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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명사가 말하는 ‘내 인생 최고 요리’_새 연재

어머니 손맛 느껴지는 새우젓국밥

탤런트 최불암 ‘추억의 요리’

기획·한여진 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요리) 성종윤‘프리랜서’(인물) || ■ 요리·이영희(나온쿠킹)

2008. 01. 16

어머니 손맛 느껴지는 새우젓국밥

명사들을 찾아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보는 쿠킹 에세이 첫 번째로 ‘국민 아버지’로 불리는 탤런트 최불암을 만났다. 사전 제작드라마 ‘식객’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요리사 대령숙수 ‘오숙수’ 역을 맡기도 한 그는 촬영으로 바쁜 와중에 어머니 손맛 이야기를 한보따리 풀어놓았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마솥 앞에서 요리하시던 모습이 먼저 생각나요. 그 시절에는 모든 어머니들이 그러셨듯이 저희 어머니도 봄에는 나물을 캐서 반찬을 만들고, 여름에는 짠지(장아찌)를 만들어 상에 올리셨지요. 가을에는 겨울을 대비해 야채를 말리고, 한달 내내 된장이나 고추장·젓갈을 정성 들여 담아 겨울 김장 때 쓰셨어요. 매일 끼니마다 밥을 짓고 저를 위해 주전부리도 직접 만들어주셨으니 부엌을 떠날 새가 없으셨을 거예요.”
어머니 손맛 느껴지는 새우젓국밥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던 요리 이야기를 하는 탤런트 최불암의 모습.(좌) 국밥, 달걀찜, 김치에 두루 넣어 맛을 내는 새우젓.(우)


그는 독자였던지라 어머니의 남다른 사랑을 받고 자랐다. 어머니는 이북이 고향인 아버지의 입맛에 맞춰 요리를 깔끔하고 맛깔스럽게 만드셨는데, 특히 조기나 명태·새우·낙지 등을 넣어 담근 김치는 지금 생각해도 입에 침이 가득 고일 정도로 맛이 일품이었다. 큼직하게 썬 무와 다진 고기를 넣고 끓인 무국과 짭조름한 맛이 입맛 살리는 무짠지(무장아찌), 직접 만든 새우젓으로 맛을 낸 따뜻한 국밥과 달걀찜도 지금까지 그맛이 잊혀지지 않는 어머니표 음식들이다.
사계철 내내 산과 밭에서 나는 제철 재료로 어머니가 정성껏 만들어주던 음식만 먹던 그가 어머니의 음식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느꼈던 일이 있었다. 그가 군대생활을 하던 시절, ‘아지노모도’라는 일본 화학조미료를 국이나 반찬에 뿌려 먹으면서 차츰 ‘조미료 맛’에 길들여지던 어느 날, 몸살을 심하게 앓다가 문득 어머니가 만들어주던 음식을 먹으면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났던 것. “어머니의 음식은 가족에 대한 사랑과 정성으로 간을 하기에 조미료를 넣지 않았어도 감칠맛이 났어요. 어린 시절에 감기 같은 잔병치레 한번 하지 않았던 것이 다 어머니의 음식 덕분이었던 거지요”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듯했다.

최불암 이야기, 어머니 그리울 때 생각나는 새우젓국밥
“영화 ‘식객’에 ‘맛이란 모두의 가슴이다. 맛이란 어머니의 음식이다. 어머니가 한 사람이 아니듯 맛도 어머니의 숫자만큼 많다’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날씨가 추울 때나 아플 때, 힘든 일이 있을 때면 가슴 가득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워져 저는 기운이 없을 때면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던 새우젓국밥이 가장 생각나요.
저희 집 뒷마당 항아리에는 항상 새우젓·토하젓 등이 가득 담겨 있었는데, 학교에서 돌아오면 어머니께서 새우젓 하나로 달걀찜·새우젓국·겉절이 등을 뚝딱 만들어 한상 차려주시곤 했어요. 그중 콩나물, 김치를 넣고 새우젓으로 맛을 더해 따끈하게 만들어주시곤 했던 새우젓국밥은 어떤 보약보다도 효과가 좋았어요. 땀을 뻘뻘 흘리면서 국밥 한그릇을 뚝딱 비우고 나면 추운 겨울 밖에서 뛰어놀아도 춥지 않을 정도 였으니까요. 요즘 감기에 걸리면 어머니가 차려준 뜨끈한 새우젓국밥이 생각나 국밥집을 찾아가곤해요. 그런데 혀란 놈이 어찌나 똑똑한지 어머니의 국밥 맛을 잊지 않고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더군요. 아무리 맛있는 집을 가도 어머니의 국밥 맛을 찾을 수가 없네요. 식은밥에 콩나물과 김치만 넣고 새우젓으로 간을 한, 소박하지만 저에게는 특별한 그 새우젓국밥이 지금도 그립습니다.”

추억요리 하나 새우젓달걀찜
어머니 손맛 느껴지는 새우젓국밥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여 만든 달걀찜은 어머니가 즐겨 만들어주시던 추억의 요리다.


준·비·재·료 달걀 3개, 다시마물 ½컵, 실파 2대, 새우젓 2작은술
만·들·기
1 달걀은 거품이 나지 않게 저은 뒤 체에 3번 내려 새우젓을 넣고 섞는다.
2 뚝배기에 다시마물을 넣고 끓이다가 달걀을 넣고 뚝배기 옆면에 눌러 붙지 않도록 젓는다.
3 달걀이 익으면 윗면을 매끈하게 편 후에 송송 썬 실파를 올리고 뚜껑을 덮어 1~2분간 약한 불에 뜸을 들인다.







추억요리 둘 새우젓콩나물국밥
어머니 손맛 느껴지는 새우젓국밥

새우젓으로 맛을 낸 국밥은 어떤 보약보다 최불암에게 힘이 되는 음식.


준·비·재·료 콩나물 400g, 북어머리국물(물 10컵, 북어머리 2개, 무 300g, 대파 1대, 다시마(10×10cm) 1장, 다시멸치 15마리), 소금·다진 마늘 ½큰술씩, 배추김치 2~3줄기, 새우젓 1작은술, 청양고추 1개, 후춧가루·채썬 김 약간씩
만·들·기
1 냄비에 분량의 재료를 넣고 15분 정도 끓인 후 건더기는 건져내 북어머리국물을 만든다.
2 북어머리국물에 콩나물을 넣고 4~5분간 끓이다가 소금, 다진 마늘, 후춧가루를 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
3 배추김치는 속을 털어내 줄기만 송송 썰고, 청양고추도 송송 썬다.
4 뚝배기에 밥을 넣고 북어머리국물을 부은 뒤 새우젓, 청양고추, 채썬 김, 배추김치를 올려 살짝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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