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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클로즈 업

새 드라마 ‘12월의 열대야’에서 악녀 연기에 도전하는 최정원

“‘올인’에서의 섹시한 이미지 벗고 다양하게 변신할래요”

■ 글·김지영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2004. 11. 04

탤런트 최정원이 데뷔 후 처음으로 악녀 연기에 도전한다. MBC 새 수목드라마 ‘12월의 열대야’에서 옛 애인 김남진과 윗동서인 엄정화의 사랑을 방해하는 역할을 맡은 것. ‘올인’에서의 섹시한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연기에 도전하는 그가 털어놓은 일과 사랑에 관한 속내.

새 드라마 ‘12월의 열대야’에서 악녀 연기에 도전하는 최정원

지난 10월 중순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SBS 주말드라마 ‘애정만세’ 이후 6개월만에 활동을 재개하는 최정원(23). ‘아일랜드’ 후속으로 11월초부터 방영하는 MBC 새 수목드라마 ‘12월의 열대야’에 출연하는 그는 지적이고 도도한 큐레이터 송지혜 역을 맡아 김남진, 엄정화와 함께 삼각 사랑을 엮어간다.
“송지혜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랑을 버리고 돈을 택할 만큼 신분상승 욕구가 강한 여자예요. 시어머니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를 쓰고, 윗동서인 엄정화씨를 밀어내려고 해요. 또 엄정화씨가 자신의 옛 애인 김남진씨와 사랑에 빠지자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온갖 음모를 꾸미고요. 얄밉고 못된 악역이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럽고 불쌍한 여자라는 생각도 들어요.”
악역을 맡기는 이번이 처음인 그는 “속내가 드러나지 않도록 절제된 내면 연기를 해야할 때는 힘들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역할에 새롭게 도전하는 것이라 흥미롭고 재미있다”며 흡족해했다. 그가 ‘12월의 열대야’에 출연한 가장 큰 이유도 연기 변신에 대한 욕심 때문. 그는 극중 캐릭터를 위해 중학교 때부터 길러왔던 긴 생머리까지 싹뚝 잘라냈다.
“배우는 한 가지 이미지로 고정되면 안될 것 같아요. 그래서 ‘올인’에서는 무희 역에 맞는 섹시한 이미지를 보여주었던 반면 ‘애정만세’를 통해서는 아버지 뻘인 독고영재 선생님과 아픈 사랑을 나누는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변신했죠. 하지만 아쉽게도 생각 만큼 좋은 반응을 얻지는 못했어요. ‘올인’은 저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알려준 고마운 작품이지만 그때 인상이 워낙 강해 이미지를 벗기가 쉽지 않아요. 지금도 ‘올인’의 최정원이라고 해야 아시는 분들이 많고요.”
사근사근하면서도 느린 말투를 지닌 그는 원래 성격이 내성적이고 말수도 적어 연기하면서 힘들 때도 있지만 다행히 현재 그와 연기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남진이나 엄정화 모두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스타일이라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고 한다. 다만 지난 9월 첫촬영 때 김남진과 키스신을 촬영해 당혹스러웠다고 털어놓는다.
“김남진씨와는 그때가 첫 만남이었는데 보자마자 키스신을 찍으려니 참 민망하더라고요. 그렇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서는 딴 생각 안하고 열심히 찍었어요. ‘소리가 장난이 아니었다’고 놀림을 받았을 정도로요(웃음).”
연예인이 잘 맞을 것 같다는 사람들 말 듣고 연극영화과 진학
고교시절 카메라를 갖고다니며 사진 찍기를 좋아하던 그의 꿈은 원래 사진작가였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로부터 연예인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겨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고. 하지만 아버지의 반대가 심해 하마터면 못 들어갈 뻔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무척 엄하고 보수적이셔서 연예계에 대해 안좋게 생각하셨어요. 더구나 제가 큰딸이라 노파심에 더 심하게 반대하셨던 것 같아요. 결국 단식투쟁까지 벌여 간신히 아버지를 설득했어요(웃음).”

