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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컴백 인터뷰

이상벽 ‘아침마당’떠난 진짜 이유 & 그간의 마음고생

“쉬는 동안 갖가지 일로 마음고생, 일하는 팔자를 타고난 것 같아요”

■ 글·김지영 기자 ■ 사진·정경택 기자, MBC 제공

입력 2004.11.30 17:40:00

지난해 오랫동안 진행한 KBS ‘아침마당’을 갑작스럽게 떠나 주위를 안타깝게 했던 방송인 이상벽.
그가 최근 MBC ‘사람향기 폴폴’을 통해 아침토크쇼 MC로 복귀했다. 1년2개월 만에 아침토크쇼로 돌아온 그가 그간 떠돈 소문으로 인해 겪은 마음고생과 내년 1월 첫째딸 이지연 아나운서를 시집보내는 아버지로서의 심경까지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이상벽 ‘아침마당’떠난 진짜 이유 & 그간의 마음고생

지난해 9월, KBS ‘아침마당’을 떠났던 방송인 이상벽(57))이 MBC ‘사람향기 폴폴’의 진행을 맡아 아침토크쇼 MC로 복귀했다. ‘사람향기 폴폴’은 ‘이현우 최은경의 좋은 예감’을 진행하던 이현우가 중도하차한 후 그가 대신 MC를 맡으면서 지난 11월15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아침토크쇼.
지난 11월10일, 첫 방송을 앞두고 오랜만에 만난 그는 “‘사람향기 폴폴’은 평범하지만 얘깃거리가 풍부한 이웃의 삶에 귀 기울이는 따뜻한 프로그램”이라면서 “연예인이나 유명 스타들을 주로 초대했던 기존의 아침토크쇼와는 차별화된 방송을 만들어 나가겠다”며 남다른 의욕을 내보였다.
“프로그램 이름도 사람 냄새가 폴폴 풍기는 따뜻한 방송이라는 의미에서 ‘사람향기 폴폴’로 정한 거예요. 앞으로 각지에서 재배하는 희귀한 농산물들을 소개해 농사짓는 분들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뜻 깊은 코너를 선보이고, 또 가끔은 역대 대통령 부인들을 초대해 보통 아줌마들처럼 편하게 그간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자리도 만들려고요. 때로는 현장 취재도 직접 나가려고 합니다.”
이번에 그와 호흡을 맞추게 된 파트너는 최은경 아나운서. 두 사람은 이전에도 특집 프로그램을 두어 번 정도 함께 진행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는 최은경 아나운서에 대해 “성격이 굉장히 긍정적인데다 결혼해 아이까지 낳았으니 사람 사는 이야기에 잘 녹아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 “원래 내가 여자 파트너 복은 있다”고 흡족함을 표했다.
“정은아씨나 이금희씨도 최은경씨만할 때 저와 방송을 같이 했어요. 더블 MC는 사실 시청자들이 볼 때 무슨 사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친해야 해요. 내가 공을 몰고 가다 패스했을 때 슛으로 성공시킬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하고, 얘기하는 도중 상대의 말을 자르거나 겹치게 말하면 안 되죠. 그런 면에서 ‘아침마당’의 이금희씨는 정말 훌륭한 파트너였어요. 제가 딴 길로 샐 것 같으면 다시 제자리에 갖다놓고, 호흡도 잘 조절하고요. 최은경씨도 좋은 파트너가 될 거라 믿어요.”
그는 다만 ‘사람향기 폴폴’이 ‘아침마당’의 연장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어 어떻게 차별화시킬 것인가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파격적인 변화’든, ‘자연스러운 편안함’이든 새로 사람을 들인 티가 나야 하지 않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
“사실 제가 문화방송 경향신문 기자 출신이기 때문에 KBS에 오래 몸 담았지만 친정에 온 거나 다름없어요. 또 지난 87년부터 5년 동안 진행했던 MBC ‘주부가요열창’이야말로 제가 기자에서 방송인으로 확실히 전환하는 데 도움을 준 프로그램이고요. ‘주부가요열창’이 방송인으로서 이름을 알려주고, ‘아침마당’이 실력을 검증해준 프로그램이라면 ‘사람향기 폴폴’은 방송 생활의 결실을 맺는 프로그램이 될 거예요. 색깔도 곱고 내용도 실한, 토크쇼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도록 매일 전심전력을 다할 겁니다.”
한 달만 쉬고 싶다는 의사 받아들여지지 않아 ‘아침마당’ 중도하차
‘아침마당’ 이후 1년2개월 만에 아침방송에 복귀한 그는 복귀 소감을 묻자 “‘아침마당’을 갑작스럽게 그만둔 것처럼 알려졌지만 실은 두 달여에 걸친 조정작업이 있었다”고 말했다.
“저는 인생을 10년 단위로 사는 것 같아요. 기자 생활도 꼭 10년을 했고, 방송 생활 10년째 되던 해 ‘아침마당’으로 방송대상을 탔죠. 그것을 빌미로 ‘아침마당’을 그만두고 쉬다가 대안이 없다고 해서 다시 1년 만에 복귀했는데, 일이라는 것이 쉬다가 되받으면 꾀가 나잖아요. 처음에는 석 달만 쉬게 해달라고 했어요. 나가서 바깥바람 좀 쐬고 오겠다고요. 하지만 선례를 남기면 다른 사람들도 같은 요구를 하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하더군요. ‘아프다고 거짓말을 해서라도 딱 한 달만 쉴 수 없겠냐’고도 말해봤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그래서 서로 얼굴 붉히지 않고 헤어지기로 하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만둔 거예요.”

