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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5개월 만에 소아뇌성마비 1급 판정받은 쌍둥이 형제의 딱한 사연

“쌍둥이의 몸이 굳어지기 전에 걸음마를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 기획·최호열 기자 ■ 글·안소희 ■ 사진·최문갑 기자

입력 2003.07.07 11:37:00

생후 5개월 만에 소아뇌성마비 1급 판정을 받고 3년째 투병중인 쌍둥이 김병욱, 병준 형제.
소아간질과 정신지체까지 앓고 있는 동생 병준이는 한달에도 몇번씩 위험한 고비를 맞고 있다.
하지만 가난한 살림 때문에 점점 몸이 굳어가는 아이들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부모의 애타는 사연.
생후 5개월 만에 소아뇌성마비 1급 판정받은 쌍둥이 형제의 딱한 사연

쌍둥이인 김병욱·병준 형제가 태어난 지 벌써 2년 반이 다 되어가지만 아버지 김갑식씨(36)와 어머니 김은주씨(35)는 그 시간들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게 정신없이 살아왔다. 엄마 뱃속에서 8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세상에 나온 쌍둥이 형제는 신체발달이 모든 면에서 부진한 미숙아였다. 둘 다 50일이 넘게 인큐베이터 신세를 져야 했고, 특히 폐의 발달이 부진한 동생 병준이는 인공호흡기에 의지해야만 하는 힘겨운 생활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큰 이상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병원에서는 그저 발육이 부진할 뿐 건강하게 자랄 것이라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생후 2개월 만에 병원에서 퇴원할 때 두 아이의 몸무게는 불과 2kg.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작은 생명이었다.
“겨울에 태어난 두 아이가 봄이 지나고 여름이 될 때까지 정말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어요. 다들 쌍둥이 키우기 어렵다고들 해서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우리 아이들은 여느 아이들과는 너무 달라서 더 힘겨웠죠.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밤낮이 바뀌는 것은 물론, 잠을 자면 1시간을 넘기는 법이 없이 24시간 보채는 아이 둘을 보살피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그때를 가장 행복하게 기억하는 것은 병욱이, 병준이가 건강하게 자라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믿음은 생후 5개월이 되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동생 병준이가 며칠 동안 먹지도 자지도 않으며 심하게 보채더니 급기야는 눈이 돌아가며 이상한 증상을 보인 것이다. 급히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에 들어갔다.
“어린아이들 검사하는 게 참 어렵더군요. 어른들이 쉽게 하는 MRI 촬영도 아이들은 전신마취를 해야 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어요. 어찌나 검사가 힘든지 검사하다가 아이를 잡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으니까요. 그렇게 검사를 마치니까 의사의 말이 둘다 뇌손상이 심각하고 게다가 병준이는 소아간질까지 심한 상태여서 언제든지 위독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더군요.”
진단 결과는 둘다 소아뇌성마비 1급에 동생 병준이의 경우 소아간질과 정신지체가 중첩된 복합장애였다. 모든 희망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한다는 말에 부부는 말을 잃었다.
“처음엔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냥 보고 있으면 아무 이상 없어 보이는 아이들이 하나도 아니고 둘다 뇌성마비라니….”
소아뇌성마비는 뇌신경조직이 장애를 받아 사지가 마비되는 것을 비롯하여 지능의 발육이 더디고 시력·청력 등의 장애가 동반되는 질환이다. 그러나 조기에 꾸준히 치료하고 훈련을 하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병욱이와 병준이는 4개월에 한번씩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미 1차 재활치료를 한달 동안 받았고, 그 결과 두 아이는 눈에 띄게 상태가 좋아졌다. 병욱이는 혼자서 서기도 하고, “어… 마…” 하며 엄마를 부르기도 한다. 병준이 역시 뒤집기와 구르기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생후 5개월 만에 소아뇌성마비 1급 판정받은 쌍둥이 형제의 딱한 사연

아버지 김갑식씨가 아이들 병수발을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벽 청소일을 하면서 살림은 더욱 궁핍해졌다.


“재활치료는 둘이 함께 받아야 해요. 그런데 치료비가 둘이 합쳐 1천만원이 넘어요. 특히 혼자서 설 수 있는 병욱이는 종아리 근육이 굳어버리기 전에 치료를 해야 한대요. 보통 두살 전에 걷는 뇌성마비 환자들의 90%가 평생 혼자서 걸을 수 있다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집안 형편 때문에 제대로 치료를 못해주고 있어요. 쌍둥이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을 텐데….”
어머니 은주씨는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방 한구석에 쌓여있는 한아름의 약봉지와 진료비 영수증이 그동안 겪은 김씨 부부의 고통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아버지 김씨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알뜰한 가장이고, 3년 전 결혼한 부부는 쌍둥이를 낳기 전까지 남부럽지 않은 결혼생활을 꾸려왔다. 하지만 그동안 병원비로 들어간 돈만 5천만원이 훌쩍 넘는다. 김씨 부부가 알뜰히 모아둔 돈은 이미 바닥난 지 오래고, 지금은 카드 빚을 포함한 2천만원의 빚만 남아있는 상태. 네 식구가 보증금 2천5백만원의 전셋집에 살고 있지만, 9월이면 빚독촉에 거리로 나앉게 될 형편이다. 아버지 김씨는 쌍둥이 병수발 때문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월 80만원의 새벽 청소일을 하고 있다.
“새벽 3시부터 아침 10시까지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아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힘들어도 참을 만합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이 반드시 좋아질 거라고 믿어요. 그리고 좋아지고 있고요. 저는 그저 아이들 뒷바라지를 위해 일만 열심히 할 작정입니다.”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오히려 밝은 표정으로 힘주어 말한다. 그러나 부부에겐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너무도 높고 험하다. 특히 의료보호 대상자가 될 수 없는 것이 그들의 첫번째 고통. 의료보호 대상자가 되면 치료비의 상당 부분을 정부에서 보조받을 수 있다. 그러나 김씨의 아버지가 평생 동안 모은 돈으로 마련한 집이 있어 김씨 부부는 의료보호 대상자가 될 수 없다고 한다. 하나도 아닌 쌍둥이를 키워야 하는 이들 부부에겐 의료보호가 절실하지만 형식적 절차는 진정한 ‘보호’의 손길을 막고 있는 셈이다.
“소아뇌성마비는 어른이 된 후 1백 시간을 치료하는 것보다 어릴 때 1시간 치료하는 게 더 효과가 크다고 하는데, 한숨만 나오죠. 치료비 때문에 몸이 굳어가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숨을 쉬어도 쉬는 것 같지가 않아요. 충분히 걸을 수 있는 아이에게 돈이 없어 평생 족쇄를 채우는 것만 같아서 밤에도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재활치료 예약 날짜를 잡아놓긴 했는데 어떻게 병원비를 마련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희망을 버리진 않습니다. 쌍둥이와 보낸 시간이 제 생애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는 걸요. 아이들과 저희들 모두 열심히 노력할 겁니다. 희망을 버리지 않는 한 희망이 있다고 믿거든요.”
쌍둥이네 집을 나와 좁은 골목길을 걷는 동안 아버지 김갑식씨의 말이 내내 귓가에 맴돌았다.


여성동아 2003년 7월 4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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