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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이 부부가 사는 법

아내는 52세 남편은 36세, 16년 나이차 극복한 부부 김경선·이정수

“나이차 많은 연상녀·연하남 커플이지만 여느 부부와 다를 게 없어요”

기획·송화선 기자 / 글·장옥경‘자유기고가’ / 사진ㆍ김형우 기자

입력 2006.06.21 16:17:00

98년 상사와 부하직원으로 처음 만나 사랑을 키운 김경선·이정수씨 부부. 결혼 당시 부인 김씨는 두 번의 이혼을 경험한 뒤였고 남편은 초혼이었지만, 이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세상의 편견을 극복하고 7년째 아름다운 사랑을 가꿔가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났다.
아내는 52세 남편은 36세, 16년 나이차 극복한 부부 김경선·이정수

경기도 남양주시 평내동의 한 아파트. 저녁 7시가 좀 넘자 현관문이 열리며 남편이 들어온다. 집에 들어서며 하는 첫 마디는 “마이 달링, 나 왔어요”. 처음엔 낯설기만 한 서구식 호칭에 ‘잘못 들었나?’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그 말은 분명 아내를 향한 인사.
“출근을 할 때도 제 입술에 ‘쪽’ 소리가 나게 뽀뽀를 하고 가요(웃음). ‘어휴, 왜 이래. 아이가 쳐다봐’ 해도 개의치 않고요. 다른 사람 있을 때는 좀 그러지 말라고 하는데, 그래도 저러네요.”
말만 이럴 뿐 싫지 않은 듯 생글생글 미소를 짓고 있는 김경선씨(52)는 늘 남편 이정수씨(36)의 살뜰한 애정표현을 들으며 사는 행복한 아내다. 이들 부부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부인 김씨가 남편 이씨보다 16세 연상이기 때문. 최근 연상녀·연하남 커플이 흔해졌다고는 하지만 이들만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부부는 찾아보기 어렵다.
“저는 30대, 이 사람은 50대이다 보니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요. 심지어 제 친구들조차 아내가 엄청나게 미인이거나 돈이 많은 거 아니냐고 저한테 물어볼 정도죠. 하지만 제가 아내와 결혼한 건 외모나 돈 때문이 아니거든요. 시간이 흐르면 변해버리는 그런 것들은 제게 아무 의미가 없어요. 언제나 변함없는 마음씨, 이 사람의 고운 심성이 절 반하게 했죠.”
이씨는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부부 사이에 나이 차이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장 상사와 신입사원으로 처음 만나
이들이 처음 만난 건 98년 봄. 당시 자동차용품 판매업체 본부장을 맡고 있던 부인 김씨 밑으로 이씨가 입사했다.
“남편은 그때 28세 총각 사원이었죠. 제가 신입사원 교육업무를 맡고 있어서 현장에도 함께 다니고 저녁 때는 회의도 같이 하곤 했는데, 동기생들 가운데 눈에 띄게 적극적이고 성실했어요. 무엇보다도 순수한 점이 마음에 들었죠. 하지만 그 때는 그저 예쁜 후배로만 생각했을 뿐, 이런 사이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이들이 본격적으로 가까워진 건 그해 가을 김씨가 회사를 그만두면서부터였다. 이씨를 만나기 전 이미 두 차례 이혼한 경험이 있던 김씨가 회사를 다니느라 자녀교육에 소홀해지는 것이 안타까워 어린이집을 운영하기로 했는데 이때 이씨가 김씨의 어린이집에서 총무 겸 운전기사를 맡겠다고 자청하고 나선 것. 회사를 다니는 동안 워낙 호흡이 잘 맞는 선후배 사이였기 때문에 김씨에게도 반가운 제안이었다. 이들은 그때부터 매일 머리를 맞대고 유치원 운영을 상의하며 가까운 사이로 발전했다.
“어린이집 일이라는 게 소소하게 챙길 게 참 많거든요. 아이들 먹일 간식거리를 사기 위해 함께 장도 보러 다니고, 견학 가면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정이 들었던 것 같아요.”
김씨는 그때까지만 해도 이씨를 결혼상대로는 생각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가끔씩 서로 개인적인 얘기까지 소소하게 의논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내가 지금 왜 이러나’ 하고 놀라곤 했다고 털어놓았다. 어느새 그들은 서로에게 가장 좋은 조언 상대가 돼 있었던 셈이다.
“그렇게 한 1년 정도는 ‘친한 동료’로 지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함께 볼 일을 보고 들어오는 길에 갑자기 대화가 끊어졌는데 딱히 할 말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정수씨, 예전에는 내가 정수씨 좋아했는데 이제 그 마음 접었다’ 하고 농담을 던졌어요. 그랬는데 남편이 ‘원장님, 저는 ing(진행중)입니다’ 하는 거예요. 제가 놀라서 쳐다봤더니 멋쩍어하며 웃더라고요.”
이 쑥스러운 웃음이 이씨의 첫 고백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씨는 김씨에게 “결혼하고 싶다. 이제 다른 사람은 생각지도 말라”며 진지하게 사랑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아내는 52세 남편은 36세, 16년 나이차 극복한 부부 김경선·이정수

