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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프라이버시 인터뷰

불우했던 가정환경 고백해 눈길 끈 소지섭

“불우한 가정환경과 내성적인 성격, 극중 강인욱은 실제 저와 너무 닮아 오히려 연기하기가 힘들어요”

■ 기획·구미화 기자 ■ 글·이은정 ■ 사진·스포츠투데이, SBS 홍보실 제공

2004. 03. 04

훤칠한 키에 수영으로 다져진 몸매, 과묵한 성격에서 묻어나는 카리스마 덕분에 인기를 모으고 있는 소지섭.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발리에서 생긴 일’에 출연중인 그가 자신이 연기하는 가난한 엘리트 ‘인욱’이 실제 자신과 닮았다고 털어놓았다.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던 어린 시절과 연예계 데뷔 후 조금씩 이루어가고 있는 꿈을 들어보았다.

불우했던 가정환경 고백해 눈길 끈 소지섭

‘조용하지만 강하다, 이 남자.’ 탤런트 소지섭(27)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다. 소지섭은 어떻게 연예인이 됐을까 싶을 정도로 낯가림이 심하다. 촬영장에서 시원스레 소리내 웃는 적이 없고, 늘 눈과 입가에 살짝 미소만 띨 뿐이다. SBS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함께 연기하는 조인성(23)이 상대 배우 하지원(25)과 장난을 칠 때면 소지섭은 늘 바라보고만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태프들은 “지섭이가 그 어떤 때보다 촬영장 분위기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칭찬한다.
처음엔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그가 연기하는 ‘인욱’이란 역할이 갖는 우울한 캐릭터 때문인 줄로 알았다. 인욱은 가난한 엘리트로 직장 상사이자 재벌 2세인 ‘재민(조인성)’과 일과 사랑을 두고 경쟁한다. 홀어머니의 외아들, 자수성가, 가난한 가정환경, 내성적인 성격 등 극중 인욱을 둘러싼 모든 것에서 우울함이 묻어난다. 알고 보니 극중 인욱은 실제 소지섭과 닮은 구석이 많다고 한다.
“‘강인욱’은 실제 저와 정말 닮았어요. 제 생활을 들켜버리는 것 같아서 저와 똑같은 친구(인욱)를 연기하는 게 부담스러워요. 사람들은 더 쉬울 것 같다고 하지만 솔직히 너무 잘 아는 놈이어서 더 힘들어요.”
소지섭은 어린 시절, “힘들게 자랐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스스로 용돈을 벌어서 썼던 그는 유흥업소 웨이터 등 아르바이트 경력만 10년이라고 한다. 94년, 의류 브랜드 ‘스톰’의 전속모델 1기로 뽑혀 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을 것 같지 않고, 오히려 유복하게 자란 듯 귀티가 난다”고 하자 그는 웃으며 “사람들이 그렇게 봐주는 게 더 좋다. 그냥 압구정동 거리를 거니는 내 또래 친구들처럼 나를 그렇게 봐주는 게 더 편하다”고 했다.

3년 전 마련한 작은 아파트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생활 “마흔살 넘으면 호텔 경영하고 싶어요”
소지섭은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모두 수영 특기생으로 들어갔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수영을 시작한 그는 한국체육대학교에 수영 특기생으로 입학해 수구 선수로 활동했다. 대학 1학년 때 간헐적으로 방송 활동을 했는데 운동과 방송 활동 중 한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학교측의 방침이 떨어지자 학교를 자퇴했다. 그리고 지난 2000년 충남 청운대학교 방송연기과에 입학했다.
그후 소지섭은 본격적으로 연예 활동을 시작했다. MBC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에 단역(이의정을 짝사랑 하는 과일 가게 철수)으로 출연하던 데뷔 초기에는 차비를 아끼려고 집과 촬영장을 걸어다니기도 했다. 이때 그가 힘들어할 때마다 집에 데려가 재워주며 살갑게 챙겨줬던 사람이 송승헌이다. 송승헌은 당시 ‘남자 셋 여자 셋’에 이의정의 남자친구로 출연중이었는데 두 사람은 스톰의 전속모델로 함께 활동하며 친분을 쌓았다고.

