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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이 여자 살아가는 이야기

MBC 드라마 ‘대장금’의 깜찍한 ‘민상궁’ 김소이의 결혼생활 & 살림솜씨

■ 기획·이영래 기자 ■ 글·장옥경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04.02.03 11:49:00

MBC 대하사극 ‘대장금’의 인기가 수그러들 줄을 모른다.
이영애의 호연도 호연이지만 조연들의 맛깔스런 연기가 극의 재미를 더해가고 있는 것. 민상궁 역으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김소이도 그 중 하나다.
남편과 주말부부로 지내며 촬영에 여념이 없는 김소이를 만나보았다.
MBC 드라마 ‘대장금’의 깜찍한 ‘민상궁’ 김소이의 결혼생활 & 살림솜씨

“에라 모르겠다. 누가 뭐래도 난 가늘고 길게 살란다.” 히트 드라마엔 명대사 명장면이 수두룩하지만 왠지 무엇보다 기억에 선명한 것은 민상궁의 이 말이었다. 수라간 최고 상궁에 오른 한상궁(양미경)을 시기한 최상궁(견미리)이 세력을 결집, 파업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민상궁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울상을 짓다가 이렇게 행동노선을 결정했던 것. 그를 따르던 창이도 “나도 그럴까 봐요” 하고 동조를 한다. 왠일인지 그 깜찍한 모습이 미소를 자아내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소신 있게 움직이지 않고 어느 쪽에 붙는 것이 오래 살아남는 길인지 머리를 굴린다는 점에서 민상궁은 어찌 보면 굉장히 얄미운 인물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에 왠지 정이 가잖아요? 바로 우리 민초들 사는 모습과 같아서 그럴 거예요. 그런 점을 시청자들께서 공감하며 귀엽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MBC 대하사극 ‘대장금’에서 민상궁 역으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김소이(34). 양심을 저버리고 ‘가늘고 길게’를 외쳤지만, 그나마도 끝까지 고수하지 못해 그는 잠시 한상궁과 장금이 편에 섰다 최상궁의 눈 밖에 나, 요즘은 창이와 함께 한직으로 내몰렸다.

91년 MBC 20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 한석규 박철 감우성과 동기
“수라간에서 버티지를 못해 전하의 용안을 씻는 세숫물과 대변을 처리하는 부서로 갔어요. 제주도로 귀양 간 장금이도 불쌍하지만 저도 아주 불쌍하고 처량하게 나와요(웃음).”
궐 안에 붙어 있긴 하지만 최상궁의 결심 여하에 따라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좌불안석의 신세라는 점에서 사오정, 오륙도, 삼팔선의 심정들과 맞닿아 있다고 할까? 실제 인터넷 게시판에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 자신이나 남편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남녀 시청자들의 소감이 줄을 잇고 있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자신의 주가도 부쩍 오르자 고생도 고생같이 느껴지지 않는다지만 역시 드라마 촬영은 고된 일이다. 무엇보다 요즘 가장 곤혹스러운 건 추위다. 예년 겨울에 비해 이번 겨울이 따뜻하다 해도 야외촬영을 할 때면 몹시 춥다고. 내복을 몇겹으로 껴입고도 추워서 핫팩을 몸에 다닥다닥 붙이는데 연생이로 출연하는 박은혜는 핫팩에 데어 화상을 입기도 했다고 한다. 그 또한 뜻밖의 재앙을 당한 적이 있는데 그 주범은 다름 아닌 겨울 모기.
“초겨울쯤이었는데, 의정부에서 야외촬영을 하다가 약간 짬이 생겨서 차에 들어가 눈을 붙였어요. 날씨가 쌀쌀해 모기가 있을 줄은 생각 못했는데 그만 모기가 한쪽 눈두덩을 물어 퉁퉁 부어올랐죠. 휴전선 가까운 곳에 사는 죽기 일보직전의 까만 모기가 마지막 발악을 하며 문 것이라 아주 독했어요. 제 얼굴을 보고 정상궁 마마님이 특유의 웃음으로 ‘깔깔’ 웃는 거예요. 한상궁마마님도 웃다가 ‘곧 촬영에 들어갈 텐데 큰일났다’고 걱정하고…. 눈이 따가울까봐 약을 바를 수도 없고 얼음을 구할 수도 없어서 차가운 음료수 캔으로 문지르는 정도로밖엔 응급조치를 못했는데 출연진 모두 저를 보고 자꾸만 웃었어요.”

