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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아름다운 도전

데뷔 10년 만에 처음으로 무대 올라 파격 연기 선보이는 홍은희

글·김수정 기자 / 사진·지호영 장승윤 기자

입력 2008.04.23 16:48:00

홍은희가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3월 말부터 공연되는 연극 ‘클로져’에서 두 남자와 불같은 사랑에 빠지는 사진작가 역을 맡은 것. “데뷔 후 연극무대에 처음 오르지만 남편 유준상의 도움을 받아 멋진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하는 그를 만났다.
데뷔 10년 만에 처음으로 무대 올라 파격 연기 선보이는 홍은희

대현 : 너 나랑 할 때도 느낀 척해? 진지하게 대답해!
태희 : 가끔씩 그런 척했었어. 그게 그렇게 중요하니? 그건 그냥 내가 느끼는 감정일 뿐, 자기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니야.
대현 : 그래서 그 놈이랑 느끼고 오느라 늦었다고? 어디서 했어?
태희 : 그 사람 수술실에서…. (중략) 미안해. 내가 바보 같았어. 정말 날 사랑한다면 한 번만 용서해줘!

불륜에 빠진 태희는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은 뒤 그의 연인 대현을 만난다. 그러나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대현은 집요하게 태희를 추궁하고, 이를 견디지 못한 태희는 이혼하기 전 마지막으로 남편과 관계를 맺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태희의 울부짖음이 연습실을 가득 메운다.
서울 충무로에 위치한 연극 ‘클로져’의 연습실. 태희를 연기하는 홍은희(28)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돈다. “좋았어!”라고 연출자가 외쳤지만 그는 여전히 심장이 떨리는 듯 가슴에 손을 얹었다.
“무대경험이 없어서 부담이 커요. 그러면서도 설레고 기뻐서 ‘하루라도 빨리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죠. 꼭 신인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에요.”
3월28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될 ‘클로져’는 이성적인 사랑, 이기적인 사랑, 정열적인 사랑, 저돌적인 사랑을 나누는 네 남녀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그린 작품으로 지난 2006년 김지호가 여주인공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이성적이지만 불같은 사랑에 이끌리는 사진작가 태희 역을 맡은 홍은희는 “올해가 데뷔한 지 10년째 되는 해다.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출연하던 SBS 드라마 ‘황금신부’가 끝날 무렵 ‘연극에 도전해볼까봐’라고 하자 남편이 ‘진짜?’ 하고 놀라면서도 무척 반겼어요. 평소 남편과 연극·뮤지컬을 자주 보는데, 그때마다 제가 ‘나도 무대에 서고 싶다’며 연극배우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거든요. 때마침 ‘클로져’ 출연 제의를 받아 정식으로 오디션에 응했고, 남편은 ‘걱정하지 마라. 당신이라면 잘할 수 있다’고 응원해줬어요.”

데뷔 10년 만에 처음으로 무대 올라 파격 연기 선보이는 홍은희

그는 ‘클로져’가 농도 짙은 성인 멜로물이라 잠시 망설이기도 했지만 “반드시 경험한 일이라야 연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겪지 못한 상황까지 연기해야 진짜 배우가 될 수 있다”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고 한다.
“작품에 대한 고민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한동안 두통에 시달렸어요. 꿈에서도 연극 장면이 떠오를 정도였으니까요. 무엇보다 어려운 건 시선처리였어요. 관객보다는 카메라에 익숙하다 보니 처음에는 어느 곳을 바라보며 연기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저보다 무대경험이 많은 남편에게 SOS를 쳤죠(웃음).”
유준상·홍은희 부부는 평소 대화를 많이 하지만 연기에 대한 얘기는 거의 나누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클로져’ 공연을 앞둔 요즘 유준상은 홍은희에게 남편이 아닌 선배연기자로서 조언을 많이 해준다고. 홍은희는 “캐릭터를 함께 분석하고 연기 연습 하느라 날이 새는 줄도 모른다”며 싱긋 웃었다. 탤런트 나문희도 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 나문희는 홍은희가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멘토링을 해준다고 한다.
“선생님께 ‘목소리가 작아 걱정이에요’라고 말하자 ‘소리 크기부터 신경 쓰면 오히려 대사 전달이 잘 안돼. 감정을 담아서 연기하면 네가 속삭이는 소리까지 관객이 다 들을 수 있어’라고 하셨어요. 복식호흡을 꾸준히 연습하되 테크닉보다는 감정에 충실하려고 노력해요.”

