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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Art & Culture

동년배들과 함께 노래하고 이야기하는 겨울 콘서트 여는~ 양희은

글·송화선 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

입력 2007.12.11 16:59:00

맑고 힘 있는 목소리와 따뜻한 말솜씨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양희은. 가수 데뷔 후 36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그가 어느덧 인생의 가을에 서서 겨울을 준비하고 있는 요즘의 삶과 연말을 앞두고 준비 중인 겨울 콘서트에 대해 들려줬다.
동년배들과 함께 노래하고 이야기하는 겨울 콘서트 여는~ 양희은

“제겐 끊임없이 새로운 작업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있어요. 늘 ‘뒤처지면 안 된다, 지금 흘러가는 물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면 허우적대다 사라지게 된다’는 생각을 하죠. 꾸준히 새 노래를 발표하고 콘서트를 여는 건 그 때문인 것 같아요.”
지난 71년 청바지 차림에 통기타를 메고 나타나 맑고 힘 있는 목소리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 양희은(55). 데뷔 후 3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현역’인 그는 “내가 계속 노래하는 건, 그것이 지난 세월 나와 함께 젊음을 보낸 이들에 대한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입을 열었다.
양희은에게 ‘또래’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가 청년이던 70년대,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그의 노래가 울려 퍼졌고, 양희은은 청년 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시대를 함께 지내온 이들과 더불어 나이 들어가면서, 그는 비로소 그들에게 받아온 많은 것을 되돌려줄 방법을 발견했다고 한다.
“어느 순간 주위를 돌아보니, 제 또래들이 하나 둘 자신의 자리에서 밀려나고 있더라고요. 그분들이 저를 보며 ‘야, 저 사람은 내 또랜데 아직 저렇게 공연하네. 여전히 현역이네’ 하는 대리만족을 느끼면 좋겠어요. 그 깨달음에서 얻은 힘으로 다시 자신의 현실을 열심히 살아간다면 더 바랄 게 없겠죠.”
그래서 그는 꾸준히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젊은 가수가 주로 등장하는 TV 가요 프로그램에도 출연한다. 언제부턴가 매년 겨울이면 콘서트도 열고 있다. 또 한 번 고되게 한 해를 지내왔을 또래들과 모여 함께 노래하고 얘기 나누기 위해서다. 지금껏 ‘엄마의 겨울방학’ ‘겨울 동창회’ ‘아줌마, 동숭동에서 길을 잃다’ 등의 타이틀로 공연해온 양희은이 이번 연말 콘서트에 붙인 제목은 ‘겨울, 쉼...’. 어느새 인생의 겨울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라고 한다.

“올 가을 떨어지는 낙엽 보며 나도 이제 인생의 겨울을 준비해야 할 때라는 걸 깨달았어요”
“올가을 거리를 걷는데 새삼 낙엽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바닥에 떨어져 뒹굴고 있는 낙엽이 화려한 꽃 못지않게 아름답더라고요. 그걸 느끼며 ‘아, 내가 지금 인생의 가을에 서 있기 때문이구나. 이제 나도 나를 비우고 낙엽을 떨어뜨려야 할 때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동시에 떠오른 생각은 인생의 가을이 결코 평화롭지만은 않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새 봄 찬란한 꽃을 피우기 위해 나무가 치열하게 자신을 버리며 겨울을 준비하듯, 사람의 중년 역시 청춘보다 더 바쁘게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제 젊은 시절 내가 누렸던 것들을 하나하나 떨어뜨리며, 노년을 준비해야 할 때잖아요. 그동안 바쁜 일상에 치여 미뤄뒀던 진짜 ‘나’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오래도록 즐길 수 있는 나만의 취미도 만들어야 하고…. ‘겨울, 쉼...’은 편안한 겨울을 위해 오늘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를 나누겠다는 뜻을 담고 있어요.”

