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수단으로 경매투자에 뛰어드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경매시장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엔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다세대 주택이 감정가의 3배에 낙찰되는 등 낙찰가가 감정가를 넘는 사례도 빈번해졌다. 이에 대해 박수진씨(33)는 “경매는 돈이 없는 사람도 얼마든지 시작할 수 있는 부동산 투자이기 때문”이라며 “충분히 준비한 뒤 경매에 뛰어들면 누구나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이렇게 확신하는 것은 자신이 바로 단돈 6백만원으로 경매시장에 뛰어들어 1년 만에 3억원을 모은 성공의 주인공이기 때문. 그가 경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지난 2004년 사업 실패로 전 재산을 날린 뒤부터였다고 한다.
“남편과 지하 단칸방에 살면서 궁핍한 경제상황에 숨이 턱턱 막힐 때였어요. 학원강사로 일하며 어떻게든 탈출구를 찾기 위해 틈만 나면 서점의 재테크 서적 코너의 책을 뒤지곤 했는데, 그때 눈에 띈 게 ‘경매’라는 단어였죠. 단돈 몇 백 만원만 있어도 집을 살 수 있단 설명을 읽고 미친 듯이 경매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는 강의가 끝나는 저녁시간을 이용해 부동산 경매 강의를 들었다고 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각종 경매투자 관련 책을 살펴보고, 경매관련 법규를 달달 외우기도 했다.
“제 삶이 벼랑 끝에 몰려 있었기 때문에 정말 절박하게 경매에 매달렸던 것 같아요. 공부만 한 게 아니라 틈만 나면 수도권 곳곳을 다니며 직접 경매 물건을 보러 다녔죠.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이 낙찰받으려는 부동산 현장에 찾아가 건물 상태, 도로, 교통편, 편의시설 등을 점검하고 경매 물건을 점유하고 있는 사람 등에 대해 조사하는 작업을 ‘임장’이라고 하는데, 그 무렵 저는 거의 주말마다 임장을 나간 것 같아요. 돈이 별로 없어서 상대적으로 경매 가격이 싼 인천과 부천 지역을 주로 돌아다녔기 때문에 주말이 늘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곤 했어요.”
종자돈 6백만원으로 5천만원짜리 다세대주택 구입, 1년 만에 두 배로 가격 상승
그렇게 1년 넘게 이론과 실전 경험을 쌓은 그는 서서히 부동산 경매투자의 흐름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강사료를 저축해 부족하지만 종자돈 6백만원도 마련했다고. 그리고 마침내 2006년 7월, 그는 경매투자에서 첫 성공을 거뒀다고 한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한 다세대주택을 낙찰받은 것이다.
“저는 경매 햇병아리 시절부터 경매정보 사이트를 뒤지는 게 하루의 주요 일과였어요. 그렇게 경매 물건을 찾는데 신축 빌라가 눈에 띈 거예요. 지하철 5호선 화곡역 근처에 있는 물건이었는데 마침 경매관련 강좌에서 그 지역이 곧 뉴타운으로 지정될 거라는 정보를 들었던 터라 임장을 한 후 과감하게 도전했죠.”
그가 선택한 물건은 4층 건물의 지하 1층집으로, 전용면적이 35.17㎡(약 10.64평)인데 감정가는 5천만원이었다. 박씨는 종자돈 6백만원에 주택 담보대출로 받은 2천6백만원을 더하고, 남은 액수는 구할 수 있는 돈을 있는 대로 끌어 모아 4천7백11만원에 이 집을 낙찰받았다고 한다.
경매 고수 박수진씨는 좋은 물건을 고르기 위해 시간이 날 때면 늘 운동화를 신고 수도권 곳곳으로 현장답사를 나간다.
“경매 당일까지 잠도 못자고 밥도 제대로 못 먹으면서 고민을 했어요. 이게 과연 잘하는 일인가 확신이 들지 않았죠.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그동안 끊임없이 공부하고 수없이 돌아다녔던 저 자신을 믿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기서 멈추면 다시는 일어설 수 없다’는 생각에 ‘그래, 끝까지 가보자’고 마음먹었죠.”
