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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위한 기업 일구는 패션 디자이너 안윤정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아름다운 기업 꿈꿔요”

글·강현숙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앙스모드 제공

입력 2006.12.22 18:00:00

30여 년간 국내 패션 트렌드를 이끈 중견 패션 디자이너 안윤정씨. 여성의류 전문 브랜드 ‘앙스모드’를 운영하는 기업인이기도 한 그에게 패션 이야기와 섬세하고 따뜻한 경영 철학에 대해 들어보았다.
여성을 위한 기업 일구는 패션 디자이너 안윤정

우아하고 여성스런 디자인의 여성 정장으로 유명한 패션 브랜드 ‘앙스모드’에는 중견 패션 디자이너 안윤정씨(59)의 30여 년간 열정과 노하우가 담겨있다. 안씨는 매년 서울컬렉션 등 국내에서 열리는 각종 패션쇼는 물론 오사카박람회, 파리인터내셔널패션쇼 등 해외 패션 박람회와 패션쇼에 참가해 왕성한 활동을 벌여왔다. 그는 열악했던 한국의 패션 산업을 성장시킨 패션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패션 관련 지원이 거의 없었던 지난 86년 동료 디자이너 7명과 함께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 패션쇼에 참가해 한국의 위상을 알렸고, 지난 2000년에는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아셈) 개최를 기념해 자연과 문명, 전통과 현대가 하나가 된다는 ‘어울림’을 주제로 ‘아셈 갈라쇼’를 열어 ‘한국의 옷’을 널리 알렸다.
가수 박정아가 메인 모델로 서 화제가 됐던 06/07 가을·겨울 서울컬렉션에서는 ‘뉴 실크로드(New silk road)’라는 테마로 인도의 무희를 연상시키는 의상과 한국의 전통미를 살린 대례복을 선보이며 시선을 끌었다. 드레스의 가슴 부분에는 각 나라의 전통 문양을 새기고, 골드 컬러를 비롯해 레드, 옐로, 블루 등 다양한 컬러를 사용해 화려함을 강조했다. 안씨는 패션 디자이너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과 더불어 대한복식디자이너협회장, 한국패션협회 및 한국유행색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고 이화여대·중앙대 디자인대학원에서 겸임교수를 하며 한국의 패션문화 발달에 앞장서고 있다.

독문학 전공 후 집안 반대 무릅쓰고 패션 공부
여성을 위한 기업 일구는 패션 디자이너 안윤정

안씨는 패션 디자이너로서는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이화여대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하고 교육대학원까지 수료한 것. 의사가 되기를 바라는 집안의 기대로 인해 의대 입시 준비를 하던 그는 막상 고3이 되니 매일 반복적으로 가운을 입고 환자를 돌보는 의사가 되기 싫어졌다고 한다. 입시를 코앞에 두고 독어독문학과로 진로를 바꾼 그는 대학에 진학한 뒤에는 학과 분위기가 자신과 맞지 않아 고생했다고.
“저는 어릴 적부터 옷 입는 것에 관심이 많고 화려한 걸 좋아했어요. 제가 대학에 다닐 당시 이화여대 학생들은 비교적 옷을 잘 입었는데, 독어독문학과는 그렇지 않았어요. 60년대에 독어독문학을 전공하는 친구들은 그야말로 학자 타입이 많았거든요. 학과 친구들을 보면 어두운 컬러, 딱딱한 디자인의 옷을 입는 등 패션과는 정말 거리가 멀었죠.”
아웃사이더 아닌 아웃사이더로 학교를 다니던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했지만 남성 위주의 회사 분위기에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또 한 번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던 안씨는 어머니의 제안으로 회사를 다니면서 교육대학원에 진학했다.
“어머니는 의사의 꿈을 접은 제가 교사나 교수가 되길 바라셨어요. 어머니의 뜻에 따라 다시 공부를 시작했지만 답답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교사나 교수가 되면 어쨌든 똑같은 내용을 5~6개 교실이나 강의실을 돌며 반복적으로 얘기해야 하잖아요. 톡톡 튀고 창의적인 일을 좋아하는 제게 영 맞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어떤 일이 제게 맞을까 고민하던 중 어린 시절부터 관심이 있었던 ‘패션’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대학원에 다니면서 어머니 몰래 국제복장학원에 등록해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펼치게 됐죠.”
국제복장학원을 다니면서 안씨는 대한복식디자이너협회에서 실시한 제5회 디자인 콘테스트에 의상을 출품해 입상했다. 패션 작업을 하면서도 ‘내 길이 맞을까’ 고민하던 시기에 큰 상을 받으니 자신감이 생기고 패션에 대한 잠재력을 깨닫게 됐다고. 그는 이때의 기억 때문에 요즘도 패션 관련 콘테스트 심사를 할 때 동점자가 나오면 동점자 모두에게 상을 주자고 말한다고 한다.
그는 국제복장학원을 마친 뒤 의상실을 열려 했지만 어머니의 반대에 부딪쳤다. 당시만 해도 옷을 만드는 일은 전문직으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어머니에게 거짓으로 친척 언니가 의상실을 열고 싶어한다고 말하며 도움을 요청했어요. 어머니는 가족 일이라며 선뜻 도움을 주시더라고요.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75년 주문복을 만들어주는 ‘안윤정 부띠끄’를 열게 됐어요.”
기성복이 일반화되지 않았던 70년대 중반에는 여성들이 결혼을 하면서 몇 년치 옷을 준비해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사계절 옷은 물론 임부복까지 미리 맞춰서 시집가는 게 사회 분위기였다고. 이로 인해 안씨의 의상실은 문전성시를 이룰 만큼 번창했다. 그 후 79년 롯데백화점 본점에 기성복을 판매하는 ‘마담앙스’를 오픈하면서 히트를 쳤고, 신세계·대구·뉴코아·현대 백화점 등에 입점하면서 입지를 다지게 됐다.
“기성복을 만들 때 가장 고민됐던 게 사이즈였어요. 지금처럼 다양한 사이즈가 있지도 않고, 외국 서적을 살펴봐도 우리나라 중년 여성에 맞는 사이즈는 찾을 수 없더라고요. 사이즈라고는 고작 44사이즈 정도밖에 없었어요. 동분서주하다가 주문복을 만들 때 쟀던 손님들의 치수를 떠올리며 사이즈를 정했는데 표준 사이즈처럼 꼭 맞았어요. 다른 브랜드에서 제 사이즈를 카피해갈 정도였지요(웃음).”
95년에는 ‘마담앙스’를 ‘앙스모드’로 변경하고 서울, 분당, 대구 등 전국의 백화점에 속속 매장을 오픈하며 이름을 알렸다. 앙스모드는 고급스럽고 우아한 30~50대 여성정장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는데, 심플하고 절제된 라인과 편안한 착용감이 인기 비결. 또 직영공장에서 바느질을 하고 제품 라벨에 제작팀의 마크를 표시해 끝까지 책임을 지는 등 엄격한 품질관리를 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 앵커 출신 정치인 전여옥, 변호사 황산성, 탤런트 사미자 등이 그의 옷을 즐겨 입는 단골 고객이라고 한다.

