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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성폭력으로부터 지키기’

소아정신과 전문의 신의진 교수가 일러줬어요~

글·김민지 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8.06.13 10:12:00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엔 초등학생이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사건까지 일어나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던졌다. 소아정신과 전문의이자 성교육 전문가인 연세대 신의진 교수를 만나 자녀를 성폭력으로부터 보호하고, 만에 하나 성폭력이 발생할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에 대해 들었다.
‘우리 아이 성폭력으로부터 지키기’

최근 대구에서 일어난 초등학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대다수 어른에게 큰 충격을 줬다. 초등학생이 초등학생을, 그것도 학교 안에서 집단적으로 성폭행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 하지만 아동 성폭력 전문상담소 해바라기아동센터에서 상담 활동을 하는 등 오랫동안 아동 성폭력 문제를 연구해온 소아정신과 전문의 신의진 교수(44)는 “최근 해바라기 아동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아동 성폭력 가운데 만 14세 미만 어린이가 가해자로 나타난 경우가 24%였다”며 “이번 사건은 아동 성폭력 문제의 현주소를 보여준 한 예”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성폭력 대책이 예방과 피해자 보호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면, 이제는 가해자 교육도 더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아동 성폭력 가해자의 경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아 가정과 사회에서 치료와 보호를 통해 문제점을 개선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irst Step 성폭력 예방 - “아이가 부모와 마음 열고 대화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주세요”
부모의 큰 고민 가운데 하나는 어떻게 하면 내 아이를 성폭력에서 보호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신 교수는 평소 가정교육을 통해 기본적으로 자신의 몸이 소중하다는 것과 그 소중한 몸을 다른 사람이 함부로 만지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확실히 알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신 교수가 이런 교육과 더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부모가 자녀와 함께 대화하며 신뢰를 쌓는 것. 그는 “아이가 어려운 일이 생기면 바로 부모에게 털어놓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이의 표정과 행동에 늘 관심을 기울여야 해요. 아이의 변화를 눈치 챌 수 있다면, 아이가 반복적으로 성폭력 피해를 당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예방할 수 있으니까요.”
성폭력을 예방하는 단계에서 잠재적 피해자 교육 못지않게 중요한 건 잠재적 가해자에 대한 교육이다. 신 교수는 “아이들은 누구나 성적 호기심을 갖고 있다”며 “특히 요즘은 인터넷 음란물의 영향으로 성에 대한 그릇된 정보를 갖는 경우가 많은 만큼 부모는 아이의 성에 대한 관심이 범죄로 발전되지 않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아이도 초등학교 저학년 때 어디서 야한 사진을 보고 와서는 제게 ‘엄마 몸은 왜 사진에 나오는 여자들과 달라?’하고 물은 적이 있어요. 깜짝 놀랐지만, 당황한 척 하지 않고 일단 ‘우리 아들이 벌써 그런 걸 보는구나. 다 컸네’라고 말했죠. 엄마들은 보통 자기 아이가 아무 것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아요. 아이가 낯선 모습을 보일 때 모른 척 하기보다 적절한 조언을 해주는 게 중요하죠.”
신 교수는 그때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들에게 ‘사진에 나오는 모습은 돈을 벌기 위해 연출한 것이라 사실과 다르다’, ‘자꾸 보면 중독될 수 있다’ 등 음란물의 문제점과 위험성에 대해 얘기해줬다고 한다. 또한 음란물을 흉내낼 경우 상대 여성에게 임신·낙태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도 범죄가 된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일러줬다고.
“아동 성폭력 가해자 가운데는 단순히 호기심이나 장난으로 사건을 저지르는 아이들이 많아요. 하지만 그 결과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상처로 남죠. 일찍부터 ‘성폭력은 범죄이며,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면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Second Step 피해자 보호 - “아이 이야기 잘 들어주고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줘야 해요”
‘우리 아이 성폭력으로부터 지키기’

