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화려했던 문화를 복원, 전시하고 있는 백제역사재현단지 전경.
기원전 건국된 백제는 660년 나당연합군에 의해 멸망할 때까지 한성(서울), 웅진(공주), 사비(부여) 등 세 지역을 차례로 도읍지 삼아 화려한 문화를 꽃피웠다. 이 가운데 마지막 수도였던 충남 부여는 백제의 발달된 문화예술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 백제 장인들의 섬세한 석공 솜씨를 감상할 수 있는 정림사지, 당대 삶의 모습을 생생히 복원해놓은 백제역사문화관, 그들이 사용하던 토기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백제요 등 둘러볼 곳이 풍성하다.
▼첫째날
천안논산고속도로 서논산IC 부여 방향 진입==>4번 국도 서천·부여 방향==>백제역사재현단지 내 백제역사문화관==>백제요==>
점심==>부소산성, 고란사, 백마강유람선, 구드래조각공원==>저녁==>숙박
백제인 발자취 따라 백제 속으로~ 백제역사문화관
규암면 합정리 백제역사재현단지 안에 있는 백제역사문화관은 한성백제부터 사비백제까지 백제의 모든 문화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전시물이 시간 순서에 따라 배치돼 문화관을 다 돌아보고 나면 백제의 발전과 멸망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다.
1층 전시실에 들어서는 순간 시선을 붙잡는 건 95년 부여 궁남지에서 발견된 백제인의 발자국 유적. 길이 20cm, 너비 10cm의 발자국이 40cm 정도의 보폭으로 일정하게 찍혀 있다. 관람객은 그 위에 자신의 발을 맞대고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백제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백제인의 발자국을 따라 역사문화관 안에 들어가면 백제의 중요 유적과 역사적 사실 등을 디오라마(축소모형)나 그래픽으로 표현해놓은 전시물들이 눈길을 끈다. 정림사를 실물의 12분의 1 크기로 축소 복원한 모형 등이 전시돼 있어 현장에 가지 않고도 백제의 건축 양식과 발굴현장 모습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역사문화관 1층 어린이전시관은 백제인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곳. 전통 목조 건축방식인 공포 짜맞추기(기둥과 대들보 등이 교차할 때 못을 쓰지 않고 나무에 홈을 판 뒤 이를 서로 맞물리게 하는 방식)를 비롯해 음악·무용·재담이 어우러진 백제 가면놀이, 무령왕릉 전돌 쌓기 등 다양한 체험이 마련돼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과 공휴일에는 오후 7시까지 연장개관한다. 관람료는 어른 1천5백원, 어린이 8백원이다. 문의 041-830-3400 www.bhm.or.kr
찾아가는 길 천안논산고속도로 서논산IC 부여 방향 진입. 4번 국도 타고 서천·부여 방향으로 가다 동문로터리에서 40번 국도 따라 우회전. 용정삼거리에서 좌회전해 백제역사재현단지로 가면 된다. 단지 내로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한창 복원 중인 왕궁이 나오고 그 옆으로 백제역사문화관이 보인다.
점토 빚고 물레 돌려 전통 토기 만들어요~ 백제요
1 백제역사문화관에 들어서면 백제의 주요 문화 유산과 사건을 축소해 만든 디오라마를 볼 수 있다. 2 백제요에서 물레를 돌려 토기를 빚는 모습. 3 유약을 바르지 않아 거칠고 거무튀튀한 백제토기.
부여읍 가증리 백제요는 유약을 입히지 않은 토기를 구워내는 곳이다. 공방 여기저기 놓여 있는 그릇은 하나같이 거칠고 거무튀튀해 백자나 청자같은 세련미가 느껴지지 않는다. 투박한 모양새로 눈길을 끄는 이 그릇들은 유약을 발라 굽는 옹기가 개발되기 전까지 우리 조상들의 밥상에 오르던 그릇. 그릇이 숨을 쉬기 때문에 물을 담아두면 자연적으로 정화되는 신비한 효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토기를 감상한 뒤 직접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첫 단계는 점토를 물레 위에 올리고 두드려 바닥을 만드는 것. 완성된 바닥을 그릇 크기에 맞게 둥글게 잘라낸 뒤엔 길게 빚은 점토를 돌려가며 붙여 그릇 모양을 만든다. 물레를 돌리며 원하는 모양대로 그릇을 손질한 뒤 떼어내 그늘에서 40일 정도 말린 뒤 통가마에 넣어 5박6일간 소나무장작불로 구워내면 토기가 완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토기는 백제요 안에 전시된다. 장작을 때다 가마 안 온도가 적정 수준까지 올라가면 불구멍을 모두 막아 서서히 불을 끄는데, 이때 소나무가 타면서 생겨나는 검은 연기가 그릇에 스며들어 자연스러운 검은색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토기 만들기 외에 백제의 독특한 문양이 새겨진 벽돌(백제팔문양전) 탁본하기, 고구마 캐기, 알밤 줍기 등의 체험도 할 수 있다. 체험료는 토기 만들기 7천원, 백제팔문양전 탁본 2천원, 고구마 캐기 3천원 등이다. 문의 041-836-0300~1 www.bekjeyo.com
찾아가는 길 백제역사재현단지에서 용정삼거리로 되돌아나와 좌회전하면 백제요가 있다.
