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STYLE

주목할 만한 공부법

산골마을에서 ‘나홀로 공부’로 서울대 합격한 전지연

‘암기 돕는 마인드맵 학습법 & 영어·수학 정복 노하우’

기획·이남희 기자 / 글·이승민‘자유기고가’ / 사진·홍중식 기자

2007. 01. 11

서울 목동에서 중학교를 다니다 귀농하는 아버지를 따라 산골마을로 간 여학생이 ‘나홀로 공부’로 이번 수능시험에서 최상위권 점수를 받아 화제다. 서울대 경영학과에 진학한 전지연양의 남다른 공부법을 들어보았다.

산골마을에서 ‘나홀로 공부’로 서울대 합격한 전지연

귀농한 아버지를 따라 농촌고교로 진학한 여학생이 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경남 합천여고 3학년 전지연양(19). 그는 사교육을 거의 받지 않고, ‘나홀로 공부’로 이번 수능에서 최상위권 표준점수인 545점(원점수 492점)을 받았다. 서울대와 연세대 경영학과 2학기 수시모집에도 이미 합격한 상태다.
전지연양이 경남 합천 산골마을로 들어간 것은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기 직전인 2003년 2월. 평소 “퇴직하면 시골에 가서 농사지으며 살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던 아버지가 직장을 그만두면서 삶의 터전을 옮기게 됐다. 전양의 집은 경남 합천군 율곡면 기리 마을에 자리 잡고 있는데, 합천읍내에서 자동차로 20여 분 들어가야 한다고. 버스도 하루 5번밖에 다니지 않고, 인터넷 전용선도 지난 12월 중순에 개통됐을 정도로 문명과 떨어진 곳이다.
당시 강남에 이은 사교육 메카로 불리던 목동에서 중학교를 다니던 전양은 아버지의 결정에 별다른 불평 없이 따랐다. 공부에 대한 걱정보다는 친한 친구들과 헤어져 낯선 곳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사귀어야 한다는 걱정이 앞섰을 뿐이다.
“아버지는 항상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다’, ‘어디를 가든 자기가 열심히 하면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부를 못할까봐 걱정하지는 않았어요.”
전지연양은 목동에서 학교를 다닐 때도 사교육을 공부의 중심에 두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숙제하고 친구들과 노는 것이 일과였고, 중학교에 들어가서 수학과 영어를 배우기 위해 학원을 다녔지만 그것도 1년이 채 안 돼 그만두고 말았다. 학원 수업보다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이런 생활에 위기가 찾아왔다. 중학교 2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서 수학 등수가 전교 6백여 명 중 500등을 기록한 것. 수학 학원을 다니지 않고 노는 동안 수학 실력이 형편없이 떨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평소 전양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묵묵히 지켜본 그의 아버지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부터 아버지의 특별훈련이 시작됐다. 당시 증권회사 상무로 재직 중이던 아버지는 전양과 문제집을 같이 풀고, 틀린 문제에 대해서는 왜 틀렸는지 알려주며 수학 실력 회복에 나섰다.
“그때가 유일하게 아버지가 공부 때문에 저를 잡으신 시기였어요. 덕분에 수학 실력이 향상돼 그 후로는 거의 100점을 받았어요.”

방학 때 ‘공부 10시간, 독서 1시간’ 원칙 정해놓고 공부, 수학은 참고서 한두 권으로 반복학습
시골에 와서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에 바빴다.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도 만나고 그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재미에 공부를 잠시 소홀히 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부터는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을 먹고 치열하게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의 공부법의 특징은 ‘시간관리’다. 보통 공부할 분량을 정해놓고 그것을 마치는 것이 효율적인 공부법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전지연양은 그 반대 방법을 택했다. 방학 때는 수학 5시간, 영어 5시간, 독서 1시간, 이렇게 시간을 정해놓고 공부했다. 공부를 할 때마다 시작 시간과 끝나는 시간을 분까지 정확히 기록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다 합쳐 목표한 시간에 도달할 때까지 공부했다. 때로는 스톱워치를 켜놓고 공부시간을 측정하기도 했다. 잠은 고3 때도 하루 6~7시간씩 충분히 잤다.

산골마을에서 ‘나홀로 공부’로 서울대 합격한 전지연

전지연양은 공부하다 지칠 땐 소설책을 읽으며 머리를 식혔다고 한다.


