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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과 프로 바둑기사의 만남’ 9월 웨딩마치 울리는 김학도·한해원

글·김유림 기자 / 사진·성종윤‘프리랜서’ 나인스튜디오 제공

2008. 09. 17

노총각 개그맨 김학도가 평생 배필을 만났다. 오는 9월 프로 바둑기사 한해원씨와 결혼식을 올리는 것. 라디오 방송에서 함께 코너를 진행하다가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는 두 사람에게 6개월간의 짧지만 강렬한 러브스토리를 들었다.

‘개그맨과 프로 바둑기사의 만남’  9월 웨딩마치 울리는 김학도·한해원

개그맨 김학도(37)가 오는 9월6일 결혼한다. 상대는 현재 바둑 전문 채널인 바둑TV에서 해설을 맡고 있는 프로기사 한해원씨(26). 두 사람의 첫 만남도 2004년 바둑TV ‘생생 바둑 한게임’ 생중계 현장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당시 공동 진행자로 함께 무대에 섰던 두 사람은 그 뒤로 일년에 한두 번 안부를 묻는 사이로 지내다 지난 3월 SBS 라디오 ‘이숙영의 파워FM’ ‘남자는 왜 여자는 왜’ 코너에 함께 출연하면서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앳된 얼굴에 차분하고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지닌 한씨는 결혼의 일등공신으로 DJ 이숙영을 꼽았다.
“방송 때마다 학도오빠 칭찬을 많이 해서 자연스럽게 오빠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졌어요. 오빠가 저한테 관심이 있다는 걸 알고 일부러 함께 방송을 할 수 있도록 코너까지 마련해주셨죠(웃음). 처음에는 오빠의 호의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매주 만나면서 새록새록 정이 들더라고요.”
김학도는 라디오 방송이 있는 날이면 새벽마다 서울 이문동 한씨의 집으로 데리러 갔다가 방송이 끝나면 다시 방송사가 있는 목동에서 집까지 데려다줬다고 한다. 한씨는 처음에는 김학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가 오는 시간을 기다리게 됐다고.

“어리지만 진중하고 현명한 모습에 반했어요”
김학도의 지극정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연인이 된 뒤에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한씨의 아침식사를 책임졌던 것. 두 사람은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한 번은 꼭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헤어질 때마다 김학도는 한씨에게 다음 날 아침 먹을거리를 건넸다고 한다. 샌드위치·요구르트 등 소소한 것들이었지만 혼자 사는 한씨에게는 더없이 고마운 선물이었다고.
“한마디로 오빠의 자상함에 반했어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챙겨준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생색 한번 내지 않고 언제나 즐거운 얼굴로 먹을 걸 건네더라고요. 만날 때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고맙고 감동적이었죠.”
그렇다면 두 사람의 서로에 대한 첫 느낌은 어땠을까. 김학도는 한씨의 첫인상에 대해 “나이가 어리지만 존경심이 들었다”고 말한다.
“바둑 사범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아요. 바둑계에서는 아무리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도 사범에게 말을 놓지 않거든요. 저도 알고 지낸 지 2년이 될 때까지 존댓말을 했죠(웃음). ‘애늙은이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진중함과 현명함을 갖춘 친구예요.”
‘개그맨과 프로 바둑기사의 만남’  9월 웨딩마치 울리는 김학도·한해원

한씨는 김학도의 밝고 긍정적인 모습이 좋았다고 한다. 그는 “개그맨들이 집에서는 재미없다는 편견이 있는데, 오빠를 보면 예외도 있는 것 같다”며 “시종일관 유쾌하기 때문에 만나면 언제나 재미있고 기분 좋다”고 답했다.
연예계에서 알아주는 재주꾼인 김학도는 여자친구에게 성대모사는 물론 노래도 자주 불러주면서 유머러스한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열한 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그동안 데이트하면서 한 번도 다툰 적이 없다고. 한씨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오빠가 나보다 더 젊은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서 나이 차를 느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교제기간이 다소 짧은 것에 대해서도 두 사람 모두 걱정할 필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처음부터 오빠나 저나 서로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오빠를 만나면 만날수록 ‘이 사람과 결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웃음). 가까운 친구들한테도 제대로 알리지 못한 상태에서 결혼 발표 기사가 나갔는데 처음에는 너무 성급한 결정이 아니냐고 걱정하던 친구들도 지금은 하나같이 축하해주고 있어요.”