불우했던 가정환경 고백해 눈길 끈 소지섭

그랬던 그가 지난해 SBS 연기대상 특별기획 연기상을 수상했다. ‘유리구두’(2002) ‘천년지애’(2003)에 이어 ‘발리에서 생긴 일’까지 그가 출연한 드라마들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자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선 “소지섭이 출연하면 흥행불패”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이만하면 돈도 벌고 상도 받고 인기도 얻고 성공한 셈 아닌가.
그러나 그에겐 아직 ‘자수성가’라는 단어가 멀게 느껴지나 보다. 그는 “돈을 더 모아 내 집 마련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마흔살이 넘으면 호텔을 경영하고 싶은 꿈도 있다고.
소지섭은 3년 전 서울 마포구 창전동에 작은 아파트를 마련해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누나가 있지만 출가했기 때문이다. 그는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자신이 연기하는 인욱을 “어머니에게 자신의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하는 아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다고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없는 건 아니에요. 구질구질하게 사는 어머니를 안타깝게 여기고, 스스로 느끼는 자책감이 큰 아들이죠.”
소지섭 역시 자상한 아들은 아니다. 그는 “어머니와 나 사이도 드라마와 비슷하다”고 했다.
“저 역시 집에 있어도 어머니와 그리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해요. 촬영이 없는 날은 대부분 집에 있지만 제방 침대에서 기어나오지 않거든요. 밥 먹을 때와 화장실 갈 때 빼고요(웃음).”
쉬는 날이면 방에 콕 박혀 TV를 보거나 책을 읽고, 인터넷 서핑을 한다는 그에게 “어머니가 외로우실 것 같다”고 하자 옆에 있던 매니저가 한마디 거든다. “음식점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면 꼭 1인분을 더 주문해 집으로 포장해 가는 속깊은 아들”이라는 것. 어머니 생신도 꼬박꼬박 챙긴다고 한다.
“음력 11월6일이 어머니 생신이에요. 어머니께 필요한 것이 뭔지 몰라 선물은 잘 안하고, 현금을 드리는데 그 날은 집에 들어가면 어머니가 새로 사다놓은 물건이 꼭 하나씩 생기더라고요(웃음).”
“장남인데 결혼하면 어머니를 모시고 살 것이냐”고 묻자 그는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싶은데 어머니는 혼자 사시는 게 더 편하다며 싫다고 하신다”고 답했다.

불우했던 가정환경 고백해 눈길 끈 소지섭

소지섭이 하지원 조인성 박예진 등 청춘 스타들과 함께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발리에서 생긴 일’.


“현주는 나와 가장 잘 통하는 동갑내기 친구예요”
소지섭은 만 9년이나 되는 연예계 경력치고 인맥이 넓지 않은 편이다. 모두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다. 남들에게 먼저 말을 거는 스타일도 아니고 낯가림도 심하기 때문. 스포츠도 인라인스케이트, 스노보드 등 주로 혼자 하는 것을 즐긴다. 단체로 움직이는 건 무조건 싫다는 게 그 이유다. 촬영장에서 짬이 날 때도 그는 동료 연기자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자신의 자동차 안에서 홀로 담배를 피우며 대본 연습을 한다.
인맥이 좁은 대신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소지섭에게 친한 연예인을 물으면 늘 똑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송승헌 권상우 류시원 박용하 김현주 이렇게 늘 5명이다. 유독 눈에 띄는 이름은 김현주. 소지섭은 “열애설이 많이 난 (김)현주는 저와 가장 잘 통하는 친구예요. 나이도 동갑이라 편해요. 전 나이 어린 여자는 싫어요. 어린 친구들과 있으면 어색할 정도예요. 그래서 후배들을 대하기도 어렵죠” 하고 말했다.
그는 좋아하는 여자에게는 말도 못 걸고, 옆에 가지도 못한다고 한다. 여자에게 먼저 좋아한다고 말하는 성격이 아니라고. 상대방이 먼저 좋아한다고 표현해야 그제서야 마음을 연다고 했다. 물론 사랑을 안 해본 건 아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나 4년 동안 교제한 친구가 있었다고 한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정말 좋아했던 여자”라고. 지금은 그 친구가 이민을 떠나는 바람에 아예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말이 나온 김에 이상형에 대해 물었더니 “매번 바뀐다”고 운을 떼더니 이내 “센스 있는 여자가 좋다”고 간단히 대답하고 만다. “그게 전부냐”고 재차 묻자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사주를 본 적이 있는데 서른세살에 결혼하는 것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어머니가 싫다고 하시면 하지 않을 거예요. 전 착하고 순한 여자가 좋아요. 그리고 결혼하면 아내가 집에서 살림만 했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그가 짝이 다른 운동화를 신고 나타난 적이 있다. 깜짝 놀라 “본인이 정한 컨셉트냐”고 물었더니 그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내성적이기만 할 것 같은 그에게서 내재된 끼를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무뚝뚝하게만 보이는 그도 역시 연예인은 연예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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