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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권말부록│토익 고득점 영어 영재③

뉴질랜드에서 4년 유학하고 돌아와 토익 9백5점 받은 윤나영

“매일 도서관 찾아 영어책 읽고, 외국인 친구들이 하는 말 흉내 내다 보니 저절로 말문이 터졌어요”

2005. 06. 14

올해 중학생이 된 윤나영양은 초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엄마, 오빠와 함께 뉴질랜드로 떠났다가 4년 만인 지난해 귀국했다. 알파벳 대문자도 익히지 못한 채 뉴질랜드에 도착해 6개월간 학교에서 입을 꼭 다물고 지냈던 윤양은 올 초 본 토익에서 9백5점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받아 주위를 놀라게 했다. 윤나영양과 어머니 정미숙씨가 공개하는 뉴질랜드 조기유학 체험기 & 영어 공부법.

뉴질랜드에서 4년 유학하고 돌아와 토익 9백5점 받은 윤나영

인천시부평에 사는 중학교 1학년 윤나영양(13)은 알파벳도 모르던 초등학교 1학년 때 엄마, 오빠와 함께 뉴질랜드로 건너가 지난해 봄 귀국, 올해 1월 치른 토익에서 9백5점을 받았다. 듣기에서는 4백95점 만점을 받았지만, 문법과 어휘, 독해 실력을 평가하는 읽기에서 4백10점을 받은 결과다.
“나영이보다 네 살 많은 첫째 아이가 색약이라 늘 아이 장래가 걱정이었어요. 그러던 차에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살고 있는 남편의 선배가 뉴질랜드의 교육환경이 좋다고 해서 2000년 1월 무작정 떠났죠.”
회사원인 남편을 ‘기러기 아빠’로 한국에 남겨두고, 두 아이를 데리고 뉴질랜드로 떠난 어머니 정미숙씨(43)는 “무식하면 용감하다”며 허허 웃었다. 정씨는 그때 ‘어떻게 하면 첫째 아이가 상처받지 않고 잘 자랄 수 있을까’만 생각했지 외국 생활에 대한 준비는 전혀 안돼 있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5학년이던 첫째 아들은 초등학교에서 배운 짤막한 영어 회화 정도 밖에 할 줄 몰랐고, 1학년이던 윤양은 알파벳 대문자도 모르는 상태였던 것. 어머니 정씨는 비행기 안에서 딸에게 처음으로 알파벳을 가르쳐줬다고 한다.
당연히 윤양은 뉴질랜드에 도착해 한동안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내성적인 성격도 적응 속도를 더디게 만들었다고 한다.

3, 4세용 책부터 읽기 시작해 단어와 문장 수 점차 늘려가
“나영이는 어려서부터 말수가 적고 내성적이었어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서 책 읽는 걸 더 좋아했죠.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독서일기를 쓸 정도였어요. 6개월간 학교에서 말을 안하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젓는 것이 의사표현의 전부이다보니 선생님조차 ‘부끄러움을 너무 많이 탄다’며 ‘알면서도 대답을 안 하는 건지, 영어를 전혀 못해서 말을 안 하는 건지 판단이 안된다’고 하셨죠.”

하지만 정씨는 인내심을 갖고 딸을 지켜봤다고 한다. 정씨 자신도 영어 때문에 고생하기는 마찬가지라 딸에게 뚜렷한 방법을 일러줄 수 없어 안타까웠지만, 언젠가는 다 잘될 거라는 믿음을 갖고 기다렸다고. 그렇다고 아이들 영어 교육에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정씨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 딸과 함께 거의 매일 도서관을 찾았다. 뉴질랜드에는 마을마다 크고 작은 도서관이 있는데 윤양 가족이 살던 마을에 있는 도서관은 1주일에 28권까지 대출이 가능해 정씨는 매일 윤양과 함께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나올 때 또 책을 한 아름 빌렸다고 한다. 윤양은 뉴질랜드에 처음 도착해선 3,4세용 도서를 읽다가 점차 연령대를 높여갔다고. 간단한 단어 몇 개가 나열된 책을 읽던 윤양은 점차 한 쪽에 6~7개의 문장이 있는 책으로 옮겨갔고, 책 두께도 점점 두꺼워졌다고 한다.
뉴질랜드에서 4년 유학하고 돌아와 토익 9백5점 받은 윤나영

뉴질랜드에 머무는 동안 엄마와 함께 매일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낸 윤나영양은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단어장에 메모해뒀다가 영영사전에서 뜻을 확인했다고 한다.


