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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프라이버시 인터뷰

드라마 ‘태양의 남쪽’ 주연 맡은 톱스타 최민수 ‘나의 가족, 영화, 인생…’

“내년 봄 처가가 있는 캐나다에서 결혼 10주년 기념 결혼식을 올립니다”

■ 기획·이영래 기자 ■ 글·이영진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3. 08. 29

영화 ‘청풍명월’에서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던 최민수가 SBS 드라마 ‘태양의 남쪽’을 통해 2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할 예정이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친구의 음모로 하루아침에 공금횡령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서 청춘을 보내는 강성재 역을 맡았다. 동해안에서 그와 나눈 인생, 영화 그리고 가족사에 대한 진솔한 얘기, 또 그가 드라마 제작 발표회에서 털어놓은 화목한 부부생활에 대해서도 들어보았다.

드라마 ‘태양의 남쪽’ 주연 맡은 톱스타 최민수 ‘나의 가족, 영화, 인생…’

굳이 10여년 전으로 올라갈 것도 없다.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최근 몇년 동안에도 최민수(41)를 둘러싼 소문은 여전했다. 97년, 정지영 감독의 미스테리 영화 ‘블랙잭’ 촬영현장. 당시, 최민수는 연기에 몰입한 나머지 상대배우인 조선묵을 흠씬 두들겨패서 기절시켰다. 99년 ‘유령’을 찍을 당시엔 어떠했는가. 그는 촬영장을 벗어나면 캐릭터의 감정을 잃을까 무서워 세트에서 라면으로만 끼니를 때워가며 촬영을 마쳤다고 했다. 얼마전 종영한 시대극 ‘청풍명월’. 진짜배기 날선 느낌을 끌어내기 위해 그는 소품이 아닌 진검을 휘둘러 스태프들을 긴장시켰다.
최민수가 있는 촬영현장은 에피소드가 끊이질 않는다. 이건 일상의 문턱을 넘어서도 마찬가지다. 카메라를 벗어나기 무섭게 배우라는 갑옷을 훌러덩 내던지곤 하는 이들과 달리 그는 평소에도 배우로서의 자의식을 되새긴다. 누군가는 이를 핏줄 때문이라고 했다. 한 영화제가 마련한 회고전 자리에서 한 지인은 그의 아버지인 고 최무룡 선생을 두고 “무대 바깥에서도 영락없는 배우였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그런데 최민수는 아버지, 그 이상이다. 영화 속 캐릭터와 실제 최민수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다. 한때 회자됐던 최민수 시리즈를 보라. “내 털은 내가 뽑는다”라든지, “그래 너 남자다”라든지, 각종 오락 프로그램에서 돌고 도는 우스갯소리들. 그러나 그러한 실없는 유머 속 최민수는 그가 지닌 일부의 모습을 대중의 욕망이 부풀린 결과일지도 모른다. ‘청풍명월’ 촬영 직후 동해안으로 잠적한(?) 그를 찾아, 안개 자욱한 험한 고개를 넘은 것도 실제 최민수의 모습을 엿보기 위해서다.
-즐기는 운동이 대부분 혼자 할 수 있는 건데. 스케줄 때문인가요.
“연기나 일상이나 세상에 노출되는 걸 잘 못해요. 어릴 때는 내가 어땠냐면, 물끄러미 개미 보고 있다가 픽픽 쓰러졌다니까. 나무 밑에서 웅크리고 앉아 ‘두껍아 두껍아’그러면서 놀았어요. 요즘도 벤치에 앉아서 우수를 잠깐 즐긴다든가 하는 쪽에 눈과 귀와 마음이 가요. 레포츠도 그런 종류를 좋아하는 것 같고.”
-어울리고 싶은 때는 없나요.
“왜 없어. 번개 치듯 촬영하고 나면 나도 사람이니까 마음이 허해요. 술도 먹고 싶고. 근데 그렇게 10여년 망가져봤는데 남는 게 없어요. 그땐 철부지였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사람들은 쉴 때면 충전한다고 하는데 난 익숙한 것만 해요. 빙신같이. 이번에도 어머니가 잠들어 있는 바다에 왔지. 전엔 여행이라고 여겼는데, 이제는 바다가 제 둥지 같다고 할까. 스킨스쿠버를 시작한 지는 15년 됐는데. 결국 작살이니 카메라니 손에서 다 놓게 돼요. 그냥 바다에 날 묻는 거지.”