이상벽 ‘아침마당’떠난 진짜 이유 & 그간의 마음고생

이후 그는 MBC ‘가요콘서트’의 진행자로서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시청자들과 꾸준히 만나왔다. ‘가요콘서트’는 그가 현철, 송대관 등 기자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가수들을 만나고 싶어 ‘아침마당’을 그만두기 두 달 전부터 진행해온 프로그램.
덕분에 “견문을 넓히고, 마음의 여유도 되찾았다”는 그는 또한 전국 각지에 있는 KBS 지방 방송국과 백화점 문화센터, 대학교를 다니며 특강을 펼치기도 했다. 주된 강의 내용은 인생의 다섯 가지 계획에 대한 이야기로, 그는 방송 생활을 하며 느낀 점들과 책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밑줄 쳤던 것들, 주변에서 들은 여러 조언 등을 보태 구성했다고 한다.
“첫째 생계(生計)는 어떻게 살 것인가, 둘째 가계(家計)는 가족구성원으로서의 나의 계획, 셋째 신계(身計)는 어떻게 운신할 것인가, 넷째 노계(老計)는 어떻게 늙을 것인가, 마지막 사계(死計)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에요. 그동안 2백~3백 명에서 수천 명에 이르는 다양한 규모의 강연을 펼쳤는데 강사료도 받고, 시청자들도 직접 만날 수 있는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또 MC는 보통 다른 사람 잔치를 보조해주는 역할인데 카메라가 없는 데서 내가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도 재미있더군요(웃음).”
나름대로 알찬 시간을 보냈지만 ‘아침마당’을 오래 진행하다보니 후유증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방송 시간만 되면 왠지 허전함이 밀려들었다고. 또 새벽 5시반에 일어나던 버릇 때문에 방송을 그만둔 후에도 한동안 새벽 5시반이 되면 저절로 눈이 떠졌다고. 그러다 지방 강연을 다니면서 기상 시간이 차츰 늦어졌는데 방송 때문에 자제하던 술을 맘 놓고 마시다보니 밤을 꼴딱 새워 하루종일 자고 저녁에 일어나는 날도 있었다고 한다. 다행히 이번에 아침방송에 복귀하면서 다시 예전의 생활 리듬을 되찾은 그는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해온 덕분에 몸은 크게 축나지 않았다고.
“매일 아침 러닝머신 위에서 4km씩 뛰고 한번씩 마라톤 대회에도 참가해요. 매주 일요일에는 등산을 가고요. 제가 꾸준히 운동을 해온 건 ‘딴따라’는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항상 근사해 보여야 하기 때문이에요. 제가 술을 무지막지하게 먹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데 술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대책 없이 마시진 않아요.”
이상벽 ‘아침마당’떠난 진짜 이유 & 그간의 마음고생

가족과 함께 단란한 시간을 보낸 추억의 사진이라고. 이상벽의 큰 딸(가운데) 이지연 아나운서는 어릴 때부터 희망사항란에 ‘아나운서’라고 썼다고 한다.


그는 “그동안 아픈 데는 없었지만 우여곡절이 많아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가장 황당했던 일은 ‘아침방송’을 그만두면서 불거졌던 부인과의 별거설이라고.
“기자였던 내가 거꾸로 신문지상에 오르는 입장이 되니 참 황당하더군요. ‘선배 기사 났어’ 해서 보니 ‘이상벽 별거’라는 제목과 함께 이상한 사진이 실려 있더라고요. 보통 억울한 기사가 나면 신문사에 정정 기사를 요구하는데 저는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가만있으니 며칠 후 적당히 해명기사가 나더라고요(웃음).”
당시 그는 소문의 사실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확인 전화가 쇄도했지만 일절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과 다르다고 말하는 것도 변명 같아 아예 전화기를 끄고 살았다고.
“그저 시간이 가기만 기다렸죠. 그런데 20대 여성과 어쩌고저쩌고 하는 기사가 나서 나중에 그 기자한테 물어보니까 어떤 아파트 부녀회장한테 전화를 받았다는 거예요. 그러면 나한테 확인해야 할 것 아니냐고 했더니 ‘선배님, 확인하면 기사가 됩니까?’ 하는데 할 말이 없더라고요. 하도 어이가 없어 스무 살 먹은 사람 있으면 꼭 좀 하나 소개해달라고 말하고 웃고 말았죠.”

