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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이 부부가 사는 법

알콩달콩 재밌게 사는 띠 동갑 부부 왕종근·김미숙

기획·김명희 기자 / 글·김순희‘자유기고가’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6.12.22 16:50:00

KBS ‘TV쇼 진품명품’을 진행하는 왕종근 아나운서와 김미숙씨 부부. 친구의 결혼식에서 사회와 축가를 맡은 인연으로 93년 결혼에 골인한 이들 부부가 사소한 일로 티격태격하면서도 건강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자신들만의 사랑법을 들려줬다.
알콩달콩 재밌게 사는 띠 동갑 부부 왕종근·김미숙

프리랜서 아나운서 왕종근(52)·김미숙씨(40) 부부의 집에 들어서자 약간 차가운 기운이 집안에 감돌았다. 혹시 부부싸움을 하지 않았을까 하고 짐작했는데 왕씨가 선뜻 털어놓았다.
“어휴, 말도 마세요. 아내가 잠깐 외출한 사이에 거실에서 담배 한 대를 몰래 피웠더니 들어오자마자 집안에서 담배 냄새가 난다고 된통 혼이 났습니다. 집안 금연구역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어겼다고요. 흡연이 허용되는 제 방에서 피웠다면야 별일이 없었겠지만… 하하. 저 이렇게 삽니다. 아내에게 꽉 쥐여서 말이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는 듯 남편을 흘겨보던 김씨가 입을 열었다.
“전혀 못 피우게 하는 것도 아니고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 흡연구역에서만 피우라고 한 건데. 몸에 좋지도 않은 담배를 끊지도 못하고… 아, 정말 (남편을)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요.”

“남편이 신혼 초부터 쓰기 시작한 각서, 책 한 권 분량이 넘어요”
알콩달콩 재밌게 사는 띠 동갑 부부 왕종근·김미숙

왕종근·김미숙 부부는 솔직한 대화, 단조로움을 달랠 수 있는 적절한 이벤트가 행복의 비결이라고 얘기했다.


김씨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왕씨의 솔직한 고백이 이어졌다. 결혼생활 13년 동안 숱하게 부부싸움을 했지만 단 한 번도 아내를 이겨본 적이 없다는 것. 이 말에 김씨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남들은 부부싸움을 할 때 남편이 눈을 치켜뜨기만 해도 아내가 움츠러든다는데 저희집은 제가 일방적으로 아내에게 혼나고 끝납니다. 저는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고요. 그래도 별 수 있나요. 제가 참아야죠. 아내는 화가 가라앉으면 마음속으로 ‘여보 사랑해’ 하고 속삭인다는데 할말이 있습니까.”
여느 부부와 마찬가지로 부부싸움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술 많이 마셨다고 혼나고, 몇 시까지 집에 들어가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 못 지켜서 혼나고. 아내에게 혼나는 것, 그게 우리 집 부부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내는 화가 나면 그때 그때 표현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거든요. 싸울 때도 혼자서 속사포처럼 쏘아댑니다. 저는 가만히 듣고 있으면서 아내의 화가 잦아들기만을 기다리죠.”
이번에는 김씨가 왕씨의 말을 가로막았다. 남편을 혼내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남편이 술을 많이 마시고 늦게 들어오거나 담배 많이 피울 때 아내들은 화가 나지 않나요?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하고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반복해요. 남편이 그동안 쓴 각서를 모으면 책으로 엮을 정도예요. 각서는 신혼 초부터 쓰기 시작했어요. 내용은 뻔하죠. ‘담배를 줄인다’ ‘술을 끊겠다’ ‘일찍 들어온다’ 등인데 그걸 그렇게 못 지키네요. 2주 전에도 각서를 썼는데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약속을 어겼어요.”
친구의 결혼식에서 왕씨는 사회를 보고 김씨가 축가를 부른 것이 계기가 돼 93년 결혼에 이른 이 부부는 “적절한 부부싸움이 건강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부부싸움을 안 하고 사는 부부가 있다면 그것도 문제라고 봐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던 남녀가 가정을 꾸려 살면서 부딪치는 부분이 적지 않거든요. 그걸 대화로 잘 풀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고 가슴에 담아두면 화병이 생기겠죠. 아내가 저에 대한 불만을 쏟아낼 때 가만히 들어주는 이유는 그렇게 맘속의 화를 덜어내지 않으면 정신적으로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에요. 집에서는 아내에게 ‘절대복종’ 하면서 살아요. 저보다 열두 살이 어리지만 생각하는 것이나 맏며느리로서 집안을 이끌어가는 것을 보면 저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곤 해요. 사실 저는 방송진행 외에는 잘하는 게 거의 없거든요. 올해 초 대장암을 앓던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도 아내가 장례절차 등을 모두 알아서 해결했죠.”
왕씨는 “아내가 무남독녀로 자란데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솔직한 성격이라 결혼 전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결혼 전 어른들께 소개시키려고 아내를 집에 데리고 갔는데 아내가 부모님께 ‘결혼한 이후에도 (시부모님께) 할 말은 다 하고 살겠다’고 선언해 어른들이 무척 놀라셨어요. 오죽하면 ‘여자 하나 잘못 들어와서 집안 망하게 생겼다’는 소리까지 들었겠어요. 하지만 결혼 후 아내가 집안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며 ‘아, 우리 며느리가 참 경우가 바르구나, 며느리가 하는 말이 맞구나’ 하고 인정을 하시더라고요. 지금은 아들인 저보다 며느리를 더 신뢰하고 좋아해요.”
보통의 부부들은 아내가 남편을 많이 의지하는 편인데 왕씨는 오히려 “아내는 내게 높고 큰 산 같은 존재”라며 “맘 놓고 언제든지 비빌 수 있는 언덕처럼 편하고 믿음직스럽다”고 말했다.
“아내는 슈퍼우먼 같은 여자예요. 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나타나서 해결해줄 것 같고 설령 제가 예기치 않은 사고를 당한다 해도 바로 등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도와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저를 마치 큰아들 다루듯이 챙겨주기도 하고요.”

