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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재앙에 맞닥뜨린 인간의 공포 그린 ‘폼페이 최후의 날’

입력 2006.06.15 14:04:00

대재앙에 맞닥뜨린 인간의 공포 그린 ‘폼페이 최후의 날’

카를 브률로프(1799~1852), 폼페이 최후의 날, 1833, 캔버스에 유채, 456×561cm,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박물관


자연의 힘은 무섭습니다. 때로는 사람의 능력으로는 막을 수 없는 엄청난 파괴를 초래합니다. 번성했던 고대 로마의 도시 폼페이도 자연의 분노로 인해 사라졌습니다. 서기 79년 8월24일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면서 도시 전체가 화산재에 덮이고 말았지요. 2천 명의 주민이 목숨을 잃었고, 죽어가던 그들의 모습은 몸에 덮인 화산재가 굳어 영원히 남게 되었지요. 한 도시와 거기에 살던 많은 사람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는 생각을 하면 정말 오싹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자연의 힘을 보노라면 우리는 자연의 질서와 균형을 파괴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노라 다짐하게 됩니다.
19세기 러시아 화가 브률로프도 그런 생각을 했지요. 그가 그린 ‘폼페이 최후의 날’은 비극적인 재앙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두려워 떠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하늘을 덮은 검은 화산재와 흘러내리는 붉은 용암은 세상의 종말을 알리는 듯합니다. 조각상이 무너지고 건물이 파괴되는 와중에 사람들은 사랑하는 가족과 귀한 물건을 챙겨 도망가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어디로 가야 죽음을 피할 수 있을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더욱 공포스럽기만 하지요.
브률로프는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직접 폼페이 발굴 현장을 찾아가 세세히 스케치했습니다. 그가 그림의 무대로 택한 곳은 ‘죽은 이들의 거리’로 불리는, 헤라클레스의 문에서 빌라 디오메데스에 이르는 1km의 거리입니다. 마치 실제로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그 옛날의 풍경을 생생히 되살려낸 솜씨가 무척 놀랍습니다. 저토록 아프게 옛 사람들의 고통을 기억하는 화가는 그만큼 동정심이 풍부한 사람임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한 가지 더∼
폼페이의 발굴은 1784년부터 시작됐습니다. 현재까지 4분의 3이 발굴됐는데, 발굴이 이렇게 오래 걸리는 것은 옛날의 흔적이 파괴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입니다. 화산재에 덮인 시체는 세월이 흐르면서 분해돼 없어졌지만, 그 빈 공간으로 콘크리트를 부어넣어 신체 형상을 떠냄으로써 죽은 이들의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이주헌씨는…
일반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서양 미술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칼럼니스트. 신문 기자와 미술 전문잡지 편집장을 지냈다. 경기도 파주 헤이리 문화마을에서 아내와 함께 4남매를 키우며 집필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어린이를 위한 주제별 그림읽기’ 시리즈의 두 번째로 다양한 인물화에 대해 설명하는 ‘신비로운 인물화는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를 펴냈다. 최근엔 러시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미술관을 다녀와 그에 관한 책을 집필 중이다.

여성동아 2006년 6월 5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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