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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나눔 체험

심순애 주부의 녹색가게 봉사활동

‘중고품으로 새 물건 만들기’

기획·최호열 기자 / 구술정리·이수향‘자유기고가’ / 사진·조영철 기자

2005. 07. 07

주부 심순애씨(36)는 2년째 녹색가게에서 색다른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고장난 우산 등 못쓰게 된 물건을 이용해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는 그가 들려주는 봉사활동 체험기.

심순애 주부의 녹색가게 봉사활동

집을나서면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녹색가게에서 봉사활동을 한 지 벌써 2년이 되었다. 자원봉사는 보통 일주일에 한 번씩 이루어지지만 요즘 자원봉사의 재미에 푹 빠진 나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무조건 이곳을 찾고 있다.
원래 밖으로 나다니는 걸 싫어하는 성격인 나는 결혼 후 하루 종일 집에 틀어박혀 있기 일쑤였다. 그런데 말수도 많지 않은 터라 하루 종일 시어머니와 한집에 같이 있는 것이 불편해 적잖이 스트레스가 쌓였다. 그래서 뭔가 내가 할 만한 일을 찾던 중 인터넷을 통해 녹색가게를 알게 되었다.
이곳에는 아직 쓸 만하지만 물건 주인에게는 필요 없게 된 중고품들로 가득 차 있다. 손질이 필요한 물건들이 많은 만큼 자원봉사자들이 할 일도 많다. 낡고 녹슨 부위를 깨끗이 닦거나 폐유를 이용해 재활용 비누를 만드는 건 기본. 요즘 내가 하는 일은 고장난 헌 우산을 모아 쓸모 있는 물건으로 변신시키는 작업이다. 헌 우산으로 만들 수 있는 물품은 의외로 다양하다. 나는 주로 장바구니와 우비, 앞치마 등을 만들고 있다.
심순애 주부의 녹색가게 봉사활동

우산 천은 방수가 되기 때문에 무척 유용하다. 특히 우비를 만들면 비바람이 치는 날에도 끄떡없어 장난꾸러기 아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또한 온갖 양념과 기름때로 쉽게 더럽혀지고 물에 젖기 쉬운 앞치마로도 제격이다. 뿐만 아니라 우산 천으로 만든 쇼핑백은 접으면 부피도 작을 뿐 아니라 가볍고 단단하다.
쓸모없게 되어버린 헌 우산이 내 손을 거쳐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내가 만든 물건을 다른 사람들이 요긴하게 쓰고 있는 것을 볼 때 뿌듯함을 느낀다. 환경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요즘 쓰던 물건을 재활용해 환경보호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니 더욱 뿌듯하다. 이 외에도 낯가림이 심하고 내성적이던 내가 이곳에서 일하며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어울리면서 전보다 활달해진 것도 큰 수확이다.
나는 이따금 녹색가게에 두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기도 하는데, 엄마가 하는 일을 아이들도 무척 자랑스러워한다. 또한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아이들은 우산 천으로 만들어준 실내화 가방을 자랑스럽게 들고 다닌다. 나에겐 일하는 기쁨과 보람을 주고, 아이들에게는 환경 사랑을 가르쳐주는 셈이니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한참 일하다 보니 어느덧 오후 4시.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이다. 오늘 만든 우비와 앞치마는 화려한 양산천을 이어 만들어 더없이 화사하고 예쁘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더욱 가벼울 것 같다.

◆ 나눔의 사랑을 실천하는 주부들의 훈훈한 사연을 찾습니다. 자원봉사를 하시는 주부 본인이나 주위 분들이 간단한 사연을 적어 연락처와 함께 이메일(honeypapa@donga.com)로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 문의 02-361-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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