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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아테네올림픽 해설자로 돌아온 전 국가대표 수영선수 최윤희

“미국에서 아이들 뒷바라지, 친정엄마처럼 훗날 ‘장한 어머니상’ 타는 게 소원이에요”

■ 글·김유림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4.09.01 16:38:00

역대 한국 최고의 여자 수영선수로 꼽히는 최윤희. 그는 86년 국가대표선수 은퇴 후 13세 연상의 가수 유현상과 결혼해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3년 전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에서 생활하다 아테네올림픽 수영부문 해설을 맡아 귀국한 그를 만났다.
3년 만에 아테네올림픽 해설자로 돌아온 전 국가대표 수영선수 최윤희

아테네올림픽 해설을 맡아 3년 만에 브라운관에 모습을 비춘 전 국가대표 수영선수 최윤희(38). 그는 현재 미국에서 두 아들을 뒷바라지하면서 평범한 주부로 지내고 있다.
“사실은 최근 둘째 아이가 팔을 심하게 다쳐 아테네올림픽 해설자 제의를 받고 잠시 망설였어요. 그러다 아직까지 저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시는 것이 감사해 흔쾌히 받아들였죠.”
국가대표선수로 활동하던 시절 82 뉴델리·86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5개의 금메달을 획득하며 ‘아시아의 인어’라 불린 최윤희. 그후 은퇴한 그는 91년 유현상(51)과 결혼했고, 3년 전 두 아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건너가 생활하고 있다.
“시집 식구들이 미국 시애틀에 살고 계세요. 남편과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미국으로 건너갈 결심을 했어요. 대신 지난해에는 남편이 건너와 오랫동안 같이 지냈어요.”

유난히도 아이들을 예뻐하는 남편
아이들은 외국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데 특히 큰아들 동균이(13)는 입학하자마자 특수반에 뽑힐 정도로 공부를 잘한다고 한다. 둘째 호균이(11)는 남편 어렸을 적을 그대로 빼닮아 개구쟁이지만, 성격이 쾌활해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고.
“시집 식구들은 우리 아이들이 아빠를 닮아서 너무 별나대요. 특히 둘째가 개구쟁이인데, 얼마 전 왼쪽 팔이 부러져 수술까지 했어요. 그런데 팔 부러진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지난해에는 오른쪽 팔이 부러져 깁스를 했죠. 제가 대학원을 4년 만에 졸업한 이유도 친정 엄마조차 우리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겠다고 하셔서 학기 중간중간에 쉬어야 했기 때문이에요(웃음).”
그는 아이들이 잘 따라주어 미국에서 생활하는 데 큰 문제는 없지만 가수 활동을 위해 혼자 서울에 남아 있는 남편을 생각하면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그렇다고 서울에 같이 있어도 특별히 남편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어요. 남편이 원래 혼자 알아서 잘하는 데다, 제가 건망증이 심해 남편의 사소한 부탁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이제는 잘 시키지도 않아요(웃음). 그래도 요즘엔 과일을 잊지 않고 매일 챙겨줘요.”
그의 남편은 아이들에게 ‘천사표 아빠’로 통한다고 한다.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전화나 이메일을 주고받을 때 끝에는 항상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고. 큰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그가 잠든 사이 아이를 안고 밖으로 몰래 나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물을 흘린 적도 있을 만큼 남편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은 각별하다.
“남편이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첫아이를 봐서 유난히 아이들을 예뻐하는 것 같아요. 어느 날은 절 보고 ‘아이들 사이에서 당신 별명이 뭔 줄 알아?’ 묻더니 ‘마녀’라고 하는 거예요. 아빠가 워낙 잘해주니까 엄마는 매일 잔소리만 하는 마녀 같다는 거죠(웃음). 남편이 저보다 운동을 잘하는 편인데, 아이들이랑 축구, 농구, 야구 등을 하며 잘 놀아줘요. 그러니 아이들도 마냥 아빠만 좋다고 따르죠. 어쩔 땐 아들이라 아빠만 따르는 것 같아 서운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 온갖 정성을 쏟는 남편을 보면 늘 고맙기만 해요.”
그는 미국에서 초·중·고등학생 국가대표급 수영선수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대부분 선수생활 은퇴 후 코치나 감독을 하게 되지만 그는 은퇴하자마자 방송활동을 시작해 그럴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그가 처음 미국 선수들을 가르치게 됐을 때, 그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3년 만에 아테네올림픽 해설자로 돌아온 전 국가대표 수영선수 최윤희