그의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집을 경락받은 뒤 내부 수리를 하고 부동산 중개사무실에 내놓자마자 바로 다음 날 세입자가 들어와 투자자금을 모두 회수한 것이다. 이사철이었던데다가 방 2개가 제법 크고 전철역과 가까워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내다본 그의 판단이 주효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고부터 부동산 중개사무실에서 그곳을 팔 생각이 없냐는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집을 사고 한 달 만에 8천만원에 팔라는 제의를 받았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부동산에서 9천만원에 팔라는 전화가 왔고요. 오를 거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상승속도가 생각보다 훨씬 가팔랐죠. 얼마 전에는 1억원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저는 몇 년 더 보유할 생각이에요. 그 집 대지지분이 16.93㎡(약 5.12평)인데, 지난해 시행된 도시재정비촉진 특별법에 따르면 촉진지구 안에 있는 6평 초과 토지는 토지거래 허가 대상이라 함부로 사고팔 수 없거든요. 우리 집은 딱 그 경계에 걸려 언제든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는 ‘다이아몬드’ 부동산인 거예요.”
박씨는 “많은 사람이 개발지역의 부동산을 매입할 때 지분이 클수록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실은 6평 이하인 것의 평당 가격이 더 높다”며 “이 투자를 통해 그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치밀하게 준비해온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재산이 수억, 수십억, 수백억원씩 있는 사람에겐 제 성공이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질지 몰라요. 하지만 단돈 6백만원으로 짧은 기간에 그 정도의 돈을 벌고 나니 ‘아, 이렇게 움직이면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더군요.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때부터 전 ‘경매를 익히고 나니 세상 사는 게 더 이상 두렵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박씨는 바로 다음 달 다시 경매에 참여해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연립주택 1층을 8천4백11만1천원에 낙찰받았다. 그 집 역시 바로 전세 7천5백만원에 세입자가 들어와 투자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었고, 현재는 시세가 1억6천만원 선으로 2배 가까이 올랐다고 한다. 당시 감정가는 8천만원에 ‘불과’했지만, 박씨는 장래 전망을 보고 과감히 8천4백만원을 베팅했다고 한다.
“봉천동 연립주택 경매에 참여한 건 그 무렵 봉천동에 재개발 바람이 불면서 연립주택이 뜨고 있다는 얘기를 집 근처 부동산 중개소에서 여러 번 들었기 때문이에요. 그 말을 듣고 실제로 가격조사를 해보니 하루가 다르게 뛰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마침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이었기 때문에 굳이 멀리까지 임장을 가지 않아도 쉽게 정보를 접하고 이를 판단할 수 있었죠. 그래서 기회를 노리고 있는데 마침 경매 사이트에 봉천동 연립주택 물건이 올라온 거예요. 당연히 입찰에 참여했죠.”
박씨는 자신이 경매투자에서 연이어 성공한 것은 이처럼 정확한 정보를 바탕에 두고 물건을 선택한 뒤 꼼꼼하게 권리관계를 따져 투자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경매를 배우고 나면 당장 무언가 하나 저지르고 싶은데 어떤 물건을 매수해야 할지 막막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며 “나 역시 처음엔 어떤 게 좋은 건지 몰라 경매 정보지나 법원경매 사이트에 나온 물건 가운데 조금만 관심이 간다 싶은 것에 대한 정보는 전부 출력해 들고 다니며 인천, 파주, 동탄, 강원도로 정신없이 뛰어다녔다”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얻은 교훈이 처음 경매로 물건을 사려 할 때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선택하는 게 가장 좋다는 거예요. 시간 나면 운동화 신고 주변을 돌아다니며 자신이 사는 지역의 전문가가 되세요. 그러다 보면 꼭 큰돈을 만들어주는 물건이 나오게 마련입니다.”
