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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만으로 아이 영어 실력 키우기”

학원 한 번 다니지 않고 유창한 영어 실력 기른 류영지양 엄마 윤찬희씨 조언!

기획·송화선 기자 / 글·안소희‘자유기고가’ / 사진·성종윤‘프리랜서’

입력 2008.03.12 15:54:00

외국인과 자연스럽게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유창한 영어 실력을 자랑하는 류영지양은 지금껏 한 번도 외국에 나간 적이 없다. 영어와 관련된 사교육조차 받지 않은 영지양이 영어 실력을 기른 비결은 오직 독서. 영지양 엄마 윤찬희씨를 만나 책만 있으면 가능한 ‘엄마표 영어교육’ 노하우를 들었다.
“책 읽기만으로 아이 영어 실력 키우기”

대구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생 류영지양(12)은 영어를 자유롭게 읽고 쓰고 말한다. 외국 여행 한 번 가지 않고 영어학원도 다닌 적 없는 ‘순수 토종’ 영지양이 외국인과 자연스럽게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서 그렇게 완벽한 영어를 배웠느냐”며 깜짝 놀란다고 한다. 그러나 영지양의 영어 실력은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쌓은 것. 생후 30개월에 한글을 익힌 영지양은 38개월부터 영어 일기를 쓰기 시작했으며 중국어 역시 혼자 공부해 수준급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요즘은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주위 사람들이 종종 영지는 누구를 닮아 그렇게 머리가 좋냐고 묻곤하는데 영지는 누굴 닮은 게 아니에요. 제가 머리가 좋아지도록 키운 거죠(웃음).”
전업주부인 엄마 윤찬희씨(38)는 영지양이 ‘언어 영재’가 된 비결은 일찍부터 시작한 독서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영지가 외국어를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읽힌 건 아니에요. 아이가 태어난 뒤 아이에게 좋은 것은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마음에 책을 읽어주기 시작한 거죠. 그런데 함께 즐겁게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레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아요.”
영지양이 처음부터 책을 좋아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돌이 갓 지났을 무렵 윤씨는 거금을 들여 유아용 도서 전집을 사줬는데 며칠이 지나도 아이가 관심을 갖지 않아 조바심을 내기도 했다고. 남편의 월급보다 비싼 전집이 무용지물이 될까봐 전전긍긍하는 그를 보고 남편 류문정씨(42)는 “아이가 책을 읽지 않아도 늘 책장에 책이 꽂혀 있는 모습을 보고 자랄 테니 책을 아예 안 보고 자라는 아이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며 마음을 편히 가지라고 다독여줬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영지가 책에 서서히 관심을 보이더니, 이내 정신없이 책 속에 빠져들기 시작했어요. 그 전까지는 책에 대한 나름의 탐색기간이었던 거죠. 그 후로 제가 한 일은 아이가 관심을 갖는 분야의 책을 골라 아이 옆에 놓아준 게 전부인 것 같아요. 국어책, 영어책을 가리지 않았죠. 영어책이라고 해서 특별히 아이에게 어려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영지에게도 ‘이 책은 재미있는 내용이 다른 언어로 돼 있는 것’이라고 설명해줬어요. 그러자 신기하게도 영지는 영어로 된 책이든 한글로 된 책이든 상관없이 내용을 이해하더군요.”

관심 분야의 책 많이 읽으며 향상된 이해력이 언어 감각도 높여
“책 읽기만으로 아이 영어 실력 키우기”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힌 류영지양과 엄마 윤찬희씨.


영지양이 본격적으로 책에 빠져든 건 생후 18개월 무렵부터인데, 이때부터 윤씨는 아이의 눈길이 닿는 곳이면 어디든 책을 놓아 책과 접하게 했다고 한다. 영지양이 삼국지에 관심을 보이면 만화 삼국지와 삼국지 동화는 물론 영어로 된 애니메이션 삼국지까지 50여 권에 가까운 삼국지를 구입해 곳곳에 놓아주는 식이었다고. 그렇게 한 권 한 권 늘어난 책 덕분에 거실은 자연스레 서재로 변했고, 그 과정에서 아예 TV도 없앴다고 한다. 윤씨가 정한 책 사주기의 원칙은 “안정적으로, 충분히, 양껏 사주자”. 그래서 지금 영지양은 5천 권이 넘는 책과 영상물을 갖고 있다고 한다. 남편 역시 주말마다 서점 나들이를 함께하며 영지양의 책읽기를 도왔다고 한다.
윤씨는 영지양이 올바른 독서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몇 가지 규칙도 정했다. 그 가운데 한 가지는 학교 숙제를 할 때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기. 모든 과목의 참고자료를 모아놓은 ‘전과’도 사주지 않았다고 한다. 인터넷이나 전과에 익숙해지면 책 읽는 재미를 잃게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 영지양 역시 책읽기를 좋아해 가끔 피치 못할 때만 인터넷을 이용할 뿐, 평소에는 각종 책을 찾으며 숙제를 한다고 한다.
“영지는 한글로 된 책이든 영어책이든 자유롭게 내용을 찾고 그걸 종합해 자기 의견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무척 좋아해요. 물론 인터넷도 훌륭한 ‘정보의 바다’지만 인터넷에는 이미 과제용 ‘정답’이 너무 많잖아요. 인터넷을 주로 하다 보면 천편일률적인 정보를 편집하는 능력만 기르게 될 위험이 있죠. 저는 영지가 그런 유혹에 빠지지 않고 책 속에서 스스로 정보를 찾는 재미를 터득한 게 참 자랑스러워요.”
이러한 과정 속에서 영지양은 이해력이 향상되면서 영어뿐만 아니라 다른 언어에 대한 감각도 높아졌다고 한다. 두 돌이 되기 전부터 책을 통해 영어를 접한 영지양은 영어로 된 책을 읽고, 영어로 된 비디오테이프를 보며 우리말을 익히듯 영어를 익혔다고. 윤씨는 영지양이 다섯 살 때 우연히 길에서 만난 외국인과 자유롭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뒤부터 수시로 아이에게 영어로 말을 걸어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저는 가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집 아이를 만나도 ‘What’s the weather like?’나 ‘What is this?’ 같은 간단한 영어 질문을 던지곤 해요. 그러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아줌마 우리 아직 그거 안 배웠어요’라고 대답하죠. 그건 아이들이 영어를 언어가 아닌 공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인데, 그렇게 해서는 영어를 잘할 수 없을 것 같아 안타까워요. 또 다른 반응은 ‘어? 아줌마는 영어하네요?”인데요, 이건 자기 엄마는 영어를 안 한다는 뜻이겠죠.”
윤씨는 자신 역시 영어를 유창하게 할 줄 모르는 평범한 ‘아줌마’라고 말한다. 다만 아이가 영어를 ‘언어’로 느낄 수 있게 쉬운 영어로 수시로 말을 걸어줄 뿐이라고. 윤씨는 그것만으로도 효과는 충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씨는 최근 영지양을 키운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보통 엄마의 특별한 독서교육법을 담은 책 ‘책 잘 읽는 아이가 영어도 잘한다’를 펴냈다. 책에는 영지양이 직접 녹음한 영어동화 CD도 붙어 있다. 윤씨는 “영지는 영어 실력이 가장 뛰어나지만, 책을 통해 스스로 익힌 중국어와 일본어도 수준급이고 그림과 문학에도 소질을 보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책의 힘”이라며 “아이를 믿고 꾸준히 책을 읽게 한다면 어느 아이나 남다른 재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동아 2008년 3월 5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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