그는 앞으로 수영과 관련된 공부를 해 지도자의 길을 걷고 싶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작은 체구의 동양 여자가 자신들에게 수영을 가르친다고 하니 믿지 못하겠다는 눈치였어요. 수업 첫날 저보고 대뜸 수영을 한번 해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주저하지 않고 물속으로 뛰어들었죠. 수영 자세를 보여준 후 물 위로 올라오니까 아이들이 놀라며 박수를 치더군요. 그 후 아이들이 저를 잘 따랐는데, 제가 훈련시키는 동안 신기록을 세운 선수도 있었어요. 오랫동안 가르친 건 아니었지만 보람을 느꼈어요.”
사실 그는 결혼 후 아이를 낳으면 아이 돌보는 데만 열중하고 사회생활은 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고 한다. 수영으로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육아를 포기하면서까지 사회생활을 할 생각은 없었던 것. 그러나 오히려 아이들이 커가면서 그런 생각이 변했다고 한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기꺼이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아이들 역시 그가 미국 선수들을 가르치기 시작하자 예전에 집안일만 하던 엄마였을 때보다 더 후한 점수를 준다고 한다.
친정어머니처럼 훗날 ‘장한 어머니상’ 타는 게 소원

그는 두 아이에게는 수영을 특별히 가르친 적이 없는데, 요즘 둘째 아이가 수영에 재능을 보인다고 한다. 수영대회에서 자유영·배영 두 부문에서 1등을 했다고. 모질게 수영 훈련을 시키지 못하는 그를 대신해 오히려 남편이 아이와 함께 맹훈련을 했다고 한다.
“제가 너무 힘들게 운동을 해서 그런지 아이들에게만큼은 수영을 시킬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뜻밖에 둘째가 수영에 재능을 보여 저도 놀랐죠. 본인이 원한다면 말리지 않을 생각이에요.”
3년 만에 아테네올림픽 해설자로 돌아온 전 국가대표 수영선수 최윤희

아이들 사이에서 ‘천사표 아빠’로 통하는 남편 유현상은 현재 서울에서 ‘기러기 아빠’로 혼자 지내고 있다.


그는 평소 아이들의 의견을 많이 존중하는 편이라고 한다. 아이의 생각을 먼저 묻고, 혹시 잘못된 부분이 있어도 윽박지르지 않고 이해할 수 있게끔 설명해준다고. 그런 그가 아이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올바른 생활습관’이라고 한다. 다섯 살 때부터 수영 훈련을 받으면서 철저한 생활습관이 몸에 밴 그는 아이들에게도 자신이 했던 방법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정해진 시간에 취침·기상하는 것은 기본이고, 아이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일은 절대로 도와주지 않아 혼자서 끝낼 수 있게 한다. 어른들에게는 반드시 존댓말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아이들 키우는 문제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하는 그는 과거 그의 어머니가 자신으로 인해 ‘장한 어머니상’을 받았던 것처럼 훗날 자신도 그 상을 받고 싶다고 말한다.
“어머니가 매일 상장을 닦고 어루만지시던 기억이 나요. 자식을 키워보니까 당시 어머니의 심정이 어땠을지 이해할 수 있더군요. 남편에게 ‘나중에 나도 저런 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니까 만약 받지 못하게 되면 자신이 직접 만들어 주겠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역시 엄마에게는 자식 키우는 게 인생에서 가장 어려우면서도 보람된 숙제인 것 같아요.”
그는 앞으로도 수영과 관련된 공부를 해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지도자의 길을 걷고 싶다고 한다.

여성동아 2004년 9월 4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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