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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향기 있는 삶

시인 이정옥씨가 들려준 ‘ 자기 안에서 행복찾기’

기획·김명희 기자 / 글·백경선‘자유기고가’ / 사진·지호영 기자

입력 2007.08.22 10:54:00

교사, 기자로 일하다가 20년 전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도시를 떠나 자연과 호흡하며 살고 있는 시인 이정옥씨. 최근 그간의 성찰을 담은 수필집을 낸 그가 행복한 삶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체험을 통한 몇 가지 조언을 들려주었다.
시인 이정옥씨가 들려준 ‘ 자기 안에서 행복찾기’

“저는 가끔 저 자신에게 ‘너 지금 행복하니?’라고 물어요. 설령, 내 안에서 답이 들리지 않더라도 계속 물어보죠. 제 자신과 대화하기, 그것이 저를 사랑하는 방법이거든요.”
최근 행복에 대한 성찰을 담은 수필집 ‘행복한 자기사랑’을 낸 이정옥 시인(68). 그의 웃음은 주변 사람들까지 편안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는 “나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언제나 환하게 웃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저 자신을 너무나 사랑한 탓에 결혼을 안 하고 지금껏 혼자 살아온 게 아닌가 싶어요(웃음). 고향이 경남 밀양인데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여자가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는 건 굉장히 드문 일이었어요. 부모님은 제가 고등학교를 마치고 결혼하기를 바라셨지만 아버지께 ‘시집보낼 돈으로 공부시켜달라’고 졸라서 서울로 올라왔어요. 누군가에게 의지하기보다 저 자신을 잘 가꾸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는 대학 졸업 후 잠시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았고, 이후 기자로 활동했다. 25년 동안 정말 열심히 일만 했다고 한다. 그러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직장생활과 삭막한 도시생활에 회의를 느꼈다고. 그래서 그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지난 88년 경기도 가평으로 내려가 그곳 산기슭에 집을 짓고 자연 속에서 10년 동안 살았다고 한다.
“우리 인간은 누구나 원시인의 피가 흐른다고 해요. 그래서 종국에는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거죠. 저 또한 30대 중반부터 시골에 집 짓고 사는 게 꿈이었어요. 그 꿈을 찾아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가평으로 갔어요.”
가평에 가서 3년 동안은 아무 일도 안 하고 그냥 정원 가꾸고 텃밭 일구는 일만 했다고 한다. 그렇게 자연과 어울려 살다 보니, 마음의 근심이 없어졌다고. 그러면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깨쳤다고 한다.
“믿음이 깊은 수도자이자 사랑받는 샹송가수였던 프랑스의 뒤발 뤼시엥 신부는 알코올 중독자였대요. 그가 두 번째 병원에 실려가자 어떤 이가 이렇게 말했답니다. ‘뤼시엥, 자신을 사랑하시오’라고요. 이 한마디가 그를 깊은 잠에서 깨어나게 했다더군요. 부모도, 교회도, 신학교도, 수도회도 오로지 그에게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만 강조했지,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고 하지는 않았던 겁니다. 그는 책임감과 명예 때문에 술로 자신을 학대해온 사실을 깨달았다고 해요.”
이후 중독에서 벗어난 뤼시엥 신부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서 타인을 사랑하는 것은 하나의 질병이며, 자기를 사랑하는 것은 죄가 아니며 결코 이기주의도 개인주의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자연 속에 집을 짓고 살다 보니 종종 서울에서 친구들이 놀러오곤 했다. 돌아갈 때 친구들은 그를 혼자 두고 가는 게 마음에 걸리는지 늘 ‘외롭지 않느냐’고 물었다고.

