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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화제의 주인공

다섯살 채원이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한자 교육법

한자능력시험에 합격해 화제

■ 기획·이한경 기자 ■ 글·이승민‘자유기고가’ ■ 사진·정경택 기자

2005. 02. 02

지난해 말 실시된 한자능력시험 7급에서 만 다섯 살 나이에 합격해 화제를 모은 김채원양. 채원이는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한자 공부를 시작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7급 시험에 통과했다고 한다. 채원이 할아버지로부터 초등학교 고학년용 책도 척척 읽어내게 만든 한자 교육법에 대해 들었다.

다섯살 채원이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한자 교육법

99년10월생인 채원이는 지난해 말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7급 한자능력시험에 최연소로 합격한 것. 무엇보다 한자 공부를 시작한 지 5개월 만에 거둔 성과여서 가족들이 무척 기뻐했다고 한다.
“지난해 봄에 채원이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어요. 그때 친척 한 분이 병원에 있는 동안 보라고 만화로 된 한자 공부책을 사다 주셨죠. 그런데 채원이가 그 책에 푹 빠져 몇 번 보더니 책에 나와 있는 한자를 다 알더라고요. 그러면서 한자 공부를 더 하고 싶다고 말해 병원에 있는 동안 시리즈로 되어 있는 그 만화책을 다 보았어요.”
그 당시만 해도 채원이네 가족들은 채원이의 관심이 얼마나 갈까 하고 병원에 있는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수단으로 한자책을 사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44개월에 이미 한글을 뗀 채원이는 한글과 달리 사물의 모양과 비슷하게 생긴 한자를 무척 재미있어 하면서 무섭게 빠져들었다고. 3개월 만에 퇴원해 집으로 돌아와서도 한자 공부를 계속 하게 해달라고 엄마를 졸랐다고 한다. 그때부터 채원이의 한자 교육은 할아버지 김성진씨(65)가 맡았다.
“제가 알고 있는 한자를 아이 수준에 맞춰 설명해주었어요. 가령, 동녘 동(東) 자의 경우 나무(木) 사이로 해(日)가 뜨는 모양이니 동쪽을 뜻한다. 뜻 의(意) 자는 소리 음(音)과 마음 심(心)이 합쳐진 글자로 소리에 마음을 넣으면 뜻이 되겠지 하고 설명했죠.”
교재는 시중에 나와 있는 한자 학습지를 활용했다고 한다. 한자 학습지를 보면 아이들에게 어떻게 한자를 가르치면 좋은지 자세히 나와 있어 도움이 되었다고. 한자 공부를 꾸준히 하면서 채원이의 한자 실력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고 쓰기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한자를 익힌 뒤로 어휘력이 부쩍 늘어
그러던 어느 날 채원이의 아빠가 먼저 채원이에게 한자능력시험에 도전할 것을 권유했고 채원이도 흔쾌히 동의했다. 시험을 앞두고는 7급 시험용 한자를 위주로 공부했다. 7급 한자는 모두 1백50자. 반대말 찾기, 괄호 안에 들어갈 글자 찾기, 독음 달기, 훈음 달기, 뜻풀이 등 모두 70문제가 출제된다. 채원이는 할아버지와 함께 하루에 1~2글자씩 꾸준히 공부해 1백50자를 모두 익혔고, 70문제 중 60문제를 맞춰 합격했다. 하지만 채원이는 시험 시간이 끝나자마자 50분 안에 70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시간이 모자라서 다 못 풀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채원이가 한자를 익히기 시작하면서부터 어휘력이 상당히 많이 늘었어요. 가령 ‘소화기’ 같은 어려운 단어도 사라질 소(消), 불 화(火), 그릇 기(器)라고 한자를 알려주면 ‘불을 사라지게 하는 도구’라고 쉽게 이해하지요. 또 우정이나 사랑 같은 추상적인 단어에 대한 질문도 많아졌고요.”
또 시험에 합격한 후 채원이의 자신감이 무척 커졌다고 한다. 한자능력시험 합격 후 한 신문에 자신의 이야기가 실리자 유치원 선생님과 친구들한테 보여주었는데 그 후 선생님과 친구들이 자기를 전보다 더 좋아하게 되었다며 앞으로도 한자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고.
언어에 대한 채원이의 관심은 어렸을 때부터 나타났다고 한다. 생후 6개월 때부터 열심히 책을 읽어주어서인지 또래 아이들보다 말도 일찍 했고 44개월 무렵에는 한글 읽기와 쓰기를 깨쳤다고. 또 한자를 알면서부터는 초등학교 고학년용 책들도 척척 읽을 정도로 독서 능력이 높아졌다고 한다.

다섯살 채원이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한자 교육법

채원이는 요즘 한자 3백자를 알아야 하고 쓰기가 추가되는 6급 시험에 대비해 공부를 하고 있다.


채원이 엄마 이미희씨(34) 또한 채원이의 어휘력 향상을 도왔다. 예를 들어 채원이가 “엄마, ‘어처구니없다’가 무슨 뜻이야?”라고 질문하면 “콩처럼 딱딱한 음식을 갈 때 쓰는 맷돌이라는 도구가 있는데 그 도구의 손잡이를 어처구니라고 하거든. 그런데 그 어처구니가 없어진 거야. 맷돌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으니 얼마나 황당하겠니. 그럴 때 쓰는 말이 ‘어처구니없다’라는 거야” 하고 어원을 찾아가며 열심히 설명해주었다고 한다.
요즘 채원이는 하루에 적게는 5권에서 많게는 20권까지 책을 읽고 있는데 엄마 이씨는 이런 채원이의 독서 습관을 북돋우기 위해 독서 그래프를 활용하고 있다. 매일 책을 읽은 숫자만큼 벽에 만들어놓은 표에 스티커를 붙이도록 한 것. 엄마가 이런 아이디어를 내놓은 후 채원이는 스티커를 붙이는 재미에 더 열심히 책을 읽는다고 한다.
때로는 동화책에 나온 어휘를 통해 한자를 이해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나타날 현(現) 자를 배울 때, 할아버지가 “볼 견(見) 자 옆에 임금님(임금 왕, 王)이 나타났네” 하고 설명을 해주었더니 채원이가 “내가 본 동화책에 현실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때 현 자가 ‘나타날 현’이지” 하고 말했다는 것이다.
“채원이 엄마 아빠가 채원이에게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주었어요. 주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많이 보여주었고, 여러 기관의 추천 도서나 주변에서 보고 좋다고 하는 책들은 직접 사주었지요. 백과사전류의 책보다는 동화를 좋아해 자연에 대해 알려주고 싶을 때 자연관찰 도감보다는 자연관찰 동화책을 주로 보여주고 있죠.”
요즘 채원이는 올해 한자능력시험 6급 합격을 목표로 하루 2글자씩 한자를 익히고 있다. 한자의 음과 뜻, 필순까지 외워야 해서 어린 채원이에게 조금 벅찰 것 같은데도 마냥 즐거워 한다고. 채원이가 가장 좋아하는 한자는 학교 교(敎). 학교에 빨리 들어가고 싶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들에게는 전문 교사보다 가족의 가르침이 더 효과적인 것 같아요. 채원이의 경우도 엄마 아빠가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주고, 할아버지가 한자를 가르쳤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 좋은 성과를 거둔 것 같거든요.”
6급 시험은 3백 자를 알아야 하고, 7급과 달리 쓰기가 추가된다. 7급보다 훨씬 어려운 과정을 채원이가 무사히 통과하여 또 한번 최연소의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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