“아버지 최무룡이 오면 동네 아이들하고 쭈그리고 앉아 ‘와’ 하며 구경”
-부모에 대한 기억이 어떤 힘이 되어주나요.
“아버지랑은 같이 산 적도 몇번 안되고. 그래서 기억이 거의 없어요. 가끔 차를 타고 오시면 그때는 차가 없던 때였으니까 동네 아이들하고 같이 쭈그리고 앉아 ‘와’ 하며 구경하느라 정신 팔던 기억 외엔. 부모라기보다는 그 이전에 스타였으니까(참고로 부모인 최무룡 강효실씨는 배우였다) 있다가 없으면 허무할 텐데, 워낙 없으니까 크면서도 별문제는 없었어요. 스스로 절벽의 잡초지만 생명력은 강하다고 자부했으니까.”
-데뷔할 때는 어떤 욕심이 있었나요.
“이렇게 표현하면 될까. 대중이 나에게 무엇을 요구하더라도 내가 아니다 싶으면 미련 없이 붉은 커튼을 닫아버리리라. 그리고 왕좌에 앉아 홀로 포도주를 마시리라. 내 군막에 병사가 아무리 없더라도 내 칼을 들고 내 성을 지키리라. 뭐, 그런 거. 굳이 지금 평가받지 못해도 훗날 내 무덤 앞을 지나는 누군가로부터 이 사람은 한 시대를 장악했던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없어요.”
-처음 마음대로 살았나요?
“검도에서 중단의 자세가 가장 어렵다고들 해요. 상대 목이나 가슴을 겨누는 기본동작을 말하는 건데 어떤 상태냐면 동공 안은 미동도 없는데 상대를 빨아들이는 무언의 느낌. 그걸 기(氣)라고 해야 할 텐데. 제 욕심을 모두 내려놨을 때 그게 가능하다는 걸 어느 날 알게 된 거죠. 저도 물론 연기나 일상에 접목하는 게 쉽진 않지요.”

드라마 ‘태양의 남쪽’ 주연 맡은 톱스타 최민수 ‘나의 가족, 영화, 인생…’

결혼 9년째인 최민수, 강주은 부부는 1주일에 한 차례씩 영화 관람을 하는 등 식을 줄 모르는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현장에서 의견을 너무 강하게 내세워 ‘최감독’이라고도 불리는데.
“뒤에서 뭐라 해도 신경 안 써요. 현장에서 내가 진두지휘를 한다는 건 오해니까. 감독이 책상에서 시나리오 쓸 때와 필드에서 느끼는 것은 엄연히 다르거든요. 내 입장에서도 작품 안 나오면 욕먹는다는 부담감도 있고 하니까. 그저 옵서버 역할이라고 보면 돼요. 다만 이번에 중국서 데려 온 원빈 감독한테는 제 액션은 맡겨달라고 했어요.”
-‘청풍명월’에서 본인이 안무한 액션 장면들은 만족스럽나요.
“편집된 건 최상은 아니에요. 상황과 칼부림만 있지. 앞뒤 감정들이 물 흐르듯 이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객관성을 다소 잃기도 하고. 한 30점 정도. 질리지 않게끔 시간의 긴장성을 어떻게 다이내믹하게 표출하는가 하는 점이 검술영화의 진수인데….”
-오랫동안 톱스타의 자리를 누렸는데요. 그러고 나선 작품 수도 좀 뜸해졌고.
“톱이었는지 망치였는지 잘 모르겠는데(웃음). 하여튼 좀 냉정해져야겠구나 싶긴 했죠. 스스로 돈을 원하는 거야, 인기를 원하는 거야 묻기도 하고. 근데 그건 애초부터 원한 게 아니었단 말이에요. 그렇다면 허둥댈 필요가 없겠구나 싶더라고. 가수가 음반을 내야 가수인가. 한영애씨가 매년 음반을 내요? 세상의 감각에 입맛을 맞추려고 하는 건 내 체질하고 안 맞다고 본 거죠. 내가 눈을 뜨고 있으니까 세상이 존재하는 것 아닌가.”


