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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동화 반복해 읽으며 실력 키우기”

국내에서만 영어 배워 ‘오즈의 마법사’ 번역한 중학생 황연재양 체험 공개

글·김민지 기자 / 사진·성종윤‘프리랜서’

2008. 07. 14

영어학원 한 번 다닌 적 없는 중학생이 영어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번역해 화제다. 황연재양과 어머니 정영애씨를 만나 책읽기로 쉽고 재미있게 영어 실력 키우는 노하우를 들었다.

“영어 동화 반복해 읽으며 실력 키우기”

전문 번역가도 아닌 중학생이 영어 원서를 번역해 책을 펴냈다. 황연재양(13)이 바로 그 주인공. 연재양은 초등학교 6학년이던 지난해 여름부터 6개월간 프랭크 바움의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번역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캐나다로 한달 반 동안 어학연수를 다녀온 것을 빼곤 해외 거주 경험이 없을 뿐 아니라 영어학원도 다닌 적이 없다는 연재양은 어떻게 영어 동화를 번역하게 됐을까.
“지난해 여름방학 때 엄마가 ‘오즈의 마법사’ 원서 번역 숙제를 내주셨어요. 재미있게 책을 읽으며 직독직해했는데 이것이 모아져 책으로 나오게 됐어요.”
연재양은 평소 책 읽기를 좋아하는 독서광. 어려서부터 엄마와 함께 일주일에 수십 권씩 영어 동화책 읽는 습관을 들였으며 한국어로 번역된 외국 소설도 많이 읽어왔다고 한다. 연재양은 그렇게 영어와 한국어로 된 책을 번갈아 읽는 과정에서 번역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갖게 됐다고 한다.
“한번은 안데르센상 수상 작가가 썼다는 외국 동화책 번역본을 읽었는데 무척 지루했어요. 그래서 원서를 읽어보니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더라고요. 영어 원서를 다 읽고 난 뒤 번역본과 비교해보고는 번역이 어렵게 돼 있음을 알게 됐죠.”
연재양이 번역한 ‘오즈의 마법사’는 ‘~했단다’ ‘~했어’ 등의 어미를 써 친구에게 말하듯이 표현한 것이 특징. 그는 정해진 분량 없이 직독직해하면서 모르는 단어나 문법이 나오면 앞뒤 문맥에 따라 해석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연재양은 ‘포커(poker)’ ‘조커(joker)’ 같이 운율에 맞춰 쓰인 단어가 들어간 문장의 느낌을 살려 번역할 때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와는 다른 문화적 차이를 감안해 영어 단어 하나를 해석할 때도 신중을 기했다고. 책의 배경인 미국 캔자스 지방에는 회오리바람이 많이 불어 바람을 피하는 대피소인 ‘지하실(cellar)’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그런 경우가 없어 ‘땅굴’로 의역했다고 한다.
연재양이 책을 번역하기까지 가장 큰 힘이 돼준 사람은 엄마 정영애씨(42)다. 정씨는 아이에게 효과적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법을 고민하던 끝에 사이버대학 실용영어학과에 진학하기도 한 ‘열성 엄마’다.
“첫째는 영어 교육을 위해 여러 학원에 보냈는데 최상의 선택이 아니었다는 걸 깨닫고 아이가 원하는 대로 외국 유학을 보냈어요. 첫째를 통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아이 특성에 맞는 교육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연재는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기 때문에 사교육을 최대한 배제하고 집에서 책을 읽으며 공부하는 방식을 택했죠.”
그는 “무엇보다도 아이가 영어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런 취지로 시작된 정씨의 취미는 영어책을 사들이는 것. 수백 권이 넘는 영어책들이 연재양의 공부방을 가득 메우고도 남아 방 한편에 쌓여 있었다. 그는 딸에게 그 책을 모두 다 읽어보라고 권하지는 않지만 영어 동화책만큼은 꾸준히 읽으라고 했다고 한다.

“영어 동화 반복해 읽으며 실력 키우기”

연재양과 엄마 정영애씨는 평소에도 함께 영어책을 읽으며 서로의 생각이나 의견을 나눈다고 한다.


“그림만 많고 글은 몇 자 없는 동화책을 왜 읽게 하냐는 분도 있지만 동화책에 몇 줄 적혀 있는 구문은 계속 반복돼 아이 영어 실력의 기초를 쌓는 데 도움이 돼요. 또 눈으로 그림을 보면서 내용이 녹음된 CD를 들으면 보다 재미있게 배울 수 있고요.”
정씨는 “어린이 영어 동화가 쉬울 거라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며 “오히려 짧은 문장이라 함축, 도치, 생략된 표현이 많아 아이에게 어렵기 때문에 모르는 단어나 문장이 나올 때는 그림이나 앞뒤 문맥을 보고 추측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영어로 소설 써 노벨문학상 받는 것이 꿈
정씨는 영어책과 더불어 영어 원서로 된 워크북 역시 영어 기본기를 탄탄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됐는데 아이의 실력보다 한 단계 아래에서 시작해 같은 단계로 된 여러 권의 워크북을 1년 정도 꼼꼼히 풀어보는 게 좋다고 한다. 정씨는 “워크북에는 정형화된 문제가 반복돼 아이가 영어를 기계적으로 풀게 할 우려가 있지만 ‘영단어’를 지속적으로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연재의 경우에는 CD를 반복적으로 듣거나 모르는 단어가 들어간 문장을 써서 주변에 붙여두면서 익혔다”고 말했다.
연재양은 단순히 책을 읽거나 워크북을 푸는 데만 집중하지 않았다. 영어책 제목만 보고 엄마와 함께 내용을 추측해본다거나 동화에 나온 상징적인 단어를 뽑아 영작을 하고, 책이 주는 교훈에 대해 토론 및 논술 공부도 했다는 것.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해외 문학작품 중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을 선택해 한글 자막 없이 몇 번이고 반복해보며 대사를 외웠다고 한다. 최근에는 ‘이산’ ‘대왕 세종’ 같은 역사 드라마를 즐겨 보며 한국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연재양은 관련 역사책을 읽으며 “‘성군’이라는 단어는 영어로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우리나라 옛날 말투는 어떻게 번역하면 좋을지 고민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요즘 연재양은 영어 일기를 쓰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중학교에 진학해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일이 많이 생겼는데 그 상황을 영어로 쓰고 있다는 것. 책 읽는 것뿐만 아니라 글 쓰는 것도 좋아하는 연재양은 영어로 글을 써 세계의 많은 사람과 공감하고 싶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배출되지 못한 이유가 좋은 작품은 많지만 영어로 완벽하게 번역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앞으로 제가 쓴 영어 소설로 꼭 그 상을 받아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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