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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자상한 아빠

가수 김현철이 처음 털어놓은 “아홉 살 연하 아내, 두 살배기 아들고 함께 살며 느끼는 행복”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들에게 친구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요”

■ 글·구미화 기자 ■ 사진·정경택 기자

입력 2005.01.03 14:48:00

2002년 6월 결혼 후 활동이 뜸했던 가수 김현철이 최근 아이와 부모가 함께 들을 수 있는 음반 ‘키즈팝’을 발표했다. 2003년 첫아들을 낳은 뒤 요리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데 이어 키즈팝으로 또 한번 다정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그를 만나 2년6개월간의 결혼생활과 지난 10월 작고한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들어봤다.
가수 김현철이 처음 털어놓은 “아홉 살 연하 아내, 두 살배기 아들고 함께 살며 느끼는 행복”

지난2002년 6월 아홉 살 연하의 발레리나 이경은씨(27)와 결혼하며 노총각 딱지를 뗀 가수 김현철(36)이 오랜만에 새 음반을 발표했다. 3년여의 긴 공백을 깨고 내놓은 앨범 제목은 ‘김현철 Kid’s Pop’. ‘키즈팝’이라는 제목에서 짐작되듯 어린이를 위한 음반이다. 그는 요즘 아이들이 접할 수 있는 음악 형태가 오래 전 작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동요와 성인 가요뿐이라 그 둘 사이의 간격을 메울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한다.
“‘키즈팝’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부를 수 있는 대중가요라고 생각하면 돼요. 예전에 백동우군이 불렀던 ‘마법의 성’이나 혜은이씨의 ‘파란나라’도 키즈팝이라고 할 수 있죠. 그동안은 키즈팝이 드문드문 산발적으로 불려졌는데 이번에 여러 곡을 음반으로 엮어 하나의 장르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어요.”
이번 앨범을 통해 “음악에는 학습지처럼 맞는 연령대가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는 그는 아이들만이 아닌 엄마 아빠 세대에도 설득력을 갖는 노래를 만들기 위해 신경 썼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그는 이번 음반이 이제 부모가 된 자신의 팬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했다.
“결혼하기 6개월 전쯤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청취자가 보낸 사연 중에 ‘오빠, ‘춘천 가는 기차’를 들으며 남편과 춘천 갔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오늘 아기가 뒤집기를 했답니다. 축하해주세요’ 하는 내용이 있었어요. 그때 문득 내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이 어느덧 시집을 가서 아기 하나 둘 정도는 낳을 만한 나이가 됐구나, 그 세대를 위한 음악을 만들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죠.”
결혼과 출산 겪으며 아홉살 연하인 아내와 나이 차 못 느끼게 돼
가수 김현철이 처음 털어놓은 “아홉 살 연하 아내, 두 살배기 아들고 함께 살며 느끼는 행복”

그는 오랜 시간을 들여 마침내 완성한 앨범을 세상에 내놓으며 무척 떨린다고 말했다. 그동안 자신의 앨범을 8장이나 내고, 여러 가수의 음반 작업에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싱어송라이터로 이름을 날린 그지만 음반 시장이 워낙 불황인데다 ‘키즈팝’이라는 낯선 장르가 대중에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미지수이기 때문. 더군다나 그는 아들 이안이가 훗날 아빠가 한 일을 평가할 만한 나이가 됐을 때를 생각하면 어깨가 무겁다고 한다.
“이안이가 이제 20개월 됐는데 나중에 유치원에 다니고, 학교에 다닐 나이가 되어서 친구들로부터 ‘너희 아빠가 키즈팝 만들었다며’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러워해야 할 텐데 하고 생각하면 많이 떨려요.”
그는 아이들을 위한 음반이기에 금난새가 지휘하는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작업하는 등 공을 많이 들인 것은 물론 수시로 자신의 생각과 노래를 주위 사람들에게 들려주며 반응을 살폈다고 한다. 그의 음반을 가장 많이 모니터링해준 이는 다름 아닌 아내 이경은씨. 그는 엄마가 들어 좋은 음악이 아이들에게도 좋다는 생각에 아내에게 곡을 들려주며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제 아내는 제가 하는 음악은 뭐든 좋다고 하죠(웃음). 사실은 굉장히 솔직한 편이라 어떤 곡을 들려줬을 때 아내가 ‘이거 오빠가 쓴 거 아니지?’ 하는 반응을 보이면 ‘이건 굿이다’ 하고 생각하면 돼요(웃음).”
그의 아내 이경은씨는 미국 키로프 아카데미에서 발레를 전공한 뒤 2000년부터 유니버설 발레단에서 활동한 발레리나. 98년 12월31일 미국 LA에서 있었던 연말 파티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한 달여 뒤 우연찮게 LA의 한 식당에서 다시 마주친 뒤로 지속적인 만남을 가져오다 마침내 2002년 6월 결혼에 골인했다. 그러나 이경은씨 위로 결혼 안 한 언니가 둘이나 있는데다 아홉 살이라는 나이차 때문에 결혼을 허락받기까지는 순탄치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보니 나이 차이라는 게 무의미해졌다고.

