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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스타 재테크

일산에서 생고기 전문점 열어 월 매출 7천5백만원 올리는 중견 탤런트 백준기

“소문난 고깃집 찾아다니며 꼼꼼히 준비, 찜질방 내 음식점 운영 경험도 도움이 됐어요”

■ 기획·최호열 기자 ■ 글·최은성‘자유기고가’ ■ 사진·정경택 기자

2005. 03. 10

오랫동안 선 굵은 연기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탤런트 백준기. 지난 몇 년간 브라운관에서 그를 좀처럼 만날 수 없었던 이유는 생고기 전문점 사업에 푹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음식점의 70~80%가 망한다는 요즘 1년 5개월 동안 대박행진을 이어간 그의 창업 성공 비결을 들었다.

일산에서 생고기 전문점 열어 월 매출 7천5백만원 올리는 중견 탤런트 백준기

70년대엔 꽃미남 스타로, 80~90년대에는 ‘토지’ ‘한명회’ 등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이름을 날린 탤런트 백준기(52). 최근엔 그를 브라운관에서 좀처럼 만날 수 없었는데 생고기 전문점 운영에 매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게 이름이 ‘백목장’인데 ‘탤런트 백준기가 운영하는 목장’이란 뜻으로 지었어요. 친구들과 어울려 목장을 방문해 고기 파티를 즐기듯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는 의미를 담았죠.”
그가 백목장을 시작한 것이 지난 2003년 9월. 그동안 특별한 홍보 한번 하지 않았지만 ‘맛있는 고깃집’이란 입소문만으로 IMF 때보다 더하다는 불경기 속에서도 하루 평균 2백50만원, 월 평균 7천5백여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음식점 장사의 70~80%가 망한다는 요즘 같은 때에 이렇듯 호황을 누리는 비결은 무엇일까.
사실 그에게 창업은 이게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1년 인천시의 한 대형 찜질방에서 2년 정도 음식점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주요 메뉴는 미역국과 커피. 1억2천만원을 투자해 6개월 만에 투자금을 회수하고, 2년 동안 총 5억원에 이르는 수익을 거두었다. 그 수익으로 지금의 생고기 전문점을 오픈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점포를 열기까지 남모르는 아픔도 있었다고 한다.
“찜질방 내 음식점이 잘돼 다른 창업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어요. 그런데 바뀐 건물주인이 자기가 직접 하겠다며 나가라고 하더군요. 처음 한두 달은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다른 걸 준비할 엄두도 못 냈어요.”
그러나 한 집안의 가장이란 삶의 무게가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몸과 마음을 추스린 후 음식점과 카페 등 여러 업종을 놓고 고민했다. 2개월여 간의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생고기 전문점.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이걸 선택했어요. 우선 찜질방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노하우가 생겼으니 같은 먹을거리 업종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한 먹을거리 중에서도 생고기 전문점이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 있을 거란 판단이 들어 자신 있게 시작을 했죠.”

질 좋은 고기, 친절한 서비스, 좋은 입지가 성공의 비결
실평수 30평 규모의 백목장을 시작하는 데 든 비용은 총 4억3천만원. 임대보증금 1억5천만원에 주방시설비, 인테리어, 집기, 후드 시스템 등을 갖추는 데 2억8천만원이 투자됐다. 처음엔 20평 규모로 시작했는데 장사가 잘되면서 옆 점포 10평을 사들여 1년 전 지금의 규모로 확장했다.
백목장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입지를 꼽을 수 있다. 점포 창업, 특히 생고기 같은 외식업종의 경우 입지가 성패의 절반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목장은 일산의 중심가인 롯데백화점 뒤 라페스타 공영주차장 정면에 위치해 있다. 그 때문에 찾기도 쉽고 주차도 자유롭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면 황토로 칠한 듯한 벽면과 체리빛 원목으로 포인트를 준 천장과 모서리가 고향집에 들어선 것처럼 따뜻하고 정겨운 느낌을 준다. 생고기의 색이 붉은빛인 만큼 먹을 때 입맛을 돋우도록 포근한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를 선택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중앙은 좌식 테이블을 놓고, 양쪽 벽면은 안방처럼 꾸며놓아 편안히 앉아 생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게 대부분의 고깃집에서 볼 수 있는 긴 원통형 후드가 없다는 점. 그래서 깨끗하다는 인상을 준다. 불판 자체에 후드를 설치했는데 그 때문에 다른 고깃집 보다 후드 시스템에 들인 비용이 두 배라고 한다.

일산에서 생고기 전문점 열어 월 매출 7천5백만원 올리는 중견 탤런트 백준기

본업인 연기를 잠시 쉬며 1년 넘게 생고기 전문점 운영에 전력하고 있는 백준기.


