발생할 때 앵커가 현장을 누비며 차분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해 뉴스를 전달하는 것을 보고는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을 했죠.”
정세진 아나운서는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공부하면서 방송과 관련된 사회복지 과목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오전엔 수업을 듣고 오후엔 할인이 되는 학생 티켓을 구입해 클래식 공연을 보러 다녔다고. 그는 또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어떻게 공존하는지 경험하기 위해 빈민들이 사는 동네까지 이사를 무려 다섯 번이나 다녔다고 한다.
미국 유학 마치고 귀국, ‘뉴스타임’진행 맡은 정세진 아나운서

“10년 동안 모은 돈으로 유학을 갔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그리 여유가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돈을 아끼기 위해서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다니고 점심이 나오는 세미나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공연을 찾아다녔죠.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진짜 학생처럼 지냈어요.”
다소 아쉬운 점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버락 오바마의 연설을 듣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유학을 가자마자 컬럼비아 대학에서 오바마의 연설이 있었는데 미국은 밤거리가 위험하고 무섭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결국 듣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미국사회가 빠르게 돌아간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모든 게 빨리 돌아가는 곳도 없는 것 같아요. 유학에서 돌아와 다시 바쁜 생활에 적응하려니 처음엔 숨이 막혔는데 또 금방 적응이 돼 여유를 찾게 되더라고요.”
정 아나운서는 아직 미혼이지만 독신주의자는 아니라고 한다. 결혼할 생각은 항상 있는데 남자들이 자신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그는 “아버지가 ‘우리 딸이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가 될 줄은 몰랐다. 이름은 알려졌지만 여태껏 이렇게 결혼하지 못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신다”며 웃었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너무 변화, 발전에만 집착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이젠 깊이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뉴스타임’이 빨리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깊이를 찾는 안내판이 됐으면 해요. 저희 두 사람이 얘기하는 것만 들어도 세상 돌아가는 것을 파악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여성동아 2008년 12월 5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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