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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박미선 15년 결혼생활 & 고부갈등 없이 사는 비결

기획·김명희 기자 / 글·김순희‘자유기고가’ / 사진·지호영 기자 || ■ 헤어&메이크업·이지연 The style(02-335-2887)

입력 2008.02.22 10:59:00

지난 93년 동료 개그맨 이봉원과 결혼, 시부모를 모시고 아들 딸 남매를 키우며 살고 있는 박미선. 그가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결혼생활과 함께 고부갈등 없이 사는 지혜를 들려주었다.
개그우먼 박미선 15년 결혼생활 & 고부갈등 없이 사는 비결

얼마 전 ‘개그우먼 박미선’이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올랐다. KBS 오락 프로그램 ‘해피투게더’ ‘도전 암기송’에 출연해 엽기적인 모습으로 분장한 박미선(41)이 시청자들의 ‘배꼽’을 쥐게 한 직후였다. 입술 주변에 붉은 립스틱을 짙게 바르고 치아에 ‘김’을 발라 이 빠진 ‘바보 할머니’ 연기를 펼친 그에게 시청자의 관심이 집중됐던 것. 올해 연예계 데뷔 20년째를 맞는 박미선의 파격적인 변신은 많은 사람에게 즐거운 웃음을 선사했다.
“그렇게 즐거워하실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너무 주책 맞아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즐거워한 사람이 많더라고요. 방송에서 그렇게 망가져보기는 처음이에요.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방송에서 잘난 체하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걸 알게 됐죠.”
박미선은 이 외에도 KBS ‘스펀지’ ‘러브인아시아’, SBS ‘세상에 이런 일이’ 등에 출연하고 있으며 SBS 드라마 ‘황금신부’에서는 권해효와 부부로 호흡을 맞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신혼 때부터 시부모 모시고 살며 남편보다 시어머니에게 더 의지
개그우먼 박미선 15년 결혼생활 & 고부갈등 없이 사는 비결

“극중 남편(권해효)이 저더러 남자 같다고 ‘아저씨’라고 불러요. 그래서인지 요즘 지나가는 아줌마들이 저에게 농담으로 ‘아저씨, 아저씨’ 하고 부른다니까요(웃음).”
처음 마주 앉은 박미선과의 인터뷰는 마치 옆집 아줌마와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편안했다. 그는 평소에도 이 같은 말을 자주 듣는다고.
“직업이 연예계 종사자일 뿐 살아가는 모습은 다른 주부들과 하나도 다를 바 없어요.”
93년 개그맨 이봉원(45)과 결혼한 그는 신혼 때부터 시부모와 함께 생활했다. 불편한 점도, 고부간 갈등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믿기지 않겠지만 남편보다 시어머니하고 궁합이 더 잘 맞다”며 “10년 넘게 한 집에서 살다 보니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의 경계가 무너진 지 오래”라고 말했다.
“남편이 제 속을 긁는 일이 있으면 어머님이 먼저 아들 흉을 봐요. 어머니하고 마주 앉아서 남편 흉을 보고 나면 속이 쫙 풀리죠. 같이 살면 불편하지 않냐고 묻는 사람이 많은데 그렇지 않아요. 아이들을 다 키워주시고, 저 일하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해주시거든요.”
그의 가족은 1주일에 한 번씩 3대가 동네 목욕탕으로 향한다. 남탕과 여탕으로 향하는 비율은 3대 3이다. 박미선은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 중 하나”라고 고백한다.
“시아버지와 남편, 초등학교 5학년생인 아들은 남탕에서, 시어머니와 저 그리고 중학교 1학년생 딸은 여탕에서 일주일의 피로를 풀어요. 목욕탕에서 다른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보지만 개의치 않아요. 연예인을 목욕탕에서 본다는 게 좀 생소해서 쳐다보는 것이려니 하고 생각하죠.”
그가 시어머니와 별다른 갈등 없이 사는 이유 중 하나가 ‘목욕탕’에서 서로의 때를 밀어주면서 허물없이 생활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결혼생활의 진정한 행복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사소한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매주 목욕탕 가는 비용이 3만원 정도 들어요. 목욕탕 나오면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몰라요. 남들이 보면 별일 아닐지 모르지만 온 가족이 평온한 모습으로 목욕 갈 수 있는 여유가 즐겁고 행복한 거죠. 한 달에 한두 번 동네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에 탕수육 시켜서 외식하는 것도 좋고요. 비싼 음식을 먹지 않아도 가족 모두 즐겁게 밥 한끼 먹는 그 시간 자체를 즐기는 거죠. 눈높이를 낮추면 삶에 대한 만족도가 훨씬 높아져요. 위만 쳐다보고 살면 불행하다고 느낄 텐데 굳이 그렇게 살 이유가 없잖아요.”
물론 그도 여느 부부와 마찬가지로 부부싸움을 한다. 평소 말수가 적은 남편 이봉원은 부부싸움을 할 때 주로 아내의 말을 묵묵히 듣는 편이라고 한다.
“제가 열 받아서 막 퍼붓는데 (남편이) 가만히 있으면 화가 더 나요. ‘뭐라고 대답 좀 해봐!’ 하고 닦달하면 ‘뭐? 무슨 말을 하라는 거야’라고 말하죠. 제가 ‘다다다’ 하고 쏘아대면 상대방이 받아주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요. 그래서 큰 싸움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 어른들과 함께 살아서 목청껏 소리 지르며 싸울 수도 없고요.”
그는 “부부가 싸움을 하다가 한순간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면 감정이 악화돼 이혼으로 치닫게 되는 것 같다”면서 “결혼해 15년을 살다 보니 용서 못할 일도 없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남편이 저보다 수입 적지만 그런 문제에 연연하지 않고 감사하며 살아요”
개그우먼 박미선 15년 결혼생활 & 고부갈등 없이 사는 비결

