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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친환경 생활을 하자

환경을 생각한 디자인하는 ‘그린디자이너’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교수 윤호섭

‘아름다운 가게’와 함께하는 Eco People

글·박경화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2008. 03. 12

헌 티셔츠에 무공해 페인트로 환경 메시지를 그리며 ‘그린디자인’에 대해 강의하는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윤호섭 교수에게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생활 속 환경운동에 대해 들어봤다.

환경을 생각한 디자인하는 ‘그린디자이너’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교수 윤호섭

윤호섭 교수는 지난 2002년부터 인사동에서 헌 티셔츠에 멸종 위기의 동물과 소중한 자연을 그려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행사를 통해 친환경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지난 82년부터 국민대학교 조형대학에서 디자인 강의를 하고 있는 윤호섭(65) 교수는 88서울올림픽 디자인전문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아트디렉터로 94년 대전엑스포 입장권과 시티은행, 펩시콜라의 한글 로고를 제작했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는 그의 화려한 이력보다는 인사동 길바닥 한 귀퉁이에서 티셔츠에 그림 그려주는 아저씨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누구든 헌 티셔츠를 가져오면 콩기름으로 만든 친환경 페인트로 돌고래, 두루미, 별과 같은 환경 메시지를 불러일으키는 그림을 그려주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인사동 작업은 사람들에게 환경문제에 대한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 시작하게 됐어요. 티셔츠에 그림을 그려주면서 많은 사람들이 환경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림을 받아 간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천연 물감으로 그린 티셔츠를 보며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잃지 않으면 좋겠어요.”
인사동에서 만난 아이들과 찍은 사진을 자신의 홈페이지(http://greencanvas.com)에 올려 아이들이 볼 수 있도록 하면서 그들과 꾸준히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국민대학교에서 ‘환경과 디자인’이라는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그린디자인은 제품의 설계와 제조, 폐기의 전 과정에서 환경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거예요. 가전제품, 의류, 문구 등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물건에 적용할 수 있죠. 제가 만든 재생 달력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 쓰고 남은 종이로 만들어 페이지마다 색이 다른 것이 특징이죠. 붉은색으로 인쇄해야 하는 일요일은 비워놓고 사용자가 직접 쓰도록 했어요. 보통 인쇄 마지막 단계에 종이의 크기를 나타내는 눈금을 잘라내요. 여기서 생기는 쓰레기를 줄이려고 눈금표시를 그대로 두었어요.”
그는 환경문제에 있어서 디자이너들의 책임과 역할이 누구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환경에 대한 고민 없이 돈을 벌기 위한 디자인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환경문제를 유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업주나 의뢰인들의 경우 디자인은 단지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 생각할지라도 디자이너의 고집과 의식이 이런 부분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그는 미래의 디자이너들에게 끊임없이 환경에 대한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대학원생들에게는 환경과 관련된 필독서 50권을 읽게 하고, 학부 학생들의 기말시험 문제는 매년 똑같이 출제한다. ‘디자이너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논하라’는 문제는 학생들의 우열을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고 싶어 내는 문제라고. 학생들이 적어낸 수 백 장의 답안지를 한장 한장 읽어보며 그는 희망과 밝은 미래를 본다.

환경을 생각한 디자인하는 ‘그린디자이너’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교수 윤호섭

<b>1</b>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하는 윤호섭 교수. <b>2 3</b> 윤호섭 교수가 디자인한 환경 포스터 중 ‘평화’(왼쪽)와 ‘동물친구’(오른쪽). <b>4</b> 버려진 박스를 묶어 만든 튼튼한 의자. <b>5</b>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는 ‘그린디자인’으로 만든 재생 달력. <b>6</b> 인사동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직접 그린 친환경 티셔츠를 선물하는 행사를 지난 2002년부터 꾸준히 열고 있다.