이상벽 ‘아침마당’떠난 진짜 이유 & 그간의 마음고생

MBC 새 아침토크쇼 ‘사랑향기 폴폴’에서 최은경 아나운서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이상벽.


그는 쉬는 동안 안 좋은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한번은 한 회사에서 지면광고 모델을 해달라고 찾아왔는데 조건이 맞지 않아 거절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사람이 제가 전속모델인 것처럼 대리점 주인들을 속이고 돈을 받아 도망쳤더라고요. 또 한번은 발모제 업체에서 전속모델을 해달라고 해서 그럽시다 했는데 다른 업체에서 유사품을 만들어 사기를 치는 바람에 저도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어요. 또 어느 주간신문에는 제가 한 레스토랑의 전속모델이고 여러 사람들이 저를 보고 투자했는데 알고 보니 저는 한푼도 투자를 안 했고 레스토랑도 망할 것 같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갔죠. 그래서 알아보니 저를 전속모델인 것처럼 광고를 했더라고요.”
그는 “정말 기가 막혀 잠도 오지 않았다”고 한다.
“쉬려고 방송을 그만뒀는데 내가 왜 이러고 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이없는 일을 많이 당하면서 나는 일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아무리 보아도 스물네 살 같은 아이가 나이가 차서 시집간다니 시원섭섭해요”
그럼에도 그가 좀더 일찍 복귀하지 않은 것은 MBC ‘가요콘서트’ 진행을 맡으면서 KBS 측에 ‘1년 동안 타 방송사의 다른 프로그램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 그는 장녀인 이지연 아나운서(29)가 KBS에 적을 두고 있어 학부형이나 다름없는 입장이다. 이지연 아나운서는 그간 남모르는 고민이 많았던 아버지를 묵묵히 지켜보며 마음으로 응원해주었다고 한다. 그는 “딸아이도 ‘신고합니다’ 때문에 지방을 돌아다녀야 하고 이래저래 할 일이 많아 서로 얼굴 맞대고 얘기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면서도 “이제 아나운서 4년차 정도 되니 곧잘 대화가 된다”며 흐뭇해했다.
“자기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물론 다른 사람들 것도 열심히 봐요. 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함께 보면서 미처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지적해주기도 해요. 딸아이 말로는 제가 방송 시작하면서 밑도 끝도 없이 ‘그래요’ 한대요. 쓸데없는 부언이라는 거죠. 그 뒤부터 방송할 때는 항상 그 말을 염두에 두고 들어가요. 또 전체적인 컨셉트를 얘기할 때는 제가 사부 정도 되니까 많이 얘기해주죠.”
그의 뒤를 이어 방송인이 된 이지연 아나운서는 어릴 때부터 희망사항란에 아나운서라고 썼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가 하는 일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만도 다행으로 여겼지, 정말 아나운서가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여러모로 아나운서감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번 시험을 봐서 떨어지더니 거의 고시공부하듯 시험 준비를 하더군요. 제가 만류해도 ‘붙자마자 다음날 사표를 내는 한이 있더라도 도전해보겠다’면서요. 다행히 많이 뽑는 해에 묻어 들어갔는데, 어릴 때부터 방송 환경에 익숙해서 그런지 적응을 빨리 하는 편이에요.”
그에게 부녀가 공동 진행을 맡는 것도 재미있겠다고 했더니 “호흡은 잘 맞겠지만 사양하겠다”고 말한다. 그동안 부녀 인터뷰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매번 거절한 것도 딸과 함께 자신의 얼굴이 연상되는 것이 딸에게 좋을 게 없기 때문이라고.
“예전에는 아나운서실에 자주 놀러 갔어요. 그야말로 말공장이니까, 또 저는 소속이 없으니까 아나운서실에 가서 이런저런 얘기 나누는 것이 낙이었는데 딸이 들어간 뒤에는 아나운서실 근처에 얼씬도 안 했어요.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잖아요. 처음에 지연이가 아나운서가 되었을 때 인터넷에 아버지가 힘써 들어간 것 아니냐는 얘기도 올라오고 그랬어요. 하지만 ‘백 써서’ 할 수 없는 게 아나운서예요. 아나운서는 능력이 있어야 해요. 시청률이 안 나오면 끝이거든요. 봐주려 해도 봐줄 수가 없죠.”

