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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구가인 기자의 Space

자연의 고요함 간직한 도심 속 사찰 길상사

글·구가인 기자 / 사진·지호영‘프리랜서’

입력 2006.08.21 10:05:00

서울 성북구 성북2동, 담이 높은 커다란 주택들 사이에 자리 잡은 길상사는 계곡과 야생화, 산새 등 도심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자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고요 속에서 잔잔한 울림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장소, 길상사에 다녀왔다.
자연의 고요함 간직한 도심 속 사찰 길상사

01 관세음보살석상. 천주교 신자인 조각가 최종태씨가 제작했다.
02 절 한가운데 위치한 법당 ‘극락전’.

길상사는 요정에서 절로 탈바꿈한 특별한 역사(?)가 있는 공간이다. 1997년 문을 연 이 사찰은 원래 60~80년대 우리나라 3대 요정 중 하나인 대원각이 있던 자리다. 대원각의 주인이자 시인 백석의 연인으로도 잘 알려진 길상화 김영한 보살이 법정스님에게 시주를 하면서 현재의 길상사로 바뀌게 된 것. 법정스님이 큰스님으로 계시기 때문에 이곳은 불교 신자뿐 아니라 법정스님의 글을 좋아하는 일반인들의 방문도 끊이지 않는다.

길상사 방문에 앞서 ‘팁’ 하나. 걸을 때 소리가 요란하게 나는 굽 높은 구두는 피하도록 하자. 따각따각거리는 구두소리가 절에서 명상중인 사람들에게 피해가 될뿐더러 자신의 발소리에 묻혀 고요한 상태에서만 얻을 수 있는 이곳의 진가를 놓칠 수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나 풍경소리,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 등 길상사는 경치 못지않게, 소리가 아름다운 곳이다.
사찰에 들어서 귀를 열어 소리를 느낀 뒤, 주변 경관을 본다. 가장 먼저 보이는 건물은 절 한가운데 위치한 법당 극락전(사진 2). 아미타부처를 모신다는 이곳에서는 스님의 목탁소리, 법문을 외는 소리와 함께 부처상 앞에 경건하게 절을 올리는 신자들의 모습을 접할 수 있다. 몇 발짝 떨어져서 잠시 머물러 있어도 한결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이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극락전 옆 오솔길로 향한다. 목탁소리와 바람소리, 새소리는 여전하지만 그에 물 흐르는 소리가 더해져 들린다. 물소리가 나는 곳, 이곳 사찰에는 계곡이 있다.
극락전 왼편에 자리 잡은 통나무 오두막 ‘길상헌’과 그곳을 흐르는 계곡(사진 3). 오두막은 가끔씩 방문하는 스님들의 처소로 쓰이는데, 그 아래로 흐르는 계곡물은 이 절의 운치를 더해준다. 이곳의 풍경을 좀 더 감상하고 싶다면 아래쪽에 위치한 ‘나누는 기쁨’이라는 찻집에 들러 2천~3천원에 판매되는 저렴한 차 한 잔을 마셔보는 것도 좋다. 창고를 개조해 만든 작고 아담한 찻집이지만 유리벽을 통해 보는 풍경이 일품이다.
자연의 고요함 간직한 도심 속 사찰 길상사

03 길상사 안에는 계곡이 있다. 계곡물은 성북동 위쪽 삼각산에서 내려와 성북천으로 흐르며 평상시 수량은 낮지만 비온 다음 날에는 꽤 많은 물이 흘러내린다.
04 명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 ‘침묵의 집’은 일반인에게도 열려있는 공간이다.
05 ‘길상선원’ 가는 길. 참선을 하는 장소인 만큼 큰 소리가 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자연의 고요함 간직한 도심 속 사찰 길상사

06 관능과 상생의 꽃이라 불리는 ‘능소화’. 길상사의 ‘능소화’는 색이 살아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07 수련원 ‘설법전’.

