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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이 남자의 변신

영화 ‘목포는 항구다’에서 건달로 변신한 차인표

■ 글·이영래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04.03.04 15:07:00

데뷔 초 ‘백마 탄 왕자’에서 최근의 ‘바른생활 사나이’까지 차인표를 둘러싸고 있는 분위기는 항상 도회적인 반듯함이었다. 그런 차인표가 영화 ‘목포는 항구다’에서 목포 건달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이젠 나도 흥행배우 소리를 듣고 싶다”고 출사표를 던진 차인표를 만났다.
영화 ‘목포는 항구다’에서 건달로 변신한 차인표

지난 가을 영화 ‘목포는 항구다’가 한창 촬영중인 목포를 찾았다. 정신없이 엉켜있는 전기 케이블 한옆에서 조재현은 엎어놓은 우유박스에 앉아 조연배우들과 농담을 주고 받으며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바로 옆에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 있었지만 장난기 많고 털털한 조재현은 별로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그러나 차인표는 보이지 않았다. 한참 후, 차인표가 촬영장으로 걸어들어왔다. 눈가가 충혈된 것으로 보아 차 안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나타난 듯했다. “어디 갔다오는 길이냐”고 묻자 그는 정중하게 옷깃을 가다듬으며 “피곤해서 조금 쉬다 왔습니다” 하고 답한 뒤 꾸벅 인사를 하고 촬영장 안으로 들어섰다. 도무지 빈틈을 찾아볼 수 없는 젠틀함. 그가 왜 ‘바른생활 사나이’로 불리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영화사측이 넘겨준 자료에 따르면 이 두사람의 배역은 이미지와는 상반되게 엇갈려 있었다. 조재현은 친절봉사상까지 받은 모범적인 경찰관이고, 차인표는 쉴새없이 상소리를 뱉어내는 목포 건달. 물론 체격으로 보나 매서운 눈빛으로 보나 차인표가 ‘조폭’ 역을 맡는다고 이상할 것은 없지만 촬영 현장에서 느낀 바로는 그 건달이 영화 ‘대부’의 마론 브란도 같은 건달이 아님은 너무나 명확해 보였다. 코미디 액션극을 표방한 만큼 크로스 캐스팅이 주는 위트를 노린 것이라 이해는 됐지만 차인표가 과연 그런 배역을 잘 소화해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깊었던 것도 사실이다.
영화가 완성된 뒤 직접 보고 나서 기자는 그것이 그저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영화 ‘목포는 항구다’가 흘러간 유행가처럼 조폭, 코미디 등 한물간 듯한 코드를 버무려놓은 영화인 것은 사실이지만 나름대로 코미디의 맛을 잘 살렸고, 목울대를 심하게 긁어내는 듯한 차인표의 전라도 사투리도 제법 걸쭉한 맛을 냈기 때문이다.
영화 ‘목포는 항구다’에서 건달로 변신한 차인표

함께 출연한 송선미, 김지훈 감독과 자리를 같이 한 차인표.


“제가 출연했던 영화들이 모두 흥행성적이 좋지 못했어요. ‘이번에 내가 좀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 나도 흥행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고른 게 영화 ‘목포는 항구다’인데 한국영화 사상 최고 대작이라는 ‘태극기 휘날리며’와 맞붙게 되더군요. 이거 항구 떠나기도 전에 난파하는 게 아닌가 솔직히 걱정이 되기도 해요(웃음). 혹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후회는 없어요. 너무 재밌게 찍었고 결과에 만족합니다.”
영화 ‘목포는 항구다’는 마약 밀매 루트를 알아내기 위해 목포 폭력조직에 위장 잠입하는 서울내기 형사의 분투기를 그린 영화로 그는 이 영화에서 ‘나이트보다 카바레를 좋아하는’ 촌스런 목포 조폭 보스 백성기 역을 맡았다.

영화 ‘목포는 항구다’에서 건달로 변신한 차인표

차인표는 이 영화를 찍으며 목포 사람들에게 반했다고 한다. “목포는 제2의 고향”이라며 목포에 대한 강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는 저도 당황스러웠어요. 제게 이런 배역을 제의한 감독이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죠. 그런데 작품을 곱씹어볼수록 저를 뒤집어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연기자로 가는 길에 이 작품이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거죠.”
그는 이 영화를 찍으면서 두달간 현지 극단 관계자에게 목포 사투리를 배웠다. 단지 말이나 억양뿐이 아닌 목포 사람들의 정서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런 탓인지 목포는 그에게 아주 각별한 곳으로 남아 있다. 그는 서슴없이 목포가 ‘제 2의 고향’이라고 말하는데, “내가 맡은 백성기가 목포의 정서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처음에는 가까워지기 힘들지만 일단 친해지면 간 쓸개 다 빼준다”며 목포 사람들의 매력을 칭찬했다.
“목포에 와서 보니 먹는 장사, 마시는 장사 외에 다른 비즈니스가 없어요. 혜택을 받지 못한 도시라 한도 많을 듯한데 또 이렇게 촬영에 적극적으로 협조를 잘 해준 사람들도 없었던 것 같아요. 목포의 한에서 나오는 정 같은 게 있나 봅니다.”
영화가 개봉하기 무섭게 그는 2월말 대만으로 출국, 3개월 동안 대만 중국 합작 40부작 드라마 ‘도심(盜心)’을 촬영한다. 극중 역할은 대만의 최대 재벌로, 입양해 키우던 친구의 딸과 사랑에 빠지는 인물이다. 중국 드라마 ‘사대명포’ 출연 이후 꾸준히 중국어를 배워온 그는 이 드라마에서 대사의 절반 이상을 중국어로 소화할 계획이라고 해 눈길을 끈다. 이 드라마는 7월 대만 공중파 방송에 이어 8월에는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 전역에 동시 방송될 예정이라 그에겐 한국을 넘어 20억 아시아인의 톱스타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듯하다.
한편 그는 오는 6월 방송 예정인 MBC 기업 드라마 ‘영웅시대’에 전광렬과 함께 주연을 맡을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MBC가 1백부작으로 기획중인 ‘영웅시대’는 천태산과 국대호, 두 인물을 중심으로 일제시대부터 현재까지의 한국경제사를 다룬 대하 드라마다. 차인표가 맡은 천태산은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을, 전광렬이 맡은 국대호는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을 각각 모델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동아 2004년 3월 4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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