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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①

설교 뒤의 환상-천사와 씨름하는 야곱

새로운 삶을 다짐하는 신자들 그린~

2008. 02. 13

설교 뒤의 환상-천사와 씨름하는 야곱

고갱, 설교 뒤의 환상-천사와 씨름하는 야곱, 1888, 캔버스에 유채, 에든버러, 국립미술관


정지한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으려고 하고,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고 합니다. 이처럼 원래의 운동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을 관성이라고 하지요. 물체뿐 아니라 사람도 자신의 행동이나 습관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고기만 좋아하는 사람은, 야채를 먹지 않고 고기만 먹으면 몸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아도 이런 태도를 쉽게 바꾸지 못합니다. 먹던 습관에 관성이 작용하는 거지요. 습관은 제2의 천성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습니다.
하지만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때때로 지금까지의 습관이나 태도를 버리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합니다. 관성을 깨야 하는 거지요. 고갱의 ‘설교 뒤의 환상-천사와 씨름하는 야곱’은 성경 이야기를 소재로 해서 그린 그림입니다.
야곱은 자신의 형인 에서로부터 맏아들의 권리와 축복을 빼앗아 형의 미움을 받고 멀리 도망갔던 사람입니다. 오랜 세월 타향살이를 한 끝에 큰 재산을 모아 부자가 되었지요. 그냥 그렇게 살던 대로 살아도 부족한 게 없었지만, 어느 날 형에게 돌아가 예전의 잘못에 대한 용서를 구하고 깨진 우애를 되살리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관성에서 벗어나 보다 바르고 의미 있는 삶을 살려고 생각한 거지요.
밤에 천사가 내려왔을 때 야곱은 그 천사를 붙잡고 씨름을 하면서 자신의 계획을 도와달라고 애원합니다. 천사는 새 삶을 살려는 야곱의 노력을 가상히 여겨 그의 이름을 이스라엘로 바꿔주고 보호를 약속합니다.
고갱은 화면 오른편 위쪽에 천사와 야곱이 씨름하는 모습을 그리고, 아래쪽에 교회에서 방금 야곱에 대한 설교를 듣고 나온 사람들을 그렸습니다. 좋은 설교를 들어도 나쁜 습관과 행동을 바꾸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지요. 신자들은 지금 야곱처럼 관성과 타성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마음을 다지고 있습니다.

한 가지 더~ 고갱은 반 고흐, 세잔과 더불어 후기인상파 3대 화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힙니다. 후기인상파는 인상파에 뒤이어 나온 화파입니다. 인상파가 빛의 표현을 중시해 밝은 그림을 그렸다면, 후기인상파는 밝아진 화폭에 개성 있는 표현을 더했습니다.

폴 고갱(1848~1903) 주식 중개인으로 일하다가 안정된 직업을 포기하고 화가의 길에 뛰어들었습니다.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세계를 그리려고 원시의 풍경이 살아 있는 타히티 섬에 갔습니다. 타히티 원주민의 모습과 자연 풍경을 그려 이름을 얻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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