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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특별한 나들이

40명의 주부가 함께 떠난 중국 유기농콩 농장 나들이

“친환경 농업으로 일구는 어마어마한 농장 규모에 놀랐어요”

■ 글·김유림 기자 ■ 사진·풀무원 홍보실 제공

2004. 10. 11

전국에서 모인 40명 주부들이 모처럼 가족들에게서 벗어나 3박4일간의 화려한 외출을 했다. (주)풀무원이 ‘유기농콩 두부’의 주원료인 중국산 유기농콩 생산지로 이들을 초대한 것. 콩 농장을 방문하고 백두산 천지까지 둘러본 체험여행에 동행했다.

40명의 주부가 함께 떠난 중국 유기농콩 농장 나들이

의심나는 건 반드시 눈으로 확인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대한민국 주부들. 이들을 위해 (주)풀무원에서 지난 8월 말과 9월 초 두 차례에 걸쳐 의미있는 행사를 마련했다. ‘유기농콩 두부’에 사용되는 콩의 생산지를 직접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 인터넷으로 응모한 2천5백여 명의 주부들 가운데 선발된 40명의 주부들이 연변조선족자치구 돈화시에 자리한 ‘대산 유기농콩 농장’ 방문길에 올랐다. 이번 여행은 연길시·용정시 관광, 백두산 천지 관광 등을 포함해 3박4일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이른 아침 인천공항에 모인 주부들은 모처럼 가족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마음에 수학여행을 떠나는 여고생처럼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2시간 30분을 날아 도착한 곳은 연변조선족자치구의 연길공항. 연변은 30년 전 연변조선족자치구로 승인되어 조선족의 문화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는 곳이다. 도시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한국어와 중국어가 나란히 쓰여 있는 건물 간판. 현란하게 치장된 간판에는 가수 장나라와 이효리의 사진이 함께 걸려 있어 최근 중국에 불어 닥친 한류열풍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연변은 주민의 절반 이상이 조선족으로 구성되어 있고 매년 많은 한국 관광객들이 백두산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아 어느 곳을 가도 한국어가 통한다.
일행은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연길 시내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북한음식 전문점을 찾았다. 시원하고 깔끔한 김치 맛이 일품인 이곳에서는 북한 여성들의 노래도 들을 수 있었다. ‘반갑습니다’ ‘휘파람’ ‘아침이슬’ 등의 노래가 흘러나오자 주부들은 서먹함도 잊어버린 채 어깨동무를 하고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천혜의 자연환경 조건 갖추고 있는 대산 유기농콩 농장
40명의 주부가 함께 떠난 중국 유기농콩 농장 나들이

산허리를 둘러 끝없이 펼쳐진 대산 유기농콩 농장은 한폭의 풍경화와 같다.


체험단의 본격적인 일정은 둘째 날부터 시작됐다. 일행은 대산 유기농콩 농장을 방문하기 위해 연길 시내에서 4시간 정도 떨어진 돈화시 대산지역으로 향했다. 시내를 빠져나오자 끝없이 펼쳐진 가을 들판이 지평선과 맞닿아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갔다.
한때 고구려 땅이었던 연변지역은 두부의 원료가 되는 흰콩의 주요 산지다. 이곳은 콩이 자라기에 적합한 기후를 갖추고 있으며 땅이 기름져 질 좋은 콩을 재배할 수 있다고 한다. 유럽과 일본에서도 유기농콩을 사가지고 갈 정도라고.
목적지인 ‘대산 유기농콩 농장’에 도착한 주부들은 산허리를 둘러 끝없이 펼쳐진 콩 농장을 보고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생명의 온기를 그대로 품고 있는 검은 흙, 콩잎 위에서 잠자고 있는 무당벌레와 애벌레, 건드리기만 해도 ‘톡’ 터질 것 같은 풍성한 콩깍지들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40명의 주부가 함께 떠난 중국 유기농콩 농장 나들이

1. 농장에서 펼쳐진 ‘애벌레 잡기’와 ‘콩깍지 많이 달린 콩줄기 뽑기’ 등의 이벤트에 참가한 주부들. 2. 건드리기만 해도 ‘톡’터질 것 같은 풍성한 콩깍지들은 한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3 백두산 장백폭포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온천수에 익힌 달걀과 옥수수를 맛볼 수 있다.


