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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수 여사 역 맡아 브라운관 복귀하는 탤런트 양미경

“‘대장금’이 내게 가져다준 변화, 평범한 주부로 지낸 지난 1년”

■ 글·구미화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5.01.03 13:36:00

드라마 ‘대장금’의 한 상궁 역할로 데뷔 20여 년 만에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탤런트 양미경이 1년여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다. 1월부터 방송 예정인 MBC 주말드라마 ‘제5공화국’에서 육영수 여사 역할을 맡은 것. 드라마 촬영을 앞두고 분주한 그를 만나 ‘대장금’이 가져다준 변화와 평범한 주부로 지낸 지난 1년간의 생활을 들어봤다.
육영수 여사 역 맡아 브라운관 복귀하는 탤런트 양미경

2003년최고의 화제작 MBC ‘대장금’에서 주인공 장금(이영애)의 스승 ‘한 상궁’ 역할로 큰 인기를 모았던 탤런트 양미경(43)이 새 드라마에 출연한다. 1월 중 방송될 예정인 MBC 드라마 ‘제5공화국’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 역할을 맡은 것. 드라마 ‘제5공화국’은 전두환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의 정치사를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으로 육영수 여사가 사망한 1974년 이후인 1979년 10·26 사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때문에 양미경은 박정희 대통령을 살해한 김재규의 회상을 통해 1∼2회에만 등장한다. 그는 출연 분량은 작지만 영부인이라는 상징성이 매우 큰 캐릭터를 연기하게 돼 설레는 듯했다.
“많은 분들의 가슴속에 기억된 인물을 맡아서 좋죠. 국모를 연기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서 그분의 생존 모습을 담은 비디오를 보고, 육성이 담긴 테이프를 듣고, 책도 읽고 있어요. 그러는 사이 제가 미처 몰랐던 그분의 좋은 점들을 많이 알게 됐고요. 그분의 평소 옷차림도 유심히 살펴보고 있는데 물방울무늬를 참 좋아하셨더라고요. 한복이나 원피스를 보면 물방울무늬가 참 많아요. 저희 친정어머니 말씀으로는 화려하지 않고 늘 수수한 차림이셨다고 해요. 주변에서 여러분들이 조언을 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되는데 그분과 저는 일단 얼굴 생김새부터 좀 다르기 때문에 그분의 겉모습을 똑같이 따라 하려는 욕심보다 그분의 마음과 정서를 제대로 전달하는 데 주력할 생각이에요. 짧게 나온다는 게 좀 아쉽긴 하지만 어떤 한 인물에 대해 알게 되고, 공부할 수 있어서 제겐 참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대장금’에서 한 상궁이 안타깝게 죽음을 맞고 브라운관에서 사라진 게 2003년 12월이니 그의 ‘제5공화국’ 출연은 1년여 만의 드라마 복귀다. ‘대장금’ 이후 연기자 생활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인터넷 팬 카페도 여러 개 생기는 등 좋은 일들이 많았지만 그는 배우로서 열정이 생겼다는 걸 가장 큰 변화로 꼽았다.
“사실 ‘대장금’을 찍으면서 너무 힘들어 여러 번 주저앉을 뻔했어요. 그때마다 이병훈 감독님이 손을 잡아 이끌어주시면서 ‘지금 이렇게 힘든 일을 해내고 나면 다른 일들이 더 쉬워질 것’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촬영 당시만 해도 그렇게까지 힘들게 일하는 게 너무 무모한 게 아닌가 싶었는데 끝나고 보니 배우로서 열정을 갖고 연기할 수 있다는 게 참 좋더라고요. 제가 원래 연기하면서 주저주저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열정을 갖고 연기할 수 있는 당당함이 생겨서 정말 좋아요.”
그는 ‘대장금’ 이후 드라마 출연 제의를 여러 번 받았지만 한 상궁의 여운을 오래 남기고 싶은 마음에 후속 작품 선택을 서두르지 않았다고 한다.
“한 상궁의 이미지가 워낙 좋다보니까 제가 쉽게 다른 역할을 맡으면 많은 분들이 실망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저 역시 한 상궁의 여운을 좀더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좀 기다렸죠.”
한 상궁 연기한 후 연기에 대한 열정, 당당함 생겨
지난 1년여 동안 드라마에 출연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의미 있는 활동들로 분주하게 지냈다. ‘대장금’ 촬영이 끝나자마자 악극 ‘미워도 다시 한번’에 출연해 처음으로 무대에 섰고, 애송 시집을 내기도 했다. 또 한 상궁의 온화하고 따뜻한 이미지 덕분에 각종 사회단체의 요청이 줄을 이어 봉사활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 가정의 안주인으로 돌아가 가족을 챙기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대장금’ 촬영을 할 때는 집에 들어가도 짐만 챙겨 나갈 때가 많아서 진석이 자는 모습만 잠깐씩 보고 그랬어요. 남편은 워낙 이쪽 일을 잘 알고 있고, 진석이 역시 절 이해해주지만 그래도 엄마 손길이 한창 필요할 때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했는데 쉬는 동안 많이 챙겨줄 수 있어 좋았어요.”