한씨가 바둑을 처음 시작한 건 초등학교 4학년 때다. 어느 날 문득 바둑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기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한 수 한 수 바둑을 두면서 남다른 재능을 발견,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프로기사가 됐다. 그는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학업과 바둑 사이에서 잠시 고민하다 바둑 기사의 길을 선택했다고 한다.
올 초 한국외대 중국어학과를 졸업한 한씨는 대학 2학년 때부터 바둑TV에서 해설을 맡아왔으며 지난해에는 KBS ‘폭소클럽’에 출연해 재테크를 주제로 한 콩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바둑과 재테크가 무슨 연관이 있을까 싶지만 한씨는 현재 한 일간지에 재테크 칼럼을 기고하고 있을 정도로 재테크 관련 지식이 해박하다. 특히 주식에 강한데, 재테크 관련 동호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지난해에는 지인들의 부탁으로 처음 큰돈을 맡아 운용하기도 했다. 수익률에 대해 물어보자 그는 “지난해 워낙 장이 좋아서 다행히 투자자들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안겨준 것 같다”며 웃었다.
“한창 바둑에 빠져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재테크 공부도 하루 10시간씩 했어요. 그러느라 대학졸업이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요(웃음). 처음 실전에 돌입했을 때는 35%의 수익률이 났고, 지난해에는 최대 80%까지 수익을 낸 적도 있어요. 대박을 기대하기보다 상황에 맞게 투자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재테크에 집중하느라 바둑 실력이 떨어진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지만 그는 “프로가 되기까지가 쉽지 않기 때문에 프로가 된 뒤에는 실력이 줄어들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올 2월 바둑기사 2단에서 3단으로 승단했다.
김학도는 한씨를 만나면서 바둑을 배우기 시작해 꾸준히 실력이 향상되고 있다고 한다. 바둑과 관련된 만화와 영화, 애니메이션 등을 거의 다 봤을 정도로 바둑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하지만 아직 한씨와 대적할 수준은 못되는데 이에 대해 한씨는 “실전 대국수가 많지 않아서 그렇지 바둑에 기재(棋才)가 있는 것 같다”며 예비신랑을 치켜세웠다. 한편 김학도는 “요즘 바둑 인구가 많이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다”며 “결혼해서 아기가 태어나면 반드시 바둑을 가르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개그맨과 프로 바둑기사의 만남’  9월 웨딩마치 울리는 김학도·한해원

‘고 1때 프로 바둑기사가 돼 현재 해설자로 활약하고 있는 한해원씨.


1백 송이 장미와 1백 장의 일기 건넨 프러포즈에 감동받아
김학도는 시간이 흐르면서 여자친구를 부르는 호칭을 바꾸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한 사범’으로 부르다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하면서는 ‘애기야’로 불렀고, 지금은 편하게 이름을 부른다고. 비밀연애를 할 때는 휴대전화에 한씨의 이름을 ‘키티’로 저장해두기도 했는데, 이는 ‘안네의 일기’에 등장하는 ‘가상의 벗’ 키티에서 따온 애칭이라고 한다.
그는 얼마 전 지인이 운영하고 있는 사진 스튜디오를 빌려 1백 송이의 장미와 1백 자의 편지, 1백장의 일기를 한씨에게 건네며 프러포즈를 했다. 편지에는 “진솔한 마음을 담아 청혼한다”는 내용을 썼고, 일기는 그가 한씨를 만나면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써온 것이라고 한다. 이날 그는 여자친구 앞에 무릎을 꿇은 뒤 “백일이 아니라 백만 년이 지나도 이 사랑 변치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예상치 못한 선물과 고백에 감동한 한씨는 한참 동안 눈물을 흘렸다고.
“1백 일 동안 일기를 쓸 수 있도록 제 옆에 있어준 여자친구가 고마워요. 그 마음을 평생 잃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3개월에 걸쳐 프러포즈를 준비했고, 그러면서 평생 지금의 사랑을 지켜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신혼집은 현재 김학도가 살고 있는 서울 방배동 아파트 단지 내에 마련했다고 한다. 지금껏 홀어머니와 단둘이 지내온 김학도는 결혼해서도 어머니와 가까운 곳에 살면서 자주 왕래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이러한 그의 생각에 한씨도 흔쾌히 동의했다고.
웃는 모습이 똑 닮은 김학도·한해원 예비부부. ‘짧지만 강렬한’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인 두 사람이 평생 사랑하며 모범적인 가정을 이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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