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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궁금했어요~

탤런트 박형재·채자연 부부

드라마 ‘겨울새’ 감초 조연으로 눈길 끄는~

글·김유림 기자 / 사진·문형일 기자

2008. 03. 21

한 살 배기 딸을 키우고 있는 탤런트 박형재·채자연 부부. 맞벌이 부부인 두 사람은 현재 시부모와 한 집에 살면서 육아는 물론 집안일까지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이들 부부의 행복한 일상을 들여다보았다.

탤런트 박형재·채자연 부부

MBC 주말드라마 ‘겨울새’에서 장신영과 함께 감초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탤런트 박형재(33). 미혼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는 현재 한 살 배기 딸을 둔 아빠다. 아내 채자연씨(30)와는 대학 졸업 후 친구의 소개로 만나 6년 동안 사랑을 키워오다 2년 전 결혼했다. 성우 송도순의 아들 내외로 잘 알려진 두 사람은 결혼 후 분가하지 않고 부모와 한 집에 살고 있다. 분가를 생각 안 해본 건 아니지만 결혼할 당시 그의 아버지가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고, 남동생 역시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기에 어머니가 혼자 지낼 생각을 하니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고 한다. 아내 채씨는 “우리가 부모님을 모시는 게 아니라 부모님이 우리를 데리고 살아주시는 것”이라며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도움 받는 일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처음에 저희가 들어와서 살겠다고 하자 어머니가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서로 귀찮게 그럴 필요 없다고 하셨죠. 하지만 저 없으면 비디오도 못 켜시는 분인데 어떻게 혼자 사시라고 하겠어요(웃음). 지금은 아이까지 있으니 적적하지 않아 좋다고 하세요.”

맞벌이하는 며느리에게 육아와 살림에 대한 부담감 덜어준 시어머니 송도순
탤런트 박형재·채자연 부부

서울 잠실에 있는 부부의 집을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유아용시트에 얌전히 앉아 놀고 있는 한 살 배기 딸 채연이었다. 얼핏 보기에는 엄마를 닮은 듯했지만 아내 채씨가 건넨 박형재의 돌 사진을 보자 “붕어빵”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채연이는 통통한 얼굴하며 헤어스타일까지 사진 속 아빠와 똑 닮아 있었다.
“어머님도 처음 채연이가 태어났을 때 ‘어디서 많이 봤다’ 싶으셨대요(웃음).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장롱에서 남편 돌 사진을 꺼내 오시더니 ‘맞다. 바로 이거다’하며 쾌재를 부르시더라고요. 그날 가족 모두 사진과 채연이 얼굴을 번갈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죠. 어머니는 요즘도 누가 채연이가 저를 닮았다고 하면 아니라는 증거자료로 남편 돌 사진을 보여주세요(웃음).”
아이가 생기자 집안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고 한다. 전에는 식구들이 모두 각자 일로 바빠 얼굴 볼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아이가 생긴 뒤로는 잠깐이라도 한데 모여 웃음꽃을 피우는 날이 많아졌다고. 특히 바쁜 방송스케줄로 밤늦게 집에 들어오는 날이 많은 송도순은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려다 아이를 깨운 적도 몇 번 있다고 한다.
현재 개그우먼 백보람과 함께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중인 채씨는 아이 낳고 한 달 만에 다시 일을 시작해 육아는 도우미의 손에 맡기고 있다. 대신 남편이 촬영이 없을 때면 아이를 봐줘 마음이 놓인다고. 사실 채씨가 출산 후 육아와 일을 놓고 갈등했을 때 모든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해 준 사람은 바로 시어머니라고 한다.
“아이 낳고 계속 일을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머님께서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하라’고 하시더라고요. 당신도 지금까지 평생 바깥일을 하셨지만 육아와 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고 하셨어요. 결국 며칠을 고민한 끝에 일을 계속 하겠다는 뜻을 밝혔어요. 그랬더니 그 자리에서 바로 아이 키우는 일과 집안일을 도우미 아주머니께 맡기고 사업에 전념하라고 하시더군요. 저의 고민을 한번에 명쾌하게 해결해 주셔서 정말 고마웠어요.”
채씨와 송도순은 결혼 전부터 남다른 인연이 있다고 한다. 그가 동덕여대 재학시절 남편과 사귀고 있던 중 송도순이 가르치는 화술 교양수업을 들은 것. 당시 아들로부터 채씨에 대해 얘기를 들은 송도순은 어느날 출석을 부르던 중 “채자연! 채자연이 누구니? 너 수업 끝나고 좀 남아라” 하고는 수업 후 맛있는 점심을 사주며 아들과 잘 지내라는 격려를 해줬다고 한다. 당시 수업을 들으면서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여성들에 대한 동경을 품게 된 채씨는 결혼 후 시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더욱 큰 자극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저희 어머님 별명이 ‘잠실의 이효리’예요(웃음). 어찌나 일이 많으신지 스케줄로 따지면 톱스타 못지않으시거든요. 사실 결혼 전 남편한테 현모양처가 꿈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어머님과 함께 살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어머님은 저희가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도 ‘좋은 나이에 왜 벌써 결혼하냐. 하고 싶은 일 더 하고, 마음껏 놀고 오라’고 말씀하셨죠.”
“아내가 아이 낳고 일을 다시 하겠다고 했을 때 한편으로는 반가운 마음이 들었어요. 어려서부터 어머니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서인지 여자가 자기 일을 갖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처음 아내가 쇼핑몰 사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는 별 기대를 안 했는데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자리를 잡아가는 걸 보면 대견스럽기까지 해요. 처음에는 소자본으로 집에서 일을 시작해서 언제부턴가 다른 사람의 사무실을 빌려서 쓰더니 최근에는 동대문시장 근처에 정식으로 사무실을 얻더군요.”