육영수 여사 역 맡아 브라운관 복귀하는 탤런트 양미경

그는 88년, KBS 입사 동기인 허성룡씨(50)와 결혼해 그 이듬해 아들 진석(16)을 낳았다. 현재 해운회사 임원으로 재직 중인 남편은 드라마 PD로 일한 경험이 있어 그의 일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준다고 한다. 촬영 스케줄을 시시콜콜 얘기하지 않아도 촬영 강도가 어느 정도일지 짐작하고, 집안일에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하게 연기하도록 묵묵히 도와준다고. 무심한 척하면서도 아내를 누구보다 잘 알고, 꼭 필요할 때 한두 마디 조언을 아끼지 않는 남편을 그는 ‘든든한 버팀목이자 뚝배기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한편 그의 또 다른 남자, 그와 남편을 반반씩 닮은 아들 진석이는 그에게 ‘친구이자 애인 같은 존재’라고 한다.
“주위에서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정을 많이 주지 말라고 하는데 저는 진석이가 친구 같고, 애인 같고 그래요. 진석이 아빠가 질투할 정도죠(웃음).”
그는 올 봄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아들과 속 깊은 얘기도 스스럼없이 나누는데 이메일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고 한다.
“요즘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많이 이용하지만 예전에는 이메일을 자주 주고받았어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방송국에 도착하면 대기하는 동안에 진석이에게 이메일을 쓰곤 했거든요. 평소에 대화할 시간이 많지 않기도 하고, 또 직접적으로 얘기하면 아무리 좋은 얘기도 잔소리로 들릴 수 있는데 편지로 표현하면 아이가 애정이 담긴 말이라는 걸 알더라고요. 제가 워낙 편지 쓰는 걸 좋아하는데다 생각을 정리해서 얘기할 수 있어 편하고 좋아요.”
그는 아들이 초등학교에 다니는 6년 내내 일기를 썼는데 매일 일기장 한쪽에 자신의 생각을 적어 넣었다고 한다. 한동안은 공책을 반으로 나눠서 한쪽은 진석이가, 다른 한쪽은 그가 편지를 써 돌려보기도 했다고. 이런 경험 때문에 그에게 이메일은 아주 자연스러운 의사소통 방법이라고 한다.
그는 아들이 어렸을 때부터 살뜰하게 챙겨주지 못하는 대신 기회가 닿는 대로 어린이 뮤지컬 등을 보기 위해 공연장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소리 없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아이를 데리고 새벽부터 집을 나서기도 했다고.
“‘사랑의 소리방송’이라는 장애인을 위한 라디오 방송이 있어요. 한동안 그곳에서 자원봉사를 했는데 저 말고도 무보수로 장애인을 도와주는 분들이 참 많아요. 드라마를 촬영할 때는 아이를 데리고 나가지 않지만 이른 새벽부터 이웃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좋은 일인 것 같아서 아이를 데리고 나간 적이 있어요. 그렇다고 ‘진석아 오늘 어땠어?’ 하고 묻거나 하지 않아요. 아이에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이 스스로 뭔가를 충분히 느낄 거라 생각하거든요. 그런 좋은 기회가 생길 때면 아이를 데리고 다니곤 했죠.”
그는 진석이가 뿌리가 잘 박힌 든든한 나무처럼 자라길 바란다고 한다. 자기 의지대로 뭔가를 진지하게 해낼 수 있는 강한 어른으로 자랐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앞서서 챙겨주지 않고, 진석이가 필요한 게 있다고 하면 그제야 도움을 주고, 어깨에 짐 지우지 않기 위해 잔소리도 많이 안 하는 편이라고 한다. 또한 조카들에게는 용돈을 넉넉히 주면서도 진석이에게는 인색하게 구는데 진석이 역시 부모의 뜻을 이해해 필요 이상의 요구를 하지 않고, 검소한 생활 습관이 몸에 배었다고 한다.
“진석이는 정이 많은 아이예요. 엄마를 잘 이해해주고요. 자라면서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데도 도움을 받지 못했을 때가 있었을 텐데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어요. 어떤 반찬을 내놓아도 다 잘 먹었다고 말하는 아이고요. 그래서 늘 ‘우리 아들 반듯하게 자라줘서 엄마는 참 고맙다’ 하고 말하죠(웃음).”

