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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팽팽한 공방

유밀레 ‘과장된 이력’ 의혹 이는 가운데 전 매니저와 결별 후 벌이는 공방

“폭언, 폭행에 시달렸고 ‘죽이겠다’는 협박까지 당했다” vs “터무니없는 거짓말, 지금 말 못할 이야기 많다”

■ 글·최호열 기자 ■ 사진·김형우 기자,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2004. 08. 10

능력있는 커리어우먼이자 방송인으로 이름을 알려온 유밀레가 최근 잇따른 송사로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MBC를 상대로 10억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전 매니저 김씨를 무단주거침입, 절도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것. 특히 전 매니저와는 납치·폭행 여부, 누드사진 존재 여부 등을 놓고 팽팽한 공방을 펼치고 있는데…. 각각 양쪽의 주장을 들어보았다.

유밀레 ‘과장된 이력’ 의혹 이는 가운데 전 매니저와 결별 후 벌이는 공방

방송 리포터로 활동하고 있는 유밀레(28·본명 남윤정)는 그동안 ‘뉴 밀레니엄’의 줄임말이라는 그의 예명처럼 세련된 외모와 화려한 이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서울대를 자퇴하고 미국 유학을 떠난 당찬 젊은이로 강남 코엑스몰의 대형 쇼핑몰과 인터넷방송국을 운영하는 문화벤처기업 (주)밀레21의 이사라는 직함이 그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그는 또한 모델, 연극배우, 방송 리포터 등으로 활동하며 일간지에 섹스칼럼을 연재하고 위성방송에서 성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 신세대다운 솔직함과 당당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 6월11일, MBC 시사프로그램 ‘신강균의 사실은…’은 ‘매스컴이 키운 신데렐라의 환상’이라는 보도를 통해 언론에 의해 알려진 유밀레의 이력은 상당히 과장된, ‘기획사가 만들어내고 언론이 키워낸 허상’이라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예를 들어 언론에서는 그를 회사 대표이사라고 소개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었고, 1천3백억원의 해외 투자자본을 유치했다고 크게 보도했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에 유밀레는 6월17일 “나에 대한 사실을 과장·편파 보도해 명예 및 신용이 훼손되어 앞으로 새로운 사업을 하고 연예 활동을 하는 데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었다”며 MBC를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전 제가 먼저 기자나 PD들에게 1천3백억원 투자계약이 체결되었다는 말을 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 언론에서 자기들 필요에 의해 그렇게 확정적으로 나간 거죠. 첫 번째 협상은 깨졌지만 지금도 다른 투자자와 협상중이에요. 어쩌면 지금쯤 계약이 성사되었을 수도 있는데 ‘신강균의 사실은…’에서 저에 대해 부정적으로 방송하는 바람에 협상에 큰 타격을 받게 되었어요.”
그런데 방송을 보면 유밀레가 “공인의 책임이 이렇게 큰 건지 미쳐 몰랐어요. 죄송하다고 사죄를 드리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등 스스로 잘못을 시인한 것처럼 되어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내가 한 말을 앞뒤를 잘라 편집해 내 의도와는 전혀 다른 뜻으로 왜곡되어 나갔다”고 주장했다.
소송을 맡은 이정호 변호사는 “방송 내용이 유밀레를 고도의 벤처사기를 벌인 사기꾼, 아니면 철저하게 이용당한 어리석은 바보, 둘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도록 한다. 어느 쪽이든 유밀레로서는 명예를 심하게 훼손당한 셈”이라고 했다.
그럼 그는 어떻게 해서 ‘신강균의 사실은…’과 인터뷰를 한 것일까. 그는 당시 회사와 처우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그런데 ‘신강균의 사실은…’ 쪽에서 (주)밀레21과 관련된 취재를 한다는 말을 듣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했다는 것. 결국 회사와의 갈등이 MBC와의 법정소송이라는 또 다른 갈등을 낳은 셈이다.
한편, ‘신강균의 사실은…’의 제작진은 “내용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 (주)밀레21에 문제가 있다는 유밀레 매니저 김씨의 제보에 따라 취재를 시작했지만 양쪽의 입장을 듣고 객관적으로 보도하려고 노력했다. 사전에 유밀레 측에 ‘오히려 제보자에게 불리한 측면이 있을 수도 있다’고 분명히 이야기했다. 그래도 회사와 유씨의 관계에서 유씨가 약자이기 때문에 그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보도했다고 생각한다. 그에 대한 내용은 본인의 양심고백을 토대로 한 것이다. 우리가 잡은 맥이 크게 잘못되지는 않았다고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유밀레 ‘과장된 이력’ 의혹 이는 가운데 전 매니저와 결별 후 벌이는 공방

기자회견 자리에서 매니저 김씨에게 감금당하고 폭행까지 당했다고 말하며 눈물 흘리는 유밀레.