“보통 생고기 전문점에서는, 긴 원통 후드 때문에 대화하기가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마주 보고 편하게 얘기할 수 있도록 원통 후드 대신 자체 후드 시스템을 설치했어요.”
이렇듯 작은 것 하나에도 세심한 배려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백목장을 시작하기 전 3개월여 동안 맛은 물론이고 서비스가 좋다고 소문난 서울 및 수도권의 생고기 전문점을 직접 방문하며 꼼꼼히 살핀 결과였다.
음식점은 아무리 입지가 좋고 인테리어가 훌륭해도 맛이 없으면 손님의 발길이 끊어지게 마련. 더구나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울 때는 가장 먼저 줄이는 항목이 외식비다. 그러나 백목장을 찾는 손님들은 “한번 이 집 고기 맛을 보면 저절로 발길이 간다”고 말할 만큼 고기 맛이 일품이라고 소문나 있다.
질 좋고 맛있는 육류를 대주는 업체를 찾은 것에 대해 백씨는 “운이 좋아서였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는 질 좋은 생고기를 공급받기 위해 맛있다고 소문난 고깃집 주방장을 찾아다니며 백방으로 수소문했다. 그런 노력 끝에 한 유명 고깃집에서 지금의 주방장을 소개받으면서 자연스레 생고기 공급 루트도 확보할 수 있었다.
“고깃집에서는 생고기가 생명이기 때문에 쉽게 공급 루트를 알려주지 않아요. 좋은 주방장을 구하면 그 정보도 자연스레 따라오죠.”
그는 생고기 공급처는 최소 2군데 이상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 곳에서만 독점으로 공급을 받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질이 떨어지는 고기를 공급받는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두 곳 이상에서 고기를 공급받아야 서로 경쟁이 돼 고기의 질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처음 시작할 때 메뉴는 갈비살, 안창살, 등심, 꽃살 등 한우만 전문으로 팔았다. 하지만 광우병 파동으로 고전을 하게 되면서 오겹살, 녹차삼겹살 등 돼지고기를 메뉴에 추가했다. 이는 광우병 파동을 극복하게 한 힘이 되었을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주머니가 가벼운 20대 손님들까지 끌어들이는 계기가 되었다.

음식점 운영하며 땀과 노력이 배어 있는 돈의 소중함 절실히 느껴
생고기 전문점에서 고기 못지않게 중요한 게 소스다. 이곳의 간장소스는 새콤달콤하면서 매운맛도 살짝 묻어나는 게 특징인데, 그는 이 소스를 개발하기 위해 주방장과 머리를 맞대고 10여 일 동안 조리 실험을 한 끝에 레시피를 완성했다고 한다. 고기와 함께 싸먹는 파무침에도 깻잎, 콩나물 등 매일 새로운 재료가 추가되는데 이 역시 파와 어울릴 수 있는 다양한 음식 재료를 넣어가며 실험한 끝에 나온 결과물로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반찬이라 손님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또한 밥을 시키면 따라나오는 된장찌개도 옛날 할머니가 끓여준 듯한 토속적인 맛이어서 40대 이상의 중년층에게는 향수를 자극하고, 20~30대에게는 웰빙식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월 매출 7천5백만원에서 생고기, 야채 등 재료비 3천5백만~4천만원, 임대료 및 관리비 1천만원, 인건비 1천5백만원을 제한 1천만~1천5백만원 정도가 순수익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그는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돈 버는 소중함을 새삼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수입만 따지면 밤무대에서 노래 몇 곡 하는 편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어요. 하지만 백목장은 직접 발품을 팔아서 만든 것이고, 곳곳에 제 땀과 노력이 배어 있기 때문에 같은 돈이라도 그 소중함이 몇 배 더해요.”

일산에서 생고기 전문점 열어 월 매출 7천5백만원 올리는 중견 탤런트 백준기

백준기는 백목장을 프랜차이즈로 만들자는 제안도 받았지만 아직은 노하우를 더 축적할 때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백목장을 찾는 손님들에게 더없이 친절하다.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설 때마다 깍듯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사람 좋은 미소와 함께 악수를 청한다.
“요즘 경기가 어려워서 음식점들이 솥단지 시위를 벌일 정도잖아요. 그런데 이처럼 어려울 때 우리집을 찾아주는 손님들이 계시니 고맙다는 마음에 저절로 친절함이 우러나오는 것 같아요.”
‘손님에게 최고의 친절을 베풀자’는 것이 사업가 백준기의 좌우명. 그 좌우명을 실천하다 탈장 증세로 병원 신세를 진 적도 있다.
“처음 가게를 시작하고 제가 밖에 서서 오시는 손님들에게 일일이 문을 열어 드렸어요. 추석이 지난 직후에 문을 열었으니 찬바람이 많이 불었죠. 지난해 겨울은 특히 추워서 영하 20도 가까이 떨어진 날도 여러 차례 있었잖아요. 그래도 손님들이 좋아하시니 기쁜 마음으로 밖에서 현관을 지켰죠. 그렇게 6개월쯤 지날 무렵 배가 너무 아파 병원을 찾았는데 탈장이 됐다고 하는 거예요. 추운 곳에 있으면 안 된다는 의사의 충고 때문에 지금은 밖에 서 있는 일은 안 하고 있어요.”
지금은 대신 현관문 안쪽에 서서 오는 손님들에게 문을 열어주며 인사를 건넨다. 또 홀이 바쁠 때는 서빙은 물론 불을 지피는 일까지 직접 나선다. 그는 “연예인 사장이라고 폼만 잡으며 카운터를 지키고 있으면 망하는 지름길”이라면서 “제가 온몸으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직원들도 열심히 따른다”고 말한다.
확실히 백목장이 대박집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였다. 질 좋은 고기 맛과 친절함, 여기에 좋은 입지가 결합돼 지금의 대박집이 탄생한 것이다.
“직접 우리 집으로 찾아와 고기 맛을 본 후 자본을 댈 테니 프랜차이즈를 하자는 분들이 꽤 있어요.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은 생고기 전문점에 대한 노하우를 더욱 축적할 때죠.”
아직은 사업의 내실을 더욱 다질 때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또 프랜차이즈를 하게 되면 맛과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프랜차이즈보다는 직영점을 고수하겠다는 게 그의 방침이다. 그는 자금이 더 모이면 두 곳 정도 직영점을 내고 싶다는 사업가로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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