“이제 스물을 갓 넘긴 아이들이 육십이 넘은 제 생각과 비슷한 답안을 적어내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면 깜짝 놀라곤 하죠. 벌써부터 이런 의식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면 우리의 미래는 분명 어둡지 않을 거라고 믿어요.”
그는 지난해 12월 도쿄의 환경성지구환경정보센터 갤러리에서 ‘Stop Global Warming 포스터 전시회’를 개최했으며, 지난 2월에는 방콕의 씰라빠껀대학교에서 같은 내용의 전시회를 마치고 돌아왔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심각성을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제자들에게 ‘지구 온난화 계몽 포스터’를 만들자고 제안해 그 작품들을 전시한 것.
“지난해 시각디자인학과 3학년의 광고디자인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지구 온난화 계몽포스터를 만들어 빠른 시일 안에 전시회를 열자고 말했어요. 지구 온난화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들을 그날 저녁 9시까지 그려내도록 했죠. 급작스러운 과제라 조심스러웠는데 마감시간에 들어온 스케치를 보고 기발한 아이디어와 환경에 대한 뜨거운 관심에 놀랐답니다.”
윤 교수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한층 더 일깨우고 환경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전시회의 취지를 담아 국내외에서 꾸준히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한다.

생활 속 작은 실천이 환경운동의 시작
그의 활동 중 빠지지 않는 것이 아름다운 가게의 각종 행사에 참석하는 것. 지난 2002년 아름다운 가게 1호점이 안국동에 문을 열었을 때 환경티셔츠를 그려주는 것으로 인연을 맺게 되었다는 그는 지난 2003년 아름다운 가게에서 시작한 대안무역의 로고를 디자인하고, 2005년 아름다운 가게 국민대점을 열었을 때 직접 만든 티셔츠와 친환경 달력을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아름다운 가게의 취지가 무엇이든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려는 그의 생활 속 환경운동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경을 지키는 일은 그리 거창하지 않아요. 내가 사용한 물건이 쓰레기가 되어 지구를 더럽히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시작이랍니다. 안 입는 옷가지는 필요한 사람들과 나누고 한번 사용한 종이는 이면지로 활용하는 거죠. 일회용품을 재사용하려는 노력만으로 환경운동이 될 수 있어요.”
그의 작업실은 버려진 폐품과 고물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쓰레기를 만들고 싶지 않아 다 쓴 물건들도 새로운 쓰임새를 만들어주기 위해 가져다 놓은 것. 지난 가을, 거리에서 주운 낙엽은 커다란 비닐에 넣고 끝을 묶어 편안하고 푹신한 의자로 만들어 사용한다. 종이박스를 겹쳐 만든 책상과 의자는 튼튼한 가구가 됐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자동차 대신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처음에는 자전거로 수유동에서 정릉에 있는 학교까지 이동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전에 몰랐던 골목길을 발견하고 행인들과 눈인사를 하는 것이 즐거워지면서 지금은 별 어려움 없이 타고 다닌다고. 그는 “언젠가 모든 디자인이 환경을 고려하게 된다면 더 이상 ‘그린디자인’이라는 말이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하루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염원했다.
아름다운 가게 국민대점은…
교내 학생들과 지역 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지난 2005년 대학 최초로 문을 열었다. 학생들과 아름다운 가게의 간사들이 학교의 창고를 뒤져 버려진 물건들로 진열장과 판매대를 만들었다. 본드와 페인트 하나까지 친환경 재료를 사용해 재활용과 친환경을 고려한 인테리어로 꾸민 것이 특징. 매장을 직접 방문하거나 교내 곳곳에 설치된 기부상자를 이용해 쓰지 않는 헌 물건을 기증할 수 있다. 학생들의 자원봉사로 운영되며 기증 받은 물건들을 판매해 생긴 수익금 전액은 자선과 공익을 위해 사용된다.
위치 국민대학교 종합복지관 지하1층 102호 영업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6시 문의 02-942-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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