그런데 유밀레는 이번엔 매니저 김씨와 결별하면서 그를 ‘무단침입과 절도’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연예계에서 잔뼈가 굵은 김씨는 대형 연예기획사에 있으면서 여러 명의 신인 가수와 그룹을 발굴해 톱스타로 키워낸 인물로 알려져 있다. 지난 3월부터 유밀레와 구두계약을 맺은 그는 그동안 유밀레가 (주)밀레21과의 관계를 청산하는 문제와 MBC와의 소송문제를 함께 준비해왔다.
매니저와의 갈등은 7월6일 유밀레가 기자회견을 갖고 눈물을 흘리며 “지난 4개월 동안 전 매니저 김씨로부터 폭력과 협박에 시달렸으며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공포스러운 생활을 했다. 이젠 공인의 삶을 포기하더라도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이 사실을 폭로한다”고 고백해 세상에 알려졌다.
“3월부터 일을 시작했는데 4월 말부터 험악한 말을 퍼붓기 시작하더니 5월부터는 하루에도 몇 번씩 폭언을 했어요. 공식적인 인터뷰 자리에서까지 폭언을 서슴지 않았고, 몇 차례에 걸쳐 폭행도 했어요. 저랑 같이 살던 동생에게도 윽박지르고 협박을 해 동생이 무서워서 집을 나갔을 정도예요. 부모님과 가족에게도 협박을 해 전 지금 가족과도 연락이 두절된 상태예요.”
협박을 받았다면 왜 좀더 일찍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만두면 내가 너에게 복수한다는 것 알지?” 하는 식으로 위협해 무서워서 그럴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유밀레는 또한 김씨가 몇몇 기자들이 있는 데서 마치 자신과 동거하고, 결혼을 약속한 것처럼 주장을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이 폭발한 건 지난 7월2일. 유밀레는 새로운 사업 문제로 제주도에 가야 했는데, 이 사업에서 소외된 김씨가 자신을 못 가게 막으면서 몇 시간 동안 감금하고 납치했다고 한다. 자신을 차에 강제로 태우고 가다가 “같이 죽자”며 중앙선을 침범, 역주행을 해 생명의 위협까지 느꼈다는 것.
“차가 잠깐 멈춘 사이에 제가 도망을 가자 다음날 제 집에 무단침입해 컴퓨터와 제 누드가 들어 있는 CD, 통장과 도장, 여권 등 제가 활동하는 데 필요한 모든 물건을 가져갔더군요. 그래서 경찰에 신고했고요.”
그는 “누드는 사진작가 김중만씨가 2000년에 찍은 것으로 일부는 이미 (주)밀레21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고, 다소 노출이 심한 수백 컷은 CD에 담아 별도 보관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안 김씨가 새로 누드를 찍자고 강요하는가 하면, 말을 안 들으면 CD에 담긴 누드를 공개하겠다고 협박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가 주장하는 누드 CD는 경찰이 김씨의 집을 압수수색했지만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아직 그 존재 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한편, 그는 8월 초 출간되는 자신의 책을 홍보하기 위해 이슈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 말도 안된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지금 책이 문제가 아니라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어요. 가족을 죽이겠다는 협박까지 받았죠. 너무 힘들어 해외로 도피할까도 생각했었어요.”

“김중만 작가가 찍었다는 누드 본 적도 없어” 전 매니저 김씨 주장
유밀레의 주장에 대해 전 매니저 김씨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고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그는 “왜 이렇게 허위 진술을 하는지 모르겠다. 해외에서 투자 받는다는 1천3백억원의 허황된 꿈에서 아직 못 벗어난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유밀레가 주장하는 것처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폭력과 폭언을 당했다면 당연히 신고를 했어야죠. 방송활동도 자유스럽게 했고 집 앞에 바로 파출소가 있어요. 소리만 질러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가만히 있다가 지금 와서 그런 주장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유밀레 ‘과장된 이력’ 의혹 이는 가운데 전 매니저와 결별 후 벌이는 공방

유밀레는 사업가로서의 이력에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는 유밀레가 인터뷰 시간은 물론 방송시간까지 늦는 등 시간 개념이 너무 없어 불같이 화를 낸 적은 있지만 악의에 찬 말을 한 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7월2일 역시 자신이 납치를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밀레가 새로운 사업파트너들에게 납치를 당해 자신이 찾으러 다녔다며 그 증거로 오후 6시30분에 유밀레가 그의 휴대전화에 보냈다는 ‘위급상황, 도와주세요’란 문자메시지를 보여주었다. 자기한테 납치를 당했다 도망을 갔다면 왜 다시 자기에게 이런 문자를 보냈겠느냐는 것. 또한 무단침입과 절도에 대해서도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전부터 유밀레가 없어도 수시로 그 집에 드나들었어요. 잠금장치 비밀번호도 알고 있는데 어떻게 무단침입이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물건을 가져간 것은 그가 없어졌어도 일은 해야 하잖아요. 당장 해외촬영이 있어 비행기표를 예약하기 위해 여권이 필요했고, MBC와의 소송 자료를 정리할 게 있어서 컴퓨터를 가져간 거예요. 물론 가져간다고 쪽지도 써놓고 왔죠.”
그는 누드에 대해서도 자신은 김중만씨가 누드 사진을 찍었다는 말만 들었지 CD에 보관되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한다. 또한 자기가 누드를 찍자고 했다는 유밀레의 주장에 대해서도 정반대의 주장을 펼쳤다.
“저는 반대했지만 자기가 하도 누드를 찍겠다고 해서 사람을 소개시켜주었어요. 그리고 누드 CD가 있다는 건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알았어요. 김중만씨가 찍은 누드는 본 적도 없어요. 예전에 다른 사진작가가 찍은 누드는 본 적이 있는데 예술성이 전혀 없어서 제가 찢어버리라고 했죠.”
동거설과 결혼약속설에 대해서는 “지금은 말할 수 없다. 다음에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그러면서 “벗겨도 벗겨도 새로운 껍질이 나타나는 양파처럼 유밀레에 관해 계속해서 새로운 실망스런 사실들을 알게 돼 당혹스러웠다”고 말해 뭔가 폭로할 것이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유밀레가 MBC와 전 매니저 김씨로부터 고통을 받은 피해자인지 아니면 MBC와 김씨가 선의의 피해자인지는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하지만 소속사와의 갈등, 언론조작, 납치, 폭행, 누드, 매니저와의 동거·결혼약속설 등 최근 그에게서 불거져나온 문제들이 연예인에게서 일어날 수 있는 온갖 추문을 한데 모아놓은 것 같아 입맛을 씁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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