이상벽 ‘아침마당’떠난 진짜 이유 & 그간의 마음고생

이지연 아나운서는 내년 1월28일 결혼식을 올린다. 상대는 현재 이동통신회사 KTF에서 단말기 전략팀 과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경로씨(34).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한 이지연 아나운서의 대학 3년 선배로, 금속공학과를 졸업했다. 두 사람은 지난 94년 교내 오케스트라 ‘뉴포니아’를 통해 인연을 맺어 10년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됐다.
이상벽은 “딸이 시집간다는 게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 “암만 봐도 스물네 살 같은 아이가 어느새 나이가 차서 시집을 간다니 시원섭섭하다”고 털어놓았다.

노년에는 시골에서 아이들 가르치고 싶어
“한 달 전쯤 양가 부모가 점심을 먹으며 간단히 인사를 나누었는데 예비 시부모님의 인상이 참 좋았어요. 사위는 그동안 여러 번 봤는데 성실한 면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고요. 두 사람은 대학시절 음악 동아리에서 만났는데 그때 지연이는 첼로를, 사위는 트럼펫을 연주하며 좋은 감정이 싹텄죠. 둘 다 음악을 좋아하고 취향이 비슷한데 그렇게 만나기도 쉽지 않잖아요. 또 10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을 만큼 잘 맞고요. 결혼해서도 지금처럼 서로 다독이며 예쁜 가정을 꾸릴 거라 믿어요.”
요즘 그가 담고 다니는 화두는 ‘이름 없는 꽃인들 괜히 필 리 있으리요’다. 모든 존재에 대한 존재 이유를 무시하지 말자는 의미다. 그는 “이 나이가 되니 잘나가던 친구들도 모두 일선에서 물러나 현역인 사람이 거의 없다”면서 “그래도 난 지금도 현역이니 너무나 행복하다”고 밝힌다.
“또 얼마 전에는 아들이 국제공인회계사자격시험에 붙어서 삼일회계법인에 들어갔어요. 시험 과목이 열한 과목이나 되는 시험이라는데, 정말 대견하더라고요. 이 어려운 시기에 아이들이 잘 풀리니 저는 정말 행복해요. 그래서 아이들한테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하죠.”
“집안에 경사가 이어져 흐뭇하다”는 그는 “이제 방송에 복귀했으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할 일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또한 기자시절의 ‘글발’과 홍익대 산업디자인과에서 전공한 그림 실력을 되살려 글쓰기와 그림그리기 작업을 계속 해나갈 생각이라고 한다.
“얼마 전 나훈아씨를 만났는데 지하실에 화실을 잘 차려놓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니 그림을 다시 그려야겠다는 욕구가 불끈 솟더군요. 저도 화실 겸 조그만 휴식공간을 갖고 있는데 물감이랑 기본 도구가 다 있어요. 하지만 유화는 손을 놓은 지 오래돼서 다시 배워야 해요.”
그의 주변에는 좋은 사람이 많다고 한다. 홍대 미대 동기인 이두식 학장을 비롯해 연예제작자 최인호, 가수 이장희, 조영남 등이 그들. 그 친구들이 있어 남은 인생이 든든하다는 그는 인생을 두 가지 짓는 일, 두 가지 기르는 일로 마감하고 싶다고 한다. 두 가지 짓는 일은 책다운 책을 짓는 일과 자신의 취향에 맞는 집을 한 채 짓는 일이고, 두 가지 기르는 일은 사람과 나무 기르는 일을 말한다.
“노후에도 건강이 뒷받침되어주기만 한다면 배낭 하나 달랑 둘러메고 이산 저산 다니면서 나무 심고,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 나무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나무는 심어놓아도 눈에 띄는 변화가 금방금방 나타나지 않지만 기르는 재미가 쏠쏠해요. 또 나이 들면 교사 자격증이 있으니까 양평이나 서울 근교의 시골에서 지내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요. 제가 했던 분야인 방송이나 글쓰기, 그림 등에 재능이 있는 아이가 눈에 띄면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서울로 올려보내는 가교 역할도 하고 싶고요. 원래 제 꿈이 선생님이었거든요.”
쉬는 동안 많은 일을 겪고 그 속에서 느낀 게 많은 만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한층 넓고 깊어졌다는 이상벽. ‘사람향기 폴폴’에서 그가 들려줄 구수한 입담이 기대된다.

여성동아 2004년 12월 4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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