“엄마 기다리다 지쳐 잠든 아이 보면 미안한 마음 들어요”
연습은 오후 3시부터 시작돼 밤 10시가 넘어야 끝난다고 한다. 처음에는 “어유~ 뭘 그렇게 오래 연습해?”라고 투정한 그였지만 지금은 다른 배우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고. 덕분에 상대역으로 캐스팅된 그룹 god의 전 멤버 데니안과도 호흡이 척척 맞는다고 한다. 하지만 배우뿐만 아니라 아내, 엄마 역할까지 해야 하는 그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까.
“연습시간이 끝나면 ‘아이에게 별일 없었을까, 밥은 잘 챙겨 먹었을까, 잘 놀았을까’ 걱정하면서 집으로 달려가요(웃음). 다행스럽게도 남편과 시어머니께서 육아를 도와주고, 아이도 자기가 할 일을 알아서 잘하는 편이에요. 감사하게도 크게 아픈 데 없이 잘 자라고요. 하지만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시기라 집에 들어가 잠들어 있는 아이를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요.”
그는 “몸이 조금 고되지만 일과 가정 둘 다 놓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2002년 유준상과 결혼해 여섯 살배기 아들 동우를 두고 있는 그는 “일찍 결혼해서 후회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예전엔 잘 몰랐지만 지금은 마치 방학을 시작하자마자 숙제를 끝내놓은 듯한 기분이 든다”고 한다. 또 “임신·출산을 경험하면서 감정표현의 폭이 넓어져 연기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실제 성격도 당당해졌다”며 미소 지었다.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예전에는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말을 잘 못했어요. 무슨 일을 하든지 두려움이 앞서 심지어 간단한 요리를 할 때도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그냥 사먹으면 안 될까?’ 고민할 정도였죠. 어유~ 지금은 재료만 있으면 어떤 음식이든 뚝딱 만들어요(웃음). 이제는 무슨 일을 해도 겁이 안 나요.”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우미 없이 혼자 살림을 도맡아 했다고 한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남편을 등산 보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고. 가급적 온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종종 남편과 아이는 자전거를, 그는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며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한다고 한다.

데뷔 10년 만에 처음으로 무대 올라 파격 연기 선보이는 홍은희

하루 7시간 이상 공연연습을 해야 하지만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기쁨 때문에 힘든 줄도 모른다는 홍은희.


집 지하실에 화실을 마련해놓고 틈날 때마다 남편과 함께 그림 작업에 몰두하는 그는 아트페어나 유명 전시회를 빼놓지 않고 다니는 편이라고 한다. 인사동과 삼청동에 들러 갤러리 투어도 하는데, 요즘에는 공연 연습 때문에 그럴 엄두를 내지 못한다며 아쉬워했다.
“얼마 전 ‘반고흐전’을 보러 서울시립미술관에 갔어요. 잠시나마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참 좋았죠. 가족이 취미생활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큰 행복인 것 같아요. 연극이 끝나면 아이와 함께 좋은 전시를 관람하면서 여유를 되찾아야죠.”
동우는 아직 엄마 아빠가 연기자인 줄 모른다고 한다. 텔레비전에 나온다는 정도는 알지만 ‘연기자’라는 직업을 이해하지는 못한다고. 동우는 밝고 활달한 성격을 가졌는데 “아이가 연기자가 되겠다면 적극적으로 밀어줄 거냐”고 묻자 그는 “당연하다”고 대답했다.
“자기가 하고 싶다면 무조건 시킬 거예요. 남편도 아이에게 끼가 있다면 말리지 않을 거라고 했고요. 몇몇 연예인 부모들은 ‘방송생활이 너무 힘들다’면서 반대한다는데, 저와 남편은 무척 신나게 일하기 때문에 찬성해요.”



작은 것에 감동받으며 사는 게 행복의 비결
유준상은 얼마 전 연습실을 찾아 홍은희를 응원하고는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했다고 한다. 갑작스런 남편의 방문에 깜짝 놀랐지만 감동은 두 배였다고. 그에게 “이성적인 사랑, 이기적인 사랑, 정열적인 사랑, 저돌적인 사랑 중 남편은 어느 유형에 속하냐”고 묻자 망설임 없이 “저돌적인 사랑”이라고 답했다. 홍은희와 열한 살 나이 차가 나는 유준상은 한 토크쇼에서 “아내에게 첫눈에 반했다. 교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지금의 장인·장모에게 결혼 승낙을 받기 위해 처음 찾은 처갓집에서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다리를 일자로 찢고 제자리에서 턴을 두 번 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남편이 가끔 엉뚱한 행동을 하는데 그 때문에 집안에 웃음이 끊이질 않아요. 남들은 이런 저희를 보고 ‘코미디 가족’이라고 부르죠(웃음). 남편이 외조해주는 덕분에 이렇게 마음껏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고마워요.”
홍은희는 “남편이 물 떠오라고 하면 군소리 없이 물을 가져다주는 순종적인 아내”라고 한다. 처음에는 자신을 부려먹는 것 같아 울컥했지만, 지금은 부부끼리 그런 작은 일에 감동을 주고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그에게 둘째 계획을 묻자 “그게 제 마음대로 되나요…” 하며 수줍게 웃었다. 그는 당분간은 ‘클로져’에만 집중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즐기는 배우가 되는 게 제 꿈이에요. 지금의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항상 노력하는 배우가 돼 더 좋은 연기를 선보이고 싶어요. 연극을 하다 보니 연기 욕심이 갈수록 커지더라고요. 삶의 활력도 넘치고요. 이번 연극이 끝나고 나면 노래와 춤을 배워 뮤지컬에도 도전해볼까 해요. 이렇게 행복하게 일하다 보면 가정에도 좋은 일이 저절로 생기지 않을까요.”

여성동아 2008년 4월 5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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