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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충격고백

전 재벌총수와의 22년 결혼생활 비화 담은 자전소설 펴낸 배인순

“누구의 전 부인이 아닌 내 이름 되찾기 위해 과거의 앙금 씻어내고 싶었다”

■ 글·이승민 ■ 사진제공·스포츠조선

입력 2003.12.03 10:58:00

7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펄시스터즈’의 멤버로 활동하던 중 재벌총수와 결혼해 화제를 모았던 배인순씨. 98년 이혼으로 또 한번 세인들의 관심을 모았던 그가 이번엔 자전소설을 펴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의 자전소설엔 특히 재벌그룹 총수와 여자 연예인들의 애정행각이 들어 있어 충격적이다. 배씨가 직접 털어놓은 ‘내가 책을 쓴 이유’와 책의 주요 내용 & 전남편측 입장.
전 재벌총수와의 22년 결혼생활 비화 담은 자전소설 펴낸 배인순

노란색 저고리를 입고 자주색 치마를 두른 한복차림의 그는 여전히 고왔다. 지난 11월15일 서울 구기동 자비정사에 차분한 얼굴로 나타난 배인순씨(55). 그는 제단에 최근 출간한 자전소설 ‘30년만에 부르는 커피한잔’을 쌓고 막내아들과 함께 천도재를 지냈다. 토해내듯 지난 세월을 쏟아낸 한권의 책을 통해 그는 지난 시간들을 깨끗이 털어내고 다시 출발하려는 듯했다.
묘심화 스님이 부르는 애절한 회심곡 가락에 눈물을 보였다. 액을 물리치고 정신을 씻어준다는 ‘팥매’를 맞을 때는 불을 모두 끈 컴컴한 어둠 속에서 번쩍번쩍 사진기자들의 플래시가 터졌지만, 배씨는 머리를 조금 숙인 채 묵묵히 붉은 팥알들을 맞아내며 다소곳한 자태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2층 불당에서 천도재를 마친 뒤 옷을 갈아입고 1층으로 내려온 배씨는 모여 있는 기자들을 향해 환하게 웃어 보였다. 불꽃같이 짧고 화려했던 자매듀오 ‘펄시스터즈’ 시절, 그는 누구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모으던 톱스타였다. 그러나 76년 재벌회장과 결혼한 그는 스물두해 동안 재벌그룹 회장 부인의 자리를 지키면서 철저하게 언론과 거리를 뒀다. 지난 98년 이혼할 때도 매스컴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당시 그는 “아직은 입을 열 때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이제 ‘그때’가 된 것일까. 이혼한 지 5년 만에 그는 세상이 깜짝 놀랄 만큼 생생하고 적나라한 자전소설 한권을 써냈다. 소설은 주인공 김인애가 C회장과 결혼하기까지의 과정에서부터 시어머니와의 갈등, 남편의 애정행각으로 인해 고통스러웠던 가정생활, 96년 교통사고 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졌던 K사장, 결혼까지 생각했던 장목사 등 그가 만났던 두명의 남자에 이르기까지 가슴속 깊이 묻어두었던 삶의 치부들을 낱낱이 고백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한 여자의 기구한 이야기 담긴 소설로 봐줬으면…”
그는 이 책을 계약하고 두달 만에 탈고했다. 여기에는 15년 동안 꼬박꼬박 적었던 일기가 토대가 됐다. 주위의 격려 속에 책을 썼지만, 그의 가족들은 책이 나오기 직전까지도 그의 ‘반란’을 알지 못했다. 심지어 이날 함께 자비정사에 온 막내아들조차 절에 도착해서야 처음 책을 보았다.
배씨는 현재 큰돈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혼하면서 위자료로 약속받은 50억원 가운데 25억원을 받았지만, 그마저도 돈 관리를 맡겼던 보험회사 사람에게 배신을 당해 대부분 잃었다.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막막하던 때에 그 사람을 믿었다가 돈을 잃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지만, 내가 전생에 그 여자 돈을 떼먹었구나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그는 현재 논현동에서 ‘Date’라는 카페를 운영중이다. 다음은 천도재가 끝난 후 그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전 재벌총수와의 22년 결혼생활 비화 담은 자전소설 펴낸 배인순

