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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Art & Culture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 싣고 떠난 동시가 흐르는 기차여행

기획·이한경 기자 / 글·오진영‘자유기고가’ / 사진·조영철 기자

2007. 01. 12

지난 12월 초 서울역은 때 아닌 여행을 떠나는 아이들로 북적였다. ‘동시가 흐르는 기차여행’에 초대받은 아이들. 꿈을 갖고 있으면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마련된 이 특별한 여행을 취재했다.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 싣고 떠난 동시가 흐르는 기차여행

지난 12월7일 아침, 코끝이 쌩하게 겨울바람 차가운 서울역 플랫폼은 때 아닌 기차여행을 떠나는 아이들로 왁자지껄했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민병욱)가 마련한 ‘동시가 흐르는 기차여행’에 참가한 아이들이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1백21명의 아이들은 서울 강서구 16개 초등학교에서 온 4,5학년생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평소 여행할 기회가 거의 없던 아이들을 위해 한국철도공사에서는 다음 날 개통 예정인 스키관광열차를 이날 서울과 파주를 잇는 여행에 특별히 제공했다.
동화책과 필기도구, 메모수첩이 들어있는 책가방을 하나씩 선물받아 어깨에 메고 한껏 기대에 찬 눈망울을 빛내는 아이들을 태운 기차는 서울역을 출발하자 곧 달리는 동시 교실로 변했다.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김은영 시인(42)은 이날 하루 경기도 남양주에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학생들을 두고 왔다. 그 대신 서울을 출발해 파주로 달리는 동시 교실의 기관사를 맡았다.

김은영 시인의 동시집에 실린 ‘방귀’에 관한 대화 나누며 웃음꽃을 피운 아이들
“여러분, 하느님은 방귀를 뀔까요? 안 뀔까요? 여러분 생각을 말해볼까요?”
김 시인의 동시집 ‘아니, 방귀 뽕나무’에 실린 동시를 같이 읽으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하느님의 방귀를 생각만 해도 웃음이 터져 못 견디겠다는 얼굴로 아이들은 저마다 손을 들고 “하느님도 방귀를 뀔 거예요!” “하느님 방귀 소리가 바로 천둥소리인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엄마와 둘이 사는 지우(가명·신정초 4년)는 손을 번쩍 들고 “하느님도 방귀를 안 뀌면 변비에 걸려버려요!”라며 깔깔 웃었다.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 싣고 떠난 동시가 흐르는 기차여행

초등학교 교사인 동시작가 김은영 시인은 자신의 동시집 ‘아니, 방귀 뽕나무’를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동시를 읽는 즐거움을 알려줬다.(왼쪽) 아동문학가 이상교씨(58)도 기차에 동승해 아이들에게 책을 열심히 읽고 “생각하는 사람이 돼달라”고 당부했다.(오른쪽)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 싣고 떠난 동시가 흐르는 기차여행

한국철도공사에서 제공한 기차 앞에서 포즈를 취한 아이들.(왼쪽) 개그맨 정만호·윤성한 사회로 장기자랑을 선보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오른쪽)


아이들이 좋아하는 방귀 시리즈는 계속됐다.

“나오려던 방귀가 / 자전거 안장에 눌려 / 풍선처럼 이지러진 채/ 터질 듯 터질 듯/ 내리막길 달려가는데 / 길이 움푹 파였다./ 자전거 덜컹!/ 엉덩이 들썩!/ 방귀 푹!”
-김은영 ‘방귀와 자전거’

아이들은 달리는 기차 안 의자가 내리막길을 달려가는 자전거라도 된 듯 엉덩이를 들썩이며 소리 높여 시를 읽었다. 아침마다 일어나기 싫어 홑이불을 뚤뚤 말고 버티는 아이들 모습을 그린 ‘번데기와 달팽이’를 읽자 지우는 “나도 오늘 아침에 엄마가 지각할 거냐면서 이불 빼앗아갔는데!” 하며 즐거워했다.
동시 교실을 마친 아이들은 옆 칸으로 옮겨갔다. 이번에는 개그맨 ‘만사마’ 정만호와 ‘그룹 싸스’ 윤성한이 이끄는 오락시간 차례였다. 개그맨들이 “노래 잘하는 사람, 그룹 싸스 흉내 잘 내는 사람에게 상품권을 선물로 준다”고 말하자 아이들은 서로 노래자랑을 하겠다며 나서 기차 안은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동시 시간에 맹활약했던 지우는 이 기회도 놓치지 않았다. 즉석에서 친구들과 3인조 그룹을 결성해 장윤정의 트로트곡 ‘어머나’를 불러 상품권을 받았다.
기차에서 내려 경기도 파주 출판도시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만난 수정이(가명·등원초 4년)는 평소 경제학습 만화를 재미있게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돈이 없어서 사서 읽지 못한다는 수정이는 얼마 전 또래친구들 사이에서 최고 베스트셀러인 책 두 권을 샀다가 엄마로부터 “돈도 없는데 책을 왜 샀냐”고 야단을 맞고는 환불했다는 가슴 아픈 얘기를 들려줬다.
점심식사 후 파주 출판도시에서는 출판사, 인쇄소, 물류센터를 찾아 책이 만들어지고 전국의 서점으로 실려나가는 과정을 견학했다.
파주 출판도시에서 첫 번째 견학 장소는 물류센터인 북센. 최대 2천8백만권의 책을 보관할 수 있다는 거대한 창고 안에 커다란 계란판 같이 생긴 플라스틱 팰릿 위에 책을 실어 옮기는 길이 3.2km의 컨베이어 벨트가 있는 곳이었다. 아이들이 특히 관심을 보인 곳은 책의 바코드를 자동으로 읽어내 짧은 시간 안에 전국의 수많은 서점으로 보낼 책을 분류하는 작업을 한다는 자동분류대 앞. 여기서 36개 포장 단위로 분류된 책은 바로 전국 2백여 개 서점으로 출발하는 차량으로 옮겨진다. 이어서 천일문화사에서는 인쇄와 제본 과정을, 사계절 출판사에서는 기획과 편집의 책 만들기 과정을 살펴본 후 아이들은 오후 4시경 책 세상에서 보낸 하루 나들이를 마치고 아쉬운 귀경길에 올랐다.
이날 행사를 기획한 간행물윤리위원회의 민병욱 위원장(56)은 “이번 기차여행이 아이들에게 꿈만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으며, 꿈은 좋은 책과 좋은 글을 통해 가꾸어나가는 것임을 느끼게 해준 경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민 위원장은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독서량이 1년에 평균 3권 정도인데 7권까지는 끌어올리고 싶다”면서 “양서권장 캐릭터인 ‘책 읽는 아이 책뽀’와 함께 ‘좋은 책 좋은 글 좋은 생각 좋은 나라’ 독서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2007년부터는 파주 출판도시뿐 아니라 영어마을, 역사마을 등 전국 문화도시를 탐방하는 아동 초청 독서문화 체험행사를 계절마다 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 싣고 떠난 동시가 흐르는 기차여행

출판 물류센터인 북센에서 책이 분류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는 아이들.(첫번째, 세번째 사진) 행사를 주최한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민병욱 위원장은 “좋은 책과 글을 통해 꿈을 가꾸어나갈 것”을 당부했다.(두번째) 기념품으로 학용품을 선물받으며 기뻐하는 아이들.(마지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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