MBC 드라마 ‘대장금’의 깜찍한 ‘민상궁’ 김소이의 결혼생활 & 살림솜씨

그는 지난 96년 친구 소개로 남편 김태훈씨를 만나 2년 열애 끝에 결혼했다.


한양대 국악과 4학년인 91년, MBC 탤런트 공채 20기로 방송국과 인연을 맺은 그는 경력만으로 따지면 13년이 훌쩍 넘는 중고참. 영화촬영 도중 헬기사고로 죽은 변영훈과 함께 ‘분노의 왕국’에 출연하며 데뷔했는데, 그의 동기로는 한석규, 박철, 감우성 등이 있다.
데뷔 초기 하도 어려 보여 ‘고등학교는 졸업했느냐’는 말을 곧잘 들었는데, 서른 중반에 이른 지금도 여전히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 ‘대장금’에서는 머리를 틀어올려 좀 성숙해 보이지만, 머리를 늘어뜨리면 스물대여섯의 처녀로 보일 정도. ‘우리들의 천국’ ‘종합병원’ 등을 거치며 다소 깍쟁이 같고 시샘 많은 역할을 주로 맡아왔다. 그러다 지난 96년 친구의 친구 소개로 정형외과 레지던트였던 동갑내기 김태훈씨를 만나 2년 열애 끝에 웨딩마치를 울렸다.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그동안 제가 접해보지 않았던 스타일의 남자라는 점에서 호감이 갔어요. 무테안경에 깔끔하고 학구파의 분위기를 풍겼어요. 성격도 까다롭지 않고 굉장히 활발해서 다가서기도 편한 남자였어요.”
그는 딸 셋 중 둘째인데, 남편이 ‘장모님, 장모님!’하며 친정어머니에게 살갑게 굴어 세 사위 중에서도 가장 많은 귀여움을 받는다고 한다.
“친정에 갈 때면 저보다 먼저 남편이 선물을 챙기는데 손이 좀 큰 편이에요. 장모님이 과일을 좋아하신다고 곶감, 홍시를 한 바구니 사고 언니한테는 햄, 소시지세트를 사고…. 가계부 생각해서 제가 좀 저렴한 것으로 고르려 하면 싼 것만 고른다고 자기가 고른대요. 이 정도는 해야지 하며. 오늘도 살 게 있어서 혼자 갔는데, 일 저지르는 것 아닌가 불안해요(웃음).”
친정 챙겨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남편의 큰 손이 걱정되는 때도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최근엔 사진에 취미를 붙여 사진장비만 보면 욕심을 내는데, 사진장비라는 게 워낙 고가인지라 한번 ‘사고’를 치면 액수가 만만치 않다고 한다. 망설이는 척하다 남편 김씨는 결국 일을 저지르고 마는 스타일. 못 보던 게 보여서 “어? 이거 얼마 주고 샀어?” 하고 물어보면 신랑은 끝내 대답을 안하고 버틴다고 한다.
“수입은 따로따로 관리해요. 통장을 각자 관리하고 있어서 제 돈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따질 건 따져야죠. 그렇게 사진장비 사고 돈이 좀 부족한지 요즘은 눈 안 온다고 푸념을 해요. 죄송한 말이지만 정형외과는 겨울엔 빙판 사고로 다쳐서 오는 환자들이 많거든요(웃음).”
결혼 후 그는 신혼기를 백령도에서 보냈다. 남편이 군의관 생활을 백령도에서 한 때문에 10개월 정도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졌다고.
“용기 포구 옆에 세계에서 단 두 곳밖에 없다는 규조토 해변으로 이루어진 사곶해수욕장이 있어요. 길이가 3km나 되는 해변인데 70년대까지 군용기가 오르내렸대요. 휴가철이 아닌 때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차로 그곳을 달리기도 하고 골프 공 한 박스를 들고 나가 모래 저쪽을 향해 마음껏 공을 날린 후 주우러 가기도 하고 낚시하러 나가기도 하고…. 정말 꿈 같은 생활이었어요.”