-책을 쓰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4년 전 처음 책을 내자는 제의를 받았을 때는 상상도 못할 얘기라고 여겼다. 세월이 흐르면서 마음이 변했다. 아들 셋을 낳고 한때 10대 재벌의 안주인이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22년을 살았는데 마지막에 받았던 대우가 인간적으로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억울하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언제까지 억울함만 토로하고 살 순 없었다.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앙금을 씻어내야 했다. 카페 ‘데이트’의 동업자가 책을 쓰라고 용기를 줬다. 이제 정말 누구의 전부인이라는 이름이 너무 싫다. 내 이름을 되찾고 싶다. 이 책을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나를 누구의 전부인으로 부르는 것을 그만둬줬으면 좋겠다.”
-책에는 아들들에게 보이기 힘든 내용까지 있는데?
“힘들었던 결혼생활을 자식들 때문에 버텼다. 끝까지 참아내지 못해 그 아이들에게 죄스럽고 미안하다. 새출발하기 위해 필요했던 엄마의 선택을 자식들이 이해해주길 바란다. 아들들이 어렸을 때 처음 이혼 요구를 받았다. 그때 아이들 때문에 이혼을 결심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왜 더 빨리 헤어지지 못했냐고 말한다. 그러나 결혼하는 데도 때가 있고, 혼자 되는 데도 때가 있다. 그 사람과의 인연이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사실 책을 쓸 때도, 지금도 두렵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얘기가 나 혼자 감춘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다. 내 입으로 토해내고 정리하고 싶을 뿐이다.”
-자서전이 아니라 자전소설이라고 이름붙인 이유는?
“그냥 소설로 봐달라. 한 여자의 기구한 소설 같은 이야기로 독자들이 재미로 읽어줬으면 좋겠다.”
-전남편측에서 책 내용을 문제삼을 수도 있는데?
“연락이 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명예훼손 부분은 생각해보았는가?
“그런 부분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만약 (그쪽에서) 그렇게 한다면 그때 생각을 하겠다. 지금은 내 과거의 옷을 벗어던지고 새출발하는 데 매진하고 싶다.”
-전남편이나 아들들이 책 출간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나?
“전혀 몰랐다. 오늘 아침(11월15일) 깜짝 놀란 둘째아들이 전화를 걸어왔다. 같이 사는 동안 자식들에게는 부부간의 일에 대해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이 놀랄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그래서 더 미안하다. 전남편은 어제(11월14일) 사업차 출국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전 재벌총수와의 22년 결혼생활 비화 담은 자전소설 펴낸 배인순

-세명의 아들을 모두 전남편에게 보냈는데?
“지난 9월에 TV 토크쇼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후 (그쪽 집에서) 아들들에게 용돈을 주지 않고 ‘엄마한테 가서 받으라’고 하는 등 심한 말을 한 것 같다. 둘째는 군 복무(공익근무요원) 중이고 막내는 학생이다. 차비도 필요하고, 밥값도 필요한데…. 전남편의 부인이 똑똑하고 현명한 여자라고 들었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녀 나름의 용기 있는 선택을 했던 사람이 아닌가. 그러나 요즘 아이들에게 하는 것을 보니 많이 똑똑하지는 않은 것 같다. 큰아들은 결혼해 잘살고 있지만, 둘째와 막내는 나중에라도 내가 데려오고 싶다.”
-아들들이 홀대를 받고 있다는 말인가?
“내가 직접 우유와 빵, 떡 등의 아침거리를 챙겨 아이들에게 보내곤 한다.”
-재혼 생각은?
“아무래도 나이가 있어서 쉽지 않을 것 같다. 지금 만나는 사람은 없다.”
-앞으로의 계획은?
“내년 2월 발표할 새 음반을 준비중이다. 30년이나 쉬었던 목소리의 때를 벗기는 작업이 힘들다. 4월에는 자선쇼를 하고 싶고, 돈을 많이 번 다음에는 펄스재단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 음지의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는 생각은 아무래도 막내아들 때문에 생긴 것 같다. 세상은 천천히 말하는 그 아이의 이야기를 참아주며 들어주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들을 저마다 가지고 있으면서 포장하고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참고 기다려주며 배려하는 사람들의 세상을 위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




여성동아 2003년 12월 4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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