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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만에 정식 부부 된 세기의 커플 찰스 영국 왕세자 & 카밀라 파커 볼스

■ 기획·김유림 기자 ■ 글·선승희‘자유기고가’ ■ 사진·gamma 제공

2005. 05. 02

찰스 영국 왕세자와 그의 오랜 연인 카밀라 파커 볼스가 마침내 결혼했다. 지난 4월9일, 런던 서부 윈저시의 시청 대강당에서 결혼식을 올려 35년 만에 합법적인 부부가 된 것. 두 사람의 첫 만남과 결혼에 이르기까지 풀 러브스토리를 취재했다.

35년 만에 정식 부부 된 세기의 커플 찰스 영국 왕세자 & 카밀라 파커 볼스

지난 4월9일 현지 시각으로 낮 12시30분, 찰스 영국 왕세자(56)와 그의 첫사랑 카밀라 파커 볼스(57)가 결혼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여름 거처인 윈저성이 위치한 런던 서부 윈저시의 시청 대강당에서 20분간의 짧은 결혼식을 올린 것. 두 사람은 당초 윈저성 왕실 전용 예배당에서 결혼식을 올린다고 발표했지만 왕족이 이혼녀와 교회에서 결혼하는 것은 불법이란 지적이 제기돼 결혼식 장소를 윈저성 시청으로 바꿨다.
다이애나 비가 사망한 지 8년 만에 치러진 이날 결혼식은 언론 취재가 금지된 가운데 찰스의 두 아들인 윌리엄과 해리 왕자를 비롯해 특별히 초대된 28명의 하객만 참석한 채 진행됐다.찰스의 어머니 엘리자베스 여왕은 참석하지 않았다.
영국에서는 신랑, 신부가 결혼할 때 각각 증인을 내세워야 하는데, 찰스의 증인으로는 찰스와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 사이에서 태어난 큰아들 윌리엄 왕자가, 카밀라의 증인으로는 카밀라와 전 남편 앤드루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톰 파커 볼스가 나섰다. 이 결혼식은 본인 확인, 결혼 의사 확인 절차를 거쳐 찰스가 웨일스 산 금반지를 카밀라의 손가락에 껴주는 것으로 20분 만에 끝이 났다.
아이보리색 드레스와 깃털모자를 쓴 카밀라 파커 볼스와 모닝 수트를 입은 찰스는 결혼식이 끝난 뒤 윈저 시청에서 걸어나와 도로변에서 축하박수를 보내는 2만여 명의 시민을 향해 “여러분 정말로 감사합니다”라고 답례했다.
카밀라, 평민에서 영국 왕실 서열 2위로 등극
결혼식 직후 윈저성 내 왕실 전용 예배당인 세인트 조지 채플에서 사실상의 결혼식인 축복 예배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결혼식에 불참했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내외 및 토니 블레어 총리, 유럽 왕실인사 및 외교사절 7백여 명이 참석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결혼식과는 달리 축복 예배는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이 자리에서 찰스 내외는 장엄한 성가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과거 자신들의 죄를 회개하는 기도문을 성직자들과 함께 낭독했다. 두 사람은 “우리는 말과 행동, 생각으로 죄와 사악함을, 때론 가장 심각한 방법으로 저지름으로써 신의 분노를 일으킨 점을 인정하고 눈물로 회개합니다”라고 기도문을 읽어 내려갔다. 일부 외신은 이 기도문이 지난 세월 자신들의 불륜에 대한 두 사람의 참회라며 다이애나 비를 여전히 그리워하는 영국민들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하기도 했다.
찰스 왕세자와 카밀라 파커 볼스의 인연은 197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윈저시에서 열린 폴로 경기에서 처음 만났는데 카밀라가 자신의 증조할머니가 찰스 왕세자의 고조할아버지인 에드워드 7세의 정부였던 사실을 이야기하며 찰스에게 사귀자고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첫눈에 반한 두 사람은 급속히 연인 사이로 발전했으나 이듬해 찰스가 해군에 입대하면서 끝이 났다.
1973년 카밀라가 찰스의 친구인 앤드루 파커 볼스와 결혼을 했으나 두 사람은 그 후에도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를 갖게 됐고 이 관계는 찰스가 다이애나와 결혼한 81년 이후에도 이어져 세인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렸다. 두 사람이 불륜에 빠진 것은 찰스와 다이애나의 결혼생활이 순탄치 못하면서였다고 한다. 찰스가 카밀라에게 결혼생활의 문제들을 상의하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발견한 것. 다이애나가 생전에 “우리 결혼은 복잡했다. 세 사람이 있었으니까”라고 불만을 토로할 정도로 이들의 심각한 삼각관계는 계속됐다.