MBC 드라마 ‘대장금’의 깜찍한 ‘민상궁’ 김소이의 결혼생활 & 살림솜씨

지난 91년 MBC 공채로 브라운관과 인연을 맺은 김소이는 ‘우리들의 천국’ ‘종합병원’ 등에서 깜찍하고 귀여운 모습을 보여왔다.


식품류와 생필품이 충분하다고 해도 섬에서 사면 비쌌다. 그래서 어쩌다 육지에 나왔다 돌아갈 때면 고기, 채소 등을 바리바리 싸들고 들어가야 했고 잦은 결항이나 배멀미로 고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령도 생활은 즐거움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백령도에는 아줌마말고 처녀는 없어요. 처녀는 모두 육지로 나가고 결혼한 여자들만 백령도에 살아요. 그래서 결혼하자마자 아줌마 소리를 들어야 했어요. 물론 결혼했으니 아줌마는 아줌마지만, 유예기간도 없이 바로 그런 소리를 들으니까, 조금 억울했어요.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백령도에서는 자장면을 시키면 달걀 프라이가 얹어져서 배달이 돼요. 그래서 가끔 그 시절을 생각하며 자장면 위에 달걀 프라이를 얹어서 먹기도 해요.”
그후 신랑이 대전에서 복무를 하게 되어 대전으로 옮겨갔는데, 지금은 아예 그곳에 눌러앉았다. 친정은 방배동, 시집은 분당에 있지만 친정이나 시집을 가는 데도 편하다고 한다. 대전 톨게이트를 빠져나가면 바로 신랑의 병원과 자신들이 사는 엑스포 아파트가 있기 때문이다.
단지 요즘 불만이 있다면 남편의 변심(?) 때문. 결혼 전에는 차문도 열어주고 커피나 음료수 등 필요한 것을 다 서빙하던 남편이 이젠 차문 열어주는 것은 고사하고 이것저것 시키기 바쁘단다. 조금씩, 조금씩 역전되다가 어느 사이 그렇게 바뀌어버렸는데 억울하기 그지없다고. 이 문제를 가지고 시비를 걸 생각도 했지만, 어느 순간 ‘이게 서로 편하게 사는 방법이다’ 싶어 이젠 서운하게 생각지 않는다고 한다. 역시 민상궁다운 해법인 셈.
“사랑의 종류는 한 종류가 아니라고 봐요. 첫눈에 끌리는 정열적인 사랑도 있고 재미있게 즐기는 사랑도 있는데 나이대로 느끼는 사랑이 다른 것 같아요. 지금은 편안한 사랑, 한길을 가는 동반자 같은 사랑이 더 좋은 것 같아요.”