주부들은 밭 가운데에 서서 풀무원 나물연구팀장인 배경근 박사로부터 대산 유기농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배 박사는 대산지역이 유기농콩 재배지로 적합한 첫 번째 요인으로 먼저 배산임수의 지리적 조건을 꼽았다. 농장 앞으로 큰 강이 흘러 수자원이 풍부하고, 밭 뒤편으로 높은 산이 둘러싸고 있어 외부로부터의 오염을 철저하게 차단한다는 것. 토양의 질도 콩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대산지역의 검은 흙은 지력이 풍부해 알이 굵고 건강한 유기농콩을 생산해낸다고 한다. 또한 대산 콩 농장은 질 좋은 토양을 유지하기 위해 콩과 옥수수를 번갈아가며 경작하는 윤작을 행하고 있는데 윤작을 하면 토양이 특정 작물에 대해 내성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지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아울러 연변지역은 낮과 밤의 온도차가 심해 곡식이 잘 여물 수 있는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주부들을 가장 놀라게 한 것은 6백90만여 평에 이르는 콩밭을 100% 사람 손으로 경작한다는 점이었다. 씨 뿌리기는 물론이고 제초작업, 추수작업도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진다는 설명이 이어지자 주부들은 모두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감탄했다.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재배되는 콩이라 하더라도 까다로운 검사 절차를 거쳐야만 진정한 유기농콩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생산된 콩은 중국 정부기관과 유럽 인증기관, 미국의 OCIA에서 인증을 받은 후 우리 정부기관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친환경 품질인증 업무를 위탁받은 KOCAS와 한농복구회의 인증을 또 한 번 받는다고.
유기농산물 인증절차를 통과한 유기농콩은 만주의 대련항에서 출발해 이틀 후 경기도 평택항으로 들어오는데 완전 밀봉된 컨테이너로 운반된 유기농콩은 풀무원 기술연구소와 한국유전자검사센터로부터 또 한 번의 엄격한 검사를 받는다고 한다.
40명의 주부가 함께 떠난 중국 유기농콩 농장 나들이

천지물이 흘러 형성된 장백폭포. 맑고 우렁찬 물줄기 소리가 200m 떨어진 곳에서도 들린다.


일행 중 전북 무주로 귀농하여 10년째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는 이정진 주부(58)는 “농장의 어마어마한 규모에 놀랐다. 10년 가까이 친환경 농업을 해오고 있는 사람으로서 동질감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 박사의 설명이 끝난 후 주부들은 농장에서 펼쳐진 ‘애벌레 잡기’와 ‘콩깍지 많이 달린 콩줄기 뽑기’ 등의 이벤트에 참가했다. 농장에 얼굴을 파묻은 채 서로 자신의 콩깍지가 많다며 옥신각신하는 주부들은 어느덧 학창시절 명랑 소녀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백두산 천지 구경으로 여행의 감동 더욱 커져



사흘째 아침, 일행 모두는 새벽에 일어나 백두산으로 향했다. 백두산 천지를 오르기 전 먼저 찾은 곳은 장백폭포. 계곡을 따라 흐르는 온천수의 수증기가 안개와 섞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장백폭포는 천지 물이 약 1,000m의 긴 협곡까지 흘러 형성된 폭포다.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물줄기의 맑고 우렁찬 소리는 약 200m 떨어진 곳에서도 들린다고 한다.

40명의 주부가 함께 떠난 중국 유기농콩 농장 나들이

1년 중 화창한 날이 20일도 채 안된다는 천지. 참가단은 운좋게 맑은날 백두산에 올라 천지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었다.


장백폭포에서 내려와 다시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달려 백두산 천지 초입에 다다랐다. 여기서 다시 지프차로 10여 분 정도 달리면 드디어 백두산 천지에 닿게 된다. 주부들이 천지에 오른 날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날이었다. 하늘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맑고 잔잔한 호수는 햇살에 반사되어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천지의 아름다운 풍광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건 아주 드문 일이라고 한다. 이곳은 기후가 불규칙하고 거센 바람과 폭풍우가 자주 발생해 1년 중 천지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날은 20일도 채 안 된다고.
천지에 오른 주부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고 순간의 감동을 놓칠세라 열심히 사진 촬영을 하며 즐거워했다. 가족들을 두고 혼자 천지를 보는 것이 미안했던지, 가족 이름 하나하나를 힘껏 외쳐대는 이도 있었다. 일행은 백두산에서 내려와 두만강으로 향했는데, 두만강변에 도착했을 때는 안타깝게도 이미 날이 어두워진 후였다. 일행은 강 건너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북한 민가의 불빛을 보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야 했다.
그렇게 사흘간의 일정을 모두 마친 주부체험단은 다음날 아침 귀국길에 올랐다.
말씨와 미소가 소녀처럼 맑고 예뻐 주부들 사이에서 ‘살인미소’라 불렸던 김영숙 주부(51·서울 반포동)는 체험여행을 마친 소감으로 “평소 ‘유기농콩 두부’를 즐겨 먹긴 했지만 두부의 원료인 콩이 중국산이라 조금 꺼림칙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 직접 눈으로 농장을 확인하고 보니 믿고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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