동년배들과 함께 노래하고 이야기하는 겨울 콘서트 여는~ 양희은

오랜 세월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으로 단련된 그의 입담은 동년배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위로할 수 있을 만큼 재치 있고 푸근해 가끔은 “양희은씨 얘기 들으러 콘서트에 온다”는 관객도 만난다고 한다.


양희은이 콘서트 제목에 이처럼 큰 의미를 담는 건, 공연장에서 관객과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노래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데뷔 이후 방송활동을 모두 중단한 채 미국에 머물러 있던 7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생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양희은에게 ‘이야기’는 ‘노래’만큼이나 익숙한 또 하나의 삶이라고 한다.
“요즘 ‘무릎팍도사’ ‘불후의 명곡’ 같은 몇몇 오락 프로그램 인기 코너에 출연했더니 제 이름이 인터넷 검색 순위에 오르더군요. 젊은 사람들을 만나면 ‘아줌마가 그렇게 웃기는 줄 몰랐다’고 하고요. 그럴 때마다 저는 ‘이보세요, 내가 라디오 DJ만 29년을 한 사람입니다’ 그래요. 저는 노래를 시작하면서 동시에 라디오 진행도 시작했어요. 청취자들이 관제엽서와 스프링 노트에 촘촘히 사연을 적어 보내던 시절부터,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로 실시간 얘기를 걸어오는 요즘까지 죽 라디오 부스를 지켜왔죠. 그래서인지 누군가와 함께 진심을 나누며 얘기하는 게 참 편하고 좋아요.”
양희은은 지난해 가수 데뷔 35주년을 맞아 기자와 만났을 때 “사실 나는 아직도 무대에 설 때마다 도망치고 싶을 만큼 두려움을 느낀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아무리 작은 무대에 서도 공연 시작 후 15분 정도는 ‘쿵쾅대는 내 심장 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객석에 전달되지 않을까’ 걱정해야 할 만큼 극심한 공포와 싸운다”고도 했다. 그런데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만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무대 위에서 얘기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는 노래 사이사이 객석에 질문을 던지고 함께 대화를 주고받으며 비로소 공연하는 즐거움과 여유를 얻는다고 말했다.
“제 노래는 다 느리잖아요. 신나게 춤추며 즐기는 음악이 아니죠. 관객이 공연장에 와서 듣고 싶어하는 것도 ‘상록수’ ‘아침이슬’ ‘한계령’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같은 옛 노래들이고요. 그런 노래를 부를 때면 저는 온전히 혼자 무대를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에 뒷머리가 쭈뼛 일어설 만큼 긴장해요. 하지만 노래를 마치고 편안히 대화를 나눌 때면 금세 왁자하게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기죠.”
오랜 세월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으로 단련된 그의 입담은 동년배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위로할 수 있을 만큼 재치 있고 푸근해 가끔은 “양희은씨 얘기 들으러 콘서트에 온다”는 관객도 만난다고 한다.
양희은은 이번 공연에서 그런 편안함을 더하기 위해 디지털 음향 장비 대신 진공관 앰프를 사용해 소리의 깊이와 따뜻함을 생생히 되살릴 예정. 또 1백년 가까이 된 축음기와 다이얼로 주파수를 맞추는 빈티지 라디오, 나무를 손으로 깎아 만든 낡은 스피커 등을 무대 소품으로 사용해 추억과 편안함이 함께하는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양희은의 바람은 자신의 노래가 듣는 이에게 “혼자 남겨진 시간 어깨에 살포시 얹히는 친구의 손 같은, 딱 그만큼의 위로”가 되는 것. 그리고 자신의 노래에 위로받는 이들과 함께 얘기하고 노래하며 더불어 늙어가는 것이다.
공연일시 12월25일 오후 7시, 26~27일 오후 3시·8시, 28일 오후 8시, 29일 오후 3시·8시, 30일 오후 4시, 31일 오후 3시 장소 서울 순화동 호암아트홀 입장료 R석 8만8천원, S석 6만6천원 문의 02-522-9933

여성동아 2007년 12월 5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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