아버지가 하던 사업이 기울어 결혼 전부터 가족의 생계를 도맡았던 박미선은 결혼 후 남편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시부모와 두 아이를 책임졌다. 남편의 유학 뒷바라지도 그의 몫이었다. 그는 “힘들었지만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일이 있어 다행으로 여겼다”고 한다. 능력 있는 사람이 벌면 된다고 생각했지 ‘내 팔자가 왜 이럴까’ 하고 신세타령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활동이 많지 않은 남편에 비해 수입이 더 많은 것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그렇다”고 답했다.
“세상사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한없이 좋게 여겨져요. 부부 중 누가 더 많이 벌고, 누군 적게 벌고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아요.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편하게 사는 친구들을 봐도 별로 부럽진 않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또 사람들이 알아봐주고 제가 버는 돈으로 가족들이 모두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까요. 조금이라도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베풀며 살 수 있는 걸 오히려 다행으로 여기면서 살아왔어요. 행복과 불행은 맘먹기 나름인 것 같더라고요.”
그는 얼마 전 인터넷 꽃 배달 전문점 ‘미서니 플라워’를 오픈했다. 다른 사람에게 신세 지는 걸 싫어하는 남편 이봉원도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아내를 돕고 있다고 한다. 지인들에게 “아내가 꽃 배달 사업을 시작했으니 많이 애용해달라”면서 영업상무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
“저는 남편이 하는 일을 많이 말렸는데 남편은 지금껏 살면서 제가 하는 일에 딴지를 건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해주지 못해 늘 마음속으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남편이 속내를 털어놓지는 않지만 눈빛에 고마운 마음이 담겨 있는 걸 알거든요.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등은 저보다 남편이 더 잘 챙겨요. 얼마 전 남편이 신발을 사 갖고 왔더라고요. 사이즈가 작아서 맞지 않는데도 선물해준 성의가 고마워 ‘발가락이 부러져도 신겠다’고 했어요(웃음).”
박미선 부부는 창업에 대한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불고기 파는 식당을 운영하다가 ‘쫄딱 망했다’고 한다. 당시 이 부부는 비싼 수업료를 내고 세상을 배운 셈 치자고 위로했다. 첫 번째 실패가 꽃 배달 사업을 시작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사업할 때는 얼마를 벌겠다는 생각보다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게 먼저라는 걸 깨달았어요. 식당을 운영해 보니 우물 안에서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업의 기본은 영업이란 걸 다시 한 번 절감하고 있어요.”
요즘 꽃꽂이를 배우고 있는 박미선은 “고객이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느꼈다면 곧바로 조치를 취해야 더 큰 문제로 번지지 않는다”면서 “얼마 전에는 받는 사람과 보낸 사람의 이름을 뒤바꿔서 배달했다가 고객에게 혼쭐이 났다”고 털어놓았다.
“직원이 실수했지만 무조건 잘못했다고, 죄송하다고 사과했죠. 그리고 작은 화분 하나를 고객에게 갖다 드렸어요. 그제야 조금 마음을 가라앉히시더라고요. 남편은 제가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이 안쓰러운 모양이에요. 저는 괜찮은데…. 보통 맞벌이 주부처럼 저도 제 일을 할 뿐이라고 생각하는데 남편은 삶의 무게에 짓눌려 억척 아줌마가 다 된 저를 바라보는 마음이 썩 편치만은 않은가봐요.”

“올해 소망은 남편과 함게 연극무대 서는 것”
개그우먼 박미선 15년 결혼생활 & 고부갈등 없이 사는 비결

여느 연예인 부부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가정을 두고 세상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 할 때마다 속상했던 탓에 아이들은 다른 길을 갔으면 한다는 박미선. 하지만 그런 그의 바람과는 달리 남매 모두 방송인이 되고 싶어한다고.
“아직 어리긴 하지만 아이들은 아이들 삶이 있는 거니까 막을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연예계가 어떤 곳인지 너무나 잘 알기에 아이들이 잘 견뎌내면서 살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돼요.”
인터뷰하는 동안 자신의 일상을 꾸밈없이 털어놓은 박미선. 그가 세우고 있는 올 한 해 소망 역시 소박하다.
“남편과 연극무대에 함께 서고 싶어요. 우리 세대의 부부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이면 더 좋을 것 같고요.”

여성동아 2008년 2월 5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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