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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에서 ‘성형 후 부작용 여성’ 연기해 웃음 주는 신인 개그우먼 박지선

글·구가인‘주간동아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7.08.21 17:03:00

KBS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 콘서트’ ‘3인3색’코너에서 ‘(성형 후) 부작용’ 캐릭터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박지선. 고려대 교육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 국어교사를 꿈꾸던 그가 개그우먼으로 데뷔하기까지의 사연 & 넉 달 남짓 경험한 방송생활을 들려줬다.
‘개그콘서트’에서 ‘성형 후 부작용 여성’ 연기해 웃음 주는 신인 개그우먼 박지선

KBS ‘개그 콘서트’ ‘3인3색’ 한 장면.
여자1: “내 남자친구가 신촌 한복판에서 내 손을 잡고 사랑한다고 외쳤다~ 자기야, 나도 사랑해~ 앙앙!”
여자2: “나도 내 남자친구가 종로 한복판에서 내 얼굴을 잡고 키스해줬다~ 얼마나 황홀하던지! 자기야 사랑해. 유후~”
여자3: “난 내 남자친구가 명동 한복판에서 내 멱살을 잡고 날 내동댕이치더라. (화면 정면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너, 힘 좋더라. 매력적인 자식…!”

‘(성형 후) 부작용’이라는 별명을 가진 여자3. 다듬어지지 않은 눈썹에 다소 작은 눈, 각진 얼굴을 지닌 그는 과장해 웃으며 덧니를 드러낸다. 처음엔 1~2분간 짧게 선보였던 토막극이 당당히 10여 분짜리 독립된 코너로 자리 잡은 데는 ‘여자3’ 박지선(23)의 연기력이 한몫했다.
인터뷰를 시작할 때부터 손가락을 화려하게(!) 움직이면서 “평소에도 손꼬락(손가락)을 경장히(굉장히) 많이 움직이는데 이걸 내리면 말이 안 나온다”며 그 덧니를 드러내며 배시시 웃는 박지선은 지난 3월 선발된 KBS 신인 개그우먼이다. 몇 마디 나누지 않았는데도 ‘손꼬락’ ‘경장히’ 등의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써 지방 출신인가 했는데 오랫동안 인천에 살다가 대학교 2학년 때 서울로 이사했다고 한다.
“가족들이 모두 저와 같은 말투를 써 제가 특이하게 말하는지도 몰랐어요. 가족들이 다들 웃기는 편이고요. 저희 오빠 말투도 저와 똑같죠. 그래서 개그맨 시험도 오빠와 함께 보고 싶었는데 오빠가 공식적인 자리에 나서는 걸 싫어해 포기했어요. 잘하면 남매 개그맨으로 이슈가 될 수 있었는데 아쉽죠(웃음).”
가족들의 이런 재능은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았다고 한다. 그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돌아가시기 전까지 같은 방을 썼던 할머니는 지금의 캐릭터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할머니가 평소 전라도·충청도·강원도 사투리를 섞어서 말씀을 하셨어요. 할머니와 같은 방을 쓰면서 티격태격도 많이 했고, 그렇게 정이 들었어요. 생전에 할머니는 매일 일기를 쓰셨는데, 글을 잘 모르시는 분이라 할머니가 내용을 불러주면 제가 받아 적었어요. 당신 억울했던 일, 분했던 일이 대부분인데 ‘오늘 며늘아이가 음식을 부실하게 차렸다’ ‘603호 할머니가 속임수를 써서 얼마를 더 따갔다’ 이런 내용이었어요. 그러면 제가 ‘오늘 그런 일이 있었어요? 왜 그랬데, 할머니가 참아…’ 이렇게 말동무를 하곤 했어요. 귀가 어두운 할머니와 얘기하다 보니 아무래도 손짓 같은 것도 많이 사용하고, 그러다 보니 제가 이렇게 된 거 같아요.”
그렇게 할머니에게 말동무가 돼 위로와 기쁨을 주던 손녀는 이제 전 국민에게 웃음을 주는 개그우먼이 됐다. 현재 고려대 교육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지난해 겨울까지만 해도 노량진 고시원에서 살면서 국어교사가 되기 위해 임용고사를 준비했다.