김경선·이정수 부부는 나이 차와 편견을 극복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가꿔나가고 있다.


“많이 당황스러웠죠. 그때만 해도 ‘착하고 편하니까 만나는 관계지, 결혼할 사이는 아니다’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두 번이나 결혼에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은 결혼하고 싶지도 않았어요. 게다가 이 사람은 총각에 너무 어렸으니까요. 그 다음부터 제가 의식적으로 남편을 피했죠.”
그러나 ‘결혼할 사이는 아니다’라는 김씨의 말에 이씨는 단호했다고 한다. “난 결혼하면 아내한테 충실할 거란 말입니다. 원장님과 결혼하지 않으면 우리는 다시는 만날 수 없어요. 그러니까 나랑 결혼해요”라고 고집을 부렸다고.
이씨는 김씨가 계속 고민하자 99년 9월18일 혼자 혼인신고를 해버렸다고 한다. 그러고는 아내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붙잡지 않으면 놓칠 것 같아서 편법을 썼어요. 분명 아내가 제게 마음은 있는데 나이차 때문에 망설이는 게 보였거든요.”
남편의 마음이 진심임을 알게 된 김씨는 그의 뜻을 받아들였고, 신혼살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예상했던 고난이 찾아왔다. 이씨의 집안에서 두 사람의 결합을 결사적으로 반대한 것. 그래서 이씨는 지금까지 부모와 형제들을 만나지 않고 있다.
“부모님께 씻지 못할 상처를 드렸죠. 하지만 제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제 아내입니다. 이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이들이 싸움 한 번 한 적 없는 부부인 것은 아니다. 결혼 초엔 사소한 일들로 다툰 적도 많았다고. 특히 김씨가 괜한 자격지심 때문에 남편에게 스트레스를 주기도 했다.
“운전을 할 때는 전후좌우를 모두 살펴야 하잖아요. 그런데 제 시선이 젊은 여자 쪽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이 사람이 시비를 거는 겁니다. 할머니나 아줌마 쪽을 바라볼 때는 아무 말도 안 하다가요. ‘얼굴 돌려, 지금 뭐하는 거야?’ 하고 갑자기 화를 내니까, 저도 화를 내게 되고…. 그러다가 서로 다툰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서로 믿으니까 싸울 일이 거의 없죠.”
이씨는 대개 결혼하고 3년만 지나면 콩깍지가 벗겨진다는데 자신은 오히려 함께 살수록 콩깍지의 두께가 두꺼워지는 것 같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이제는 아무리 예쁜 여자를 봐도 눈에 안 들어온다’는 것.
이들은 지난해 가을,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결혼식 사진을 찍었다. 더 나이 들면 결혼식 사진 한 장 없다는 게 후회가 될 것 같아서였다고. 그래서 이들 부부의 집 현관 앞 거실 벽 한 면에는 다양한 포즈의 결혼사진이 가득 걸려 있다. 아침 저녁으로 사진을 볼 때마다 신혼시절로 돌아간 듯 흐뭇하다고 말하는 이들 부부는 정말 천생연분으로 보였다.
“사람들은 가끔 ‘다른 것’과 ‘틀린 것’의 의미를 혼동하는 것 같아요. 우리는 분명 여느 사람들과 다르죠. 하지만 우리의 결혼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연상녀·연하남 커플이라고 색안경 낀 눈으로 바라보지만 않으면, 여느 커플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부부라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이제는 자신과 다른 것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들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여성동아 2006년 6월 5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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