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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책이 바꾼 삶

김형준·문경희 부부‘독서 예찬’

도서관 근처 아파트에 살며 거실을 서재로 꾸미고 사는~

기획·김명희 기자 / 글·강은아‘자유기고가’ / 사진·지호영 기자

입력 2007.04.06 18:10:00

책이 좋아 도서관 근처로 이사를 하고 집안 거실은 서재로 꾸며 독서를 생활화하고 있는 부부가 있다. 두 아이를 둔 웃음치료사 김형준·문경희 부부의 책 사랑과 자녀교육법을 들었다.
김형준·문경희 부부‘독서 예찬’

“으하아하아, 어서 오세요~.” 커다란 웃음소리로 맞이해주는 김형준(37)·문경희(34) 부부. 넘치는 웃음과 함께 이들 부부의 집에서 눈에 띄는 것은 방 마다 빼꼭하게 들어차 있는 책들이다. 어디서 어떤 자세로 손을 뻗어도 책이 닿는 이 집은 살림집이 아니라 작은 서점 같다. 딸 형경(6)과 아들 준수(4)는 책을 깔고 뭉개고 덮어가며 놀고 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양말 벗어던지고 함께 뒹굴며 편안한 자세로 책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
99년 선교사 파견 교육기관에서 처음 만나 필리핀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사랑을 키운 이들 부부는 7년 전 결혼할 때 세 가지 약속을 했다고 한다. 거실에 소파를 두지 않을 것, TV를 사지 않을 것, 서재를 거실로 만들 것. “두 사람 모두 책 욕심이 많아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라는 게 남편 김씨의 설명이다.
“결혼 전 약속을 모두 지키지는 못했어요. 작은 방에는 TV를 놓았는데 제가 강연에 필요한 정보를 얻거나 교육 프로그램을 녹화해두었다가 아이들에게 보여주기도 하죠. 그 외엔 TV를 보는 일이 거의 없어요.”
전직 간호사인 문씨는 결혼 당시에도 살림살이 대신 트럭 두 대에 책을 가득 실어 ‘혼수’로 가지고 왔다고. 아내 못지않게 책을 좋아하던 남편 역시 대환영이었고 신혼 초 두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독서 삼매경에 빠지기 일쑤였다고 한다. 이런 환경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저절로 책에 익숙해졌다. 문씨는 아이들이 태어나자 책을 읽어 주었고 책 읽는 소리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돌 무렵부터 “책을 읽어달라”고 보챘다고 한다. 심지어 올해 유치원에 입학한 딸은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읽는 습관이 생겼다고. 아이들은 같은 책을 서너 번 반복해서 읽는데 문씨는 아이들이 책을 한 권 읽고 나면 표지에 스티커를 붙여 아이들이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체크한다고 한다.
“딸은 성경 이야기와 역사·문화 책을, 아들은 자연과학 책을 좋아해요. 아이의 관심분야를 알고 나면 그것을 실제 ‘체험’으로 연결시켜줍니다. 예를 들어 곤충에 관한 책을 읽은 후에는 근처 야산으로 가서 곤충들을 살펴볼 기회를 만들어주지요. 또는 동물원이나 식물원을 먼저 다녀온 후 관련된 책을 읽게 하기도 하고요. 올해 유치원에 입학한 딸이 처음 접하는 환경에 적응을 잘할까 잠시 걱정을 하기도 했는데 유치원에서도 친구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대장 노릇을 한대요.”

김형준·문경희 부부‘독서 예찬’

독서광인 김형준씨 가족은 서로에게 할 말이 있을 때 마음을 담은 편지로 대신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책을 한 번 읽고 나면 표지에 스티커를 붙여 관심사를 체크해요”
두 아이에게 서재는 놀이터고 책은 장난감이다. 아이들은 책을 가지고 도미노 게임을 하고 책을 베개 삼아 잠들기도 한다. 하지만 무조건 책만 읽게 하는 게 좋은 방법일까? 김씨 부부는 아이들의 독서효과를 높이기 위해 운동과 식단에도 신경을 쓴다고 한다.
“저희 집 식탁은 ‘풀밭’이에요(웃음). 고기류를 많이 먹으면 소화될 때 에너지가 소비되면서 집중력, 기억력, 판단력 등이 떨어진다고 하거든요. 또 제가 일찍 퇴근해서 스트레칭, 줄넘기, 배드민턴 등 하루 한 번씩 꼭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시간을 갖죠.”
이들 부부는 다른 비용을 줄여서라도 책에는 과감하게 투자한다. 그러다 보니 생활비의 70% 이상을 책값으로 쓰고 있다. 주로 인터넷 서점과 헌책방에서 책을 구입하는데 얼마 전 1천여 권을 처분했음에도 아이들 책 2천여 권에 어른 책까지 더해 소장하고 있는 책이 5천~6천 권 정도 된다고.

김형준·문경희 부부‘독서 예찬’

그것도 부족해서 김씨 부부는 지난해 4월 도서관과 가까운 집을 찾아 이사를 했다. 이삿짐을 정리하면서 가장 신경 쓴 것은 책을 분류하고 정리하는 문제였는데 안방에는 부부가 읽는 책을 꽂아두고 거실에는 아이들이 읽는 책을 가져다두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4단 책꽂이 여러 개를 옆으로 뉘어놓고 백과사전, 위인전, 역사책 등을 종류별로 분류해 꽂아둔 것.
“이삿짐센터에서 가장 꺼려하는 짐 중 하나가 책이래요. 수백 박스에 이르는 책을 정리하는 데만 며칠이 꼬박 걸렸죠. 며칠에 한번씩 정리를 해도 이것저것 꺼내 읽다 보면 집이 어수선해지기 쉬워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자기가 읽은 책은 꼭 ‘그 자리에 놓아두라’고 가르치죠.”
가격이 비싸거나 희귀본이라 구입하지 못하는 책은 집 근처 인창도서관에서 빌려다 읽는다고 한다. 문씨는 전공인 간호학을 비롯해 종교·교육·문예창작에 관심이 많은 반면 김씨는 심리학이나 가족복지 및 아동복지에 관한 책을 즐겨 본다고 한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재미있는 소재, 인간에 대한 애정을 필요로 하는 웃음치료사로 활동하게 된 이력에는 무엇보다 독서의 힘이 컸다고. 부부가 유일하게 관심을 덜 기울이는 분야는 경제 및 경영 분야의 서적이라고 남편 김씨는 말한다.
“둘 중 한 명이라도 경제나 경영 쪽 책을 좋아하면 우리가 더 잘살 수 있을 텐데, 이상하게 둘 다 그쪽 분야의 책에는 관심이 안 가요. 물질적으로 풍요롭진 않지만 책을 읽음으로써 웃을 수 있고 행복하기에 부족함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경제적으로는 넉넉지 않지만 정신적으로는 풍요로운 삶을 사는 ‘책 부자’ 부부. 앞으로 여건이 된다면 방음시설과 적절한 조명시설 등을 갖춘 쾌적한 환경의 작은 독서실을 만들 계획이다. 형편이 여의치 못해 책을 사 보기가 어려운 동네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찾아와 맘껏 책을 읽을 수 있는 웃음이 넘치는 독서 사랑방을 만들고 싶은 것이 이들 부부의 소박한 꿈이다.

여성동아 2007년 4월 5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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