육영수 여사 역 맡아 브라운관 복귀하는 탤런트 양미경

‘대장금’ 촬영을 앞두고 진석이와 단둘이 미국 동부 지역을 여행했던 그는 자주는 못 가지만 일부러 시간을 내서 여행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한다. 이번 겨울엔 체코의 프라하를 여행하고 싶었는데 드라마 촬영이 시작돼 여의치 않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여행을 참 좋아해요. 원래 겨울에는 여행을 잘 안 다니는데 얼마 전에 유럽의 겨울이 굉장히 사색적이고 낭만적이라는 얘기를 듣고 나니 떠나고 싶어지더라고요(웃음). 동유럽이나 북유럽을 여행하고 돌아오면 좋을 것 같은데 드라마 촬영이 시작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어쨌든 여행은 힘들게 시간 내서 다녀오면 그만한 값어치를 하더라고요.”
그는 드라마 촬영이 없는 동안엔 여행을 떠날 때를 제외하고 대부분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책을 읽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십자수·뜨개질·퀼트도 즐겨 한다고. 조용한 성품 때문에 소극적일 듯 보이지만 그는 집안일과 연기 활동을 병행하면서도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규칙적인 생활 습관이 건강의 비결, 요가 배워볼 생각
“드라마 촬영 마치고 집으로 오기 전에 KBS 문화센터에 들러 도자기 빚는 법을 배운 적도 있어요. 그땐 진석이랑 경기도 이천에 가서 도자기를 직접 구워보기도 했고요. 진석이가 피아노를 배울 때 저는 플루트를 배웠어요. 그렇게 해보고 싶은 게 있으면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배우면서 지내요. 음악회나 전시회, 연극 등도 보고 싶은 게 있으면 직접 티켓을 구입해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가죠.”
20년 넘게 연기활동을 하며 한결같이 성실하고 단아한 모습을 보여준 그의 또 다른 자기 관리법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 습관이다. 드라마 촬영 때문이 아니면 그는 보통 밤 10시경 잠자리에 들어 다음날 아침 5~6시면 일어난다고 한다. 또한 아침을 꼭 챙겨 먹으며 세끼 외에 간식은 먹지 않는다고.
“대개 엄마들이 식구들이 먹다 남기면 아깝다고 먹잖아요. 근데 전 진석이가 뭘 남겨도 먹지 않아요. 제 몸매 관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남은 음식을 먹고 나면 끼니를 놓치게 되더라고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세끼 제때 챙겨 먹는 습관이 몸에 자연스럽게 밴 거죠.”
그는 골고루 잘 먹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며 축적한 에너지가 드라마 촬영을 할 때 진가를 발휘한다고 말한다. 노숙자가 따로 없을 정도로 강행군을 하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건 모두 규칙적인 생활 습관 때문인 것 같다고. 그는 지금껏 따로 운동을 해본 적이 없지만 최근에는 절친한 후배 연기자 이영애의 영향으로 요가에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원래는 어디 가서 운동을 배우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데 영애 말이 요가가 저한테 잘 맞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영애가 얼마 전에 요가를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요가를 배워볼까 생각 중이에요. 집에서 좀 멀더라도 제대로 된 데서 배우고 싶어 알아보고 있어요.”
그는 규칙적인 생활 습관이 피부 관리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평소 메이크업을 하지 않고, 피부 트러블이 생겼을 때 피부과를 찾아 치료 받는 것 외에 특별한 피부 관리를 받지 않는다는 그는 40대의 나이에도 투명하고 탄력 있는 피부를 가지고 있다. 규칙적인 생활 습관 외에 그의 피부 관리 비결은 10년 넘게 해온 쌀뜨물과 오이 마사지. 그는 쌀을 씻을 때 첫 쌀뜨물은 버리고, 나머지 쌀뜨물을 받아 얼굴에 바르고 15분 후에 씻어내는데 피부가 촉촉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오이를 얇게 썰어 얼굴에 붙이면 시원하고 산뜻한 느낌이 든다고.