“오랫동안 연애하다보니 프러포즈도 결혼식 날짜 잡은 뒤에 받았어요”
탤런트 박형재·채자연 부부

사업하는 아버지, 방송일 하는 어머니, 연기하는 아들, 쇼핑몰을 운영하는 며느리까지 가족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고 있는 이들 가족은 평일에는 각자 스케줄에 맞춰 움직이되 일요일 저녁식사 때만큼은 모두 모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한집에 살면서도 서로 얼굴 볼 시간조차 없을 때가 많기에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가족단합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 또한 송도순은 며느리에게 세 가지 부분에 대해서 일절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침 기상시간, 옷 입는 스타일, 귀가시간이 그것으로, 시부모와 함께 살면 어떤 점이 불편한지를 미리 간파하고 며느리에게 자유를 준 것이다. 채씨는 “집에서 고부갈등이란 말조차 나오지 않는 건 다 어머님 덕분”이라고 말했다.
박형재는 애처가 중의 애처가다. 촬영이 없을 때는 아내를 따라 새벽시장에 가고 물건 주문이 많을 때는 택배 포장까지 함께 하면서 쇼핑몰 사업을 적극 돕는다고 한다. 그는 “지금 출연 중인 드라마에서 장신영을 도와 쇼핑몰 일을 하는 걸로 나오는데, 실생활도 별반 다르지 않다”며 웃었다. 그뿐 아니라 그는 아내가 아이를 낳은 뒤 열흘 동안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산후조리원에서 아내와 함께 생활했다고 한다. 보조침대가 키에 비해 짧아 소파를 붙여 잠자리를 마련해야 했지만 그 덕분에 아내에게 점수를 톡톡히 땄다고.
또한 박형재는 “어머니가 누누이 말씀하시듯이 ‘아내 말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믿는다”며 “어떤 일을 결정할 때는 아내의 뜻을 존중하고 따르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우유부단한 성격인 저와 달리 아내는 똑 부러지는 성격에 추진력이 강해요. 제가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뒤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있을 때도 아내는 듣기 싫은 소리를 하기는커녕 앞으로 잘 될 거라고 저를 안심시켰죠. 그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는데 아내가 옆에서 많은 힘이 돼줬어요.”
“일이 잘 안될 때 가장 조바심 나는 사람은 당사자잖아요. 그럴 때 옆에 있는 사람이 더 안절부절못하면 상대에게 더욱 큰 상처를 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하루아침에 톱스타가 될 거라 기대하진 않았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자리를 분명히 찾을 거라 믿었죠.”
오랜 세월 서로의 애인이자 인생의 조언자로 지내온 두 사람은 결혼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했다고 한다. 어느 순간부터 서로를 평생 동반자로 염두에 뒀던 것. 그러다보니 결혼 날짜까지 다 잡힌 상황에서 프러포즈를 했다고 한다. 2005년 12월31일 ‘이은결 매직쇼’ 공연장에서 아내의 친구들과 함께 공연을 본 뒤 미리 스태프들과 짜고 깜짝 이벤트를 연 것. 공연 마지막에 아내가 행운추첨에 당첨된 것처럼 하고는 아내를 무대 위로 불러낸 뒤 대형 선물 박스를 열게 했는데, 박스에서 나온 선물은 다른 아닌 박형재 자신이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을 보고 깜짝 놀란 아내에게 결혼해 달라는 말 대신 “앞으로 잘 살자”며 프러포즈를 했다고.
지난 95년 SBS 공채 5기 탤런트로 데뷔한 박형재는 군대 다녀온 뒤 2001년부터 본격적인 연기활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왕꽃선녀님’‘열여덟 스물아홉’등에 출연했고 데뷔 10년 만인 지난 2005년에는 KBS 아침드라마 ‘고향역’에서 첫 주연을 맡기도 했다. 또한 그는 지난해 겨울부터 2월 초까지 뮤지컬 ‘호호’에 출연했고 올여름 이영훈 감독의 스릴러 영화 ‘GP506’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는 “앞으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되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한 계단씩 올라가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둘째 아이는 첫째와 터울을 좀 둘 계획이라고 한다. 두 사람 모두 일을 하다보니 큰아이를 어느 정도 키운 뒤 둘째를 낳는 게 덜 힘들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박형재·채자연 부부는 “그래도 채연이가 유치원에 갈 정도가 되면 우리도 두 아이의 부모가 돼 있지 않을까 싶다”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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