가수 김현철이 처음 털어놓은 “아홉 살 연하 아내, 두 살배기 아들고 함께 살며 느끼는 행복”

김현철은 앞으로 매년 키즈팝 앨범을 두 장씩 발매할 계획이라고 한다.


“저는 집사람에게 맞는 언어를 배우고, 집사람은 제게 맞는 언어를 배우는 것 같아요. 그렇게 서로에게 맞춰가는 게 부부생활을 잘하는 비결이겠죠.”
두 사람은 결혼 3주 만에 임신에 성공해 2003년 4월 첫 아들 이안이를 얻었다. 결혼이 늦은 편이었던 그로서는 2세 소식이 반가웠겠지만 결혼하자마자 임신부가 된 아내 입장에서는 신혼생활을 즐기지 못한 아쉬움도 있을 터.
“사실 아내가 불평을 좀 했어요. 아기 낳기 전 배가 남산만해졌을 때 ‘우리는 이게 뭐야. 신혼생활도 없이 배불뚝이가 돼서…’ 하면서요(웃음). 그런데 아기를 낳고는 그런 불평이 싹 사라졌어요. 출산 전에는 아기를 낳으면 살을 빼서 무용을 계속하겠다고 하더니 지금은 아이에게 푹 빠져서 무용할 생각을 잠시 잊은 것 같아요. 그만큼 아이를 소중하게 생각하죠.”
이씨는 임신 기간 동안 입덧도 거의 하지 않고, 밤늦게 뭘 사다달라며 그를 귀찮게 한 적도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너무 잘 먹어서 몸무게가 임신 전보다 무려 27kg이나 늘었었는데 지금은 예전 몸매를 거의 회복했다고 한다. 아마도 출산 후 7개월간 모유 수유를 하고, 출산한 지 사흘째 되는 날부터 가벼운 스트레칭과 산후 요가를 한 덕분인 것 같다고.
그는 이안이가 귀엽다며 서로 돌보겠다고 하던 어른들도 두어 시간만 지나면 금세 지쳐 떨어지는 데 반해 아이가 똥오줌을 쌀 때나 아플 때나 언제나 같은 표정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 엄마라는 위치는 나이와 전혀 상관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아들 이안이를 안을 때마다 지난 10월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 나
그는 아들 이안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 매 순간이 경이롭다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말이 늘고, 표현이 다양해지는 걸 지켜보면 누구나 거치는 성장 과정임에도 놀랍기만 하다고. 지난해 아들을 낳은 가수 윤상과 만나면 서로 아들 자랑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웃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아기 아빠다.
그는 이번 음반을 만들면서 아이들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새삼 놀랐다고 한다. 음반 녹음을 위해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쳐주는 동안 어른들도 흉내 내기 힘든 복잡한 멜로디를 아이들이 두 번 만에 박수를 치면서 따라 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이 흉내 낼 수 없는 감성과 실력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때문에 그는 아들 이안이가 그런 확인되지 않은 무한한 잠재능력을 맘껏 발휘하도록 자유롭게 둘 생각이라고 한다.
가수 김현철이 처음 털어놓은 “아홉 살 연하 아내, 두 살배기 아들고 함께 살며 느끼는 행복”

20개월 된 아들 이안이와 함께 한 김현철·이경은 부부.