35년 만에 정식 부부 된 세기의 커플 찰스 영국 왕세자 & 카밀라 파커 볼스

결혼식을 마친 찰스 왕세자·카밀라 파커 볼스의 가족사진. 왼쪽부터 해리 왕자, 윌리엄 왕자, 로라 파커 볼스, 톰 파커 볼스.


그러던 중 92년 찰스와 카밀라의 내연관계를 암시하는 대화 테이프가 유출됐고, 찰스와 다이애나는 곧 별거에 들어가 96년 이혼했다. 카밀라는 이미 95년 남편 파커 볼스와 이혼한 상태였다. 찰스는 카밀라와 재혼하고 싶어했으나 여왕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고, 그러다 97년 다이애나가 비운의 교통사고로 숨지자 이번에는 여론이 허락하지 않았다. 카밀라는 다이애나 죽음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돼 국민의 미움을 받았고 찰스와 카밀라 커플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악화되었다.
카밀라는 여론의 화살을 피해 늘 조심해야 했다. 다이애나 사후 찰스와 사실상 부부관계나 다름없었으면서도 공식적인 자리에는 나서지 못했다. 카밀라가 공식행사에 찰스와 함께 처음 등장한 것은 99년, 찰스의 친구 생일 모임에 동반하면서부터였고, 이때 카밀라의 모습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두 사람이 결혼하게 될 것이란 추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2003년 카밀라는 찰스가 사는 클레어런스궁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리고 지난 2월에는 전격적으로 약혼을 선언했다. 약혼 발표 직후, 영국 여론은 찬반 양론으로 분열되었다. 왕실 결혼식을 민간 결혼 방식으로 치르는 게 위법은 아닌지, 여왕 부처가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은 옳은지, 왕위 계승자와 전 남편이 살아 있는 이혼녀와의 결혼이 성공회 관습에 위배되지 않는지, 카밀라가 왕비 지위에 오를 수 있을지 등을 둘러싸고 의견이 나뉜 것.
찰스 왕세자의 재혼 소식이 발표된 직후 영국 ‘선데이타임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영국민 1천5백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60%가 찰스의 큰 아들 윌리엄 왕자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뒤를 이어 왕위를 계승해야 한다고 답했다. 찰스가 왕위를 이어받고 카밀라가 왕비가 되는 것에 대해서 응답자의 16%만이 찬성했다고.
평범한 시민에서 ‘콘월 공작부인’이 된 카밀라는 이제 영국 왕실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이어 두 번째로 서열이 높은 여성이 되었다. 그러나 카밀라는 고 다이애나 비가 얻었던 왕세자비의 공식 직함인 ‘웨일스 공주’ 직함은 받지 못했다. 찰스 왕세자의 공식 직함은 ‘웨일스 왕자’. 외신들은 카밀라가 찰스 왕세자의 국왕 즉위 이후에도 ‘카밀라 왕비’가 아니라 ‘왕의 배우자’란 의미를 지닌 ‘프린세스 오브 콘소트(Princess of Consort)’라는 호칭으로 불리게 된다고 보도했다.
지난 1981년 60여만 명의 인파가 몰린 가운데 런던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열린 찰스와 다이애나 비의 성대한 결혼식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소박한 결혼식을 치른 찰스 왕세자와 카밀라 커플. 말 많고 탈 많았던 지난 35년간의 로맨스에 종지부를 찍고 합법적인 부부가 된 두 사람을 둘러싼 영국 국민의 찬반 여론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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