다시 발걸음을 재촉해 오솔길을 따라 다시 오르면 참선수행을 위해 제공된 공간 ‘침묵의 집’(사진 4)과 ‘길상선원’(사진 5)에 다다르게 된다. 그중에서도 ‘침묵의 집’은 누구나 참선명상을 할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10~20분 정도 명상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색다른 경험을 통해 그동안 느끼지 못한 깨달음을 얻을지도 모른다. 다만 이렇게 수행하는 공간을 지날 때는 대화를 멈추고 발걸음 소리에도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조용히, 천천히 움직이다보면 그동안 몰랐던 소리와 숨겨진 것들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그중 하나가 황분홍색 능소화(사진 6)다. 6월에서 8월까지 피는 능소화는 예전에는 부유한 양반집에서만 볼 수 있던 귀한 꽃이라고 한다. 특히 길상사의 능소화는 그 붉은색이 더욱 선명한데, 이 꽃은 특이하게도 시들지 않은 채로 꽃잎을 툭 떨어뜨린다. 푸른 넝쿨 담장 아래 위로 보이는 붉은 빛이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다만 그 탐스러움에 반해, 혹여 꽃에 손을 대는 것은 피하도록 하자. 능소화의 꽃가루는 눈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장미의 가시처럼, 능소화의 꽃가루는 아름다움을 보호하는 무기인 셈이다.
자연의 고요함 간직한 도심 속 사찰 길상사

08 2층에 불교서적을 빌릴 수 있는 도서관이 있는 ‘지장전’. 연못 주변의 화단에는 각종 야생화가 이름표와 함께 심어져 있다.
09 목을 축일 수 있는 약수. ‘관세음보살석상’ 근처에 있다.



아름다운 능소화 오솔길이 다 끝나면, 이제 극락전 오른편에 다다른다. 이 길에는 시민단체이자 불교자원봉사 모임인 ‘맑고 향기롭게’와 수련원 ‘설법전’(사진 7)이 자리 잡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설법전 앞, 하얀 석상. 참새들이 유독 많이 모여있는 이 석상은 그 모습이 마리아를 닮았다. 아닌게 아니라 관세음보살석상(사진 1)이라고 이름 붙은 이 조각상은 천주교 신자인 조각가 최종태씨가 조각해 화제가 됐다. 부활절이 되면 수녀님들이 육식을 하지 않는 스님들을 위해 무정란을 삶아 찾아온다는 길상사는 이처럼 타 종교에 대해서도 너그러운 곳이다.
이 밖에도 사찰 곳곳에서 보이는 잘생긴(?) 나무들을 구경해도 좋고, 사찰 아래쪽 ‘지장전’(사진 8) 앞 연못과 곰취, 노루귀, 동자꽃, 개양귀비, 수선화, 창포 등 각종 야생화가 모여있는 꽃밭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이렇듯 자연 경관과 소리를 곱씹으면서 사찰을 한 바퀴 돌면, 고요한 울림을 남기며 소풍도 끝난다. 다만 늘상 노곤함이 따라왔던 여느 소풍과 달리, 이곳에서의 소풍은 한 줌 여유와 휴식을 되레 충전받는 기분을 줄 것이다.

길상사 가는 길
대중교통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 하차, 6번 출구에서 동원마트 앞 ‘길상사’ 봉고버스 이용(택시 이용 시 기본요금)
문의 02-3672-5945~6 www.kilsangsa.or.kr

길상사 주변 볼거리
길상사가 속한 성북동에는 볼거리가 많다. 국보급 컬렉션을 소유한 사설미술관 ‘간송미술관’(단 이곳은 미술연구소로 1년에 5월과 10월 단 4주만 일반인들에게 개방한다)을 비롯, 월북작가 이태준의 생가를 개조해 만든 찻집 ‘수연산방’(02-764-1736), 조선 말기 부자들의 생활을 알 수 있는 이재준가, 만해 한용운의 생가 ‘심우장’ 등 다양한 볼거리와 문화유적이 있다. 딕스 갤러리와 최순우 옛집은 특히 길상사에서 가까우므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번쯤 들러볼 만한 곳이다.

자연의 고요함 간직한 도심 속 사찰 길상사

Diks Gallery 액세서리 브랜드 Diks가 운영하는 갤러리 겸 카페로 길상사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원래 높은 담장이 있던 주택을 개조한 갤러리로 7천~8천원 정도의 가격으로 야외에서 차와 음료를 즐길 수 있으며 장신구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구경할 수도 있다. 문의 02-742-7768
최순우 옛집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지정한 문화유산으로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의 저자인 고 최순우 선생의 집. 1930년대 지어진 전통한옥으로 조선말 선비집의 운치가 남아있는 동시에 최순우 선생의 흔적을 통해 그의 안목, 한국의 미를 엿볼 수 있다. 5천원 정도의 가격으로 차를 즐길 수 있으며, 매년 봄과 가을에는 체험문화행사와 소규모 전시회 등이 열린다. 문의 02-3675-3401 http://cafe.naver.com/ntchfund.cafe




여성동아 2006년 8월 5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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