육영수 여사 역 맡아 브라운관 복귀하는 탤런트 양미경

‘제5공화국’으로 연기활동을 재개한 양미경은 올봄 일일드라마에도 출연할 예정이라고 한다.


“전 화장품을 고를 때도 유분이 많은 것보다 수분이 많은 걸로 골라요. 촉촉한 느낌을 좋아하거든요. 피부 트러블이 생겼을 때는 죽염가루가 효과적이에요. 뾰루지가 났을 때 그 부위에 죽염가루를 바르고 자면 그 다음날 뾰루지가 작아지더라고요.”
84년 KBS 탤런트 10기로 연예계에 데뷔해 20여 년 만에 스타덤에 오른 그에게 “‘대장금’ 이후 1년여 만에 다시 팬들 앞에 서는데 부담이 없냐”고 묻자 그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불성실한 모습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최선을 다했는데도 부족한 부분이 보이는 건 계속 노력해야 할 일이지 부끄러워할 게 아니라는 것.
“‘순간순간 성실하자, 최선을 다하자’를 삶의 지표로 삼고 살아왔어요. 그런데 책을 보니까 육영수 여사의 좌우명도 ‘성실 인내 노력’이었다고 씌어 있더라고요. 전 성실 속에 그 세 가지가 다 포함된 거라 정말 반가웠어요(웃음). 늘 미리 염려 안 하고, 지나온 것에 대해 미련을 갖지 않고 주어진 일에 대해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려고 하죠. 무슨 일이든 중간에 나태해지지 않도록 적당히 긴장하려고 노력하고요.”
양미경은 지금껏 한 번도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바란 적이 없다고 한다. 때문에 일이 없을 때도 초조해하거나 불안해하지 않고, 나름대로 자신을 가꾸며 시간을 충실하게 보낼 수 있었다고. 연기자 생활 20여 년 만에 그에게 찾아온 폭넓은 사랑은 그가 소중하게 보낸 작은 순간순간들이 모아져 만들어낸 결과이기에 쉬 사그라지지 않을 듯 보인다.

여성동아 2005년 1월 4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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