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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화제

‘53억원 위자료 합의’ 강신호 전경련 회장 황혼 이혼 내막

글·이남희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6. 10. 18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는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의 1년에 걸친 이혼소송이 최근 일단락됐다. 부인 박정재 여사가 강 회장의 외도를 이유로 지난해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제기했던 것. 재계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통했던 강 회장의 황혼 이혼 내막을 취재했다.

‘53억원 위자료 합의’ 강신호 전경련 회장 황혼 이혼 내막

최근 이혼소송을 매듭지은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왼쪽)과 2년 전 동아제약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강신호 회장의 차남 강문석 수석무역 사장.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는 강신호 회장(79)이 최근 부인 박정재 여사(78)와 이혼했다. 박 여사는 지난해 8월 강 회장의 ‘사생활’을 문제 삼아 서울가정법원에 이혼 및 재산분할청구소송을 제기했었다. 최근 두 사람은 서울가정법원이 제시한 조정안을 받아들였다. 조정안은 강 회장이 박 여사에게 올해부터 4년에 걸쳐 약 53억원의 현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강신호 회장의 ‘황혼 이혼’이 재계 이슈로 떠오른 것은 국내 1위 제약업체, 동아제약의 후계구도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4남3녀를 두었는데, 이 중 박 여사의 소생은 장남 강의석씨(53)와 2남 강문석 수석무역 사장(45), 그리고 세 딸이다. 광고대행사 선연 대표를 맡고 있는 3남 우석씨(43)와 전무인 강정석씨(42)의 생모는 다른 인물로 알려져 있다.
장남 의석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처음부터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고, 강문석 사장은 2003년 1월부터 동아제약 사장을 맡아오다가 2004년 12월 부친인 강 회장의 뜻에 따라 이 회사 사장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전격적으로 4남인 강정석 전무가 동아제약의 영업본부장으로 전진 배치됐다. 그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 여사가 “차남의 경영권을 찾아주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측근에 따르면, 서울대 캠퍼스 커플로 결혼에 이른 강 회장과 박 여사는 30여 년 전부터 별거해왔다고 한다. 박 여사는 호적상 ‘본부인’의 위치를 지키고, 강 회장은 3남·4남의 생모와 생활을 같이해온 것. 강문석 사장이 어머니인 박 여사를 모시고 서울 한남동 본가에 머물렀으며, 강 회장은 인터뷰와 같은 공식적인 행사가 있을 때 주로 이곳에 들렀다고 한다. 이혼소송을 마친 박 여사는 현재 해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제약 경영권 분쟁 논란이 불거져나온 것은 2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이때까지만 해도 2남인 강문석 당시 동아제약 사장이 유력한 ‘차기 후계자’로 꼽혔다.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나와 미국 스탠퍼드대 산업공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강 사장은 동아제약 기획조정실 전무, 부사장을 거쳐 2003년 1월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그는 회사의 부실 부문을 정리하고, 전문 의약품 영업을 강화하는 등 회사의 체질 바꾸기에 전념했다.
하지만 2004년 12월 강 회장은 실적 부진을 이유로 강 사장을 일선에서 물러나게 했다. 강문석 사장은 3개월 동안 전국 영업현장을 다니며 부친의 마음을 돌리려 애썼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결국 강 사장은 “아버지의 뜻에 따르겠다”며 회사를 떠났다. 그 후 4남 강정석 전무가 영업본부장으로 전진 배치됐고, 당시 연구소장이던 김원배씨가 사장으로 승진했다.
동아제약에서 나온 후 부친의 부름을 기다리던 강문석 사장은 지난해 6월 동아제약 계열사인 수석무역 대표로 복귀했다. 주류 수입업체인 수석무역은 ‘제이앤비(J·B)’ ‘타이거맥주’ 등의 유명 브랜드를 수입 유통한다. 지난해 매출이 4백억원으로 동아제약에 비하면 훨씬 작은 규모지만, 강신호 회장이 아끼는 계열사로 알려져 있다.

이후 강 사장 측은 지난 7월 세 차례에 걸쳐 동아제약 주식 17만 주를 사들이며 개인지분을 3.73%까지 끌어올렸다. 이어 9월11일에는 영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강정석 전무가 회사 주식 1천5백57주를 장내 매수해 개인 지분을 0.47%에서 0.49%로 확대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2남 강문석 사장과 4남 강정석 전무가 본격적으로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현재 동아제약 개인 지분은 부친 강신호 회장 5.2%, 장남 강의석씨 0.33%, 2남 강문석 사장 3.73%, 3남 강우석씨 0.13%, 4남 강정석 전무가 0.49%다.

평소 “능력이 없으면 자식에게도 회사를 물려주지 않겠다” 말해온 강 회장
하지만 ‘강문석 사장이 동아제약의 경영권을 넘본다’는 의혹에 대해 수석무역 관계자는 “사실과 다르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강 사장은 평소에도 동아제약을 욕심내는 말이나 행동을 결코 보여준 적이 없다는 것.
“강 사장은 ‘능력 없는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주지 않겠다’는 부친의 이야기에 섭섭하다거나 이와 비슷한 반응을 드러낸 적이 없습니다. 그저 ‘아버지의 뜻을 따르겠다’고만 이야기했죠. ‘부자간의 갈등설’이 나돌 때 강 사장은 ‘불효를 하는 것도 죄스러운데 과장된 이야기가 떠돈다’며 가슴 아파했어요. 강 사장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혼도 처음부터 반대해왔습니다.”
최근 강 사장은 수석무역 경영에만 전념하고 있다. 얼마 전 프리미엄 위스키 브랜드인 ‘올드 파’의 한국판매권을 따낸 것은 물론 2010년 매출 1천억원을 올린다는 목표 아래 영업조직을 현장 중심으로 개편하고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또 젊은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주잔을 기울이고, 등산·축구 클럽 등 회사 내 크고 작은 모임에 참여하며 사내 의사소통을 활성화시켰다고 한다.
평소 강신호 회장은 “능력이 없으면 자식에게도 회사를 물려주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해왔다. 현재 아들 중 유일하게 동아제약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4남 강정석 전무는 영업본부장에 기용되며 세인의 시선을 받았다. 영업조직 중심의 국내 제약회사 구조에서 영업본부장은 ‘사장 다음’ 자리인 만큼 그 의미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앙대 철학과를 졸업한 강 전무는 아직 경영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어, 당분간 강 회장에게 능력을 인정받는 기간을 거쳐야 한다.
동아제약의 후계구도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목소리도 높다. 강 회장은 8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잦은 해외출장을 비롯해 국내외 힘든 일정을 거뜬히 소화할 뿐 아니라, 섭씨 35℃가 넘는 한여름에도 카트를 타지 않고 18홀을 걸어다니며 골프를 칠 만큼 왕성한 체력을 유지하고 있어 감히 후계 구도를 거론하지 못한다는 것. 또 강 회장은 그동안 현 대표이사 사장에 대해 적어도 3년은 전반적인 경영권을 보장한 바 있다. 따라서 동아제약은 지난해 초 취임한 김원배 대표이사 사장 체제를 당분간은 유지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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