“나영이가 밤늦게까지 책을 읽느라 통 잠잘 생각을 안 해서 결국 밤 10시30분 이후에는 책을 읽지 말라고 했더니 식탁 밑에 숨어서 보더라고요(웃음). ‘해리포터’ 같은 책은 일주일에 한 번씩 4번이나 읽었어요.”
정씨는 책에만 파묻혀 지내는 딸이 언젠가는 말문을 열 거라는 믿음을 갖고 “학교에서 말은 안 하더라도 선생님 발음을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며 당부했다고 한다. 또 도서관에서 카세트 테이프가 붙은 책을 빌려 들려주고, TV에서 방송되는 ‘포켓몬’ ‘심슨’ 같은 애니메이션을 보도록 했다고.
그렇게 뉴질랜드 생활이 6개월쯤 됐을 때 윤양에게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어느 날 정씨에게 “친구들과 사귀고 싶다”며 “엄마, 저를 때려서라도 성격 좀 고쳐주시면 안 돼요?” 하고 진지하게 속내를 털어놓은 것. 이때만을 기다려온 정씨는 딸에게 “친구들은 네가 영어를 잘 못 알아들으면 손짓 발짓을 사용해서라도 친절하게 설명 해줄 거다. 네가 먼저 친구들에게 다가가서 ‘나랑 같이 놀자’며 반 친구 두 명 이상을 사귀어봐라” 하고 용기를 북돋워줬다고 한다.

뉴질랜드에서 4년 유학하고 돌아와 토익 9백5점 받은 윤나영

윤나영양은 소아과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그 후 윤양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친구들이 말을 걸어도 움츠리기만 하던 소극적인 태도를 버리자 말문이 터지고,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영어 말하기 실력이 급속도로 향상된 것. 입을 꼭 다물고 지낸 6개월 동안 책에 몰두해 상당한 양의 영어 단어와 문장, 표현들을 학습해놓았던 윤양은 말문이 트이자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전 영역에서 놀라운 영어 실력을 발휘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윤양의 영어 실력이 어느 날 갑자기 완벽한 수준이 된 것은 아니다.
“처음엔 친구들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하나도 못 알아들었어요. 성격이 내성적이라 친구들에게 물어보지도 못해서 그냥 말을 안 하고 지냈는데 6개월이 훌쩍 지나버린 거예요. 하지만 말을 안 했을 뿐이지 수업시간에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친구들이 하는 말을 기억해뒀죠.”
학교에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 있으면서도 친구들의 발음을 그대로 흉내 내며 말을 배워나갔다는 윤양은 독서를 통해 점차 영어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초등학생들이 저학년 때 받아쓰기 시험을 보듯 뉴질랜드의 초등학교에서도 수업시간에 받아쓰기를 하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학생들이 제각기 다른 수준의 단어를 시험 본다는 것이다.
“선생님께서 권해준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단어장에 적어요. 그런 다음 사전을 찾아 뜻을 외우고, 부모님께 확인을 받은 다음 학교에서 다시 테스트를 받는 거죠.”
같은 학년이라도 저마다 읽는 책과 테스트를 받는 단어 수준이 다른 뉴질랜드에 처음 도착했을 당시 만 여덟 살이던 윤양은 3세용 그림책을 권유받았다고 한다. 차츰 어휘력과 독해력을 높여간 결과 열한 살이 되었을 때는 읽기 수준이 ‘14세 반’ 정도 된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윤양은 책을 읽을 때뿐만 아니라 수업시간에도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친구의 도움을 받아 철자를 메모했다가 집에 와서 영한사전을 찾아보고, 단어장에 정리했다고 한다.

모르는 단어는 단어장에 정리하고, 신문 보며 육하원칙에 맞춰 쓰기 연습
“처음 메모할 때 한 번, 사전 찾을 때 또 한 번, 단어장에 정리하면서 또 한 번, 매일 이렇게 같은 단어를 세 번 반복해 보면 굳이 외우려고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머릿속에 들어와요. 나중에 간간이 확인함으로써 잊어버리지 않도록 했고요. 처음엔 영한사전을 이용했지만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 쌓인 뒤에는 영영사전으로 단어 공부를 했어요.”
작문 실력은 학교에서 내준 ‘스토리 만들기’ 숙제가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정해진 주제에 맞게 작문을 해가면 선생님이 첨삭을 해주는데 윤양은 집에 돌아와 선생님이 고쳐준 내용을 깨끗한 종이에 다시 옮겨 적고, 예쁜 그림까지 그려넣으며 자신만의 ‘스토리 북’을 만들었다. 이 과정을 통해 윤양은 자연스럽게 영어 작문 실력을 향상시켰다고 한다. 윤양은 “상상력을 가미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좋았지만 신문을 읽고 관심 있는 부분을 스크랩하며 신문 기사처럼 육하원칙에 맞춰 글을 쓰는 것도 재미있었다”고 말한다.
학교 생활에 적응하고, 여러 교과목에서 뉴질랜드 아이들보다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며 자신감을 얻은 윤양은 2003년, 어머니 정씨가 한국으로 돌아가자고 하자 싫다며 거부했다. 결국 3년만 머물고 오겠다는 계획을 수정해 이들 가족은 4년 만인 2004년 봄에 귀국했다.
어머니 정씨는 윤양의 영어 실력의 비결은 “첫째도 독서, 둘째도 독서”라고 말한다. 그전에도 독서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지만 딸의 변화를 지켜보며 독서의 놀라운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영어 공부는 꾸준히 반복해서 듣고 읽고 써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며 “하루아침에 뭔가를 이루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의젓하게 말하는 윤양. 소아과 의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향해 앞으로도 꾸준히 실력을 쌓아나갈 계획이라는 그는 영어를 잘 하고 싶다면 영어로 된 책 한 권을 고른 뒤 어려워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읽어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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