개발 호재가 있는 곳이나 그 주변을 선택하는 것도 좋다고 한다. 그가 화곡동 다세대 주택에 투자해 성공한 것은 바로 이 경우로, 박씨는 “어떤 식으로든 정보를 구할 수 있는 루트를 갖고 있으면 경매 물건을 훨씬 수월하게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 ‘돈 되는 알짜 정보’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박씨는 “부동산 중개사무실을 최대한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제가 아는 한 여자분은 아예 알고 지내는 부동산 중개사무실에 들러 노는 걸 일과로 정했어요. 가끔은 먹을거리를 만들어 가기도 하고, 중개인이 고객들에게 집을 보여주러 갈 때 사무실을 봐주기도 했죠. 그러면서 그는 그곳 사무실에 모여 얘기하는 다른 중개인과 고객들에게서 좋은 정보를 많이 얻는 거예요. 얼마 전엔 누군가 단독주택을 급히 팔고자 한다는 걸 알고 시세에 비해 40%나 싼 가격에 물건을 샀죠.”
그가 전해주는 또 하나의 정보는 “아파트보다는 다세대주택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 그는 지금까지 주로 다세대주택에 투자해왔고, 평균 수익률이 100%에 이를 만큼 성공을 거뒀다고 한다. 다세대주택이란 4층 이하 건물에 2세대 이상 살고 있으면서 연면적이 6백60㎡(약 2백 평) 이하인 주택으로, 세대별로 독립된 주거생활이 가능하고 구분 소유 및 등기가 가능한 공동주택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연립’ ‘빌라’라고 부르는 건물이 대부분 여기에 포함된다.
“아파트는 담보대출 규제가 심해서 집을 담보로 받을 수 있는 대출이 많지 않아요. 적은 돈으로 경매를 하는 이들에게는 아무래도 어려움이 많죠. 또 다세대주택은 시세의 50~60% 가격에 나오는 물건이 많아서, 잘만 고르면 두 배 이상의 이익을 남길 수 있어요.”
좋은 물건을 고른 뒤 필요한 것은 적절한 입찰가로 낙찰받는 것. 그는 그동안 경험을 통해 깨달은 ‘입찰가 정하는 요령’도 살짝 공개했다.
“가장 중요한 건 주변 시세를 조사하는 거예요. 특히 다세대주택 같은 경우는 발품을 팔아가며 직접 현장 주변 비슷한 규모의 다세대주택 가격을 알아봐야 해요. 감정가가 시세와 비슷하면 10~15% 낮은 금액으로 적어내고, 만약 시세에 비해 감정가가 턱없이 낮게 책정돼 있다면 감정가와 비슷하게 써내는 게 낙찰 확률을 높이는 비결입니다.”
그동안 주로 서울지역에 투자해온 박씨가 최근 눈여겨보고 있는 유망 지역은 인천. 2014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지하철을 건설하는 등 도시 전체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그동안 서울·경기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었으므로 상승 여력이 높다고.
경매 물건 고를 때 가장 신경 쓸 건 지역에 대한 정보와 꼼꼼한 권리분석
“좋은 물건을 고른 뒤 꼭 챙겨야 할 것은 권리관계를 분명히 파악하는 거예요. 등기부등본을 떼보고 어떤 권리관계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세요. 평소에 부동산 등기부등본 보는 연습을 하고,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공부해두면 좋죠. 등기부등본에 근저당권은 낙찰과 동시에 말소되기 때문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하지만 지상권·지역권·전세권·환매등기 등이 걸려 있으면 낙찰 받아도 원래 권리자의 권리가 소멸되지 않기 때문에 초보 때는 그런 물건의 경매에 참여하지 않는 게 좋죠.”
끊임없는 공부와 실전 경험을 통해 얻은 투자 노하우를 정리해 최근 ‘나는 쇼핑보다 경매투자가 좋다’는 책을 낸 박씨의 다음 목표는 중국에 진출해 경매투자를 하는 것. “최근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발전속도를 볼 때 중국 부동산은 투자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하는 박씨는 “이 꿈을 위해 지난해부터 중국어 학원에 다니며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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