“요즘 아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굉장히 많지만 거기에 의존하지 않아요. 모두 그런 교육을 받는다면 세종대왕 같은 인물이 어떻게 나올 수 있었겠어요. 그저 아이가 놀고 싶으면 놀게 하고, 자고 싶으면 자게 하고, 먹고 싶을 때 먹게 하는 것이 최선의 육아법인 것 같아요.”
이안이는 요즘 음악만 나오면 몸을 흔들며 춤을 춘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무용을 전공한 엄마를 닮은 것 같다고 말하는 그에게 아들 이안이가 음악과 무용 중 어느 쪽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면 좋겠냐고 묻자 그는 “아이가 관심을 보이면 어떤 분야든 도둑질만 아니면 다 가르쳐볼 생각”이라고 말한다.
“얼마 전에도 아내와 얘기를 나눴는데 아이가 뭐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건 부모의 욕심이라는 데 생각을 같이 했어요. 저희 어머니도 저를 의대에 보내시려고 삼수까지 시키셨지만 전 의사가 되지 않았거든요. 만약 어머니 뜻대로 의사가 됐다고 하더라도 결코 행복하지 않았을 거예요. 물론 사람이 아무런 욕심을 내지 않는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아이의 마음에 어떤 색깔로든 페인트를 칠하고 싶어질 때마다 스스로 손을 놓도록 자제해야죠.”

가수 김현철이 처음 털어놓은 “아홉 살 연하 아내, 두 살배기 아들고 함께 살며 느끼는 행복”

그는 숱한 교육 프로그램, 열성적인 뒷바라지보다 훨씬 좋은 교육은 부모가 서로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한다는 걸 확신시켜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가 만날 다투면서 장난감을 수십 개 사다주는 것보다 서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아이를 위해선 부모가 절대 헤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부득이한 사정 때문에 이혼하는 가정도 많지만 그럴 때는 더욱 아이들에게 부모가 자신을 정말 사랑한다는 걸 알려줘야 할 것 같아요.”
몇 년 사이 남편이자 아빠가 된 김현철은 이안이를 볼 때면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난다고 한다. 그는 지난 10월 피부암으로 투병생활을 하던 아버지를 하늘로 떠나보냈다.
“아버지는 제게 친구 같은 존재였어요. 아버지가 골프를 좋아하셔서 제가 대학 다닐 때부터 골프를 가르쳐주셨거든요. 함께 운동하고 난 뒤 목욕을 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어요. 아버지랑 술도 자주 마셨어요. 술 먹고 뛰어놀고…. 너무 일찍 돌아가셨어요. 예순한 살이셨거든요.”
그는 요즘도 운동을 할 때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난다며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도 훗날 아들 이안이와 친구처럼 지내고 싶다고 한다. 아들과 나란히 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을 상상하면 그보다 좋은 그림이 없는 것 같다고.
“이안이를 안으면 기분이 참 좋거든요. 그때마다 ‘내가 아버지에게 언제 안겨봤던가’ 하고 생각하게 돼요. 돌아가시는 날까지 많이 안겨드렸어야 했는데…. 요즘은 ‘이안이가 커도 내가 이안이를 안고 싶을 때 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죠. 아이가 어떤 고민이 있을 때 내게 그것을 털어놓고,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신혼 초 요리며 청소며 설거지며 집안일을 많이 도와줬다는 그는 요즘은 아내와 아들 이안이의 얼굴 볼 틈도 없이 바쁘다고 한다. 2004년 초부터 장인이 경영하고 있는 화학건자재회사에서 투자한 로지트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를 맡아 일하고 있는 것. 신인가수 ‘더 원(The One)’의 음반이 그의 회사에서 내놓은 첫 작품이고, ‘김현철 Kid’s Pop’이 두 번째 음반이다. 그는 앞으로 자신의 회사를 통해 매년 키즈팝 앨범을 두 장씩 발매할 계획이라고.
결혼 후 어떤 일을 하든 책임감이 커지고, 맺고 끊는 게 분명해졌다는 김현철. 이안이 동생 계획에 어린이 음악 사업으로 새해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한 해가 될 것 같다는 그는 조급한 마음이 들 때마다 “바쁠수록 주위를 돌아보라”던 아버지 말씀을 되뇌겠다고 다짐했다.

여성동아 2005년 1월 4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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