자기감정을 존중하고 솔직해지는 것이 자기 사랑의 시작
시인 이정옥씨가 들려준 ‘ 자기 안에서 행복찾기’

이정옥 시인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과의 차이를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친구들에게, 특히 결혼한 친구들에게 홀로 서기를 하라고 얘기해요. 뭔가를 기대하고 기다리니까 외로운 거라고 말하죠. 더욱이 자식이나 남편에게 ‘내가 그들을 위해 어떻게 했는데…’ 이런 마음을 갖지 말라고 해요. 자신의 삶을 남에게 떠넘기지 않는 게 자기 사랑의 밑바탕이거든요.”
그는 홀로 서고, 자기를 찾고, 자기 일이 무엇이든지 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 이것이 자기 사랑의 최고 방법이라고 한다. 또한 타인과의 차이를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옆집에 중년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그들은 사흘이 멀다 하고 싸우곤 했어요. 그럴 때마다 저들은 무슨 재미로 살까 싶었죠. 그들의 결혼은 불행하고 자유를 누리고 있는 저는 행복하다고 확신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대문 앞을 쓸고 있는데 외출을 나가던 그 옆집 부인이 저를 보고 한마디하는 거예요. 결혼도 안 하고 혼자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요. 그 동정어린 말투와 눈길이라니(웃음). 제가 옆집 부부를 동정어린 눈길로 바라보곤 했는데, 그들은 오히려 저를 동정어린 눈으로 보고 있었던 거예요. 충격을 받았죠.”
그 충격이 있은 후, 그는 사물과 타인에 대한 생각을 고쳐나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큰 것도 작은 것도, 검은 것도 흰 것도, 떠나는 것도 다가오는 것도 모두 그 나름의 존재 이유를 지니고 있음을 긍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변했다고 한다. 모든 사람에게 이것이 아니면 저것,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강요했던 그가 “글쎄요”라는 애매한 대답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받아들이니, 그의 안에 불만의 응어리로 굳어 있던 것들이 녹아내렸다고 한다. 그리고 삶은 한결 수월해졌다고.
현재 그는 경기도 용인에 있는 실버타운에서 살고 있다. 지난 99년, 10년 넘게 가꾼 집과 정원, 가구, 책을 버리고 그곳으로 들어간 것. 그는 지금 자신이 머물고 있는 작은 방 하나가 가진 것의 전부라고 한다. 그래도 그는 행복하다고.
“예나 지금이나 저는 벗이 찾아오면 차 한 잔 내놓을 수 있고, 한 달에 책 서너 권 살 수 있고 후배가 부르면 기꺼이 뛰어가 잔치국수 한 그릇 앞에 놓고 정담을 나눌 수 있는 정도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어요. 욕심을 버리면 평화롭고 행복해지죠.”
그는 잠잘 곳이 있고, 세끼 밥을 먹을 수 있다면 누구나 다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을 뿐이라고 한다. 두 벌 옷의 갈등을 택하는 것보다 한 벌 옷의 자유를 택하는 것 또한 자기 사랑의 한 방법이라고 그는 말한다.
“얼마 전 조카가 일곱 살 배기 아들을 데리고 왔기에 신발 하나 사주고 싶어 신발가게를 갔어요. 아이는 수십 종류의 운동화가 즐비한 가게에서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하더니 결국 살 것이 없다더군요. 사실 저희 어릴 때만 하더라도 그런 걸로 고민할 필요가 없었죠. 검정 고무신 아니면 흰 고무신, 어쩌다가 운동화 정도였으니까요. 그때 세상살이는 요즘처럼 이렇게 복잡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는 어제는 어제일 뿐이라며, 그것을 떨쳐버리고 오늘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이 스트레스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마지막으로 그는, ‘자기를 희생하는 것이 최고의 선(善)’이라는 식의 가르침이 무의식을 지배하면, 뤼시엥 신부처럼 외로워도 외롭다 말 못하고, 힘들어도 힘들다 말 못해 결국은 병을 얻게 되며 그것은 자기 학대라고 말한다. 자기 사랑은 자기 감정을 존중하고 단순하고 솔직해지는 것, 따라서 그는 기쁘면 웃고, 슬프면 울라고 조언한다.

여성동아 2007년 8월 5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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