성폭력 예방에 아무리 노력을 기울여도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 아이가 피해를 당할 수 있다. 이 때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아이가 입을 상처를 최소화하는 것. 신 교수는 자녀가 성폭력 피해를 당한 것을 알게 되면 우선 마음을 안정시키고, 아이가 하는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주라고 말한다.
“아이가 성폭행 사실을 구체적으로 말하면 부모가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가해자에 대한 분노 때문이죠. 하지만 절대 그래서는 안 됩니다. 아이는 자신의 얘기를 들으며 부모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엄마 아빠를 속상하게 만들었구나’하고 죄책감에 빠져 아무 얘기도 하지 않을 수 있어요.”
아이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뒤 할 일은 아이에게 “넌 아무 잘못도 없으며 이제 네가 더 이상 아프지 않도록 엄마 아빠가 지켜주겠다”고 말해주는 것. 또 “너에게 나쁜 짓을 한 사람을 꼭 혼내주겠다”고 약속한 뒤 실제로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신 교수는 “성폭력 사건을 흐지부지 끝맺으면 아이는 자신의 잘못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생각하고 정신적 고통을 느낄 수 있다. 가해자를 처벌하는 등 반드시 사건을 합리적으로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단계는 전문가와의 상담. 신 교수는 “성폭력을 당한 어린이의 65%가 충격 때문에 우울증 등 정신 질환을 앓는다”며 “관심과 사랑으로 아이를 보듬어주고 전문가에게 심리 치료 상담을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Third Step 가해자 교육 - “성폭력이 범죄라는 사실 알려주고 잘못 인정한 뒤 반성하게 하세요”
자녀가 성폭력 범죄를 일으킨 경우 부모는 놀라고 당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때 최대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가해 아동의 부모는 처음 사실을 알았을 때 ‘우리 아이가 그럴 리 없다’며 사실을 부정하거나 피해자의 문제로 떠넘기려고 합니다. 그런 태도는 당장은 아이를 지켜주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치죠. 아이가 갖고 있는 심리적인 문제를 건강하게 해결해주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신 교수는 이 때 부모가 가져야 할 태도는 마음의 문을 열고 아이에게 다가가는 것이라고 한다. 왜 우리 아이가 그런 일을 저질렀을까, 부모로서 교육에 소홀했던 것은 아닐까 곰곰이 생각하고 반성한 뒤 아이와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그는 아이와 대화하면서 “‘그런 일을 저질렀으니 넌 내 자식도 아냐’하는 비난 대신 ‘너의 행동은 잘못됐지만, 엄마 아빠는 아직도 너를 사랑한다’고 얘기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동시에 성폭력은 범죄인만큼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고. 이는 아이가 다시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 뒤 전문가의 상담이나 심리 치료를 받으면 가해 아동의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아이는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으면서 자신의 성의식을 돌아보고, 역할극 등 프로그램을 통해 피해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면 같은 일을 저지르지 않을 겁니다.”
어린이 성폭력 상담기관은…
해바라기아동센터 아동 성폭력 전담센터로 성폭력 치유상담, 재발방지 교육 등을 받을 수 있다. 문의 02-3274-1375 www.child375.or.kr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아동이 낯선 사람에게 폭행이나 성폭력을 당할 경우 이용할 수 있는 긴급 구조 기관. 24시간 내내 운영하며 ‘1577-1391’로 전화하면, 아동이 거주하는 지역의 아동학대예방센터로 연결돼 즉시 현장조사단을 파견하고 피해 아동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후속 조치를 도와준다. 문의 02-558-1391 http://korea1391.org/
한국아동성폭력피해가족모임 지원센터 성폭력 피해 아동과 부모들에게 심리적·법적·의료적 상담을 지원하는 곳. 아동에 대한 심리치료와 놀이치료, 약물치료와 함께 부모를 위한 상담치료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문의 02-3481-6779 www.c112.or.kr


여성동아 2008년 6월 5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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