‘개그콘서트’에서 ‘성형 후 부작용 여성’ 연기해 웃음 주는 신인 개그우먼 박지선

아직은 방송에 나오는 자신의 모습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는 박지선.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기보다는 지루하게 느껴지기 쉬운 학과목을 재미있게 가르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교육학과에 들어갔어요. 고등학교 때까지 ‘너 진짜 웃기니까 개그맨해보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연예인이 되겠다는 생각은 못했어요.”
하지만 대학에 온 뒤 점차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 잡는 기회가 늘면서 자신에게 “웃기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박지선은 개그우먼의 꿈을 갖게 됐다.
“수업시간에 발표를 할 때조차 ‘어떻게 하면 점수를 잘 받을까’보다 ‘어떻게 하면 더 웃길까’ 생각했어요. 그러다 사람들을 웃기면 몸이 찌릿했고요. 그러면서 잠깐이라도 예전부터 하고 싶은 걸 해봐야 할 것 같았어요. 부모님께는 레크리에이션 강사 자격증 같은 걸 따고 싶다고 한 학기만 휴학하겠다고 말씀드리고 가족들 몰래 개그맨 시험을 봤는데 운 좋게 한 번에 됐어요.”
공부 잘하던 딸아이가 갑작스럽게 연예인의 길로 들어선 것에 대해 부모의 반대는 없었을까.
“저희 부모님은 제가 하는 일에 반대를 안 하세요. 제가 그동안 말썽 한 번 안 부리고 정말 잘해왔거든요(웃음).”
그는 개그무대에 서는 중에도 학업은 계속 이어갈 생각이라고 한다. 아직 교생실습이 남았는데 무척 기대된다고.

“사람들이 제게 반응해 웃어줄 때 온몸이 찌릿해요”
인터뷰 중간, 그의 얼굴을 알아본 이가 다가와 사인을 요청했다. 아직 신인이라 사인이 없다는 그는 반듯하게 자신의 이름 석자를 적었다. 그러면서 “제가 한글을 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갈겨쓰면 되게 미안한 거 같아요. 예쁘게 반듯하게 써야죠” 한다. 막무가내일 것 같은 ‘부작용’ 캐릭터와 달리 실제의 박지선은 참 반듯하다. 늘 버스에 탈 때면 기사아저씨께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고, 취미는 ‘헌혈’이라고 한다.
데뷔한 지 넉 달 남짓 흐른 지금 그는 개그우먼으로 사는 게 정말 재미있다고 한다. 놀다가, 머리를 감다가 번뜩번뜩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적어놓고, 자신이 의도한 부분에서 사람들이 웃어주면 그렇게 좋을 수 없다고. 하지만 다소 우스운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게 부담스럽진 않을까.
“글쎄요. 제가 방송에 쌩얼로 나오는데 실제로도 화장을 못해요. 코너 속 별명처럼 제 피부가 ‘부작용’이에요. 고등학교 때 경미한 피부 염증이 있었는데 치료를 잘못 받아 정말 난리났었어요. 한동안 학교에 못 나갈 정도였죠. 간신히 치유가 됐는데 대학 때 재발했어요. 화장을 한 것이 화근이었죠. 그래서 처음부터 방송에 예쁘게 나오겠다는 생각은 버렸어요. 대신 재미있게 하기로 마음먹었고요.”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는 그는 오히려 피부 부작용 경험을 겪으며 “웬만한 것에 흔들리지 않고, 남의 아픔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고 말한다.
“저는 그다지 욕심도 없고 단순한 편이에요. 그래서 요즘 방송에 제가 나오는 걸 보고 사람들이 즐거워하면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연예인으로 사는 게 불안정하게 보일 수도 있는데 아직 그런 거는 생각해보지 못했고요. ‘개그콘서트’에서 열심히 잘하고 싶어요. 저 같은 초짜가 그곳에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럽잖아요. 그냥, 천천히 차근차근… 모습은 늘 새롭게 변해도 감정의 기복 없이 즐겁게 하고 싶어요.”

여성동아 2007년 8월 5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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