한 서린 백제의 마지막 역사 만날 수 있는 곳, 부소산
부여읍 쌍북리에 있는 부소산은 사비백제여행의 중심지다. 부여 서쪽을 반달모양으로 휘감아 흐르는 백마강이 감싸돌며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내는 이 산에 백제의 흥망성쇠가 모두 서려 있다.
충남관광안내소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사비문을 지나 부소산에 오르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백제 말기 세 충신 성충·흥수·계백의 충절을 기리는 삼충사. 계백은 널리 알려졌듯 황산벌 전투에서 신라군과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백제의 장군이고, 성충과 흥수는 백제의 마지막 임금인 의자왕에게 옳은 말을 간언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문신들이다.
삼충사를 지나 산길을 따라 더 올라가면 부소산성에 닿는다. 이곳은 백제가 부여로 도읍을 옮긴 뒤 1백23년 동안 수도를 지킨 돌성. 산성의 끝자락에 가파른 절벽, 낙화암이 자리하고 있다. 백제 말기 나당연합군이 도성인 사비성까지 밀고 들어오자 부여 부소산으로 피한 의자왕의 삼천궁녀가 몸을 던져 죽음을 택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곳이다.
낙화암을 지나 강가로 내려서면 절벽 한쪽 좁은 터에 서 있는 고란사가 보인다. 백제 말기에 지어진 것으로 전해지는 이 절에는 한 모금 마실 때마다 3년씩 젊어진다는 전설의 약수가 있다. 임금이 마시던 물이라 하여 ‘어용수’라 부르기도 하는데, 백제시대에는 임금께 이 물을 올릴 때 고란사의 물임을 증명하기 위해 경내에서 자생하는 고란초 잎을 띄웠다고 한다. 약수터 옆에 놓인 반석도 백제시대 임금이 찾아오면 편히 쉴 수 있도록 다듬어놓은 공간. 고란사는 백제의 왕이 신하들과 함께 찾아 여흥을 즐기던 장소로 처음에는 사찰이 아닌 정자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바위 한쪽에는 지금도 정자 기둥 자리가 남아 있다.
1 한 번 마실 때마다 세 살씩 젊어진다는 전설의 약수가 샘솟는 백제 고찰 고란사 대웅전. 2 아름다운 백마강과 부소산의 정취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유람선 황포돛배. 3 정림사지박물관에서는 정림사지에서 출토된 다양한 유물을 감상할 수 있다.
고란사에서 백마강 쪽으로 내려서면 황포돛배를 타고 낙화암과 고란사, 부소산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나루터가 나온다. 나루터에서 강을 바라보면 오른쪽 산 아래로 작은 바위가 보이는데,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백마를 미끼로 백제를 수호하던 용을 잡았다는 전설이 서린 조룡대다.
유람선을 타고 백마강을 따라 내려오면 구드래에 닿는다. 백제대교가 놓이기 전인 60년대 말까지 이곳은 부여 사람들이 백마강을 건너다니는 나루터였는데, 지금은 백제문화권 출신 조각가들이 기증한 작품이 가득한 조각공원이 됐다.
부소산성 입장료는 어른 2천원, 어린이 1천원. 관람시간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구드래와 고란사나루터를 오가는 백마강유람선 요금은 어른 편도 3천5백원, 어린이 편도 2천2백원이다. 사람이 모이면 수시로 출발한다.
찾아가는 길 용정삼거리에서 부여읍 방향으로 진입한 뒤 동문로터리에서 4번 국도 따라 우회전. 동부농협사거리에서 직진하면 오른쪽으로 부소산성 입구가 보인다. 충남관광안내소 앞 주차장에 주차하면 된다. 구드래나루터(041-835-4689)에서 부소산성 정문주차장까지는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데, 길을 따라 관광식당이 즐비하다.
