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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동안 1천만원 번 여덟살배기 주식 신동 이구범

■ 글·최희정 ■ 사진·김형우 기자

입력 2004.04.06 16:32:00

‘개인 투자자는 반드시 망한다’는 주식시장에서 여덟살배기 어린이가 용돈 등을 모아 마련한 1백50만원으로 3년간 1천만원의 수익을 올려 화제다.
경제교육 강사인 아버지 이선무씨의 적극적인 재테크 교육 덕분인데, 과연 이선무씨는 아들에게 어떻게 가르친 것일까?
3년 동안 1천만원 번 여덟살배기 주식 신동 이구범

세뱃돈 등을 모아 만든 1백50만원의 종자돈을 주식에 투자, 1천만원을 번 ‘주식 신동’ 이구범군(8). 자칫하다간 어른도 원금까지 다 잃고 울며 떠난다는 주식시장에서 경기도 가평 미원초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구범이는 3년 만에 원금의 6배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사실 구범이가 주식 신동이 된 데는 아버지 이선무씨(39)의 영향이 컸다. 대학부설 사회교육원과 기업체 경제교육 강사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씨는 경제 원리를 가르쳐주기 위해 구범이에게 주식투자를 하게 한 것.
이씨는 체계적으로 구범이에게 경제교육을 해왔다. 그가 가장 강조한 것은 ‘노동의 정당한 대가’다. 노력 없이 한순간에 벼락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통해서 돈을 버는 게 소중하다는 사실을 늘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범이가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궁리 끝에 토끼를 키우기로 했어요. 구범이와 함께 1만5천원을 주고 새끼 토끼 두마리를 사서 1년 동안 정성껏 길렀지요. 1년 후 어미가 됐을 때 시장에 내다 파니 두배 정도의 이익이 났어요. 토끼 두 마리를 앞에 두고 아이와 함께 ‘토끼 사세요’ 하고 외쳤는데 사실 속으로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몰라요. 그러나 구범이에게만은 이런 일들이 부끄럽지 않고 정당하게 돈을 버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꾹 참았습니다.”
3년 동안 1천만원 번 여덟살배기 주식 신동 이구범

구범이는 주식투자 수익금으로 언젠가 동생과 미국여행을 갈 것이라고 한다.


이씨가 두번째로 강조한 원칙은 ‘돈이 돈을 번다’는 것이다. 아이와 함께 은행에 가서 통장을 만들고 저축의 필요성을 이해시켰다. 구범이 역시 자기 이름 세 글자가 또렷이 찍힌 통장을 보고 마음이 설레었다고 한다. 그후 할머니가 과자 사 먹으라고 준 돈, 세뱃돈 등을 바로 자기 통장에 입금했다. 이렇게 해서 1년 만에 45만원을 모았고 이자로 3천원을 벌었다. 어찌 보면 3천원은 아이들이 즐겨 먹는 치킨 한마리 값도 안되는 적은 돈이지만 구범이에게 그 돈은 ‘저축’의 중요성을 알게 해준 촉매제였다.
세번째 단계로 이씨는 ‘노동과 돈이 돈을 번다’는 것을 가르쳐주기 위해 주식투자를 시도했다.
“어른들 입장에서 보면 돈과 노동으로 돈을 버는 것은 바로 사업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구범이는 아직 어려서 사업을 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주식투자를 시켰어요. 주식에 투자할 때 증권사 직원이나 펀드매니저에게 의뢰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투자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매일 주식 동향을 알아보고 세계 경제의 흐름을 파악하는 일도 노동이라고 본 거죠. 구범이에게 주식은 투기나 도박이 아니라 노동으로 돈을 버는 일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구범이도 처음에는 뭐가 뭔지 어리둥절해하더니 몇달 지나자 차츰 주식의 흐름을 이해하기 시작하더군요. 이제는 스스로 종목을 정해 팔 때와 살 때를 판단해서 주식에 투자하고 있어요.”

3년 동안 1천만원 번 여덟살배기 주식 신동 이구범

구범이는 다섯살 때, 저금에다 돌반지 등을 팔아 보탠 1백50만원으로 주식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런데 한창 재롱을 부릴 나이인 다섯 살배기 구범이가 어떻게 주식투자에서 고수익을 올릴 수 있었을까? 이씨는 구범이가 사심이 없는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아이들은 돈은 알지만 그 양은 잘 모르거든요. 1백원과 1백만원이 같은 돈인 줄 알지 1만배의 차이가 난다는 것은 잘 모르잖아요. 이러다 보니 주식 가격이 조금 내려갔다 해서 조급해하지도 않고 느긋한 마음으로 오를 때를 기다리는 거죠. 그게 오히려 수익률을 높인 겁니다. 어른들도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원칙대로 투자하면 구범이 정도의 수익률은 올릴 수 있죠.”
구범이는 주식에 투자할 때, 나름대로 원칙을 정해둔다. 먼저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에 투자한다. 건설업이나 전기, 통신업, 제철회사 등은 구범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으로 그동안 SK텔레콤, 인터넷 회사인 NHN, 게임제작업체인 웹진, 강원랜드의 주식을 사서 수익을 올렸다.
“아직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사지 못한 게 후회돼요. 30만원이면 사려고 했는데 계속 40만원이었거든요. 그러다가 얼마전에 50만원까지 되고, 정말 속상해요.”
또 하나, 주식을 살 때 스스로 ‘이만큼 오르면 팔겠다’는 원칙도 정해두었다. 비록 살 때보다 주식 가격이 올랐다 하더라도 자신이 목표한 액수가 아니면 절대 팔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주식 가격은 6개월 단위로 변동이 있기 때문에 조금 내려갔을 때 사두면 언젠가는 오른다는 판단에서다.
“아빠가 제가 산 주식이 많이 올랐다고 상의도 하지 않고 제 주식을 판 적이 있었어요. 가격이 올라 돈은 벌었지만 제가 정한 목표가 아닐 때 팔아 얼마나 속상했는지 몰라요. 아빠한테 돈 물어내라고 막 떼를 썼어요. 그후부터 아빠도 마음대로 제 주식을 사고 팔지 않으세요.”
구범이는 6학년 때까지 주식으로 돈을 벌어 동생과 미국여행을 할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아이들이 돈을 너무 밝히면 순수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구범이처럼 주식투자까지 시키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자녀가 직접 경제를 체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가르치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이선무씨의 충고다.

여성동아 2004년 4월 4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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