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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알아야 할 독서 지도법

한국독서교육개발원 남미영 원장

■ 기획·김유림 기자 ■ 글·이승민‘자유기고가’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05.01.05 14:36:00

부모는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동화책을 읽어주기 시작해서 태어난 후에도 월령과 나이에 맞는 책을 고르는 데 정성을 쏟는다. 그만큼 아이 교육에 있어 독서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무조건 빨리, 많이 읽는 습관은 옳지 않다. 한국독서교육개발원 남미영 원장에게 올바른 독서지도법에 관해 알아보았다.
엄마가 알아야 할 독서 지도법

공자의제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스승의 책을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죽간(종이가 발견되기 전에 사용했던 필기재료)을 묶은 가죽 끈이 헤어져 그 끈을 여러 번 다시 이은 책은 공자의 책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공자는 왜 책을 그렇게 험하게 다루었을까? 그 이유는 공자는 책을 한번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죽간의 가죽 끈이 끊어질 때까지 반복해 보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올바른 독서법 지도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독서교육개발원(www. kredi.co.kr) 남미영 원장(61)은 위의 공자 이야기처럼 독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사고의 폭을 넓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요즘들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속독법을 익히게 되면 빠른 시간 내에 많은 양의 책을 읽을 수는 있지만, 올바른 독서법과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한다.
“요즘 어린이들의 독서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요. 하루에 10권 읽는 아이들도 있고, 20~30분에 책 한 권을 뚝딱 읽어버리는 아이들도 많아요. 고기를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으면 고기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독서도 마찬가지예요. 천천히 읽으면서 책이 주는 감동을 느끼는 게 중요하죠.”
23년 동안 한국교육개발원(KEDI)에 재직하며 국어교육연구 실장을 역임한 남미영 원장은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는 생각하며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저급 독자는 줄거리만 읽어 내려가는 사람이고 고급 독자는 줄거리를 기본으로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가며 책을 읽는 사람이라는 것이 남원장의 얘기. 예를 들어 ‘장발장’을 읽을 경우 저급 독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줄거리만 기억하며 읽기 때문에 금방 책 한 권을 읽지만 고급 독자는 ‘빵 한 조각을 훔쳤는데 감옥에 보낸다는 것은 가혹하지 않나?’ ‘과연 정의란 무엇인가?’ ‘신부가 거짓말을 해서 되겠는가?’ ‘신부가 솔직히 이야기했다면 장발장은 어떤 인생을 살게 됐을까?’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읽기 때문에 책 한 권을 읽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속독에 익숙해지면 책을 읽어치우는 대상으로 여겨
핵심 단어만 읽어서 전체의 내용을 조합하는 속독은 프랑스에서 시작된 독서법. 남미영 원장은 “영어나 불어는 주어 동사의 순이 일정하기 때문에 핵심 단어만 뽑아서 읽는 것이 가능하지만 한글의 경우 핵심 단어를 뽑기 어렵고 엉뚱한 단어를 핵심 단어로 뽑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독서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은 핵심 단어를 뽑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현재 속독 학원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예요. 책을 빨리 그리고 많이 읽어야 다른 아이들보다 많은 정보를 가질 거라고 생각하는 부모들 때문이죠. 하지만 속독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책을 천천히 읽지 못하고, 단순히 읽어치우는 대상으로 여겨 결국 책을 싫어하게 돼요.”
남미영 원장은 “독서를 통해 감동을 느낄 때 아이의 인격이 성장한다”고 말하며 다시 한 번 천천히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책을 읽기 위해서는 어휘력이 가장 중요하고 그 밖에도 집중력, 변별력, 관찰력, 추리력, 상상력 등 18가지 능력이 필요하다. 어휘력이 낮을 경우 책을 읽어도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하고, 만화처럼 어휘력이 낮아도 쉽게 읽히는 책들만 찾게 된다고 한다.
“만화는 대부분 그림으로 상황 설명이 되기 때문에 다양한 어휘를 사용하지 않아요. ‘화살이 쏜살같이 날아왔다’는 문장을 만화에서는 화살 그림에 ‘슝’ 하는 단어 하나 붙이면 되거든요. ‘시나브로’와 같은 아름다운 우리 말들은 오직 책 속에서만 만날 수 있죠.”

엄마가 알아야 할 독서 지도법

남미영 원장은 초등학교 때 독서습관이 평생을 좌우하므로 어려서부터 올바른 독서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남미영 원장은 어휘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올바른 책 읽기 습관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올바른 독서습관을 기르는 방법 중 한 가지는 아이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 아이와 부모가 함께 책을 읽는 것. 책을 읽다가 아이가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가 나올 때는 부모가 적극적으로 그 뜻을 설명해주면서 아이에게 새로운 어휘를 알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어휘력이 뛰어난 아이는 교과서 내용도 쉽게 이해하기 때문에 학교 공부도 잘 하게 된다고.
“아이를 고급 독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부모의 태도가 매우 중요해요. 아이가 책을 읽고 난 다음에는 독후감을 쓰라고 강요하는 대신 ‘네가 주인공이었다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 것 같니?’ 등과 같은 질문을 하면서 아이와 함께 부모의 생각을 나누는 것이 좋아요.”
아이와 함께 서점이나 도서관에 자주 다니면서 아이가 책에 대한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또한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아이에게 자주 보여주면 아이가 그대로 따라 하게 되고, 책을 좋아했던 위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아이도 덩달아 책을 읽으려 하는 경우도 있다고.
끝으로 남미영 원장은 “초등학교 때 들인 독서습관이 평생을 좌우하는 만큼 아이가 어려서부터 올바른 독서법을 몸에 익히도록 부모가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성동아 2005년 1월 4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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