세 아이의 엄마로 사회생활에서 여성이 겪는 어려움 누구보다 잘 알아
여성을 위한 기업 일구는 패션 디자이너 안윤정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개인적으로 숍을 관리하던 안씨는 86년 (주)사라를 설립하면서 사업가로 변신했다. 패션문화의 불모지였던 70년대에 과감하게 패션계에 뛰어든 그의 의지와 열정은 사업체를 운영할 때 많은 도움이 됐다. IMF 등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패션에 대한 열정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최근 서울 청담동에 제 2사옥을 착공할 만큼 번창하고 있는 것.
“사업을 하면서 가장 큰 힘이 되는 건 회사 직원들이에요.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20~30년간 함께 일해온 동료들부터 최근 입사한 젊은 사원들까지. 직원 70%가 여성인데,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따뜻함이 반영돼 회사를 운영하는 데 큰 힘을 얻고 있어요.”
아내이자 세 아이의 엄마, 패션 디자이너, 여성 기업인, 여성경제인협회 수석부회장 등으로 바쁘게 살아온 안씨는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이 겪는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때문에 그는 회사를 운영할 때 무엇보다 여직원들의 복지에 많은 신경을 쓴다.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여직원들을 위해 사옥 형태로 집을 마련해주었고, 여직원들이 아이 걱정 없이 편하게 회사에 다닐 수 있도록 97년부터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사업 또한 안씨가 중시하는 부문. 매년 패션쇼를 연 뒤 그 기념으로 심장병 어린이의 수술비를 후원하고, 이화여대에 안윤정장학금을 만들었으며, 해외 선교활동에도 열심이다. 안씨의 신조는 ‘많이 모이기를 기다리지 말고 조금 있을 때 조금씩 꾸준히 베풀며 더불어 살자’다. 회사가 가장 어려웠던 IMF 때도 봉사활동을 멈추지 않았던 그는 경제적으로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사원들의 복지증진, 사회봉사활동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한다.
“회사의 여직원들뿐 아니라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들이 좀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면 좋겠어요. 이런 바람으로 77년부터 여성경제인협회에 가입해 활동하며 여성 기업인들을 지원하고 있어요.”
안씨는 오는 12월 말 치러질 여성경제인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하기로 했다. 30년 가까이 참여하다보니 단체에 애착이 생겼고 열심히 일하는 여성 후배들에게 좀 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기 때문이라고. 그는 후배 기업인들에게 공평하게 지원을 해주는 탄탄한 연결 고리가 될 수 있을 거라 자신감 있게 말했다.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제가 가장 이루고 싶은 꿈은 ‘아름다운’ 기업을 만드는 거예요. 예쁜 옷으로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주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모든 사람이 사랑해주는 그런 ‘좋은’ 기업을 꾸리고 싶어요. 지금까지 해왔듯 앞으로도 모든 과정을 착실히 밟아간다면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안윤정 제안!
여성을 위한 기업 일구는 패션 디자이너 안윤정
12월이면 크리스마스와 송년회 등 모임에 참석할 일이 많아진다. 안윤정씨가 송년 모임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패션 연출법을 일러줬다.

① 블랙 컬러 블라우스에 블랙 컬러 팬츠를 매치해 모던함이 느껴진다. 여기에 레드 컬러 플라워프린트가 새겨진 반코트를 코디하면 스포티한 분위기가 나고 활동성이 가미돼 젊어 보인다.
② 니트 소재 블라우스와 플리츠스커트로 연출한 페미닌 스타일. 블라우스의 자잘한 도트 무늬가 발랄한 분위기를 낸다. 블라우스와 스커트 모두 니트 소재라 오동통한 사람도 편하게 입을 수 있다.
③ 우아한 느낌을 주는 블랙 컬러 벨벳 원피스에 체크무늬 재킷을 매치했다. 원피스 밑단이 레이스로 처리돼 여성스러운 느낌을 한층 더해준다. 진주목걸이는 고급스러움을 더해주는 일등 패션 소품!


여성동아 2006년 12월 5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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