▼ 둘째날
정림사지박물관==>국립부여박물관==>백제대교==>규암나루터==>점심==>
4번 국도 규암면사무소 방향==>규암사거리==>부여곤충나라==>천안논산고속도로 서논산IC
삼국 가운데 으뜸으로 꼽히는 백제 석탑의 아름다움 만나요~ 정림사지
삼국시대 고구려, 백제, 신라의 장인 가운데 돌 다루는 기술이 가장 뛰어났던 쪽은 백제 장인이었다고 한다. 그들의 빼어난 솜씨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은 부여읍 동남리에 있는 정림사지. 지금은 터만 남았지만, 백제시대 정림사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이곳에는 국보 제9호로 지정된 정림사지 5층 석탑과 심하게 마모된 고려시대 석불좌상(보물 제108호)이 있다. 이 5층 석탑의 특징은 탑을 짓는 재료가 나무에서 돌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 화강암 1백49장을 축소 비율에 맞게 다듬어 층층이 쌓고 비가 내려도 탑신이 젖지 않을 만큼 옥개석을 넓게 만든 것은 목탑의 건축 양식을 차용한 것이다.
탑 옆에 있는 정림사지박물관에 가면 지난 80년 충남대 박물관의 발굴조사 당시 출토된 유물과 5층 석탑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소개 등을 볼 수 있다. 박물관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료는 어른 1천5백원, 어린이 7백원이다.
찾아가는 길 부소산성 입구 미성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정림사지 입구 삼거리에 닿는다. 좌회전해 정림사지박물관 방향으로 진입하면 된다.
1 백제 석공의 뛰어난 솜씨를 감상할 수 있는 국보 제9호 정림사지 5층 석탑. 2 옆면을 따라 백제인의 신선사상과 연화사상이 섬세하게 조각돼 있는 금동대향로.
백제 장인의 숨결 담겨 있는 곳, 국립부여박물관
백제인들의 섬세한 세공 솜씨는 국립부여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부여읍 동남리에 자리한 국립부여박물관에는 국보 제293호 금동관세음보살입상과 국보 제287호 금동대향로 등 찬란한 백제의 예술을 보여주는 유물이 가득하다. 백제인의 신선사상과 연화사상(연꽃에서 모든 것이 태어난다는 불교 사상)을 생생히 보여주는 금동대향로는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문화재. 네 면에 걸쳐 산천과 사람들, 서역의 동물인 코끼리와 여의주를 입에 물고 있는 봉황, 하늘로 오르는 듯 용틀임하고 있는 용의 모습 등이 아름답게 조각돼 있다. 박물관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4월부터 10월 사이 토요일에는 오후 9시까지 야간 개관한다. 매주 월요일과 1월1일은 휴관. 관람료는 무료이나 매표소에서 무료관람권을 받아야 한다. 문의 041-833-8562 http://buyeo.museum.go.kr
찾아가는 길 정림사지에서 나와 우회전하면 곧바로 국립부여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1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등 다양한 곤충을 볼 수 있는 부여곤충나라 관찰로 전경. 2 부여곤충나라에서 한 아이가 장수풍뎅이 유충을 만져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동심의 세계에 푹 빠지는~ 부여곤충나라
규암면 수목리 부여곤충나라는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를 비롯해 다양한 곤충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주차장 입구 시청각교육실을 지나 야외관찰로로 나가면 참나무 수액을 좋아하는 사슴벌레들이 참나무로 만들어진 집 안에서 자라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 나무의 수액이 없는 요즘에는 젤리를 대신 먹는다. 다음으로 인기 있는 장소는 장수풍뎅이체험장. 긴 뿔을 맞대고 싸우는 장수풍뎅이를 관찰할 수 있고, 달팽이처럼 동그랗게 말린 장수풍뎅이 유충도 만져볼 수 있다. 곤충 관찰이 끝나면 커다란 곤충 사진 속에 얼굴을 내밀고 사진을 찍거나, 여러 곤충 애벌레 사진으로 채워진 통 속에 들어가 애벌레가 돼보는 체험도 즐길 수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매주 월요일은 휴장한다. 안내자와 함께 2시간 동안 전시장을 둘러보는 관람료는 고등학생 이상 어른 5천원,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는 1만원이다. 문의 041-836-7231 www.kbugs.co.kr
찾아가는 길 국립부여박물관에서 나와 부여군청 방향으로 가다 궁남사거리에서 좌회전한 뒤 직진하면 백제대교가 나온다. 다리를 건넌 뒤 4번 국도를 따라가다 규암사거리 지나 부여장례식장 방향으로 우회전할 것. 이때부터 부여곤충나라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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