새 드라마 ‘12월의 열대야’에서 악녀 연기에 도전하는 최정원

그는 아버지의 반대에 단식투쟁까지 벌이며 연기를 전공으로 택했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학창시절 집안 분위기가 하도 엄해서 마음 속에 억눌린 게 많았다”는 그에게 연기생활은 결국 억눌렸던 감정을 발산하고, 숨겨진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창구가 되어준 셈이다. ‘올인’에서 그가 보여준 춤솜씨도 진짜 무용수 출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준급이었는데, 그는 이전까지 따로 무용을 배운 적이 없다고 한다.
“드라마 준비를 하면서 발레도 배우고, 관련 비디오도 보고 그러면서 춤은 결국 느낌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촬영 때 음악에 맞춰 느낌 대로 춤을 췄어요. 제가 평소에는 소극적인 대신 ‘무대체질’이거든요. 사람마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다른데 저는 주로 연기하면서 풀어요.”
그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고등학교 시절이라고 한다. IMF 영향으로 아버지 사업이 잘 안돼 집안 사정이 갑자기 어려워진 것. 더구나 그로 인해 가정 불화가 자주 생겨 한창 사춘기를 앓고 있던 그에게 알게 모르게 상처가 됐다고.
“그 때문에 당시에는 세상이 원망스럽고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어요. 또 부모님이 다투시는 모습을 보면 미우면서도 진짜 미워할 수 없는 걸 보면서 가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고요.”
그의 아버지는 현재 새로운 사업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웃는 모습이 어머니를 많이 닮았다는 그는 자신의 동그란 얼굴형이 어머니처럼 갸름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원래 잘 울고 웃어 감정 절제하는 연기 쉽지 않아
여자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만큼 날씬한 몸매를 가진 그는 몸매 관리를 위해 평소 이렇다할 운동이나 식이요법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촬영에 들어가면 식욕이 떨어져 밥을 잘 먹지 못하기 때문에 저절로 살이 빠진다고. 그 바람에 몸이 많이 약해진 그는 요즘 보약으로 기를 보충하고 있다.
“저는 지금까지 따로 다이어트를 해본 적이 없어요. 어릴 때는 편식이 굉장히 심했는데 크면서 식성이 바뀌어 이제는 가리는 음식이 거의 없고요. 몸매를 날씬하게 가꾸는 데는 발레만큼 좋은 운동이 없는 것 같아요. ‘올인’ 때문에 발레를 6개월 동안 거의 매일 두시간씩 배웠는데 저는 헬스보다 춤이나 발레가 더 잘 맞더라고요. 특히 발레는 안 쓰던 근육을 쓰게 만들어 군살도 없애주고 몸의 균형도 잡아주기 때문에 좋대요.”
이제 그의 나이 스물셋. 이성에 대한 관심이 많을 때지만 현재 교제하는 남자친구는 없다. 지난 2001년 데뷔작인 드라마 ‘쿨’에 출연할 때만 해도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이후에는 사귈 기회가 없었다고 한다.
“지금도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어요. 하지만 그러다 보면 제 일을 못할 것 같아 아예 마음을 접었어요.”
그의 이상형은 듬직하고 느낌이 좋은 남자. 결혼을 빨리 하고 싶지는 않다는 그는 “노처녀 소리를 듣더라도 천생연분을 만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한다.
사실 연예계에는 극중에서 사랑을 나누다 상대역과 정말 사랑에 빠져 스캔들이 나기도 하고, 결혼으로 골인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 역시 연기에 몰입하다보면 상대방에게 좋은 감정을 갖게 된다고. 하지만 연기할 때뿐이라고.

새 드라마 ‘12월의 열대야’에서 악녀 연기에 도전하는 최정원

원래 잘 웃고, 눈물도 많다는 그는 “그래서 우는 연기보다 감정을 절제해야 하는 내면 연기가 더 힘들다”고 토로한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다양한 변신을 보여주고 싶어요. 연기를 통해 감동과 여운을 남기고 싶고요. 특히 털털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2년 전 ‘연인’ 때 제가 맡았던 고시생 역할이 그런 캐릭터였지만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해가 갈수록 자꾸 연기 욕심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동국대 3학년에 다니다 휴학중인 그는 내년에는 복학해 학업을 계속하고 졸업 후에는 대학원에도 진학할 계획이다. “고등학교 때 공부를 열심히 안해서 그런지 문득 고교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어진다”며 소녀처럼 해맑게 웃는 그가 ‘12월의 열대야’를 통해 어떤 악녀의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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