혹시 어떤 일이 생겨도 아내는 잘살아야 한다며 거액의 보험 든 남편 때문에 감동하기도
얼마 전 그는 남편 김씨가 친구들 모임에서 한 이야기를 전해듣고 감동을 금치 못한 일이 있다고 했다. 남편이 자신 몰래 거액의 보험에 들었는데, 그 이유 때문이다. ‘병원 개업하고 장비 늘리고 많은 빚을 졌는데 만약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아내가 어떻게 살겠나? 그래서 나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아내가 잘 살 수 있게 보험을 들어뒀다’는 이야기였다. 그 말을 우연히 전해듣고 그는 눈물이 울컥 솟았다고 한다.
“서로 일을 하고 있고 특별하게 아기 갖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2세 계획을 보류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남편이 그러는 거예요. 자식이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만약에 자신이 먼저 죽으면 절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자식을 갖고 싶어서가 아니라, 저를 위해서 자식을 가져야겠다고 말해서 그때도 약간 감동했어요.”
올해로 결혼생활 6년차. 그는 아직도 남편이 멋있다는 생각을 한다. 어쩌다 가끔 일이 있어 남편의 병원에 들렀을 때 환자에게 아주 자상하게 설명 해주는 모습을 보면 신뢰감과 함께 뿌듯한 느낌이 든다고.
그의 살림 솜씨는 어떨까? ‘수라간 상궁이니만큼 집안일은 똑 소리나게 잘하지 않을까?’싶어 물어보자 그는 고개를 흔든다.



MBC 드라마 ‘대장금’의 깜찍한 ‘민상궁’ 김소이의 결혼생활 & 살림솜씨

이들 부부의 신년 계획 제1호는 ‘2세 갖기’. 올해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한다.


“언니가 살림꾼이에요. 집안일을 모두 도맡아서 하니까, 형부가 아무것도 안하세요. 그래서 저는 신랑에게 못하는 것을 보이는 것도 괜찮다고 봐요. 집안일을 잘 못하니까, 남편이 오히려 잘 챙겨요. 이사 가게 되면 자기가 이삿짐 싸고 잡지들을 보고 인테리어를 구상해 업자에게 맡기고 필요한 가구 들여놓고. 대개의 집에서는 이런 일들을 여자가 하는데 저희 집에서는 신랑이 다 해요.”
잘 못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온지라,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것으로 신랑은 알고 있다고. 그래서 그가 밖에 나갈 때는 무척 걱정을 한다고 한다. 혹 사기 당하지 않을까, 길을 가다가 엎어지지 않을까, 촬영이 있는 날 날씨가 추우면 감기 들지 않을까. 남편은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하루에도 몇번씩 ‘옷 든든히 챙겨 입어라’ ‘끼니 챙겨 먹어라’ 하며 메시지를 보낸다고 한다.
그렇다고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역시 부부싸움이란 피해갈 수 없는 법. 그는 남편이 자신의 마음을 너무도 몰라줘 펑펑 울며 싸운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대장금’ 촬영이 강행군이에요. 야외건 세트건 촬영이 있다 하면 밤을 새는 것은 예사인데 세트촬영이 일요일마다 걸려 2주 내리 집에 내려가지 못한 적이 있었어요. 주중엔 바빠서 병원에서 저녁식사까지 마치고 들어오고 주말에야 겨우 서로 얼굴 보며 식사를 하는데 몇주를 못 만나니까 너무 걱정이 됐어요. 자장면 시켜다 먹을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그런데 딱 하루 빈 시간이 났어요. 그 사이 대전에 내려갔다 오려고 했는데 신랑이 오지 말라는 거예요. 피곤한데 그냥 친정에서 쉬라고요. 하지만 제 마음은 그게 아니어서 차를 몰고 내려갔어요. 그런데 제 얼굴을 보자마자 막 화를 내는 거예요.”
남편 김씨는 정형외과 의사인 터라 교통사고 환자를 접하는 일이 많은 편. 그런 탓인지 교통사고에 대한 직업병적인 공포가 있다고 한다. “무리해서 오다 교통사고라도 나면 어쩌냐?”며 화를 내는 남편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무안해서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고. 부부싸움 하소연을 하는 것인지, 남편 자랑(?)을 이어가기 위해 하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이들 부부의 아기자기한 삶이 엿보여 흐뭇한 웃음이 지어졌다.

여성동아 2004년 2월 4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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