“어른 되면 하겠다고 생각했던 일 이제부터 하고 살려고 한다”
-혹시 배우가 카메라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영화적 흐름 안에 스며들어야죠. 배우 혼자서 나대는 건 하는 입장에서도 지겨운 일이에요. 니가 그러지 않았냐고 할지 모르겠는데 제 입장에서도 그건 바라는 게 아니었죠. 세팅이 안된 상황에서 앵글 앞에 나서야 했던 때도 있었고.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이대근 선생님도 그런 케이스잖아요. 천재라 할만한 분인데 주위에서 안 받쳐주니까. 물론 비판은 비판으로 새겨들어요. 집에서 유성이 엄마도 간간이 모니터 해주는데 내 연기 보고서 성을 쌓는 것도 좋은데 가끔은 열려 있으면 좋겠다고 그래요. 전 그러면 ‘나도 그러고 싶다’고 해요. 근데 성 열쇠를 바다에 빠뜨려서 잃어버렸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웃음).”
-연기론이 있다면.
“주문진의 한 식당에서 매니큐어 독이 오른 손을 불어가며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 쩍쩍 갈라진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던 식당 아주머니의 모습을 본 적이 있어요. 그게 가슴에 박히는데. 최상의 연기도 어쩌면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청풍명월’에서 대사 없이 3~4분을 가더라도 드라마가 읽히는 연기. 무엇을 취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버려야 하는 연기를 보여주려고 했는데. 지금 뭐라 하긴 그렇고, 현재 난 어쩌면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는 것 아닌가 싶어요.”
-촬영장에서 사고가 많았을 텐데요. 액션 장면도 많고. 몸관리에 철저하다고 들었는데.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뼈 부러진 게 족히 7~8번은 돼요. 그래도 아프다고 쓰러질 수 있어요? 스태프들은 한 장면 찍겠다고 앞뒤로 준비하고 정리하고 그러는데. 사극은 특히 그래요. 그러니까 몸 관리를 잘해야지. 그게 내 불찰 때문이라고 판단이 서면 자신이 용서가 안돼요. 제가 지금까지 갖고 있는 마인드인데. 밥도 배부르게 먹으면 날 통제하지 못한 것 같아 기분이 나빠요. 담배도 현장에서 많이 피우잖아요. 그러면 내 자신을 혼내요. 담배를 일주일 동안 못 피우게 한다든가. 뭐 그런 식으로 냉혹하게 나를 다루죠. 숙소에 링거 준비 다 해놨는데 맞을 수가 없어요. 이거 맞고 자면 못 일어날 것 같아서. 긴장 늦추면 쓰러지거든요.”

드라마 ‘태양의 남쪽’ 주연 맡은 톱스타 최민수 ‘나의 가족, 영화, 인생…’

-최민수식 연기 하면 눈빛부터 떠올리잖아요.
“알 파치노나 로버트 드 니로 같은 시실리쪽 배우들처럼 우리나 일본 배우들도 눈빛 장악력이 크거든요. 할리우드 배우들의 초록색 눈빛은 좀처럼 강한 감정을 뿜기 힘들어요. 그건 눈을 부라린다고 되는 건 아닌데. 물론 언론에서 매번 내 연기를 두고 하는 말이 어깨에 힘이 빠졌다, 눈에 힘을 뺐다 뭐 이러고 쓰는데 해석이 참 빈약하다 싶을 때가 있어요.”
-앞으로 뭐 할 거예요.
“미래 계산은 안해요. 데뷔 때부터 앞으로 뭐 할 거다 한 적도 없었고. 이번 작품 끝낸 지도 얼마 안됐잖아요. 소중한 친구 아니 애인을 떠나보냈는데 곧바로 채울 순 없잖아요. 작품 만나는 것이 운명이니 어쩌면 평생 못 만날 수도 있지 않겠어요? 배우가 직업이 아니라 인생이 직업이니까. 아, 이런 건 있어요. 최민수라는 아이, 정상인 줄 알았거든요. 근데 지금 보면 전구 갈아끼우는 것도 못해요. 오죽했으면 주민등록증을 안 만들고 사니까 동사무소에서 직접 와서 해줄 게 하더라고. 어렸을 때는 어른 되면 하겠거니 했던 것들인데 못하더라고. 그런 일은 외면하고 살았는데, 그래도 이제는 하려고 해요. 배우가 뭔데, 네 인생이 뭔데, 이젠 남들 다 하는 거 너도 좀 해야 하지 않겠니 싶어요. 이번에 캐나다 가서도 설거지도 하고 그랬어요. 오늘은 제 넋두리만 한 것 같네요. 배우가 말 많으면 안되는데. 연기가 모자라서 말로 채운 거 아닌가 몰라(웃음).”



부인 강주은씨는 최근 교육 관련 일 시작해
최민수는 이 인터뷰 이후 SBS 드라마 ‘태양의 남쪽’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SBS ‘사랑의 전설’ 이후 2년 만에 다시 안방 극장에 돌아온 셈인데, 그는 이 드라마에서 친구의 음모로 하루아침에 공금횡령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서 청춘을 보내는 강성재 역을 맡았다. 이 드라마는 8월30일 첫 방송을 탄다.
그는 지난 8월14일 경기도 일산 SBS 제작센터에서 열린 ‘태양의 남쪽’ 기자 간담회에서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해 솔직히 털어놓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아내와 결혼하면서 평생 친구이자 연인처럼 살고 싶어서 10년에 한번씩 결혼식을 하기로 약속했어요. 올가을에 깜짝 이벤트를 준비중인데, 내년 봄에는 진짜 10주년 기념 결혼식을 할 겁니다. 처가가 있는 캐나다에서 할 계획이에요” 하며 남다른 부부 금실 비결을 털어놓았다.
한편 부인 강주은씨는 최근 교육 관련 일을 시작해 무척 바쁘다고 밝혔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직접 물어보라”며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최민수는 인터뷰 도중 아내 강주은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오자 시종 부드러운 말투로 “오늘은 늦게 끝나서 식사 못해요∼” “이따가 봐요∼”등의 표현으로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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