“특히 방학 때가 힘들었어요. 학교 다닐 때는 학교 수업을 듣고 자율학습을 해서 시간관리에 큰 문제가 없었는데 방학 때는 혼자서 공부를 해야 하니 컨트롤이 어려울 때가 많았어요. 항상 공부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놀고 싶은 마음이 갈등했죠. 그래서 공부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만 채우면 마음대로 놀았어요. 그 시간이 공부 10시간, 독서 1시간이었어요.”
고2 때까지는 영어와 수학에만 집중했다. 영어와 수학은 단기간에 실력이 늘지 않고, 한번 놓치면 따라가기 힘든 과목이기 때문이다.
영어는 독해 위주로 공부했다. 문법에만 매달리지 않고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데 중심을 두었다. 독해하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에서 단어의 여러 가지 뜻을 모두 찾아가며 외웠다. 내신성적을 잘 받기 위해 영어교과서의 본문은 무조건 외웠다. 중학교 때 영어학원을 다니면서 영어 테이프를 많이 들었는데 그것이 듣기 실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다고. 그 결과 고 2때 토플 시험을 쳐서 277점(300점 만점)을 받았고 다음 해 서울대서 주관하는 텝스 시험에서 928점(990점 만점)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영어 실력을 갖게 됐다.
수학은 중학교 2학년 때 한 번 아픔을 겪은 후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혼자 공부하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아버지에게 물었고, 참고서는 한두 권만 선택해 교과서와 함께 보며 반복적으로 공부했다. 전 과목 중 유일하게 오답노트를 만들었는데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문제를 베껴 쓰지 않고, 시험지에 있는 문제를 그대로 오려 붙였다. 여러 번 풀어보면서 문제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또한 혼자 힘으로 공부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는 부모님에게 요청해서 과외를 받기도 했다. 수학 과외를 1~2개월 정도 받았는데 정체된 실력을 키울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전지연양은 “자신의 판단하에 적기에 사교육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전지연양은 소설책을 주로 읽으며 독서를 즐겼다고 한다. 보통 대학입시를 위해서는 소설책보다 교양서를 많이 읽을 것을 권하는데 전양은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주로 읽었다. 공부하느라 스트레스가 많을 때는 판타지 소설이나 만화책을 보며 머리를 식히기도 했다.
“특히 톨스토이의 소설을 좋아했어요. 소설책을 많이 본 것이 언어영역에 도움이 됐습니다. 어휘력도 늘었고,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됐거든요.”
암기과목은 ‘목숨 걸고 외웠다’고 한다. 평소 영어와 수학에 집중하느라 암기과목을 소홀히 했는데 고3에 올라가면서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고3 여름방학 때 사회탐구를 집중적으로 공부했고 혼자 공부하기 힘든 부분은 EBS 강의를 통해 보충했다. 그의 마을에 인터넷 전용선이 들어오기 전이라, 그는 위성 인터넷으로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보아야 했다. 물론 여타 교육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유명 강사의 실시간 강의도 그에겐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었다.
암기가 잘 안될 때는 마인드맵을 그려 이해하면서 외웠다. 가장 중요한 주제를 가운데에 적고, 그와 관련된 부주제를 주변에 배치하고 그 다음에 세부 주제를 배치해서 외우는 방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 수업시간에는 책에다 필기를 하며 선생님의 설명을 들었다. 책과 노트를 번갈아보며 공부하지 않아도 돼 효과적이었다.
이렇게 스스로 시간관리를 하고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아가며 열심히 공부했지만 슬럼프가 찾아왔다. 대입 1학기 수시모집에서 탈락한 후 ‘중3 때 시골로 오지 않고 서울에 남아 있었더라면 나도 수시에 합격하지 않았을까’ 하는 때늦은 후회가 들기도 했다.
“그때는 공부목표를 낮춰 잡았어요. 하루 7시간이라도 공부하자, 아예 안될 때는 오늘은 놀고 내일부터 하자, 이렇게 마음을 먹었죠. 부모님의 격려도 힘이 됐어요. 부모님은 불안해하는 저를 보며 ‘잘될 거야’ ‘신경 쓰지 마라’ ‘걱정하지 마라’ 하고 말씀해주셨어요. 그 덕분에 저는 슬럼프를 극복하고, 서울대와 연세대 경영학과 2학기 수시모집에서 모두 합격통보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서울대 진학을 결정한 전지연양은 요즘 캠퍼스의 낭만을 꿈꾸며 행복한 단꿈에 젖어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습관을 갖게 해준 부모님께 감사한다”며 활짝 웃었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