알콩달콩 재밌게 사는 띠 동갑 부부 왕종근·김미숙

외아들 재민이에게는 공중도덕과 예의범절을 철저히 가르친다고 한다.


김씨는 얼마 전 남편의 말 한마디에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고 한다. 그 순간을 떠올리던 김씨의 눈자위가 촉촉이 젖어들었다.
“얼마 전 남편이 지방에서 열리는 행사의 사회를 봐야 한다면서 새벽에 일어나더라고요. 남편이 먼 길을 오가는 게 힘들 것 같아 ‘가지 말라’고 했더니 ‘이 다음에 나 죽으면 오늘 번 돈이 당신과 재민이의 한달 생활비는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간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 듣고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몰라요. 자신이 죽은 다음에도 가족들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남편이 돈을 버는구나 하고 생각하니까 가슴이 먹먹해지더라고요.”

“주말부부로 살 때 아내가 양말에 넣어주던 애정 담긴 쪽지, 지금도 잊지 못해요”
왕씨는 결혼 후 지방에서 교사생활을 하던 부인과 5년 동안 주말부부로 지냈는데 “그 당시 아내가 보여준 사랑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2주일마다 제가 아내가 있는 곳으로 내려갔어요. 아내는 제가 서울로 향할 때마다 양말 열네 켤레를 건네줬어요. 그런데 양말마다 쪽지가 들어있는 거예요. 어떤 날은 ‘당신을 처음 만나던 순간이 떠올라’라고 써 있었고 ‘당신과 결혼해서 행복해’라는 메모가 들어있기도 했어요. 매일 아침 양말을 신으면서 ‘오늘 양말에는 어떤 내용의 쪽지가 들어있을까’ 하고 기대를 했죠.”
아내가 교사생활을 그만두고 서울로 올라온 후부터 그런 이벤트는 사라졌지만 요즘에는 김씨가 가끔 남편의 양말 속에 용돈을 넣어둔다고 한다. 어떤 날은 천원, 남편이 아주 멋있어보이는 날에는 삼 만원, 남편이 속을 썩인 날에는 돈 대신 ‘꽝’이라는 쪽지가 들어있기도 하다고. 김씨는 부부가 살다보면 무미건조해지기 쉽기 때문에 각종 이벤트를 자주 마련하는 편이라고 한다.
“서로 떨어져서 살 때라서 그런지 매일 신고 나가는 양말 속에 남편을 향한 마음을 담아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크고 작은 이벤트를 즐기는 이유는 삶을 재미있게 살고 싶기 때문이죠. 저희 집은 현재 금연 이벤트가 진행 중이에요. 남편에게 ‘담배를 끊으면 현금으로 천만원을 주겠다’고 제의했어요. 그랬더니 남편이 뭐라고 하는 줄 아세요? ‘난 천만원이 있어도 그 돈을 쓸 일이 없으니까 담배를 피워야겠다’고 대답하더라고요.”
왕씨는 아내가 자신의 건강을 생각해서 끊임없이 금연을 요구하면서도 “엄청난 양의 담배를 사다 준 적이 있다”며 아내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지난날을 회상했다.
“제가 즐겨 피우던 담배가 있었는데, 그 제품의 생산을 중단한다는 뉴스를 듣던 아내가 밖에 나가더니 자그마치 담배 60보루를 사 가지고 차 트렁크에 싣고 온 거 있죠. 저에게 그걸 선물이라고 내놓더라고요. ‘내가 담배 피우는 것을 싫어하면서 왜 사왔냐’고 물었더니 ‘당신이 좋아하고 즐겨 피우는 담배인데 당장 그게 없어지면 얼마나 답답하겠냐. 그래서 사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아내가 저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는지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어요.”
왕씨 부부는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 재민군(12)을 엄격하게 키우는 편이다. 외아들이기 때문에 버릇없이 자랄까봐 가정교육에 남다른 신경을 쓴다는 것. 특히 공중도덕과 예의범절을 철저히 가르친다고 한다.
“길거리에 휴지 버리지 않기, 새치기 하지 않기, 침 뱉지 않기 등 아주 사소한 공중도덕을 잘 지키면서 살라고 강조 합니다. 얼마 전 길을 가다가 재민이가 무심코 침을 뱉기에 아주 따끔하게 타일렀죠. 아들이 식당이나 지하철에서 뛰거나 떠들면 현장에서 남편과 저에게 각각 혼나지만 집에 돌아와서 다시 한 번 교육을 시킵니다.”
이 부부가 자녀교육에 엄격한 이유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존경받는 삶을 살기 위한 토대를 마련해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이웃의 아픔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는 것.
“결혼을 늦게 한데다 아내가 직장생활을 해서 아이를 더 낳을 생각을 안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하나쯤 더 나을걸 하고 후회가 돼요. 재민이도 의지할 수 있는 형제가 있는 게 좋을 텐데…. 아들도 엄마에게 늘 동생을 낳아달라고 떼를 쓰곤 해요. 동생이 생기면 잘해줄 것 같긴 한데 지금은 좀 늦은 감이 있어요. 아내가 입양을 하면 어떨까 하고 제안을 했는데 그건 좀 더 깊이 고민한 이후에 결정하려고 해요.”
부부싸움을 적당히 하고 사는 것이 건강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말하는 왕종근 부부. 티격태격하면서도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들 부부의 웃음에는 맛깔스런 행복이 담겨 있었다.

여성동아 2006년 12월 5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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